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공유오피스 5년 운영… “공간 사업도 CX서 판가름”
이동완 네스트앤드 대표 인터뷰
공유오피스 이용자가 겪는 불편은 의외로 사소하다. 와이파이 비밀번호는 무엇인지, 분리수거는 어디서 하는지, 외부 손님이 오면 어떤 절차로 맞이해야 하는지. 거창하지는 않지만, 이런 작은 것들이 모여 공유오피스 경험을 만든다.
지난 2020년 성수동 공유오피스 KT&G 상상플래닛의 운영사로 선정된 네스트앤드의 이동완 대표는 바로 이 ‘작은 불편’에 주목했다. 화려한 시설보다는 입주사가 본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로 했다. 그 덕일까. KT&G 상상플래닛의 입주율은 90%, 재계약율은 70%에 이른다. 입주사 만족도 조사 결과도 항상 ‘만점’에 가깝다.
공간 운영 전문가인 이동완 대표는 세 가지 공간을 운영 중이다. 지난 5년간 운영한 KT&G 상상플래닛을 ‘성수동에 거점을 둔 청년 창업가가 사업을 시작하기 가장 좋은 곳’으로 만들었다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엠와이소셜컴퍼니(MYSC)의 직영 공유오피스 브랜드 메리히어는 ‘신뢰하는 파트너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곳’으로 구현해나가고 있다. 또 네스트앤드의 자체 카페 브랜드 위스탠(WESTAN)을 통해서는 ‘지역 사회를 응원하는 커뮤니티형 카페’라는 가치를 실현 중이다.
‘고객 경험 우선주의’로 요약되는 이동완 대표의 공간 운영 철학은 디지털 경험 설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동완 대표의 여정은 서비스와 브랜드를 설계하는 다양한 실무자들에게도 참고할 만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KT&G 상상플래닛을 성수동 대표 공유오피스로
우선, 네스트앤드가 어떤 회사인지 궁금합니다.
네스트앤드는 청년 창업가에게 최적화된 공유 공간을 운영하고, 성장 지원을 위한 프로그램과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 운영 전문 회사입니다. 얼마 전까지 KT&G 상상플래닛을 운영했고요. 현재는 국내 최초 사회혁신 컨설팅 회사이자, 임팩트 투자 액셀러레이터 MYSC의 직영 공유오피스 브랜드 메리히어를 운영 중입니다.
지난 5년간 KT&G 상상플래닛을 운영해오셨죠.
KT&G 상상플래닛은 2020년 2월에 운영사로 선정돼 개관한 순간부터 지난 6월까지 5년간 운영했습니다. 이곳은 일반적인 공유오피스가 아니라 스타트업, 그 중에서도 사회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는 기업을 위한 공간이에요. 그 사회적 가치에 공감해 운영사로 지원했어요. 입주 심사 때도 공통적으로 묻는 질문이 “여러분이 해결하려는 사회 문제가 무엇입니까?”였습니다.

처음 운영을 맡게 됐을 때 어려움은 없었나요?
건물은 완공됐지만 가격이나 입주 기준, 운영 매뉴얼 등이 없었습니다. 다행히 정식 개관까지 6개월이 주어진 덕에 ‘공간을 상품으로 만드는 일’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고객 정의부터 상품 설계, 마케팅 프로세스까지 새로 수립했습니다.
입주율 90% 이상, 재계약율 70%를 유지했다고 들었습니다. 이 수치가 업계에서는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국내 공유오피스 업계의 평균치가 공식적으로 집계되지는 않아 정확한 답변을 드리기는 어렵지만, 내부적으로는 좋은 성과로 평가 중입니다. 단순히 입주 비용이 저렴해서 거둔 성과가 아니었거든요. 작게는 입주 매뉴얼 제작부터 공간 구성, 다양한 행사 기획까지 입주사분들이 필요로 하는 문제를 제때 제때 해결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해요.

KT&G 상상플래닛에선 다양한 행사를 진행 중입니다. 네스트앤드에서 기획했던 것 중 가장 반응이 좋았던 프로그램은 무엇인가요?
매년 7월마다 열리는 플래닛 데이를 꼽고 싶습니다. 입주사들이 플리마켓을 열고 지역 주민과 함께 어울리는 행사예요. 사실 공유오피스 업계의 오랜 딜레마 중 하나는 커뮤니티 이벤트입니다. 초기 위워크처럼 화려한 네트워킹 파티를 열면 겉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다들 너무 바쁘고 각자 분야도 달라서 정착이 안 됐어요. 그럼에도 분명 누군가는 교류를 희망하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내부 커뮤니티 대신 지역 사회와의 연결에 초점을 맞췄어요. 플리마켓을 통해 자연스러운 네트워킹 기회를 마련했고요. 나아가 입주사들에게는 외부 홍보 기회를 주고자 했죠.
그밖에도 교육, 팝업, 어워드, 네트워킹, 토크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셨습니다. 공유오피스 운영사가 이렇게 여러 일을 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운영팀 인력에 한계가 있다 보니 힘든 점이 많았죠. 그래도 당시 팀원 모두가 입주 스타트업의 성장을 진심으로 바랐기 때문에 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입주사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어디인가요?
자연 건강 케어스낵을 만드는 한 스타트업입니다. 대표님의 부친께서 암에 걸리셔서, 암 환자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간식 브랜드를 창업한 사례예요. 당시 많은 투자사로부터 관심을 받던 곳인데 그보다 대표님의 진심 어린 스토리에 마음이 움직였어요. KT&G 상상플래닛 퇴거 후에도 쭉 인연을 이어오는 등 공간이 단순한 임대 계약이 아니라 관계를 이어주는 매개가 된다는 걸 실감했죠.
수많은 입주사를 관리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모두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모두를 만족시킨다는 건 불가능해요. 핵심은 ‘공통의 약속’을 만드는 겁니다. 한 예로 핸드북 형태의 매뉴얼을 제작해 입주사들에게 배포했어요. 와이파이 접속, 회의실 예약, 쓰레기 배출, 외부 손님 응대까지 다 담은 책자죠.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이런 사소한 불편이 없어야 사업에 온전히 몰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내용은 계약서나 온라인에도 적혀있지 않나요?
물론 그렇죠. 하지만 누가 매번 찾아 볼까요. 입주사가 계약 조항을 뒤적이지 않고, 본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게 CX(고객 경험) 기반의 공간 운영이라고 생각해요.
공간 운영의 핵심도 결국은 고객 경험


현재 소속된 엠와이소셜컴퍼니(MYSC)에서는 무슨 일을 하고 계신가요?
MYSC는 소셜벤처를 발굴·육성하는 임팩트 투자사이자 액셀러레이터입니다. MYSC는 성수동에서 직영 공유오피스 메리히어를 운영 중인데, 메리히어를 총괄하는 공간 사업 파트너이자 메리히어를 운영하는 커뮤니티팀의 팀장으로 겸임 중입니다. 초기 단계 혁신가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공간과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일을 하고 있고요. 단순히 사무실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투자·멘토링·커뮤니티까지 연결해주는 게 제 역할입니다
MYSC의 파트너 제안에 왜 승낙하셨나요?
메리히어에는 MYSC의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들이 모여있어요. 이곳에서만 시도할 수 있는 새로운 무언가가 있겠다는 기대감이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걸?
육성 중인 기업들이 서로 시너지를 내는 모습을 꿈꿔요. 액셀러레이터가 바로 곁에 있어야 더 다양한 성장 기회를 제공할 수가 있고요. 또 입주사끼리도 한 공간에 있을 때 서로 주고받는 영향이나 자극이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그걸 구체화하는 단계입니다.
공간 운영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직영 공간이든, 위탁 공간이든 기준은 같습니다. 정성적 지표를 세우고, 국내외 사례를 참고해 공간을 기획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입주사에게 줄 수 있는 혜택을 정합니다. 정답을 찾기보다는 지금 이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CX 관점에서 고민해요.
CX를 잘하는 회사들이 왜 성공했는지 떠올리면 답이 나옵니다. 노션, 슬랙, 채널톡 같은 툴도 결국 ‘사용자 입장에서 편한 경험’을 주니까 살아남은 거잖아요. 공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서 말한 핸드북 사례처럼 기업이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해요.
스타트업, 나아가 일하는 사람에게 공간이란 무엇일까요? ‘물리적으로 일하는 장소’ 그 이상의 역할을 한다고 보시나요?
그럼요. 두 단어로 요약하면 ‘성장’과 ‘관계’입니다. 그냥 일만 할 거면 집에서 노트북으로 일해도 되겠죠. 하지만 더 나은 사업을 하려면 결국 누군가를 만나야 합니다. 성장에는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고, 관계에는 연결점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공간은 물리적 장소 이상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공간 운영 전문가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가치가 궁금합니다.
‘조력자’라는 정체성입니다. 저희 같은 공간 운영자가 무대의 주인공이 되려 하면 안돼요. 진짜 주인공은 입주사죠. 저희는 그들의 성장을 돕고, 연결을 만들어주는 조력자의 역할에 집중해야 합니다.
기업이 사옥을 새로 짓지 않더라도 공간 변화를 통해 직원 성장을 이끌 수 있을까요?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거창한 리모델링이 아니라, 작은 개선으로도 충분합니다. 회의실 예약 시스템을 더 직관적으로 만든다든지, 휴게 공간을 늘려 직원들이 몰입과 회복을 균형 있게 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이런 게 실제 성장에 기여합니다.
네스트앤드의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요?
KT&G 상상플래닛의 운영이 마무리됐으니 다양한 기회를 열어두고 있습니다. 메리히어와 위스탠을 운영하면서, 연말에는 공간 운영사를 위한 사스(SaaS)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에요. 여전히 많은 공유오피스가 스프레드시트와 이메일로 운영됩니다. 입주부터 퇴거까지 필요한 행정 절차를 자동화한 ERP(전사적자원관리) 프로그램을 준비 중입니다. 커뮤니티 매니저들이 잡무에서 벗어나 창의적 활동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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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장준영 (zzangit@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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