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 시대, 후발 플랫폼에 기회 열린다” 김기훈 고려대 교수
AI가 바꾸는 플랫폼 비즈니스 경쟁 구도

AI는 플랫폼의 경쟁 구도를 바꿀 겁니다.
20년간 플랫폼 비즈니스를 연구해온 김기훈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AI 에이전트의 등장을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닌 ‘플랫폼 생태계의 구조 재편’으로 진단한다. 기존 플랫폼의 핵심 경쟁력인 ‘네트워크 효과’와 ‘사용자 접점’이 AI 에이전트로 인해 약화할 수 있어서다.
김 교수는 “AI 에이전트가 상용화되면 여행 플랫폼에 접속해 숙소를 비교하는 대신 AI 서비스에 ‘좋은 숙소 추천해줘’라고 묻는 사용자가 늘어날 것”이라며 “플랫폼과 소비자 사이의 직접적인 접점이 사라지면 승자독식 구조가 흔들리고, 후발주자에는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달 열린 국내 최대 비즈니스 포럼 DMBF 2025에 연사로 참가한 김기훈 교수를 만나 AI가 바꿀 플랫폼 비즈니스와 기업의 생존전략을 물었다.
AI로 인한 플랫폼–사용자 접점 변화
플랫폼을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플랫폼은 ‘네트워크 효과를 발휘하는 중개 서비스’입니다. 네트워크 효과란 공급자와 수요자가 서로의 규모를 증가시키는 구조를 의미합니다. 음식점이 많은 배달 플랫폼에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사용자가 몰리는 것처럼요. 이런 네트워크 효과 덕분에 일반적으로 시장에 먼저 뛰어든 선발 플랫폼이 시장을 독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AI 에이전트가 플랫폼 비즈니스 구조에 충격을 가할 것으로 전망하셨는데요.
AI 에이전트의 등장은 플랫폼과 사용자의 접점 감소로 이어집니다. “추천해줘” 한 마디에 AI가 여행 일정부터 숙소, 교통편 예약까지 맞춤형으로 진행해준다면 사용자는 더 이상 여행 플랫폼에 접속할 필요가 없습니다. AI 에이전트가 플랫폼 업계의 새로운 문지기가 되는 셈이죠.

그럼 앞으로 무엇이 경쟁력이 될까요?
서비스의 질이 비슷하다고 가정했을 때, 앞으로 플랫폼에 중요한 것은 ‘AI 에이전트에 얼마나 잘 노출되느냐’일 겁니다. 지금까지 대형 플랫폼은 방대한 네트워크 효과를 기반으로 후발 주자에 우위를 점했는데요. AI 에이전트가 이 우위를 제거한다면 선발 플랫폼이 승자독식을 누리기 어려워질 것이고, 후발 플랫폼 입장에선 ‘질서 초기화’의 기회로 작용할 겁니다.
AI 시대에 후발 플랫폼이 역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는 건가요?
네, AI가 후발 플랫폼의 생존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AI 에이전트는 단순히 브랜드 네임을 보고 정보를 수집하지 않습니다. 콘텐츠의 질과 정보 구조 설계, 데이터 최적화 정도 등을 보고 판단하는데요. 스타트업은 이러한 새로운 요구에 더 빠르게 적응할 수 있습니다.
멀티호밍(Multi-homing)의 문턱이 낮아진다는 것도 한 가지 이유입니다. 멀티호밍이란 한 사용자가 2개 이상의 동종 플랫폼을 이용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카드나 콘솔 게임기 시장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후발 플랫폼은 AI를 활용해 좋은 서비스를 개발, 멀티호밍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 앱을 예로 들면, 부동산 가격을 예측하거나 매물을 쉽게 찾아주는 AI 서비스를 개발해 ‘내 플랫폼도 함께 이용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이죠.

AI 시대 플랫폼 생존 전략
AI 시대에 살아남는 플랫폼의 조건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두 가지 핵심 요소를 꼽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독점 콘텐츠입니다. 콘솔 게임기 시장에서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가 각각 충성 고객을 확보한 것은 독점 타이틀 덕분입니다. AI가 아무리 정보 통합에 능해도, 어떤 콘텐츠는 특정 플랫폼에 존재했을 때만 가치가 생깁니다.

또 하나는 AI를 활용한 개인화 서비스입니다. 교육과 금융처럼 공급자 중심이던 산업도 AI를 통해 수요자 맞춤형 플랫폼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미국의 학습 앱 칸아카데미는 AI 튜터 ‘칸미고(Khanmigo)’를 출시했습니다. 학습자의 수준에 맞춰 콘텐츠를 제안하고, 추천 알고리즘을 고도화하는 서비스로, 사용자 체류와 전환을 성공적으로 유도한 사례입니다.
20년간 플랫폼을 연구해오셨습니다. 플랫폼 비즈니스를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업이나 준비 중인 창업가에게 조언을 하신다면?
평소 네 가지 전략을 강조합니다.
첫째, 긴 호흡으로 준비하세요. 플랫폼 비즈니스는 단기간에 수익이 나지 않습니다. 초기에는 사용자 유입과 매칭 구조 안정화에 집중해야 하며, 거래가 일어나는 구조가 완성되기까지 인내심 있는 투자가 필요합니다.
둘째, 성과 측정 지표를 제대로 세우세요. 다른 사업을 하다 플랫폼으로 넘어온 분들이 많이 착각하시는데, 플랫폼에서는 단순한 가입자 수보다 얼마나 유의미한 매칭이 이뤄졌는지, 얼마나 자주 재방문·재거래가 이뤄지는지를 측정해야 합니다.
셋째, 양면 수익 구조를 잘 설계하세요. 플랫폼에 참여하는 두 그룹 중 어느 쪽으로부터 수익을 얻어야 하는지 잘 따져야 합니다. 에어비앤비는 집주인이 아닌 여행객에게 더 높은 수수료를 부과합니다. 집주인이 없다면 이 비즈니스가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죠. 이처럼 수익과 혜택을 분리한 전략적 가격 설정이 중요합니다.
넷째, 경쟁 구도를 재정의해보세요.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경쟁은 같은 산업 안에서만 일어나지 않습니다. 예컨대 광고 시장에서는 서로 다른 서비스를 운영하는 메타·구글·아마존이 공통된 광고주를 두고 경쟁합니다. 같은 사용자 집단을 공유하는 모든 플랫폼이 경쟁자일 수 있다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AI 시대에 대형 플랫폼과 후발 플랫폼의 전략은 어떻게 다를까요?
후발 플랫폼에는 AI 에이전트 친화 전략이 유리합니다. AI 생태계에 최적화된 구조를 만들어 ‘AI에 잘 노출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다면 대형 플랫폼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반면 트래픽 손실이 우려되는 대형 플랫폼은 단기적으로는 AI에 검색되지 않는 전략을 채택해 사용자가 자사 플랫폼에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언젠가는 AI 에이전트에 우호적인 생태계를 구축해야겠지만요.
마지막으로 플랫폼 비즈니스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그간 플랫폼은 점진적으로 발전해왔습니다. 그런데 AI가 이 흐름을 바꾸고 있습니다. AI를 탑재한 플랫폼은 급격히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플랫폼 운영자라면 기존보다 발 빠르게 행동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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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장준영 (zzangit@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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