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I/UX

오히려 불편해… ‘다 되는 앱’이 마주한 슈퍼앱 딜레마

사용자들이 슈퍼앱 전략에 반발하는 이유

목적지까지 가는 경로를 찾기 위해 내비게이션 앱을 열자 숏폼 영상 추천 목록이 눈에 띈다. 내 계좌를 확인하고 송금하기 위해 찾은 은행 앱은 웹툰과 웹소설도 볼 수 있다는 안내 창을 제시한다. 음식 배달도 시킬 수 있다고 자랑하는 은행 앱도 있다.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메신저 앱은 어느새 친구들의 근황과 게시물을 보여주고, 쇼핑, 숏폼 콘텐츠를 추천하기 시작했다.

이는 여러 서비스를 하나의 앱으로 통합하는 이른바 ‘슈퍼앱(Super-App)’ 전략이 적용된 모습이다. 2010년 전후부터 시작된 슈퍼앱 트렌드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실제 지난 4월 하나은행은 만화/웹툰 기업 리디와 손잡고 하나원큐 내 ‘놀이터’에서 웹툰·웹소설·만화·전자책 등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엔 티맵 모빌리티가 각종 숏폼 영상들을 감상, 업로드할 수 있는 티맵 숏폼을 선보였다.

하지만 최근엔 편리함을 위해 기능을 합친다는 당초의 취지와 달리 사용자가 본래 앱을 찾는 목적과 멀어지는 모습에 사용자들의 반발도 잇따르고 있다. 기능을 늘릴수록 사용자들이 앱에 오래 머무르며 매출이 증가할 것이란 기업의 계산과 과업을 빠르게 끝내고 싶은 사용자들의 요구가 서로 엇갈리는 슈퍼앱 딜레마가 나타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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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앱 전략이 불러온 반발들

메신저 본질 훼손 논란을 빚었던 카카오톡의 피드형 화면 개편(자료=카카오)

국내 사용자들에게 있어서 가장 익숙할 슈퍼앱 딜레마의 대표 사례는 카카오톡이다. 지난해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기존 목적형 메신저에서 탐색형 서비스로 진화시키겠다고 선언하고, 친구 탭을 SNS형 피드로 변경하는 한편, 숏폼을 비롯한 콘텐츠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메시지를 주고받는 공간에서 사용자가 콘텐츠를 발견하고 소비하는 플랫폼으로 이용 방식을 넓히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사용자들의 반응은 달랐다. 기존 친구 목록 대신 게시물을 중심으로 한 피드형 화면이 전면에 등장하자, 메신저의 본질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이어졌으며, 나의 사생활이 타인에게 노출되거나, 타인의 사생활을 보고 싶지 않다는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용자들도 적지 않았다. 앱 스토어에선 기존 형태로 되돌려달라는 1점 평가가 쏟아졌고, 앱 업데이트를 거부하는 사용자들까지 나타났다. 결국 카카오는 개편 발표 3개월 뒤 친구 목록을 다시 친구 탭의 기본 화면으로 복원했다.

길 안내 도중 숏폼 영상 추천으로 안전성 우려를 낳은 티맵 화면(자료=티맵 갈무리)

내비게이션 앱인 티맵 역시 지난달 숏폼 서비스를 출시하며 비슷한 문제에 직면했다. 티맵모빌리티는 티맵에서 숏폼 서비스를 선보이며 사용성을 ‘이동 중’에서 ‘이동 전과 후’로 확장해 운전 중이 아니더라도 앱을 켜 여행지나 맛집을 탐색하게 한다는 취지를 밝혔지만 발표를 접한 사용자 반응은 차가웠다.

온라인상에선 “영상을 보면서 운전하라는 것이냐” “가이드가 길 안내 도중 갑자기 영상을 추천하는 격” 등 반응이 쏟아졌다. 내비게이션 앱이었던 티맵에 숏폼 업로드 및 공유 기능은 내비게이션 앱에 적합하지 않는 것은 물론, 안전 운전에 방해가 되는 등 앱 본연의 목적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였다. 티맵 측은 “안전을 위해 실제 길 안내 중에는 숏폼이 직접 노출되지 않게끔 했다”며 해명했지만 여전히 숏폼 기능을 바라보는 사용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업계 전반에 숏폼이 도입되면서 사용자들이 느끼는 피로감이 존재한다”며, “이외에도 향후 수익화를 위해 광고가 과도하게 노출될 경우 사용자가 해당 플랫폼을 외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금융권에선 새로운 기능 추가에 대한 반발과 함께 공격적인 플랫폼 확장 전략이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여러 금융사들이 슈퍼앱을 출시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자신에게 필요한 기능의 앱만 사용하던 사용자들이 기존 앱을 삭제하고 원치 않는 서비스가 함께 담긴 통합 앱을 설치해야 하며, 익숙했던 메뉴와 기능을 다시 찾아야 한다는 불편이 생긴 것이다.

실제 삼성금융네트웍스의 통합 앱 ‘모니모’의 경우, 기존 개별 앱을 순차적으로 종료하고 모니모로 기능을 통합하는 전략을 추진했지만, 이 과정에서 무거워진 용량과 구동, 복잡하고 난해한 개인정보 입력 및 재인증 절차, UI·UX 변경 등이 사용자 불만까지 이어졌다. 지금도 앱 스토어 리뷰에선 과거 앱과 비교하며 앱 사용성을 지적하는 사용자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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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슈퍼앱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

고객 락인 효과와 사업 확장을 위해 슈퍼앱 전략을 멈추지 못하는 기업들(자료=어도비 스톡)

이처럼 슈퍼앱 전략을 둘러싼 각종 부작용과 반발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기업이 슈퍼앱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사업 생태계 확장, 데이터 기반 수익화, 사용자 락인(lock-in) 효과 등 슈퍼앱이 기업에 가져다주는 이익을 꼽는다. 쉽게 말해 사용자를 하나의 앱에 이탈 없이 오래 머물게 할수록 광고·커머스·금융 등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할 기회가 생긴다는 이야기다.

실제 동의대학교 연구진들은 주요 은행권 사례를 분석해 발표한 논문 <슈퍼앱 채널 전략에 관한 연구: 국내 시중은행 사례 분석>에서 은행이 금융과 생활을 결합한 슈퍼앱을 통해 고객 충성도 향상과 시장 지배력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즉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기능을 한 데 모으는 것을 넘어, 고객 접점을 넓히는 채널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글로벌 경영 전략 컨설팅 기업 커니의 한국 지사 커니코리아 역시 “슈퍼앱은 사용자의 삶을 단순화함으로써 높은 참여도와 충성도를 형성하며, 이를 통해 교차 판매 및 데이터 기반 인사이트 확보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서 슈퍼앱은 단일 핵심 서비스에 의존하지 않는 다각화된 수익 모델을 가능하게 하며, 비즈니스 회복탄력성과 고객 유지력을 동시에 강화하는 전략적 자산이 된다”고 설명했다.

체류 시간 증대와 데이터 수집을 통한 개인화 서비스 고도화를 목표로 하는 티맵(자료=티맵)

슈퍼앱 전략을 시도하는 기업들이 밝힌 목적도 이런 분석과 일맥상통하다. 하나은행은 리디와 콘텐츠 제휴를 통해 하나원큐에 웹소설 및 만화 감상 기능을 추가하며 체류시간과 방문 빈도를 높이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콘텐츠 소비 데이터를 금융 데이터와 결합하겠다고 밝혔다.

티맵 모빌리티 역시 숏폼 기능을 “사용자의 방문 경험을 데이터로 쌓아 AI 기반 장소 추천과 개인화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핵심 축”이라고 설명함과 동시에, “이런 콘텐츠와 장소 서비스 강화는 장기적으로 광고 비즈니스의 성장 기반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기업이 원하는 성과와 사용자들의 편리함은 다르다

기업의 수익성과 사용자 경험 사이에서 슈퍼앱 딜레마가 발생한다(자료=클립아트코리아)

문제는 이런 사업적 명분과 비즈니스 전략 아래에서 이뤄지는 슈퍼앱 전략이 사용자들의 반발과 자주 부딪힌다는 점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업에 필요한 락인 효과와 매출 성과 등이 사용자에게 필요한 ‘좋은 경험’과 같은 방향에서 이뤄지지 않으며, 기능이 추가될수록 사용자들의 불편이 증가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실제 서기수 서경대학교 금융정보공학과 교수를 중심으로 하는 서경대학교 MFS 연구회는 “현재 국내 금융 앱들은 월간 활성 사용자 수 중심의 슈퍼앱 전략에 매몰돼 있다”며 “고객을 앱에 오랫동안 머물게 해 보험, 대출 등을 교차 판매하거나 광고 수익을 내야 하는 구조가 단순한 계좌 조회 화면조차 앱테크용 포인트 룰렛이나 이벤트 팝업으로 가득 차게 만들었다. 뱅킹 업무보다 트래픽 확보가 우선시된 결과 금융 소비자들의 피로도가 급격히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실무자들 사이에서도 이런 디지털 비대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지난 4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2026 프레스톡’에서 “고객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하나 둘 선보이다 보니 어느새 모든 금융 앱들이 비슷한 모습이 돼 버렸고, 서비스가 많아지면서 고객은 오히려 더 큰 복잡함을 느끼게 됐다”며 “모든 기능을 하나에 담아내는 슈퍼앱 전략은 오늘날 복잡한 메뉴와 UX로 고객의 피로도를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오늘날 여러 슈퍼앱 전략이 기존 사용자들의 니즈, 사용 경험 및 맥락과는 무관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서비스 생태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358명의 라인 앱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슈퍼앱 확장 전략의 수용 요인 조사를 진행한 국립대만과학기술대학교와 담강대학교 연구진은 “핵심 앱과 확장 서비스 사이의 시너지와 적합성이 사용자의 태도를 결정하는 데 가장 두드러진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즉 슈퍼앱 전략으로 신기능을 추가할 때는 기능 자체의 효용뿐 아니라 기존 서비스와 얼마나 자연스럽게 연결되는지도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무엇’을 ‘왜’ 담아야 하는지 확실히 해야

성공적인 서비스 확장을 위해선 설득력 있는 사용자 경험 설계가 필요하다(자료=iStock)

결국 슈퍼앱 전략을 둘러싼 사용자들의 반발과 딜레마는 서비스 확장 시도 자체보다는 무엇을 통합하고, 어떻게 확장할 것이냐의 문제에 가깝다. 전문가들 역시 슈퍼앱 전략 시도에 앞서 ‘맥락’과 ‘차별화 전략’에 집중해 사용자가 서비스를 찾는 이유와 새로운 기능이 해결하려는 문제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삼성, LG, SK 등 여러 기업에서 UX 디자인 및 경험 컨설팅을 수행한 전문가인 이동석 레인메이커 DNC 대표는 <디지털 인사이트>의 질문에 “우리는 이미 각자 개인의 삶에 맞게 서비스들을 조합해서 사용하고 있기에, 익숙한 개인의 서비스 조합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반대로 기존에 잘 사용하던 앱의 경험이 익숙하지 않게 바뀌면 사용자들은 반발하게 된다”며 “슈퍼앱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선 이런 사용자들이 개인 서비스 생태계를 바꿀 만큼 차별화된 설득력을 갖춰야 한다”고 설명한다.

나아가 그는 “많은 회사가 정보 서비스 제공자 관점으로 회사의 경영진에게 보고만 하고 서비스를 확대하는 오류를 계속 범한다”며 “이런 모든 서비스의 변화는 경험 디자인의 관점으로 면밀하게 기획과 검증을 거친 후에, 개발을 진행하는 것이 헛되게 개발비를 낭비하지 않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AI 기술을 활용해 이러한 슈퍼앱 딜레마를 돌파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앞서 금융권의 슈퍼앱 전략 남용을 지적한 윤호영 대표는 “금융의 궁극적 역할은 고객의 니즈를 가장 쉽고 빠르게 해결하는 것이고 고객들에게 가장 직관적이고 친숙한 방식은 ‘대화’다”라며 “AI는 고객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서 가장 필요한 기능을 대화로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모든 것을 하나의 앱에 넣는 슈퍼앱 전략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 서경대학교 MFS 연구회는 “경쟁의 승패는 하나의 앱에 ‘얼마나 많은 기능을 빽빽하게 채워 넣나’가 아니라, ‘복잡한 지급 결제와 자산관리의 과정을 얼마나 감각적으로 포장하고 덜어내나’에서 갈린다”며 직관적이고 미니멀리즘적인 앱 디자인 철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시은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 역시 서구권 은행들이 특정 기능이나 테마 등 맥락에 집중하거나 타사와 파트너십을 맺는 방식으로 모바일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며, “국내 은행 역시 만능 앱 외의 모바일 뱅킹 서비스 차별화 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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