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에이전시도 ‘성공 스토리’ 나올 때… 협회가 버팀목 될 것”
박수인 제13대 한국디지털기업협회 협회장 인터뷰

“창업도, 성장도 수월했던 시절은 지났습니다.”
최근 한국디지털기업협회(이하 협회)의 제13대 협회장으로 취임한 박수인 협회장(현 와일리 대표)은 국내 디지털 산업의 현주소를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산업이 성숙기에 도달한 만큼 ‘정말 잘하는 기업’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AI 이슈라던가 코로나 같은 외부 요인이 디지털 산업 침체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저는 보지 않아요. 기존에 없던 산업이 생겨나 20, 30년이 지났을 때 맞이하는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고객의 니즈와 시장의 변화를 정확히 읽어내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겁니다.”
그간 협회의 방향성은 성장과 확장이었다. 회원사를 늘리고, 대외 활동을 강화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위기에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건 ‘내실 강화’라고 박 협회장은 판단했다. 이에 취임 직후 외부 자문사를 늘리고 조직 체계를 손보는 등 실질적인 혜택을 얻어 갈 수 있도록 개편 중이다.
광고창작을 전공한 박 협회장은 카피라이터로 시작해 경영인에 이르기까지 20년 이상 디지털 산업의 변천사를 몸소 겪은 베테랑이다. 대통령 및 국무총리 표창 등을 수상하는 등 업계 발전에 기여해 왔으며, 모교인 서울예대에서 겸임교수로 활동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디지털 에이전시 산업에서도 여느 IT 플랫폼 기업 못지 않은 ‘성공 스토리’가 나와야 한다며 “우리 협회에는 그런 가능성을 가진 회사들이 많이 있다. 협회가 든든한 경영 버팀목이 될 것”이라는 박 협회장을 만나 제13대 협회의 새로운 모습을 미리 살펴봤다.

“협회가 도움 됐다”는 소리 나와야

박 협회장이 가장 먼저 주목한 문제는 회원사가 겪는 경영상의 어려움이다. 디지털 에이전시는 클라이언트의 일을 대행한다는 역할의 특성뿐 아니라, 전문 경영인이 아닌 디자이너나 개발자 출신 대표가 많기 때문에 세무, 회계, 법무, 노무적인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한 게 외부 자문사 확대다. 기존의 세무, 노무 자문에 더해 회계 자문을 추가했다. 규모가 커져 외부 감사를 준비 중인 회원사를 위한 조치다. 법무법인도 기존 한 곳에서 두 곳으로 확대했다. 회원사가 저작권 분쟁이나 계약 갈등, 프리랜서 노무 문제 등 다양한 법률 이슈에 휘말리기 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금융 지원도 본격화한다. 카드사, 은행, 신용평가기관과 협약을 통해 회원사만을 위한 대출 우대와 임직원 복리후생, 금융 지원 제도를 추진 중이다. 박 협회장은 “우리 같은 사람들이 가장 막막해 하는 게 경영”이라며 “그 부분에서 협회가 실질적인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총회도 개편했다. 친한 대표끼리 모여 친목을 다지는 데 그쳤던 총회를 정보와 인사이트가 가득한 자리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에 올해부터 연 4회 열리던 총회를 6회로 늘렸고, 점심·저녁 모임을 아침으로 변경했다. 자연스레 참석률을 높이려는 목적이다.
“점심이나 저녁 총회에 참석하려면 이동 시간까지 합쳐 대표님들이 반나절을 비워야 했습니다. 반면 조찬 모임은 7시 반부터 10시까지, 하루 업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이른 아침을 쓰는 만큼 참석 부담이 줄었죠.”
동시에 다양한 산업의 전문가를 연사로 초빙해 강연을 진행했으며, 협회사간 소통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박 협회장은 “대표님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건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며 “격월로 열리는 총회가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파악하고, 실질적인 비즈니스 기회를 발견하는 자리로 거듭나길 되길 바란다”고 했다.
“뉴 디지털의 서막” 제19회 2025 앤어워드 성료
인재상 및 학생상 신설 등 예년보다 풍성해져
섬세한 리더십 내세워 고충 해결

새 협회의 활동은 기존 정책을 개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박 협회장은 10년 전 협회에 처음 가입했을 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당시 여성 대표는 두 세 명밖에 없었어요. 게다가 여느 조직이 그렇듯 신규 회원사는 마치 전학생 같아서 다른 대표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죠. 저도 어색할 때가 있었지만 꿋꿋하게 활동했는데요. 이런 문제를 시스템으로 해결하고 싶습니다.”
이에 ‘멘토링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전임 회장단 및 새로 구성된 임원사와 신규 회원사가 일대일로 매칭, 직접 회사를 방문하고 함께 식사도 나누는 활동이다. 신규 회원사 입장에선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규모 있는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설명이다.
여성 기업인을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박 협회장이 2년 전 수석부회장 시절 여성기업인위원회를 창립한 이후 현재 협회에 소속된 여성 대표는 10명이 넘는다. 분위기가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참여가 늘어난 결과다.
“여성 대표만이 느끼는 고충이 분명히 있어요.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문제, 업계 내 네트워크에서 느끼는 소외감 같은 것들이요. 첫 여성 협회장으로서 그 부분을 더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디지털 에이전시 산업에서 ‘성공 스토리’ 나오길
박 협회장은 디지털 산업이 침체기를 극복하려면 체질 개선에 성공한 기업이 나와야 한다고 믿는다. 갑을 관계에서 벗어나 진정한 비즈니스 파트너로 인정받는 기업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협회가 더 다양한 회원사를 받아들일 수 있는 구조로 전환돼야 한다.
이를 위해 협회 조직 체계부터 바꿨다. UI·UX, 개발·솔루션, 마케팅 등으로 나뉘어 있던 분과를 전면 폐지했다. 대신 역할 중심으로 임원 구조를 재편했다. 대외협력, 홍보, 마케팅, 정책, 미디어 등 5개 부문을 신설하고 각 부문에 부회장사를 배치했다.
업무 유형별로 구성된 분과를 폐지한 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서다. 박 협회장은 “예전과 달리 지금은 개발이나 UI·UX, 마케팅을 다 하는 기업이 늘었기 때문에 기존의 분과가 무의미해졌다”며 “신규 회원사의 소속이 애매했던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더 세밀한 제도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새로운 체계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배달의민족이나 에이블리 같은 거대 플랫폼 회사들은 불과 10년도 안되는 시간에 산업을 바꾸고 기업 가치를 키웠다”며 “우리 협회사들이 그것보다 덜 열심히 한 것도 아니고, 맨파워가 약한 것도 아니다. 회원사 안에서 성공 스토리를 가진 회사가 나올 수 있도록 전면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박 협회장이 현재 대표로 몸담고 있는 와일리는 스스로를 ‘고객의 비즈니스 성장을 함께 설계하는 파트너’로 정의한다. 박 협회장에 따르면 좋은 파트너란 “고객의 목표와 자신의 목표를 일치시키는 것”이다. 만약 어떤 이커머스 기업의 앱 구축 프로젝트를 수주했다면, 그냥 멋지게 만들고 오픈한 뒤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웹사이트에서 매출이 잘 나오도록 성장시키는 것까지가 와일리의 목표가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단순 대행사를 벗어나 영향력있는 기업으로 인정받기 위한 비즈니스 시도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멤버십·오더 앱 솔루션 ‘우리가잇다’는 현재 8개 브랜드에 런칭됐다. AI 기반 소상공인 광고 자동 집행 서비스 ‘넵’도 가동 중이다. 수주가 들어와야만 매출이 생기던 구조에서 스스로 매출을 내는 구조로의 전환. 이 산업에서도 성공 스토리가 나올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박 협회장의 치열한 시도다.
이처럼 박 협회장은 세심한 리더심을 바탕으로 회원사의 내실 강화를 위해 2년간 봉사한다는 포부다. 임기를 마친 후 어떤 협회장으로 기억되고 싶느냐는 질문에 박 협회장은 잠시 생각한 뒤 “헌신적인 협회장”이라고 답했다.
“10년 전 제가 처음 협회에 가입했을 때 다른 대표님들이 정말 적극적으로 도와줬습니다. 함께 수주 경쟁에 뛰어들었다가 떨어진 뒤에도 진심으로 격려해주는 모습이 저한테는 정말 큰 힘이 됐어요. 이 모든 도움을 갚고 싶다는 마음이 협회장직을 맡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예요. 회원사들이 실제로 도움받았다고 느끼는 협회를 만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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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곤 클린턴 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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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장준영 (zzangit@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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