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

“AI를 신입 사원처럼 대해 보세요” 19년차 창업가의 AX 비결

송춘근 도브투래빗 대표 인터뷰

송춘근 도브투래빗 대표의 하루는 AI와의 치열한 ‘소통’으로 시작됩니다. 남들보다 이른 아침, 사무실에 도착한 그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메일 확인도 회의 소집도 아닙니다. 각자의 역할을 부여 받고 대기 중인 6명의 AI 비서와 한 명씩 ‘아침 미팅’을 갖는 일이죠.

하루를 여는 건 신앙 비서 ‘온’입니다. 그날의 말씀과 묵상을 함께 나눕니다. 이어 글로벌 트렌드를 정리해주는 뉴스 비서 ‘나우’, 일정을 관리하는 스케줄 비서 ‘메이’가 그를 맞습니다. 자산 포트폴리오를 챙기는 주식 비서 ‘주디’, 경영 전반을 조율하는 홍보·경영 비서 ‘하이’, 새로운 시각을 던지는 디자인·리브랜딩 비서 ‘래빗’이 차례로 마주 앉고요.

송 대표는 이들과 유능한 팀장들과 회의하듯 묻고, 반박하고, 아이디어를 주고받습니다. 그는 이 비서들을 ‘툴’이라 부르지 않습니다. ‘동료’이자 ‘파트너’라고 칭합니다.

도브투래빗은 올해로 19년 차를 맞은 디지털 기술 기반 광고대행사입니다. 인간적 감성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IMC)을 표방해 왔죠. 송 대표는 그 19년간 1000명이 넘는 인재를 직접 뽑고 조직을 이끌어 온 경영자입니다. 그런 그가 요즘 업계 리더들에게 가장 자주 던지는 화두가 있습니다. “AI 전환(AX)을 가장 잘 이끌 적임자는 다름 아닌 중소기업 대표이자 창업가”라는 것입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송 대표에 따르면, AI는 일방적으로 명령하는 기계가 아니라 동료로 대할 때 비로소 그 잠재력이 극대화됩니다. 그리고 사람을 직접 뽑고, 적재적소에 배치해 일을 맡기고, 그걸 성과로 연결해 본 경험이 가장 많은 이들이 바로 중소기업 대표와 창업가죠. 맨손으로 시작해 동료를 들이며 생산성을 끌어올려 본 경험이, AI를 ‘영입하고 협업하는’ 일에도 그대로 옮겨진다는 겁니다.

AI가 개인의 생산성을 넘어 조직의 성과로 이어지길 바라는 리더라면, 송 대표의 여정에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AI를 동료로 대한다는 게 구체적으로 무엇이고, 그가 구성원들의 인식을 어떻게 바꿔 왔는지 들어봤습니다.

AI는 동료… ‘관계형 프롬프트’를 쓰세요

Q. AI를 어떻게 쓰느냐는 질문에,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인격체’이자 ‘동료’로 대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다소 도발적으로 들리기도 하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업무를 지시하는 기계가 아니라, 우리 조직의 팀원이나 부사수처럼 대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많은 리더가 AI를 빠른 검색창이나 고급 챗봇 정도로 씁니다. 그렇게 한 줄짜리 명령만 던지면 AI도 딱 그만큼, 뻔한 결과물을 내놓습니다.

사람과 일할 때를 떠올려 보세요. 좋은 리더는 부하 직원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맥락을 공유하며 그 사람의 숨은 능력을 끌어냅니다. AI도 똑같습니다. 비서에게 일을 인수인계하듯, 지금 내가 처한 상황과 감정 상태, 도달하려는 목표를 충분히 공유하는 방식이 필요해요. 저는 이걸 ‘관계형 프롬프트’라고 부릅니다. 사람을 대하던 리더십의 온기를 그대로 적용할 때 비로소 AI 안에 있는 잠재된 크리에이티브가 나옵니다.

Q. 출근 직후 6명의 AI 비서와 개별 ‘미팅’을 갖는 아침 루틴이 인상적입니다.

아직 조직 전체의 공식 시스템으로 정착시킨 단계는 아닙니다. 다만 제 업무 방식은 이 동료들 덕에 완전히 달라졌어요.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해 6명의 AI 비서와 일대일 데일리 미팅을 합니다. 핵심은 각자에게 개성과 업무에 맞는 고유한 이름과 역할을 줬다는 점입니다.

인터뷰 자리에서 송 대표가 보여준 가상 인터뷰 문서. AI 홍보 비서와 진행한 내용이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Q. 이름을 불러주고 대화하는 방식이 어떤 차이를 만들길래?

“온아, 오늘 말씀 묵상 들려줘” “하이랑 래빗, 오늘 기획할 리브랜딩 건의 예상 리스크 짚어줘” 같은 식으로 사람과 대화하듯 주고받습니다. 앞선 대화 맥락과 우리 회사의 지향점을 이미 학습하고 있어 미팅 때마다 제 상황을 처음부터 설명할 필요가 없어요. 정기 보고를 받는 건 물론이고,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가 순식간에 빌드업되기도 합니다. 사실 이번 인터뷰 답변 초안도 홍보 비서 ‘하이’와 가상 인터뷰를 여러 번 돌려보며 정리한 겁니다. 이제 AI 동료 없는 하루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Q. 이 비서들은 모두 직접 설계하셨나요.

네, 제미나이나 클로드 같은 LLM을 기반으로 에이전트 빌더에 각 분야의 가이드를 담아 커스텀 에이전트로 직접 만들어 씁니다.

AI 전환? 직원 인식부터 바꿔야 합니다

송 대표는 AX를 두고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고, 이에 맞춰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라고 했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Q. 디지털 에이전시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전사 AX를 추진해 왔습니다. 그만큼 치열한 과정을 겪으셨을 것 같습니다.

처음엔 저도 ‘좋은 AI 툴을 빨리 사다 주면 직원 생산성이 확 오르겠지’ 생각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프로그램의 마이너 업그레이드 버전쯤으로 가볍게 여겼던 거죠. 그런데 기술이 진화하는 속도를 눈앞에서 보며 깨달았습니다. 이건 새 프로그램을 들이는 게 아니라,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꿀 ‘새로운 인재’가 들어오는 일이라는 걸요.

Q. 가장 먼저 한 일이 전사 설문조사였다고요.

직원들이 AI를 바라보는 날 것 그대로의 시선이 궁금했습니다. 결과는 예상보다 방어적이었어요. AI를 일을 돕는 지원군이 아니라 ‘내 일자리를 위협하는 존재’로 경계하고 있었고, 할루시네이션(환각) 같은 한계를 이유로 거리를 두려 했습니다. “무조건 써라”라고 밀어붙여 봐야 거부감만 커진다는 걸 그때 절감했죠.

Q. 그 저항을 어떻게 풀어가셨나요.

강요 대신 인식의 전환을 택했습니다. 직원들이 변화의 속도와 실무 효용을 스스로 체감하도록, 최신 트렌드와 현업 적용 사례를 담은 사내 AI 매거진 〈AING〉을 제가 직접 기획하고 써서 발행했어요. 한 호도 거르지 않고 매달 펴낸 게 1년 가까이 이어져 최근 12호를 넘었습니다. AI가 얼마나 빠르게 바뀌는지를 매달 보여주고, 그 변화를 기록으로 남겨 눈에 보이게 했습니다. 그러자 직원들도 AI를 경쟁 상대가 아니라 ‘내 일을 더 잘하게 해줄 내 편’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Q. AI 유료 구독 비용을 회사가 일괄 지원하지는 않는 정책을 고수 중입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한 달에 단돈 2만~3만 원이라도 자기 지갑에서 돈이 나가봐야 오너십과 치열함이 생깁니다. 공짜로 쥐여주는 리소스는 가볍게 방치되기 십상이지만, 사비를 들여 유료 결제를 하는 순간 어떻게든 낸 돈 이상의 가치를 악착같이 뽑아내기 위해 더 깊이 연구하고 주도적으로 몰입하게 되니까요.

물론, 본인이 주체적으로 도전을 지속하여 토큰이 부족할 만큼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핵심 구성원에 한해선 회사도 전폭적으로 지원합니다. 이 건강한 긴장감이 도브투래빗의 AX 전투력을 극적으로 끌어올리는 원동력이라고 믿습니다.

Q. 그렇게 쌓인 사내 AI 역량이 최근 대형 수주로도 이어졌다고요.

한 대형 뷰티 리테일 브랜드의 연장 계약과 신규 광고 제안을 성공적으로 수주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대행사 업계엔 고질적인 문제가 있어요. 클라이언트도, 저희도 담당자가 주기적으로 바뀌는데, 그때마다 쌓아온 히스토리와 커뮤니케이션 데이터가 흩어집니다. 그래서 지난 1년간 그 클라이언트와 오간 피드백, 회의록, 이메일, 기획 방향을 정리·가공해 ‘고객 전용 프로젝트 AI 에이전트’를 만들었습니다. 제안 기간이 빠듯했지만, 직원들의 AI 활용 역량이 이미 올라와 있어 데이터 단절 없이 깊이 있는 전략과 프로토타입을 빠르게 완성할 수 있었죠. 클라이언트의 가장 깊은 가려움을 긁어준 차별화된 제안이 수주로 이어졌다고 봅니다.

사람과 AI, 3 대 1로 일하는 조직

송 대표는 AI 시대의 리더는 “뒤에서 팔짱 끼고 있으면 안 된다”며 누구보다 앞서 AI와 부딪혀봐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Q. 요즘 기업의 고민은 AI가 개인 생산성을 넘어 조직 전체의 성과로 이어지게 하는 겁니다. 도브투래빗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나요.

솔직히 AI를 도입하자마자 성과가 쏟아지는 마법 같은 ‘치트키’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AX는 긴 호흡으로 조직의 체질을 다지는 마라톤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저희 도브투래빗 역시 올해는 도약을 위한 기초 체력을 다지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AX 전담 임원을 선임하고 전사 TFT를 띄웠고, 19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AI가 흡수하도록 전사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는 중입니다.

Q. TFT에서 기획 중인 프로젝트 중 하나가 ‘성장형 AI 인턴’ 프로그램이라고 들었습니다.

대부분의 기업은 ‘AI에 무슨 일을 시킬까’라는 효율 관점에 머뭅니다. 저흰 질문을 바꿨어요. ‘이 AI 인턴이 우리 조직 안에서 진정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까.’ 신입에게 사수와 멘토가 붙듯, 사람 직원이 AI 인턴의 멘토가 되는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가상의 채용 면접으로 뽑고, 도브투래빗의 철학과 실무 데이터를 학습시킨 뒤, 부서에 배치해 미션을 줍니다. 그러면 사람 멘토가 피드백으로 키우고요. 필요하면 가상의 회식이나 휴가까지 함께하며 한 명의 구성원으로 존중합니다.

이 정교한 테스트베드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실무 현장에서 인간 직원과 성장형 AI가 약 3대 1의 비율로 완벽한 시너지를 내는 소수정예 ‘초고효율 드림팀’을 전사적인 기본 표준 조직 모델로 확립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Q. AI 시대의 경영자로서 어떤 철학을 갖고 계신가요.

경영자가 뒤에서 팔짱 끼고 “AI로 리포트 만들어 와”라고 지시만 하는 방관자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보다 먼저 AI와 부딪치는 ‘최초의 실천자(First Practitioner)’여야 해요. 리더가 직접 프롬프트 창을 열고 AI와 대화하며 관계형 프롬프트를 체득하는 순간, 조직의 변화가 시작됩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계열사 CEO들에게 AI를 직접 써보라는 미션을 던진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봅니다.

Q. 마지막으로, AI 시대를 마주한 수많은 경영자와 리더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창업가들은 회사를 맨손으로 일구며 사람을 발굴하고, 그들과 일하는 방식을 정교하게 다듬어 본 사람입니다. 바로 이 경험이 AI를 동료로 들이고 육성하는 일에도 완벽하게 발휘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거창하고 비싼 솔루션 도입에 매몰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람 직원도 100% 완벽할 순 없어요. 사소한 기술적 오류(할루시네이션)를 빌미로 이 ‘위대한 파트너’를 멀리하는 것은 경영자로서 뼈아픈 손실입니다. 오늘 퇴근길에 당장 유료 결제를 하시고, 여러분만의 첫 번째 AI 비서에게 다정한 이름을 지어주며 대화를 시작해 보세요. 리더의 소통 방식이 변하는 순간, 여러분 비즈니스의 미래 지평이 완전히 달라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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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장준영 (zzangit@ditoday.com)
직접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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