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는 본질 따져야” 더피프티원이 ‘디렉팅 조직’ 만든 까닭
김도현 더피프티원 CD 인터뷰
※ 해당 콘텐츠는 더피프티원의 협조로 제작된 브랜디드 콘텐츠입니다.

AI로 사이트 하나를 5분 만에 만드는 시대, 디지털 에이전시의 디자인 조직은 무엇으로 경쟁력을 증명할까. 더피프티원이 올해 7월 조직 개편과 함께 ‘CD LAB’을 만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디자이너가 모여 있던 BX센터를 넘어, 회사 전체의 디자인 방향과 품질 기준을 세우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CD LAB의 역할은 ‘디자인 디렉팅’이다. 모든 화면을 직접 그리기보다 프로젝트마다 수준과 방향을 먼저 판단하고 완성도를 책임진다. 마지막 단계에서 화면을 꾸미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방향을 잡고 이끄는 게 목표다.
이 방식의 기반이 된 프로젝트가 KT엠모바일의 eSIM 로밍 솔루션 ‘MOBI(모비)’다. 김도현 CD가 BX센터장 시절 디렉션을 맡은 모비는 eSIM을 많이 파는 앱보다 eSIM을 쓰는 사람이 덜 불안한 앱을 목표로 했고, 최근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와 국내 최고 ICT 산업 어워드 ‘ICT 어워드 코리아’에서 연이어 수상했다.
지난 10월 29일 CD LAB을 이끄는 김도현 CD(Creative Director)를 만나 조직의 역할과 일하는 방식, 모비에서 얻은 교훈, AI 시대 디자인의 본질에 대해 들었다.
KT엠모바일 eSIM 로밍 ‘모비’, 2026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수상
KT엠모바일 고객 중심 서비스에 더피프티원 UI·UX 전문성 더해
디자인의 방향과 품질 기준을 세우는 조직
CD LAB은 올해 7월 조직 개편으로 출범했다. 그전까지 더피프티원에는 디자이너들이 함께 소속된 BX(Brand Experience)센터가 있었다. 지금은 운영 조직과 구축 조직에 디자이너가 배치되고, CD LAB이 전사 디자인의 품질과 방향성을 점검한다.
Q. CD LAB은 어떤 조직인가요?
더피프티원의 디자인 방향과 품질 기준을 만드는 조직입니다. 모든 디자인을 저희가 직접 만드는 게 아니라, 회사가 진행하는 여러 프로젝트마다 수준과 방향을 먼저 판단하고 완성도를 책임지는 역할을 해요. 디자인이 프로젝트 마지막 단계에서 화면을 꾸미는 게 아니라 프로젝트 전반을 이끌어 가게 하는 것, 그게 CD LAB의 존재 이유입니다.
Q. CD LAB을 따로 만든 이유는요?
AI가 계속 발전하면서 무분별한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잖아요. 디자인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는 게 회사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더피프티원 전체의 디자인 방향과 품질 기준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CD LAB이 생겼어요.

Q. 더피프티원은 올해 초 ‘경량조직’을 선언했습니다. CD LAB의 일하는 방식에도 영향이 있나요?
회사가 말하는 경량조직은 규모를 줄였다는 뜻이 아니라, 의사결정을 더 빠르게 하고 프로젝트와 더 가깝게 일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CD LAB은 프로젝트 담당자, 고객사와 직접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LG 베스트샵, 하반기에 수주해 초기 세팅 중인 암웨이 디지털 채널, 올해 1월부터 맡고 있는 롯데면세점 같은 프로젝트에서 담당자가 원하는 방향을 확인하고, 더피프티원 디자인 시스템이나 AI 자동화를 어떻게 적용할지 함께 검토합니다. 상세 디자인의 품질을 더 올려야 하는지, 효율화를 강조해야 하는지 솔루션을 정리한 뒤 CD LAB 구성원들과 방향을 잡는 거죠.
BX센터 때도 고객을 만났지만, 지금은 앞단에서 방향을 더 빠르게 선택할 수 있게 돕습니다. 디자인 영업은 아니지만 일종의 디자인 디렉팅·컨설팅이에요. 문제가 생기면 개선안을 빠르게 잡아 고객과 더 빨리 소통하는 게 핵심입니다. CD LAB은 더 많이 개입하는 조직이 아니라, 정확한 순간에 디렉션을 주는 조직입니다.
Q. 프로젝트를 구체화해가는 과정도 궁금한데요.
처음부터 그림을 그리지 않습니다. 고객사 미팅에서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서비스가 왜 필요한지, 무엇을 해결하고 싶고 어떤 점이 불편한지부터 판단해요. 그다음 프로젝트 성격을 파악해 방향을 정하고, 저희가 가진 핵심 경험을 녹여 디자인 프로토타입을 만듭니다. 이 프로토타입으로 초기 방향을 잡고 가이드로 정리해 디자이너들이 이어서 진행할 수 있게 하죠. 화면의 디자인 품질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사용자의 문제와 핵심 경험에 초점을 두고 방향을 잡는 게 저희 원칙입니다.
CD LAB의 전례가 된 ‘모비’

1. 프로젝트명: kt M mobile MOBI
2. 클라이언트사: KT엠모바일
3. 제작사: 더피프티원
4. 오픈일: 2026. 01. 03
5. URL: http://www.the-51.com/
모비는 CD LAB 출범 전에 진행한 프로젝트다. 김 CD는 BX센터장으로 참여해 담당 디자인 프로젝트 리더들이 디자인할 수 있도록 고객사와 소통하며 디렉션을 줬다. 그는 “그때의 방식이 지금 CD LAB이 추구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eSIM 로밍은 KT엠모바일에 없던 서비스였고, 더피프티원은 경쟁사 서비스가 이미 나와 있는 상황에서 앱을 처음부터 새로 구축해야 했다.
Q. 모비는 어디서 출발했나요?
eSIM을 판매하는 앱을 만드는 게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eSIM을 쓰는 사람이 해외에서 느끼는 불안과 어려움을 줄이는 데 집중했어요. 저도 MOBI와 경쟁사 서비스를 해외에서 직접 써 봤는데요. 예전에는 통신사에 전화하면 로밍을 해 줬지만, eSIM은 저렴한 대신 설치가 잘 됐는지, 현지에서 정말 연결이 될지, 오늘 얼마나 썼는지가 계속 궁금합니다. 그래서 구매 전, 설치, 출국 전, 현지 사용 단계마다 필요한 정보를 적절한 시점에 보여 주도록 설계했습니다. eSIM 기술이 아니라 eSIM을 쓰는 사람의 불안을 해소하는 게 UX 설계의 초점이었습니다.
Q. 대표적인 장치를 꼽는다면요?
‘개통체크’입니다. 해외에 나가면 ‘이거 연결된 건가, 돈 나가는 거 아니야’ 하는 생각부터 들잖아요. 그래서 출국 전에 개통 여부를 미리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습니다. 출국한 뒤에는 데이터 사용량이 화면에서 바로 보이도록 했고요. 사용 가이드도 영상뿐 아니라, 필요한 정보를 멈춰 놓고 보고 싶은 사용자를 고려해 iOS·안드로이드, PC·모바일 버전의 이미지 가이드까지 따로 만들었습니다.
Q. 로밍 앱인데 첫인상은 여행 매거진에 가깝습니다.
저는 시안을 여러 안으로 내는 걸 좋아합니다. 한 안은 고객사 요구 사항(RFP)에 맞춘 표준형이었어요. 원하는 걸 빨리 골라 들어가는 디자인이죠. 다만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여행 가는 설렘을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일본, 대만, 유럽 같은 여행지 이미지를 배경에 깔고 타이포그래피가 중심이 되는 화면이라면, 이미 떠난 듯한 설렘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게 매거진 스타일 시안이었고, 고객사도 이 방향을 좋게 봐 주셔서 빠르게 컨펌이 났습니다.

Q. 모비는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본상 수상에 이어 ‘ICT 어워드 코리아’ 최고상인 GRAND PRIX까지 들었습니다. 두 어워드에서 어떤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고 보나요?
심사 결과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복잡한 서비스를 어렵지 않게 풀어낸 점이 강점이었다고 봐요. 고객 신뢰도 컸을 것 같습니다. 대기업이 쌓아 온 노하우로 만든 안정적인 서비스라는 점, 개통 체크 같은 안심 기능을 출품 포트폴리오에서 중점적으로 보여 줬습니다.
어워드 출품용 소개 페이지와 포트폴리오는 CD LAB 문정일 사원이 만들었다. 올해 2월 입사한 그의 첫 업무였다. 문 사원은 “선배 디자이너들이 만든 MOBI가 해외에 나가기 전의 불안을 덜어 준다는 사용자 경험을 바탕으로, 소개 페이지 전체에 ‘여행의 설렘’이라는 콘셉트를 녹여냈다”고 설명했다. 이 포맷은 레드닷과 ICT 어워드 출품에 모두 쓰였고, 더피프티원은 이를 회사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기준으로 삼았다. 프로젝트 하나의 결과물을 회사 전체의 기준으로 넓히는 일, CD LAB이 하려는 일이기도 하다.

오픈 뒤에도 함께 가는 파트너십
모비는 오픈으로 끝난 프로젝트가 아니다. 처음에는 서비스를 소개하던 홈페이지에서 지금은 바로 구매할 수 있고, 스토어 판매와 제휴 서비스도 더해졌다. 김 CD는 “1.0에서 2.0을 넘어 3.0으로 가는 단계”라고 했다. 더피프티원은 구축 이후에도 운영을 맡아 고객사와 개선 과제를 함께 정하고 있다.
Q. 구축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는요?
꽤 많았습니다. KT엠모바일에 없던 서비스를 신규로 구축하다 보니까요. 고객사가 저희 디자인 방향을 좋게 봐 주셔서 빠르게 컨펌해 주시기도 했지만, 결정권자가 변경을 요청하면 기획과 디자인이 다 끝났어도 다시 해야 합니다. 사실 모든 프로젝트가 겪는 일이기도 하고요. 1.0을 만들 때는 구축 자체가 목표였고, 사용자 경험의 세세한 개선은 지금 운영하면서 이어 가고 있습니다.

Q. 운영 단계에서는 고객사와 어떻게 협업하나요?
구축 때는 빠른 컨펌을 위해 이것저것 묻고 빨리 보여 드리는 데 집중했어요. 지금은 내부에서 매일 미팅을 하고, 고객사와는 매주 수요일 주간 미팅을 합니다. 월별로 어떤 서비스를 열지, 안정적으로 가져갈 것과 꼭 바꿔야 할 것의 우선순위를 함께 정하고요. 기획·개발·디자인이 함께 보는 칸반보드를 고객사와 공유하기도 합니다. 상반기 운영 방안을 정하는 워크숍도 두 번 열었어요. 통신 사업을 오래 해 온 KT엠모바일의 노하우를 UI·UX나 개발로 어떻게 풀지 그 자리에서 조율했습니다.
Q. 이런 협업 방식도 경량조직과 같은 맥락인가요?
같은 맥락입니다. BX센터에서 CD LAB으로 이어지는 동안에도 대표님과 주간 보고 외에 이틀에 한 번씩 만나 중간 점검을 해 왔어요. AI 분야에서는 하나가 나오면 곧바로 또 새로운 게 나올 만큼 변화가 빠르잖아요. 이런 시기에는 거쳐야 하는 접점을 줄이고 더 빨리 소통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봅니다.
AI 시대, ‘틀리지 않는 디자인’
<디지털 인사이트> 12월호의 표제는 ‘가짜 새로움(FAKE NOVUM)’이다. AI 도입 이후 업계에 넘쳐나는 ‘새로움’이 정말 새로운지 묻자, 김 CD는 오히려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고 답했다.
Q. CD LAB에게 ‘진짜 새로움’은 무엇인가요?
문제를 더 나은 방식으로 해결하는 게 진짜 새로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학교에서 강의도 하는데요. 요즘은 AI로 ‘딸깍’ 한 번에 결과물이 나오니 ‘이게 과연 너의 것이냐’는 고민이 많아요. 그럴수록 진정한 디자인의 차별성을 만드는 게 진짜 새로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새로운 것도 아니에요. 본질에 다시 집중하는 거죠. 언젠가는 디자이너가 생각한 것보다 멋진 결과물을 내는 AI도 나오겠지만, 본질을 이해하고 그런 결과물이 나오도록 방향을 잡는 게 CD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Q. 그 본질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디자이너가 말하는 비례의 완성도, 심리적 완성도, 유려함 같은 것들입니다. 타이포그래피의 강약과 비례 같은 거요. 바이브 코딩이 나오면서 고객사도 직접 돌려 봤다고 하지만, 본질을 이해하고 만든 디자인은 누가 봐도 느낌이 다릅니다. 20년째 디자인을 하면서 제 모토는 고객이 원하는 관점에서 ‘틀리지 않는 디자인’을 빠르게 보여 주는 것이었어요. 누가 뭐라 할 수 없는, 단단하다고 느껴지는 디자인이죠. 플랫 디자인이 유행할 때도, 뉴모피즘이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Q. 고객사가 원하는 방향과 디자이너의 판단이 다를 때는 어떻게 하나요?
저는 디자이너가 아티스트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만 추구하는 게 아니라, 그게 왜 필요한지 고객을 설득해 컨펌을 받고 빠르게 상용화하는 게 디자이너의 일이에요. 고객이 요구 사항을 준 데는 이유가 있으니 거기에 집중하되, 여러 테스트를 거쳐 사용자가 쓰기 편한 쪽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Q. CD LAB은 AI를 어떻게 쓰고 있나요?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활용합니다. 저는 테이블 태그를 짜던 사람이라 지금의 퍼블리셔처럼은 못 하지만, AI는 제가 원하는 걸 정말 빨리 만들어 주더라고요. 5분도 안 돼 사이트 하나가 나와요. 프로젝트에서 번거로운 일은 AI에 맡기고, 서비스의 USP(Unique Selling Proposition, 고유 판매 제안)가 담기는 콘텐츠 디자인에 집중할 시간을 만드는 거죠.
프로젝트 안에서도 영역마다 중요도가 다르니 레벨링을 빠르게 규격화하고, 피그마 토큰 시스템으로 만든 더피프티원 디자인 시스템과 업무 프로세스를 AI로 자동화합니다. 그리고 차별화가 필요한 부분을 중요도에 따라 등급으로 나눠 디자이너가 본질에 집중할 시간을 벌어 주는 거예요. 올 하반기가 그 첫 단추였고, 2027년에는 이를 더 집중적으로 해 나갈 계획입니다.
Q. CD LAB의 다음 스텝은요?
CD LAB은 완성된 정답이 아니라 아직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CD LAB이 모든 걸 다 확인할 수는 없잖아요. 제가 하나하나 짚지 않아도 디자이너 각자의 판단력이 올라가고, 깊이 고민할 시간이 생겨서 좋은 디자인이 계속 나오는 회사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프로젝트마다 성격에 맞으면서도 더피프티원다운 디자인이 반복되는 구조를 만드는 게 다음 단계예요. 대표님도 ‘더피프티원이 만든 건 다르다’고 느끼게 하는 걸 CD LAB이 꼭 만들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맡기면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걸 계속 보여 드려야죠.
김도현 CD가 전하는 모비 프로젝트 레슨런 3
1. 화면보다 문제를 먼저 본다
사용자가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이해하면 디자인 방향이 분명해진다. 모비가 eSIM 판매가 아니라 사용자의 불안에서 출발한 것처럼, 그리기 전에 문제부터 정의해야 한다.
2. 단순함은 버린 시안 위에서 나온다
간단해 보이는 디자인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김 CD는 여러 테스트를 거치며 버려지는 시안을 ‘버려지는 씨앗’이라고 불렀다. 그런 고민이 쌓여야 최종 결과물이 ‘단순하다’가 아니라 ‘심플하게 잘 정리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3. 좋은 결과물은 한 조직에서 나오지 않는다
기획, 디자인, 개발, 그리고 이를 이해해 주는 고객사가 시계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한다. 고객사와 에이전시가 서로 존중하며 같은 목표를 향할 때, 다 만들고 나서 모두 기분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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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최석영 (csyeong720@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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