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I/UX

챗GPT도 클로드도 제미나이도… 왜 모두 ‘채팅창’일까?

요즘 AI가 다들 채팅창 UI를 사용하는 이유

챗GPT를 켜도, 클로드를 켜도, 제미나이를 켜도 우리가 처음 마주하는 모습은 꽤 비슷합니다. 첫 화면 중앙에는 입력창이 위치해 있고, 화면 측면엔 AI와 주고받은 대화 내역들이 정리돼 있죠. 색상과 로고나 세부적인 디자인은 달라져도 이 기본적인 화면 구성만큼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심지어 LLM이 아닌 AI 서비스에서도 채팅창 UI를 쉽게 만나볼 수 있죠.

생각해 보면 조금 이상한 일입니다. 오늘날 수많은 기업이 AI 서비스를 제작하고, AI가 제공하는 기능 역시 제각각입니다. 기존 디지털 서비스라면 목적과 기능에 따라 서로 다른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유독 AI 서비스만큼은 하나같이 비슷한 채팅창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왜 회사도 다르고, AI가 제공하는 기능도 다른데 왜 인터페이스만큼은 모두 채팅창으로 모이고 있는 것일까요?

‘카드’와 ‘버튼’을 대체한 채팅창

사실 모든 AI 서비스가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채팅창 UI를 사용한 것은 아닙니다. 챗GPT 이전에도 사용자의 행동이나 정보를 파악하고, 여러 종류의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AI 비서들은 여럿 있었는데요. 당시엔 지금처럼 텍스트 및 정보 입력창을 중심으로 화면을 구성하기보다는 AI가 제공할 수 있는 정보와 기능을 카드와 버튼, 피드 등의 형태로 구조화해 보여주는 방식이 주요 UI로 활용됐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HTC가 2017년 출시한 사용자의 스마트폰 이용 습관을 학습해 사용자의 일상을 지원하는 AI 기반 개인 비서 시스템, ‘HTC 센스 컴패니언’인데요. 이 서비스는 사용자의 일정이나 위치, 배터리 상태 등을 바탕으로 외출 전 보조 배터리를 챙기라고 하거나, 날씨에 맞는 옷과 주변 식당, 이동 시간 등을 제공했죠.

하지만 해당 앱 서비스엔 지금과 같은 텍스트 입력창이나 대화 기록 라이브러리가 없었는데요. AI의 제안은 디테일 카드로 나타났고, 사용자는 카드 안의 버튼이나 좋아요, 싫어요 같은 항목을 눌러 반응하고 AI와 상호작용했습니다.

카드 형태로 정보를 제공했던 HTC 센스 컴패니언(자료=HTC)

이 흐름이 달라지기 시작한 배경엔 AI의 성능 및 모델 자체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AI가 기술 발전에 따라 광범위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학습하고, 다양한 작업과 과업을 수행할 수 있는 모델로 발전하면서 더 이상 사용자의 입력을 제한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인데요.

과거처럼 AI가 수행할 수 있는 행동이 제한적일 때는 디자이너가 가능한 기능을 카드와 버튼, 메뉴 등의 형태로 미리 정의해 보여줄 수 있었지만, AI 모델이 처리할 수 있는 작업의 종류가 늘어나고 사용자의 요청 또한 사전에 예측하기 어려워지면서 가능한 모든 행동을 GUI 안에 미리 나열해 준비하는 방식 자체가 AI 서비스의 성격과 맞지 않게 된 겁니다.

실제 8년 넘게 구글에서 모바일 사용자 경험 디자인을 주도한 UI·UX 디자이너 루크 브로블레프스키는 “개방형 텍스트 입력창은 분명 장단점이 있지만,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는 탁월한 장점이 있다. 그리고 오늘날의 AI 기반 시스템은 이런 의도 파악 능력을 점점 더 향상시키고 있다”며 AI 모델의 성능 향상이 AI 서비스들에서 채팅형 인터페이스, 즉 채팅창 UI가 널리 사용되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채팅창의 높은 범용성과 낮은 사용 장벽

채팅창 UI의 최대 장점은 별도 경로 학습이 필요 없는 낮은 사용 장벽과 여러 기능에 대응 가능한 범용성이다(자료=구글)

물론 단순 의도 파악 용이성 하나 만으로 채팅창 UI가 여러 AI 서비스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전문가들이 채팅창 UI에서 가장 호평하는 요소는 바로 ‘낮은 사용 진입 장벽’과 ‘높은 범용성’인데요. 쉽게 말해서 특별한 조작법을 배우거나 별도의 경로를 학습하지 않더라도 사용 자체에 있어서 어려움이 없고, 여러 기능에 대응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 인터콤(Intercom)의 공동 창업자 데즈 트레이너는 “(과거라면) 엑셀에서 음수 값을 가진 모든 셀을 빨간색으로 강조하고 싶다면 조건부 서식이란 단어를 떠올리고 구글에 검색해 방법을 찾아 기계적으로 설명에 따라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오늘날엔 AI에게 간편히 요청할 수 있다. 채팅창 UI는 소프트웨어 접근성을 대폭 확대하는 데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또한 그는 “복잡한 소프트웨어일수록 사용자들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알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며 하려던 일을 그냥 입력하고 그것이 실행되는 모습을 보게 되면 사용성 장벽을 쉽게 허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클로드 포 워드의 채팅창. 채팅창 UI는 많은 기능이 포함돼 있는 복잡한 시스템에도 높은 호환성 및 범용성을 보여준다(자료=앤트로픽) -> 조사 추가

실무 AI 서비스 개발 현장에서도 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실제 금융 AI 플랫폼 핀툴(Fintool)의 창립자 겸 시스템 엔지니어 도노반 소(Donovan So)는 “초창기엔 모든 기능마다 맞춤형 UI를 구축했고, 각 기능마다 고유한 탭, 디자인, UX를 갖도록 했다. 문제는 새로운 기능마다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익히고, 유지 보수 코드가 많아지고, 기능들이 탐색 메뉴에 숨겨져 있어 사용자들이 그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었다”고 기존 GUI 방식의 단점을 설명했는데요.

이어 그는 “때문에 모든 기능을 채팅으로 옮기기로 했다. 그 결과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때 더 이상 새로운 페이지를 만들 필요가 없었다. 도구를 구축하고 에이전트에 연결하기만 하면 기존의 익숙한 인터페이스를 통해 해당 기능이 표시된다. 사용자는 한 곳에 머무르게 되며, AI가 사용자에게 필요한 기능을 제공했다”며 채팅창 UI의 장점을 호평했습니다.

특히 이런 실무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연구 자료에서도 증명되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실제 존스 홉킨스 대학과 안후이 중의학 대학, 상하이 AI 연구소 연구진이 2024년 공동으로 진행한 UI 설계 및 기능적 역량 향상 연구에 따르면 의료 분야 배경지식이 있는 참가자를 모집해 의료 소프트웨어 사용성 실험을 진행한 결과 참가자의 84.6%가 채팅 인터페이스를 사용한 기능 조작이 기존 GUI보다 더 쉽다고 평가했으며, 여러 단계의 복잡한 작업 시 GUI를 통한 작업의 조작 실수가 채팅창 UI보다 현저히 높게 나타났죠.

모든 곳에 적용 가능한 만능 UI는 아니다

채팅창 UI가 항상 모든 AI 서비스에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자료=클로드)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채팅창 UI가 완전무결한 인터페이스라는 것은 아닙니다. 몇몇 전문가들은 채팅창 UI가 모든 AI 서비스에 어울리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사용성을 낮추기도 한다는 분석을 내보이기도 하는데요.

이들이 언급하는 주된 단점은 버튼과 메뉴를 통해 서비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능과 다음 이어질 행동을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던 GUI 형식과 다르게, 사용자가 무엇을 해야 하며, AI가 어디까지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몰라 진입과 행동을 고민하는 문제입니다.

실제 아멜리아 바텐베르거 깃허브(GitHub) Next 팀 수석 연구 엔지니어는 이런 문제를 ‘어포던스의 부재’로 설명하며, “좋은 도구는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어떻게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며 “채팅창 UI에선 사용자가 텍스트를 입력해야 한다는 것 외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단서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는데요.

일반적으로 채팅창 UI는 AI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파악하기 어렵다(자료=오픈AI)

10년 경력의 아마존 시니어 UX 디자이너 브라이언 렁 역시 “채팅이 쓸모없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채팅이 일상 업무의 주요 수단이 되면, 시스템은 사용자에게 너무 많은 책임을 전가하게 된다”며 “그 결과 AI는 인지 부하를 줄여주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능숙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또 다른 전문 도구가 되어 버린다”며 모든 곳에 무작정 채팅창 UI를 접목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꼬집었습니다.

심지어 최근엔 채팅창 UI를 두고 ‘역사상 최악의 인터페이스’라는 과격한 주장도 나타나고 있는 중인데요. 실제 지난 19일 카츠퍼 스타니울 마이 아키텍트 AI(MyArchitectAI) 공동 창립자는 “빈 텍스트 상자는 모든 책임을 사용자에게 돌리는 디자인 실패작이다. 무엇을 물어봐야 하는지,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어떤 맥락에 맞춰야 할지, 결과가 잘못됐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두 사용자가 알아서 해야 한다”고 지적해 화제가 됐습니다.

특히 그는 대부분의 일반적인 사용자가 챗GPT를 열어 짧은 질문으로 입력한 뒤 평범한 답변을 받고 서비스를 떠나고, 문서 요약이나 초안 작성에만 머물러 있는 현실을 짚으며, “이는 모델의 문제가 아니다. 인터페이스에는 무엇이 가능한지 보여주는 메뉴도, 사용법을 알려주는 단서도 없다”고 현 AI의 채팅창 UI 문제점을 강조했습니다.

채팅창은 AI UX의 종착지가 아닌 나아갈 지점

채팅창 UI는 AI (자료=구글)

그렇다면 앞으로 AI 서비스는 어떤 UI를 사용해야 할까요?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이야기들을 종합해 보면, 결국 채팅창 UI은 사람들은 AI를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만든 대표적인 인터페이스이지만, AI UX의 최종 완성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완성형이 아닌 발전시켜 나아가야 할 지점이란 이야기죠.

실제 서비스 나우(ServiceNow)의 UX 리서처인 빅터 요코 박사는 최근 AI 업계가 모든 기능을 채팅창 UI에 넣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훌륭한 UX는 사용자의 맥락, 의도, 인지 부하에 맞춰 인터페이스를 조정하는 데에 있다. 즉, 사용자가 인터페이스에 맞춰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페이스가 사용자에게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라며 AI 서비스에는 좀 더 유동적으로 다양한 UI가 사용될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데요.

특히 그는 “구조화된 여러 정보를 입력해야 하는 작업에는 폼이나 단계별 입력 화면을, 복잡한 조건을 설정하거나 공간을 직접 조작하는 작업에는 필터와 슬라이더, 드래그 앤 드롭과 같은 GUI 사용을 추천하며, 결과물에서도 텍스트에 얽매이지 않고 시각적 대시보드, 인터랙티브 캔버스 등을 활용할 것을 권장했습니다.

왼쪽 기존 채팅창 UI의 AI는 사용자가 요청 사항을 직접 입력해야 시작할 수 있지만 하지만 우측의 예측형 인터페이스는 사용자가 사용할 경우가 높은 기능들을 선제적으로 제시한다 (자료=텔러스 디지털)

최근 업계에선 한 발 더 나아가 사용자가 반드시 무언가를 입력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글로벌 CX · AI 솔루션 기업 텔러스 디지털(TELUS DIGITAL)은 지난 6월 사용자가 무슨 질문을 할지 고민하며 멈추는 시간이 생기는 것은 디자인의 실패이며, 이런 불편함은 사용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예측형 인터페이스(Anticipatory Interface)’를 보안책으로 선보였는데요.

이렇게 텔어스 디지털이 선보인 예측형 인터페이스는 채팅창에 아무런 입력 없이도 첫 화면부터 로그인한 사용자의 맥락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용자에게 가장 유용할 정보들을 정리해 제공하거나, 작업 지시를 내리기도 전에 사용자가 빠르게 처리해야 할 작업들을 자동 분류해 제시하는 모습을 보여줘 주목을 받았습니다.

제이콥 닐슨은 미래 AI UX는 채팅창 너머에 존재한다고 말한다(자료=제이콥 닐슨)

나아가 AI를 위한 새로운 UI·UX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성공의 기회라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세계적인 UX 전문가 제이콥 닐슨입니다. 실제 지난 5월 제이콥 닐슨은 채팅창 UI는 AI를 사용하는 여러 수많은 방식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하며 채팅창 UI가 미래 AI 인터페이스의 최종 형태가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는데요.

특히 그는 “앞으로의 기회는 AI가 사용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더 많은 일을 직접 수행하는 흐름에 맞춰, 화면 구성부터 작업 진행 순서, 업무 분담까지 달라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하는 데에 있다”며 “채팅은 대중화된 첫 번째 AI 인터페이스였지만 한계가 큰 만큼, 앞으로는 훨씬 다양한 AI UX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이런 흐름에서 주목할 점은 AI UX의 중심이 ‘사람들에게 AI를 어떻게 이해시키고, 지시하게 할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며, 나아가 새로운 기술에 맞는 정답과도 같은 UI를 찾는 것이 아닌, 기술의 특성과 사용 맥락에 맞춰 익숙한 인터페이스를 어떻게 확장하고 보완할 것인지 고민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 에디터김동욱 (jkkims@ditoday.com)
디자인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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