UI/UX

조롱 받는 금융앱, 왜 UX 문제는 계속 반복될까?

UI·UX 업계가 말하는 금융앱 속사정

“앱은 열 때마다 업데이트를 강제하세요. 사용자가 항상 최신 버전을 사용한다는 안심감을 주는 동시에 기다림의 미학을 선사합니다”, “앱은 많을수록 좋습니다”, “마지막 단계에서나 조건 미달을 알려주세요”, “모든 클릭에 로딩을 더하세요”

최근 국내 커뮤니티 사이에서 많은 공감을 받고 ‘국내 은행 앱으로 배우는 UX 철학’이란 이름으로 유행하고 있는 카드 뉴스 형태 이미지의 일부다. 자세히 살펴보면 진심으로 해당 디자인을 추천하는 것이 아닌 국내 금융앱의 고질적인 사용성 문제가 반복되고 있음을 UX 가이드라인 형태로 만들어 풍자하고 있는 자료다.

해당 자료가 큰 공감을 받고 있는 이유는 오랫동안 많은 국내 금융앱에서 사용성 문제가 반복해 발생하고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금융앱을 둘러싼 이런 문제들이 사용자의 지속적인 불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걸까?

이번 글에선 국내 금융 프로젝트를 경험한 UI·UX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금융앱의 고질적인 사용성 문제와 그 배경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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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욱 | 2026.03.27 | 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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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앱 전략이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된 이유

금융앱 사용자를 지치게 하는 불편들

KB PAY 앱의 업데이트 요구 화면. 업데이트를 하지 않으면 앱에 진입조차 할 수 없다(자료=KB PAY 앱 갈무리)

오늘날 금융앱의 시작 지점부터 마주할 수 있는 불편 중 하나는 강제 업데이트 요구다. 앱을 실행하면 최신 버전이 아니라는 이유로 서비스 이용이 제한되고, 스토어로 이동해 업데이트를 마쳐야만 과업을 이어갈 수 있다. 문제는 이 과정으로 인해 사용자가 원래 수행하려 했던 과업 과정에 예상치 못한 별도의 절차가 추가되며, 이는 앱 사용에 있어서 큰 사용성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최근 국내 금융권에선 대규모 앱 리뉴얼 진행 시, 앱 업데이트 형식이 아닌 기존 앱을 삭제하고 별도의 새로운 앱을 설치하도록 요구하는 모습도 반복되고 있다. 이는 그동안 계속 같은 금융 서비스를 사용하던 사람에겐 멀쩡히 사용하던 앱을 삭제한 뒤 로그인이나 인증까지 다시 요구하는 모습으로 다가오는 지점이다.

하나원큐 앱 리뉴얼 안내 이미지. 하나원큐는 뉴 하나원큐 론칭 과정에서 기존 하나원큐 앱의 아이콘과 명칭을 변경한 후 신규 앱 설치를 요구했다(자료=하나은행)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가 단순 업데이트 요구가 아닌 사용성을 저해시키는 중요 요소라고 말한다. 실제 지난 2월 하나원큐 앱의 경우, 뉴 하나원큐 리뉴얼 과정에서 기존 앱 아이콘을 회색으로 변경하고 기존 앱 삭제 및 신규 앱 설치를 요구해 논란이 일었다. 기존 구 버전에서 5점 만점에 4.2점을 기록하던 별점은 신규 버전에선 3.2점을 기록했으며, 많은 사용자가 리뷰 페이지에서 기존 앱을 사용하지 못하고 새롭게 앱을 설치해야 하는 불편함을 지적했다.

같은 금융 그룹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에도 은행, 카드, 자산 관리, 인증 등 여러 앱을 오가야 하거나 새롭게 설치해야 하는 문제 역시 국내 금융앱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다. 최근엔 금융권에서 슈퍼앱 및 원앱 전략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이런 모습이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카카오뱅크의 대출 연결 불가 안내창. 약관 동의 – 보유 대출 조회 – 인증서 인증 – 전자 서명 등 긴 과정 끝에서 기능 사용 불가를 안내하는 카카오뱅크 금리 인하 자동신청 과정(자료=카카오페이 캡쳐)

겨우 앱을 설치해 진입한 이후 본격적인 과업 진행 과정에도 사용성 문제는 이어진다. 금융상품 가입이나 계좌 개설을 위해 여러 단계의 정보를 입력하고 인증까지 마쳤지만, 마지막에 가서야 조건 미달이나 이용 불가를 안내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과정 중 입력 오류가 발생했을 때 앞서 입력한 내용까지 모두 사라지는 문제 역시 많은 사용자가 금융앱 사용 중에 호소하는 불편 중 하나다. 여기에 로그인과 인증 실패, 잦은 서버 오류나 느린 처리 속도까지 더해지면 사용자의 금융앱 사용 경험 전반이 어렵고 불쾌한 경험으로 변질되기 쉽다.

왜 이런 문제가 방치·반복될까?

이처럼 많은 사용성 문제들은 왜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걸까? 업계 최전선에서 다양한 금융 프로젝트를 경험해 온 디지털 에이전시와 UI·UX 전문가들은 현재 금융앱의 사용성 문제를 개별 화면의 완성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우리가 금융앱 화면에서 마주하는 여러 불편의 뒤에는 오랜 기간 축적된 전산 시스템과 금융사의 조직 구조, 서비스 개발 방식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설명이다.

보안·플랫폼 구축 방식이 만든 강제 업데이트와 신규 앱 설치

먼저 전문가들은 강제 업데이트 요구 문제가 금융앱 특유의 보안과 규제 대응 필요성과 관련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사용성을 위해 업데이트를 선택 사항으로 제공하고 싶더라도 금융 거래가 이뤄지는 앱의 특성상 보안 문제로 직결된다는 설명이었다.

실제 <디지털 인사이트>의 취재에 응한 국내 UI·UX 에이전시 실장 A 씨는 “보안이나 규제 대응에 민감하다 보니 구버전의 사용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며 “특히 금융앱은 보안 취약점이 발견됐거나 인증 방식, 주요 거래 구조가 바뀐 경우가 있기에 업데이트를 선택 사항으로 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대규모 리뉴얼 땐 업데이트가 아닌 신규 앱 설치를 요구할까? 20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이왕수 전문 UX 컨설턴트는 이를 금융권의 ‘차세대 플랫폼’ 구축 방식과 연관 지어 설명한다.

특히 그는 이와 관련해 “차세대 플랫폼이라는 위상에 걸맞은 앱을 만들기 위해 핵심 시스템의 아키텍처나 설계를 새롭게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럴 경우 기존 앱과는 구조적으로 완전히 다르게 구현해야 하기에 호환성, 최적화의 이슈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기존 앱에서 일부 기능을 개선하거나 추가하는 정도라면 기존 앱을 업데이트하는 형태로 대응할 수 있지만, 대규모 리뉴얼 사업에선 핵심 시스템의 구조와 설계부터 새롭게 구성하여 기존 앱과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내부 조직 구조와 맞닿아 있는 원앱 전략이 힘든 이유

한편 업계에선 같은 금융사 그룹임에도 각각의 기능이 서로 다른 앱으로 나뉘는 배경엔 금융 그룹 특유의 조직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각 사업 조직이 서로 다른 시스템과 개발 조직을 운영해 온 탓에 서비스가 개별적으로 발전했고, 그 결과 사용자 입장에선 하나의 금융 그룹에 속한 서비스임에도 여러 앱을 오가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실제 앞서 앱 강제 업데이트에 대해 설명한 A 씨는 <디지털 인사이트>의 질문에 “과거 금융사 조직 자체가 서비스 단위로 나뉘어 있었던 영향이 크다”며 “은행, 카드, 증권 인증 같은 사업 조직이 각각 별도의 시스템과 개발 조직을 가지고 있다 보니 앱도 자연스럽게 따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결국 사용자의 눈에는 하나의 금융 그룹의 앱들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 다른 조직과 시스템을 기반으로 발전해 온 셈이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KB국민은행 앱 리스트. KB국민은행은 한 차례 앱 통합을 진행했지만 여전히 많은 기능이 별도 앱으로 남아 있다(자료=구글 플레이스토어)

아울러 전문가들은 최근 금융권이 슈퍼앱·원앱 전략으로 여러 서비스를 하나의 앱에 모으고 있음에도 내부 정보 구조와 시스템이 복잡하게 구성되는 이유 역시 이와 관련돼 있다고 말한다. 한 금융 업계 관계자는 “사실 슈퍼앱이 하나의 앱처럼 보여도 내부적으로는 여러 조직과 시스템이 복잡하게 연결돼 있는 상태”라며 화면을 하나로 합쳤다고 해서 내부 조직도와 시스템까지 모두 통합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겉으로는 하나의 앱이지만 내부의 분절된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는 만큼, 사용자 입장에서는 필요한 정보와 기능을 직관적으로 찾기 어려운 화면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가입 불가 안내와 입력 초기화, 설계로 불편 줄일 수 있어

다만 금융 앱의 모든 불편함이 보안과 내부 구조로 인해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몇몇 전문가들은 여러 단계를 거친 뒤에야 가입 불가를 안내하거나, 오류 및 입력 실수 시에 대한 안전장치가 없는 것은 서비스 설계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실제 국내 한 UI·UX 에이전시 임원 B 씨는 <디지털 인사이트>의 질문에 “대출 신청이나 계좌 개설처럼 여러 단계로 이뤄진 정보 입력 과정 중 마지막에 조건이 맞지 않는다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보안 문제보다는 서비스 정보 설계의 문제에 가깝다”며 “시스템이 처음부터 확인할 수 있는 정보라면 앞단에서 미리 안내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설명했다.

신한카드 앱 개편 안내 공지 중 일부. 지난해 7월 신한카드는 모바일 카드 신청 과정의 뒤로가기 클릭 실수에 대응하는 사용성 개선 업데이트를 진행했다(자료=신한카드)

입력 실패 이후 모든 과정을 다시 진행하게 하는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금융 서비스 특성상 일부 정보는 보안 때문에 저장하지 않을 수 있지만 “저장해도 문제가 없는 정보까지 모두 초기화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UI·UX 에이전시 이사 C씨 역시 같은 지점을 짚었다. 그는 “금융사가 이미 보유한 정보만으로 처음부터 가입 불가 여부를 알 수 있었다면, 이것은 보안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문제가 아니라 검증 시점을 뒤에 둔 프로세스의 문제에 가깝다”며 “조건 미달을 더 일찍 판단할 수 있는데 마지막에 알려주거나, 하나의 입력 오류 때문에 전체 과정을 다시 시작하게 하는 것까지 모두 보안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즉 보안상 반드시 필요한 절차와 기존 업무·개발 방식 때문에 남아 있는 불편을 구분해서 바라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신한카드의 앱 개편 구조 설명 이미지. 신한카드는 1원을 보낼 계좌를 잘못 입력해도 첫 단계가 아닌 바로 이전 단계로 돌아가 다시 본인 인증을 과정을 진행할 수 있게 서비스 구조를 개편했다(자료=신한카드)

UX에 대한 업계의 근본적 인식 개선이 앞서야

종합해 보면 오늘날 금융앱 사용자들이 호소하고 있는 여러 사용성 문제의 뒤에는 오랜 기간 금융 업계 및 서비스에 축적된 시스템과 보안, 규제라는 현실적인 제약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제약이 오랫동안 반복된 불편을 유지하는 영원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실제 업계에선 보안 및 최적화 문제를 이유로 그 부담을 사용자가 그대로 감수해야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금융앱의 서비스 정보 설계 문제를 지적한 C 씨는 “금융 서비스는 오랜 기간 금융 업계에 축적된 시스템적 복잡성과 보안·규제라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어 일정 수준의 불편은 불가피하지만, 그 복잡성이 그대로 사용자의 불편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금융사가 내부적으로 시스템을 변경하거나 새로운 앱으로 전환하더라도 사용자 입장에서는 어제 이용하던 서비스를 오늘도 이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들을 그저 덮어두지 않고,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국내 금융 앱 기획과 개발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디지털 인사이트>의 취재에 응한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것은 ‘UX(사용자 경험)’였다. UX를 이미 완성한 서비스를 보기 좋게 만드는 마지막 단계로 바라보는 인식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취재에 응했던 국내 UI·UX 에이전시 실장 A씨는 “지금도 많은 프로젝트에서 기획자가 기능과 정책을 정하고 개발이 상당 부분 진행된 마지막 단계에서나 UX나 UI를 다듬는 경우가 있다”며 “하지만 금융앱의 불편은 화면 디자인만 바꿔서는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불필요한 입력 과정, 뒤늦은 이용 불가 안내, 여러 앱을 오가야 하는 과정은 대부분 화면이 아니라 정책과 시스템 구조에서 만들어진다”며 UX 담당자가 화면 설계뿐 아니라 서비스 정책과 업무 프로세스를 정하는 단계부터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업계에선 제작 과정에서 금융 서비스의 표면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 뒤에서 작동하는 구조까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왕수 전문 UX 컨설턴트는 “앱을 평가할 때 한번 써보고 이게 편하다, 이게 불편하다 등은 UX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쉽게 평가할 수 있다”며 “진정한 전문가라면 ‘왜(why)’와 ‘어떻게(how-to)’까지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약사항이 있다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우회해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진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려면 UX와 엔지니어링을 결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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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김동욱 (jkkims@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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