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뜨는 글래스모피즘, ‘반투명한 UI’의 가능성과 한계는
국내외 UI·UX 전문가들이 말하는 글래스모피즘 장단점

여러분들은 트렌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매년 UI·UX 디자인 업계에선 수많은 트렌드가 새롭게 등장하고 사라집니다. 심미적인 감성뿐만 아니라 사용자 경험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디자인은 흔하지 않으며, 좋아 보이던 스타일이라도 막상 실무에 적용하면 예상과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수많은 트렌드가 나타나고 사라지던 와중 다시금 주목을 받는 경우도 있는데요. 바로 이번에 이야기할 글래스모피즘이 바로 그런 사례에 속합니다. 글래스모피즘은 2010년대 후반과 2020년대 초반 폭발적으로 이목을 끌었지만, 이후 접근성과 성능, 디자인 일관성 측면에서 한계가 지적되며 소규모 프로젝트나 디자이너들의 실험적인 포트폴리오에서나 한정적으로 사용되고 있었는데요.
하지만 2025년 들어 글래스모피즘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이 자사 앱 서비스에 글래스모피즘을 적용하더니, 이어서 지난 달 피그마까지 공식 글래스모피즘 디자인 구현 기능을 추가했죠. 게다가 이렇게 돌아온 단순히 과거 유행을 다시 소비하는 형태가 아닌 한층 더 진화한 형태로 돌아왔는데요.
과연 이런 글래스모피즘은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을까요? 수년이 지난 2025년 다시금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UI·UX 디자이너들은 이런 글래스모피즘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요?
글래스모피즘의 기원과 특징

먼저 글래스모피즘은 그 이름처럼 유리와 같이 투명한 질감과 흐릿하게 보이는 배경을 중심으로 한 UI 디자인 스타일입니다. 글래스모피즘은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입체감과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더하는 효과가 있는데요. 사실 2020년 UI 디자이너 미하일 말레비치(Michal Malewicz)가 명칭을 붙이면서 본격적인 별개의 트렌드로 유행하기 시작한 글래스모피즘은 2020년 이전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 16년의 디자인 경력 동안 글래스모피즘이 트렌드로 부상하는 것을 지켜본 프로덕트 디자이너 카를로 치카렐리(Carlo Ciccarelli)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글래스모피즘은 2020년이 시작된 것이 아니다. 어떤 면에선 2000년대 초반, 스큐어모피즘이 시작된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고 했는데요.

그의 말처럼 2013년에 출시된 iOS7에선 아이폰에 반투명 회색 배경 아래 아이콘이 약간 흐릿하게 표현되는 방식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글래스모피즘은 스큐어모피즘의 일부인 것일까요? 정답은 ‘그렇지 않다’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두 기법은 여러 공통점을 공유하긴 하지만 스큐어모피즘이 현실 세계 사물의 질감과 형태를 최대한 모사해 마치 디지털 환경 안에 실제 오브제가 존재하는 듯한 3D 경험을 강조하는 반면, 글래스모피즘은 유리의 투명함과 빛 반사 효과를 활용해 특유의 깊이감과 레이어 효과에 초점을 맞춘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인도의 마하라슈트라 공과대학 공식 블로그 MITSDE는 “글래스모피즘은 현실 세계의 모습과 똑같이 보이도록 만들던 과거의 스큐어모피즘 디자인 트렌드에서 벗어난 존재다. 글래스모피즘은 UI 디자인의 디지털 특성을 수용하고, 투명성과 빛을 사용해 새로운 시각 경험을 선사한다”라고 정의했습니다.

2025년 AR/VR 기기와 함께 다시금 주목 받는 글래스모피즘

이런 글래스모피즘이 2025년 들어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애플의 ‘리퀴드 글래스(Liquid Glass)’ GUI를 꼽을 수 있는데요. 애플은 리퀴드 글래스를 통해 기존 글래스모피즘의 블러 효과와 투명 효과에 역동성, 광학 효과, 물리적인 상호작용을 더해 한 단계 더 진화된 모습을 선보였습니다.
물론 애플만 글래스모피즘 디자인 트렌드를 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윈도우 10·과 윈도우 11의 플루언트 디자인 시스템에 ‘아크릴 소재(The Acrylic)’이라는 이름의 스타일을 도입해 반투명한 질감으로 시각적인 깊이감을 더하고 계층감을 표현해 인터페이스를 더욱 세련되고 현대적인 느낌을 주고 있는데요.

이런 업계 선두 주자들의 글래스모피즘 디자인 공개는 업계 전체의 관심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실제 피그마는 “디자이너가 현대적이고 자연스러운 유리 질감, 시각적 깊이, 유동성 있는 인터페이스를 더 쉽고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유리 효과를 도입했다”며 글래스모피즘 효과를 공식 출시하며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다시금 글래스모피즘 효과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음을 알렸습니다.
그렇다면 왜 2020년대 반짝하고 떠올랐던 글래스모피즘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는 걸까요? 전 세계 디자이너들이 유리 질감을 좋아하게 된 걸까요? 십수 년 넘게 이어진 플랫 디자인에 슬슬 질린 걸까요? 여러 분석과 추측이 있지만 가장 많은 힘을 얻고 있는 분석은 AR/VR 기기의 등장인데요. 차세대 AR/VR 기기들의 등장에 따라 기존 플랫 스타일과 다른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의 UI·UX의 필요성이 높아졌고, 글래스모피즘이 이런 니즈를 채워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대표적으로 국내 디지털 에이전시 이모션글로벌 역시 공식 홈페이지 매거진을 통해 “글래스모피즘은 몰입감·직관성·사용성·혁신성을 동시에 강화하는 핵심 UI·UX 역할을 수행할 것이기에, 앞으로 AR 글래스, VR 헤드셋 등 차세대 기기에서 표준적 인터페이스로 자리 잡을 것이라 전망한다”는 분석을 공유했는데요.
이런 분석이 더욱 힘을 얻고 있는 것은 실제 애플이 올해 리퀴드 글래스 GUI를 발표할 때 자사의 AR 기기인 visionOS에 깊이감과 입체감에 영감을 받았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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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의 반투명함에서 오는 사용성 문제

하지만 이렇게 다시 돌아온 글래스모피즘, 아직 우리 일상 어디에서나 찾아보긴 힘듭니다. 상술한 애플의 리퀴드 글래스조차 여러 반발에 부딪치며 베타 테스트를 반복하고 있죠. 왜 UI·UX 디자인 업계는 글래스모피즘을 쉽게 도입하지 못하는 걸까요? 바로 글래스모피즘의 핵심인 반투명에서 오는 ‘사용성 문제’에 있습니다.
특히 이번 애플의 리퀴드 글래스 발표의 경우, 일반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집중하기 힘들다” “배경에 따라 가끔씩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다”며 사용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요. 실제 글래스모피즘은 과거 2020년 트렌드로 개별 트렌드로 모습을 보였을 때부터 많은 UI·UX 업계 전문가들로부터 사용성 우려를 받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UX 디자인의 대가인 제이콥 닐슨과 도널드 노먼이 설립한 NN그룹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글래스모피즘은 디자인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거나, 과도하게 사용될 경우 접근성과 사용성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경고하고 있는데요.
국내에서도 글래스모피즘에 대한 우려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실제 국내 디자인 에이전시 더크림유니언은 디지털 인사이트의 취재에 “실무에서 활용할 때는 심미성이 아닌 사용자의 경험의 측면에서 가독성을 최우선 고려해야 한다. 특히 투명한 배경 위에 텍스트를 배치할 경우, 배경의 색상이나 패턴에 따라 가독성이 현저히 떨어질 수 있다”며 “투명도와 블러가 과도하면 시각장애인 및 고령층 사용자에게 정보 인지가 어렵거나 피로함을 줄 수 있다”고 부작용을 전했죠.
디자이너도 하드웨어 성능과 기술적 한계 고려해야

UI·UX 디자이너들의 우려는 단순히 사용성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국내외 사용성 전문가들은 글래스모피즘이 단순 사용성 이외에도 기기 성능이라는 현실적이고 물리적인 제약에 직면한다고 말하는데요. 쉽게 말해 고사양의 하드웨어 연산 능력을 전제로 한 글래스모피즘은 오래되거나 중저가 휴대용 기기에서 여러 문제를 유발하고, 이런 기술적 부담은 사용자 경험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글로벌 브랜딩 및 UX 에이전시 Clay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화려한 블러 효과는 마치 사탕 먹듯 휴대기기의 GPU 성능을 갉아먹고, 구형 기기는 부하가 급증하면서 버벅이거나 충돌한다. 화상 통화 중 태블릿이 버벅거리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글래스모피즘이 원했던 현대적인 분위기와 전혀 다를 것이다”며 글래스모피즘의 성능 문제를 지적했는데요.
국내 실무자들도 이런 문제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실제 이모션글로벌은 “실시간 블러, 반투명 효과, 환경 반응 등은 GPU 및 최적화 렌더링 파이프라인 등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다. 애플의 경우 Silicon 기반 기기의 고성능 칩셋 덕분에, 실시간 렌더링이 가능한 고급 시각 효과를 부드럽게 구현할 수 있지만, 타 하드웨어에선 한계가 존재한다”며 우려를 내보였는데요.
때문에 일각에선 사용자 경험을 위해 개발자가 아닌 UX 디자이너도 하드웨어 성능을 고려한 디자인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더크림유니언은 “강한 블러나 투명 효과는 저사양 기기에서 렌더링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적용하기에 앞서 디자인 단에서의 하드웨어 성능과 최적화에 대한 고려가 중요하고, 실질적 사용성, 접근성, 기술적 한계를 반드시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관건은 균형점을 찾는 것
그렇다면 글래스모피즘은 포기해야 하는 걸까요? 하지만 앞선 어려움에도 글래스모피즘은 플랫 디자인이 장기화되며 생긴 지루함을 해소하고, 사용자에게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는 효과적인 방법인 만큼 쉽게 포기하기엔 아쉬운데요. 이에 전문가들은 글래스모피즘을 사용하되, 명확한 콘셉트와 목적 하에 신중한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도입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글래스모피즘의 사용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는 닐슨 노먼 그룹 역시 “글래스모피즘은 신중하게 활용하면 디자이너들이 시각적 위계와 깊이감을 효과적으로 구축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며 텍스트와 그래픽 요소의 대비 및 가독성을 미리 확인하거나, 사용자가 스스로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하는데요.
더크림유니언 역시 “글래스모피즘이 트렌디하다고 무분별하게 적용하지 말고, 브랜드와 서비스의 목적, 맥락에 맞춘 조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핵심 정보를 덮거나 중요성을 희석시키지 않도록 UI 구성을 신중하게 고려하고 사용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심미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균형점이 중요하다. 항상 명료한 대비, 텍스트 가독성을 수시로 체크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결국 글래스모피즘을 그 자체로 문제라기보단, 얼마나 균형 있게 적용하느냐에 달려 있으며, 핵심은 단순 트렌드의 모방이 아니라, 각 서비스의 맥락에 맞는 디자이너의 전략적 선택과 섬세한 조율실력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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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김동욱 (jkkims@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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