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 10년, ‘쉬운 금융’ UI·UX가 만든 혁신과 그늘
업계 표준된 ‘토스 UI·UX’… 지나친 ‘단순화’ 비판도

송금부터 주식, 쇼핑, 앱인토스까지 토스의 지난 10여 년 여정이 한 화면에 담겼다. 토스가 최근 전면 개편한 공식 홈페이지의 모습이다. 70여 개의 기존 페이지를 재구성했으며, 메인 화면 스크롤을 시간의 흐름으로 구현해 그간 선보인 주요 서비스들이 순차적으로 노출되도록 구현했다.
이번 개편의 주된 목적은 방문자가 앱을 써보지 않아도 토스의 서비스 경험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토스 측은 “기능을 글로 나열하기보다 화면의 흐름만으로 각 서비스가 무엇을 하는지 드러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단순함과 직관성, 쉬움으로 대표되는 토스의 UI·UX 철학이 웹 홈페이지에서도 드러난 셈이다.
이른바 ‘쉬운 금융’ 시대를 연 토스. 하지만 그 단순함의 미학이 불러온 부작용도 적지 않다. 토스 UI·UX의 혁신과 그늘을 살펴봤다.
토스, 홈페이지 전면 개편 발표… 10년 비즈니스 확장 과정 담았다
토스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페이지 탐색으로 구현
업계 표준이 된 토스형 UI·UX

2015년 간편 송금으로 출발한 토스는 이제 금융 서비스의 사용자 경험 개선은 물론, 국내 디지털 프로덕트 업계의 UI·UX 표준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비결은 토스 특유의 ‘라이팅’과 ‘디자인’으로 대표된다. “공 던지듯 쉽고 간편한 금융”을 내건 토스 UI·UX의 특징을 가장 확실하게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토스 UX 라이팅의 핵심은 ‘간결함’이다. 토스 내부에는 의사 전달에 영향이 없는 단어나 문장을 걷어내는 ‘잡초 뽑기(weed cutting)’ 원칙이 존재한다. 예컨대 ‘앞으로 받을 배당금’에서 의미 전달에 상관없는 ‘앞으로’를 지우고 ‘받을 배당금’으로 수정하는 방식이다. 또 사용자의 정보 처리 과정을 단축하기 위해, 전문 용어를 줄이고 ‘해요체’와 같은 구어체를 채택했다. 사용자가 별도의 학습 없이도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화면 구조 역시 철저히 단순화했다. 한 화면에서 사용자가 내릴 수 있는 판단을 하나로 제한하는 ‘One Thing per Screen’ 원칙을 고수한다. 계좌번호, 인증서, 비밀번호 등 각종 정보를 한 화면에 모아두던 기존 금융 앱의 방식을 깨고, 스크린 단위로 잘게 쪼개 사용자가 느끼는 인지적 과부하를 줄였다. 또 정보와 텍스트로 포화 상태였던 과거 웹·앱 UI와 달리 여백을 크게 배치해 사용자의 피로도를 낮춘 점도 특징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금융 서비스의 사용자 경험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은행 업무를 볼 때도 토스를 먼저 찾는다는 한 사용자는 “토스의 성공 비결은 단순히 송금이 편해서가 아니다”라며 “사용자가 무엇을 불편해 하는지 끊임없이 묻고, 그 불편함을 줄이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발전시켜 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토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금융 서비스는 복잡하다는 인식이 강했다”며 “토스는 그 과정을 과감하게 줄였고, 사람들이 금융을 이용하는 태도 자체를 바꿨다”고 강조했다.

이는 객관적 지표로도 증명됐다. 토스뱅크는 포브스 선정 ‘세계 최고 은행(The World’s Best Banks)’ 평가에서 사용자 편의성, 서비스 만족도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며 4년 연속 국내 1위 은행으로 선정됐다. 금융인사이트리포트가 발표한 ‘2025년 금융 앱 고객경험 평가’에서는 40개 금융 앱 가운데 1위를 차지하며 2년 연속 선두 자리를 지켰다. 과거에는 금리와 점포망이 은행 선택의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사용자 경험’이 고객을 움직이는 금융산업의 신 경쟁 구도를 만든 셈이다.
토스가 쏘아올린 ‘쉬운 금융’은 국내 금융산업의 UI·UX 혁신 바람을 촉발했다. 2020년대 국내 주요 시중 은행들이 자체 UX 라이팅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흐름으로 이어졌으며, “누구에게 보낼까요?” “돈 보냈어요”와 같은 친근하고 가벼운 어투는 금융앱 기본 문법으로 자리잡았다. 금융의 무게감을 덜고자 토스가 도입했던 모션 그래픽, 마이크로 인터랙션 등의 디자인 요소도 다른 금융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이제 디지털 프로덕트 업계에서 “토스처럼”은 관용어처럼 쓰이고 있다. 디자이너 커뮤니티에선 “피피티는 애플 말투로, 서비스는 토스 말투로”라는 농담이 심심찮게 나올 정도다. 심지어 금융과 무관한 산업에서도 토스형 UI·UX를 구현해달라는 요청이 빗발쳐 난처한 상황을 겪는다는 실무자의 목소리도 들린다.
한 디지털 에이전시 관계자는 “건설 기업에서 토스처럼 사이트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며 “금융과 실무 영역이 본질적으로 달라 토스에 적용된 시스템과 똑같이 구현하는 건 쉽지 않다”고 전했다. 특히 각종 기업 오너들이 자사 사이트를 토스 식으로 만들고 싶어한다는 후문까지 흘러나온다.
‘쉬운 금융’이 낳은 부작용

이처럼 토스는 국내 UI·UX의 기준이 됐다는 평가를 받지만, 그 이면에서 발생하는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쉬운 금융’ UX를 표방하는 과정에서 고위험 상품에 대한 정보가 누락되거나, 위험성을 지나치게 ‘단순화’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2024년 발생한 ‘미수거래’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토스증권은 국내 및 해외 주식 미수거래 서비스를 개시하며 ‘미수거래’를 ‘외상구매’라는 용어로 치환했다. 미수거래는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고 난 뒤 3일 안에 대금을 변제하지 못하면 주식이 반대매매되는 고위험 거래 방식이다. 초단기 ‘빚투’라고도 불리며, 전문 투자의 영역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를 ‘외상’이라는 다소 친근한 용어로 바꾸면서, 위험을 단순화하고 일반 투자자의 미수거래를 유도했다는 화살이 쏟아졌다. 결국 금융감독원의 시정 명령으로 인해 토스증권은 이듬해 1월 해당 용어를 ‘미수거래’로 수정했다.
“미수거래는 외상, 옵션투자는 홀짝 게임?” 토스의 쉬운 금융 UX 속 함정
무조건 쉽고 빠른 경험이 소비자를 위한 UI·UX일까?
‘쉬운 금융’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지난해 말에는 해외주식 옵션 서비스 출시 전 사전 체험 과정에서 뭇매를 맞았다. 고위험 파생상품인 해외주식 옵션을 ‘홀짝 맞추기 게임’처럼 안내했기 때문이다.
해외주식 옵션은 주식 등 특정 자산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 혹은 팔 수 있는 권리를 거래하는 파생상품이다. 레버리지 효과가 크고 만기, 변동성 등 변수가 많아 파생상품 중에서도 고위험군에 속한다. 하지만 토스증권이 해외주식 옵션을 단순하게 설명하고 게임처럼 구성해,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투자를 권유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실제 당시 공개된 토스증권 모바일 앱의 옵션 소개 페이지에선 “다음주 ㅇ요일에 ㅇㅇㅇ의 가격이 현재보다 오를까요? 내릴까요?”라며 클릭을 요구하고, “ㅇㅇㅇ이 몇 퍼센트 오를 경우 옵션 가격은 ㅇㅇㅇ% 오를 거예요”라는 멘트가 표시됐다. 화면 하단의 ‘이해했어요’ 버튼을 누르면 “짝짝짝 ㅇㅇㅇ님도 옵션 박사”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고위험 상품을 마치 간단한 게임 난이도 수준으로 포장해 권유하는 듯한 모양새다. 문제가 반복되자 금감원은 최근 이례적으로 토스증권 본사를 직접 방문해 경고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쉬운 UI라는 광기”라며 “토스증권이 선을 넘었다. ‘이해했어요’라는 의미를 진짜로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고 질타했다. 다른 UI·UX 디자이너 및 기획자는 당시 사건에 대해 “금융을 쉽게 만드는 것은 훌륭한 일이지만, 그 쉬움 때문에 사람들이 이해 없이 참여하게 만든다면 그것은 UX가 아니라 위험을 포장한 마케팅”이라며 “토스증권의 옵션 UI는 접근성 향상이라는 명분으로 사용자에게 주어져야 할 경계심을 제거했다”고 짚었다.
단순함이 배려가 되려면
토스는 특유의 UI·UX로 난해했던 금융 문턱을 낮추고, 사용자 친화적인 ‘쉬운 금융’ 시대를 연 모범 사례로 평가 받는다. 접근성을 끌어올리고 피로도를 낮춘 ‘토스식 UI·UX’는 금융권을 넘어 산업 전반의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정보를 단순화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정보나 위험성까지 지나치게 희석되지 않도록 경계하는 것은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금융부터 일상까지, 영역 확장에 열을 올리는 토스. 다음 10년은 ‘얼마나 더 쉬워질 것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신뢰 확보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토스의 지난 여정은 디지털 프로덕트 실무자에게도 분명한 화두를 던진다. 소비자는 편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찾는다. ‘단순함’의 목적은 사용자에 대한 배려이며, 신뢰가 무너진 단순함은 배려가 아닌 은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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