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집 상복 벗어 던지나… 다음이 4색 로고 디자인을 롤백한 이유는?
브랜드 정체성을 희석하고, 사용자의 인지 프레임을 뒤흔든 결과

“어디 초상이라도 난 것 같다”
약 1년 전, 다음(Daum)이 대대적인 개편과 함께 야심차게 도입했던 ‘딥 블루’ 로고에 쏟아진 사용자들의 반발 중 대표적인 반응이다. 그리고 3월 거센 논란을 불렀던 이 단색 로고가 결국 자취를 감추게 됐다.
다음의 갑작스러운 로고 변경 소식이 전해졌을 때 사용자와 언론, 그리고 디자인 전문가들은 일제히 아쉬움과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16년 가까이 유지되던 다채로운 4색을 버리고 검은색에 가까운 단색으로 통일한 결정은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 차이를 넘어, 다음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브랜드 헤리티지를 버리는 것은 물론, 사용자 중심 디자인의 접근법 또한 심각하게 결여된 결과물이라는 지적이었다.
“어디 초상이라도 났나” 왜 사용자들은 새로운 다음 로고에 반발할까?
디자인부터 적용까지 사용자 경험 고려가 부족했다
그리고 약 1년이 지난 현재, 다음은 결국 백기 선언과 함께 4색 디자인을 되돌렸다. 지난 3일 다음 운영사 에이엑스지(AXZ)는 “다음은 변화를 이어가면서도, 더 단단해지기 위한 선택을 하고 있다. 사용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다음 다운’ 기준을 다시 세우며 한 걸음씩 나아가려 한다”라고 말하면서 다음에 적용되는 새로운 변화 중 가장 먼저 로고 디자인 변경을 언급했다.
그렇다면 다음 로고 디자인 개편이 남긴 수많은 반발과 비판, 그리고 이번 디자인 롤백(Roll-back) 결정은 디자인 업계에 어떤 시사점을 던지고 있을까?
1년 만에 사라지는 다음의 딥 블루 로고

작년 1월, 다음은 “깔끔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이용자에게 새롭게 다가가겠다”며 “기존 로고는 네 가지 색상이 섞여 있고, 높낮이가 다른 형태다 보니 복잡하고 오래된 느낌을 주곤 했다”고 딥 블루 색상의 새로운 로고를 소개했다.
하지만 메인 페이지와 파비콘, 앱 아이콘 등에 자리 잡은 다음의 딥 블루 로고에 대한 사용자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혹평일색’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시각적 우울함과 기업 로고가 당연히 갖춰야 할 정체성 상실이었다.
당시 다음은 “차분하면서도 신비로운 매력을 지닌 색상”이라며 딥 블루를 소개했지만, 정작 사용자들은 칙칙한 단색 로고를 보며 ‘초상난 집 영정 사진 같다’ ‘서비스 종료 위기를 대표하는 추모 분위기’ 등 강한 불호를 표출한 것은 물론, ‘다음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문가와 업계인 사이에선 색채에 대한 지적은 물론, “오랜 시간 사용자들이 학습하며 브랜드 색상에 쌓아온 무형의 가치를 놓치는 행위”라며 “가독성과 명확성, 그리고 타 웹사이트와의 시각적 구분 등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다시 돌아온 4색 로고의 모습은

AXZ가 최근 공지를 통해 “단색 UI로 변경한 이후 ‘다음 다운 느낌이 줄어든 것 같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새롭게 돌아온 다음 로고의 모습은 전반적으로 과거 다음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형태를 띠고 있다. 전체 워드마크 로고의 경우, 지난 1년간 유지하던 딥 블루 색상을 벗어던지고, 파랑, 초록, 노랑, 빨강 4색으로 구성된 로고를 다시 꺼내들었다.
흥미로운 점은 2025년 딥 블루 변경 사태 이전 오리지널 로고와 비교해 보면 이번 변경이 단순 이전 버전으로의 회귀가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 다음의 오리지널 4색 워드마크 로고가 알파벳들이 서로 겹쳐 있는 입체적인 형태였다면, 새로운 로고는 작년에 도입한 일렬로 정렬된 모던 폰트의 뼈대를 유지했다.
색상 역시 모바일 화면과 현대적 UI 트렌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채도와 명도를 세밀하게 조율해 짙은 파스텔톤에 가까운 4색으로 새 단장한 점이 눈에 띈다.

함께 공개된 심볼형 로고 역시 오리지널 다음 로고의 형태를 계승했다. 단일 딥 블루 색상 탓에 다른 웹브라우저 및 모바일 환경에서 타 앱 서비스와 구별하기 힘들다는 비판을 받았던 심볼형 D 로고는 이번 개편을 통해 4가지 색상을 주축으로 매끄럽게 이어지고 조화를 이루는 그라데이션 기법을 적용했다.
이런 로고 디자인 변경은 과거 다음 느낌을 찾아가는 것은 물론,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부여한다. 대표적으로 심볼형 D 로고의 경우, 웹사이트 탭의 파비콘이나 앱 아이콘에 적용돼 수많은 사용자가 텍스트를 쉽게 인지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시선을 유도하고 쉽게 구분할 수 있는 시각적 변별력을 갖췄다.

색채 심리학 측면에서도 새로운 로고는 심리적으로 우울하고 무겁게 다가왔던 딥 블루 색상을 제거하고 4개의 원색을 도입해 활기찬 분위기, 다양한 정보와 목소리가 모이는 포털 본연의 역동적인 이미지 등의 긍정적인 브랜드 경험을 사용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AXZ는 “다음은 이름 그대로 다양한 소리가 모이는 공간이다. 그 다채로움을 더 잘 담기 위해, 다음의 4색을 다시 불러왔다”며 “과거를 그대로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는 살리고 표현은 지금에 맞게 다듬었다. 익숙함은 지키되 더 또렷하고 단정하게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다음?

그렇다면 다음은 초기 수많은 반발에도 “다른 색이나 화면 구성 요소들과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다양성을 하나로 아우르며 이용자에게 더욱 신뢰감 있는 이미지로 다가가기 위한 선택이다”며 고집을 꺾지 않았던 딥 블루 색상을 왜 포기하게 된 것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브랜드 정체성’ 회복을 꼽는다.
쉽게 말해 과거 전성기 이후 국민 포털 강자라는 타이틀은 물론, 네이버와 구글 등 국내외 포털 경쟁 업체들과의 점유율 격차마저 크게 벌어진 상황 속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는 장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하고, 잃어버린 ‘다음 다움’을 되찾아 이탈한 사용자들의 발길을 다시 돌리려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이미지가 필요했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이 이런 분석을 내놓는 이유는 다음을 운영 중인 AXZ의 행보와도 맞닿아 있다. AXZ 측이 발표한 공지에선 4색 로고 디자인 복귀뿐만 아니라, 기존의 ‘AI 이슈 브리핑’과 ‘투데이 버블’을 결합해 실시간 검색어 시스템의 복귀인 ‘실시간 트렌드’의 등장과 홈 탭 신규 위젯 추가를 포함한 UI·UX 개편 등을 찾아볼 수 있다.
다음이 6년 만에 다시 들고 온 실시간 트렌드 기능은 과거 여론 조작 논란 등으로 폐지됐던 ‘실시간 검색어’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포털의 실시간 정보 전달 순기능을 살리기 위해 고안된 기능이다. 단순히 검색어 입력 횟수를 기계적으로 집계하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AI 기능을 활용해 대중의 실시간 관심사를 보여주는 ‘검색 로그’와 여러 언론사가 동시에 보도하는 ‘뉴스 문서’ 데이터를 결합해 신뢰도를 높인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지금 사회적으로 떠오르는 관심사를 한눈에 쉽고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AXZ는 공식 채널을 통해 “무엇보다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시대엔 상황에 따라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지금 필요한 정보를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지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창이 되되, 과거의 논란을 반복하지 않는 방식으로 다시 열겠다”고 설명했다.

전문가와 업계의 반응은 다음이 4색 로고를 필두로 과거 다음의 특징을 되찾고, 포털로서의 영향력을 복구하려는 상징적인 움직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디지털 마케팅 버티컬 플랫폼 아이보스는 4색 로고와 함께 이뤄진 실시간 트렌드 기능을 두고 “과거 실시간 검색어와 달리 반복 검색 필터링과 채널 다양성 보정 등을 적용했지만, 이슈를 순위 형태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실검이 사실상 부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고 분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시절엔 다음의 색을 빼버렸는데, 분사 이후 채도 높은 색을 추가하는 등 다음이 다시 돌아왔다는 상징적 복귀로 읽힌다”며 “다음이 기존 기능과 브랜드 요소를 가져오는 모양새이며, 로고의 4색부터 실시간 검색어 부활까지 이번 개편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흔적이 역력하다”고 이야기했다.
오랜 교훈을 외면한 대가와 남겨진 과제

결국 약 1년 동안 이어진 다음 로고 리뉴얼 사태는 오랫동안 사용한 색상은 그 자체로도 브랜드의 정체성이 된다는 오랜 교훈의 또 다른 증명 사례이자, 브랜딩 디자인이란 단순히 이미지와 형태만 바꾸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간단한 작업이 아니라는 인사이트를 남긴 사례라 할 수 있다.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및 디자인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사용한 색상이 기업의 중요한 무형 자산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데이터 기업의 브랜딩을 돕는 에이전시 데이터 케이티드의 창립자이자, <컬러와이즈(ColorWise)>의 저자인 케이트 스트라치니는 “우리는 콜라가 어디 있는지 찾기 위해 상표를 일일이 들여다보지 않는다. 그저 새빨간 바탕에 흰색 필기체가 쓰인 캔을 찾기만 하면 된다”며 “이것이 바로 색채 이론의 힘이고, 브랜딩에서 색채가 중요한 이유다”며 브랜드의 시각적 정체성 확립 중 색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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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어도비는 과거 이베이가 핵심 색상이었던 밝은 노란색을 변경한 이후 쏟아진 고객들의 항의에 디자인을 롤백 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많은 사용자는 사용 중인 서비스나 제품에 대대적인 변화가 있을 경우, 변화가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 하더라도 달가워하지 않는다”며 “이미 완성된 디자인을 바꿔야 할 경우 조금씩 서서히 변경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을 오랫동안 이어오고 있다.
국내 역시 같은 목소리가 많다. 신승호 성균관대 컬처앤테크놀로지 융합전공 겸임교수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디자인이 플랫폼을 무시하면 실패한다. 브랜딩은 단지 색과 형태를 바꾸는 문제가 아니다. 시스템 환경과 사용자 기억, 정보 소비 맥락 세 요소를 모두 고려해야 하는 복합 설계다”라며 “다음 로고의 변화는 정체성을 희석했고, 플랫폼의 시각 처리 변화와 맞지 않았으며, 사용자 인지 프레임을 뒤흔들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변화에 사용자와 전문가의 의견은 엇갈린다. 최근 사용자 수와 점유율이 감소한 다음 입장에선 4색 로고를 통해 근본을 찾고, 실시간 트렌드 기능으로 정보 파악의 편의성과 실시간성 등을 회복해 사용자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과 포털 시대가 저물고 AI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어울리지 않는 구시대적 시도라는 분석이다.
실제 원용진 서강대 교수는 브릿지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다음의 이번 행보는 시대 흐름과 맞지 않는다. 포털 시대가 저물고 AI 검색으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하나의 서비스가 일몰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하면서 “이젠 특정 기업이나 서비스가 포털에 노출되느냐보다 AI 검색에 어떻게 포착되느냐가 더 중요해진 시대다. 다음이 고민해야 할 것은 실시간 검색어가 아니라 바로 그 질문”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번 개선을 두고 “또 하나의 수정이 아닌, 다음의 기준을 다시 다지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돌아온 4색 로고가 제자리걸음이나 퇴보로 기억될지, 아니면 잃어버린 ‘다음 다움’을 되찾는 진짜 출발점이 될지 앞으로의 행보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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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김동욱 (jkkims@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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