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퀴드 글래스가 1년 동안 남긴 교훈? 애플이 투명도 슬라이더를 추가한 까닭은
사용성을 희생해 만들어낸 시각적 혁신의 대가

애플이 작년에 새롭게 선보인 차세대 GUI, ‘리퀴드 글래스(Liquid Glass)’를 두고 자사의 고유한 디자인 철학과 사용자 경험(UX) 통제권 사이에서 중대한 전략적 선회를 단행했습니다. 인터페이스의 투명도를 비롯한 각종 시각 설정을 사용자가 직접 제어할 수 있도록 슬라이더 기능을 새롭게 도입한 것인데요.
이는 단일한 시각적 규격을 획일적으로 적용하며, 사전에 철저히 검토된 미학적 통일성을 최우선으로 내세웠던 과거 애플의 기조와 전면적으로 대비되는 결정입니다. 이에 사용자의 다양한 시각적 환경을 포용하려는 성숙한 결단이라는 찬사부터, 단일적으로 완벽함을 추구하던 과거의 디자인 비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진단까지 다양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데요.
과연 애플은 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일까요? 이번 글에선 리퀴드 글래스의 새로운 개편부터 시작해 애플이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침내 생겨난 리퀴드 글래스 조절 슬라이더

사람들이 WWDC 2026을 두고 시리 AI를 필두로 한 애플의 새로운 AI 기능 발표에 주목하고 있지만 UI·UX 디자이너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리퀴드 글래스에 추가된 옵션 슬라이더 기능입니다.
이 슬라이더를 통해 사용자는 리퀴드 글래스의 투명도를 ‘극도의 투명함(Ultra clear)’부터 ‘완전한 불투명(Fully tinted)’까지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데요. 이는 과거 시스템이 제한적인 끄기 옵션만 제공했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인 행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애플은 WWDC 2026 기조연설을 통해 이번 슬라이더 추가가 “모든 사람의 선호도가 다르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더 많은 제어권을 부여해 콘텐츠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슬라이더 추가가 지난 1년간 뼈아픈 교훈을 얻은 애플의 디자인 정책 전환이라고 해석합니다. 특히 영국의 IT 서비스 솔루션 기업 DR Logic은 “애플이 이처럼 직접적인 UI 조절 기능을 제공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대표 디자인 요소에 사용자 커스터마이징 옵션을 제공하는 것은 자사의 미적 기준을 고수하기보단 접근성과 사용성 관련한 실질적인 피드백을 수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는데요.
Deel의 시니어 프로덕트 디자이너 파브리치아 아우시엘로 역시 UX Collective 기고를 통해 “안드로이드는 항상 사용자에게 제어권을 주고 스스로 최적의 설정을 찾도록 맡겨왔다. 하지만 애플은 정반대의 철학, 즉 자신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디자인 정체성을 구축해왔다”며 “이것이 애플의 모든 제품에 내재된 약속이며, 그렇기에 애플의 투명도 슬라이더가 의문스러운 UI 결정을 넘어 그동안의 철학에서 벗어난 것으로 느껴진다”고 평가했습니다.
결국 애플의 발목을 잡은 리퀴드 글래스의 가독성 문제

그런데 리퀴드 글래스에는 무슨 문제가 있기에 이런 변화가 적용돼야 했을까요? 전문가들은 리퀴드 글래스 자체가 심미적으로 아름다워 보이고 인상적일 수는 있어도, 사용성이 뛰어난 디자인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심미성이냐, 가독성이냐” 애플 차세대 GUI ‘리퀴드 글래스’를 향한 우려
액체 유리 특성을 지닌 애플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의 명과 암
실제 지난해 6월 애플의 리퀴드 글래스 발표 직후 닐슨 노먼 그룹, 마우로 사용성 과학 연구소 등 유명 UX 기관들은 리퀴드 글래스가 인체공학 관점에서 심각한 사용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를 이어오고 있는데요.
특히 접근성 컨설팅 기업 인피넘(Infiunm)의 경우, 베타 기간 동안 리퀴드 글래스의 명암비를 측정해 화면의 명암비가 1.5 : 1에 불과하며, 이는 WCAG에서 본문 화면에 권장하는 최소 명암비인 4.5 : 1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라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나아가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 발표를 두고 그동안의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됐으며, 애플이 마침내 사용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 캐나다의 제품 디자인 에이전시 오리존(Orizon)은 “iOS26 출시 이후 가독성 문제로 인해 사용자들의 불만이 거세지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사용자에게 직접 조절 권한을 부여한 것”이라고 평가했는데요.
25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UX/CX 전문가 올리버 웨스트(Oliver West) 역시 “이번 변화는 사람들이 텍스트를 제대로 읽을 수 없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며 “수백만 명의 사용자가 가독성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리텐션 신호이며, 많은 사용자가 화면 대비 및 가독성 문제를 지적했기에 애플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결국 심미성이나 혁신 이전에 사용성이 앞서야

한편 몇몇 전문가는 1년에 걸친 애플의 리퀴드 글래스 개편 과정이 심미성이나 혁신 이전에 사용성이 먼저 확보돼야 함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라고 평가합니다.
특히 15년 이상의 제품 디자인 경력을 지닌 로빈 말릭(Robin Malik) Watch Your Health 디자인 리더는 “애플의 리퀴드 글래스는 한 가지를 증명하고 있다. 바로 UX가 UI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라며 “시각적 혁신은 분명 가치 있지만 결코 가독성, 접근성, 명료함, 사용자 신뢰를 대가로 이뤄져선 안된다”고 강조했는데요.
이번 개편 사례가 UI 가독성이 사용 편의를 넘어 기업의 수익성과도 직결되는 요소임을 증명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영국의 IT 비즈니스 솔루션 기업 DR Logic은 “인터페이스의 가독성은 진정한 의미의 생산성 문제”라며 “텍스트를 읽을 수 없다거나 버튼이 이상해 보인다는 반응들은 실질적인 개선 비용을 발생시킨다. 애플의 투명도 슬라이더 도입이 이런 마찰점을 줄여준다면 이는 비용 절감이라는 막대한 실용적 가치를 지니는 것”이라고 분석했죠.
결국 이번 애플의 리퀴드 글래스 개편이 업계에 남긴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UI라고 하더라도 사용자의 가독성을 낮추고 사용성을 훼손한다면 사용자는 불만을 느끼며, 결국 UI는 본연의 목적과 역할을 상실해 개선에 비용과 시간 등 리소스를 잡아먹는 원인이 된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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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김동욱 (jkkims@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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