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I/UX

단어 순화로는 부족… 디지털 공공언어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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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공공 서비스는 왜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걸까요? 최근 <디지털 인사이트>는 세 차례에 걸쳐 공공 웹사이트의 언어 실태를 살펴봤습니다. 그 결과 한 가지 근본적인 원인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디지털 환경에 맞는 공공언어 표준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그간 공공언어를 쉽게 고치려는 노력은 꾸준히 있었습니다. 국립국어원은 외국어·외래어, 한자어, 전문용어 등 약 2만 건의 다듬은 말을 제시해 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공공언어 글쓰기 가이드를 발간하고 교육을 진행해 왔습니다.

문제는 이 모든 순화어가 종이 문서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입니다. 디지털 서비스를 개발할 땐 ‘사용자 입장에서 얼마나 이해하기 쉬운가’를 중심으로 문장의 간결함과 정보의 배치, 일관된 톤앤매너 등 다양한 요소를 신경 써야 하는데, 국립국어원의 가이드는 문서 내 용어 순화에만 초점을 맞춘 탓에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데는 한계가 있죠.

와이어링크가 자체 개발한 ‘디지털 정부 서비스 표준 UX 라이팅 가이드라인’. 와이어링크는 업계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 레퍼런스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 UX 라이팅 시장 개척자 중 하나다(자료=와이어링크)

그렇다면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공공언어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이 질문에 해법을 내놓은 회사가 있습니다. <디지털 인사이트>와 함께 공공언어 실태를 함께 조사한 와이어링크인데요. 이들은 최근 ‘디지털 정부 서비스 표준 UX 라이팅 가이드라인(이하 공공언어 가이드)’을 자체 개발했습니다. 와이어링크에 따르면 디지털 공공언어의 표준을 제시한 것은 정부와 민간을 통틀어 이번이 최초 사례입니다.

UX 라이팅은 사용자가 디지털 서비스를 잘 이용할 수 있도록 화면의 문구를 설계하는 작업을 일컫습니다. 금융권을 중심으로 100여 건 이상의 UX 라이팅 프로젝트를 수행해 온 와이어링크는 이번 가이드에 디지털 공공서비스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문구 작성 원칙과 예시를 담았다고 밝혔는데요. 가이드 개발을 이끈 고현미 와이어링크 TX라이팅그룹 그룹장을 만나 디지털 공공서비스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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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원칙부터 컴포넌트·패턴까지… 8년 노하우 집약

사용자 중심의 공공 글쓰기 지침 부족

와이어링크에 따르면, 이번 공공언어 가이드는 사용자 경험을 고려한 공공서비스 글쓰기 지침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국립국어원이 발간한 쉬운 공문서 쓰기 길잡이 목차(자료=국립국어원)

앞서 언급했듯 국립국어원이 용어 순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주로 보도자료와 행정서식 등 공문서를 대상으로 삼고 있어 디지털 서비스 전반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행정 및 전문용어를 무조건 쉽게 고치는 것도 능사는 아닙니다. 자칫 의미가 달라져 오해를 부를 수 있는 데다 공간이 제한된 디지털 환경에서는 짧은 표현으로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는 전문용어나 한자어가 더 효과적인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도 이에 공감하여 공공 서비스의 사용자 경험 개선을 위해 2023년부터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아쉬움은 있습니다. 한 예로,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월 국내 첫 범정부 UI·UX 디자인시스템(KRDS)을 개시하며 디지털 공공서비스의 디자인 표준을 제시한 바 있는데요.

지난해 초 공개된 KRDS 메인 화면. 모든 디지털 공공 서비스의 UI·UX 디자인 기준을 제시한다(자료=KRDS)

문제는 스타일과 컴포넌트, 패턴 등 디자인 원칙은 충실히 다루고 있지만 텍스트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몇 가지 원칙들도 대부분 개념 설명인 데다 일부 컴포넌트에 한정돼 있어 구체적인 문구 작성 기준으로 삼기에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와이어링크의 분석이죠.

이번 공공언어 가이드 개발을 주도한 고현미 와이어링크 TX라이팅그룹 그룹장은 “KRDS에는 실제 화면에 노출되는 텍스트 작성 지침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라며 “그 결과 동일한 기능이나 컴포넌트, 패턴임에도 기관 홈페이지마다 용어, 말투, 문장 구조가 다르게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꾸준히 가이드를 발간하고 있어 용어는 상당 부분 순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쉬운 단어를 쓴다고 서비스 이용까지 쉬워지는 건 아닙니다. 언어 순화는 기본이고, 문장과 정보가 맥락에 맞게 적재적소에 배치됐는지, 핵심 정보만 쉽게 추렸는지, 서비스 오류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지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죠. 즉, 로그인부터 로그아웃까지 모든 용어와 표현, 정보가 사용자인 국민 중심으로 작성돼야 하는데 공공서비스는 여전히 공공기관 중심의 표현이 많아 개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고현미 와이어링크 TX라이팅그룹 그룹장

와이어링크가 공공언어 가이드를 개발한 배경도 여기에 있습니다. 디지털 환경에 맞는 글쓰기 지침으로 국립국어원 가이드와 KRDS가 지닌 한계를 보완하고, 복잡한 공공서비스를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구상이죠.

원칙부터 예시까지… 8 노하우 담아

그렇다면 와이어링크의 공공언어 가이드는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까요. 이번 가이드는 국립국어원의 쉬운 공공언어 쓰기 지침과 KRDS를 기반으로 와이어링크의 UX 라이팅 노하우가 결합된 결과물입니다.

가이드는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구성됩니다. 디지털 정부 서비스가 지켜야 할 언어 기준과 문장 작성 원칙을 정의한 ‘기본 원칙’, 모달, 탭, 버튼 등 UI 요소별 작성 기준을 제시한 ‘컴포넌트 가이드’, 오류, 정보 입력, 동의 등 반복되는 패턴에 대한 작성 기준을 담은 ‘패턴 가이드’입니다. 현장 공무원이나 공공서비스를 개발하는 실무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예시를 담은 점이 특징인데요.

기본 원칙의 경우 ‘명확하게 쓰기’ ‘간결하게 쓰기’ ‘일관되게 쓰기’ ‘배려하며 쓰기’ ‘정확하게 쓰기’ 등 5가지 원칙과 15가지 상황별 사례로 구성됩니다. 예컨대 명확하게 쓰기에서는 국립국어원 가이드를 참고해 쉬운 말을 쓸 것을 권장합니다.

공공언어 가이드 내 기본 원칙 중 일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표현으로 순화할 것을 강조한다(자료=와이어링크)

‘인감을 날인하거나’라는 표현은 ‘인감도장을 찍거나’로, ‘내구연한 설정’은 ‘사용 가능 햇수 설정’으로, ‘소정의 급여를 지급함으로써’는 ‘정해진 급여를 지급함으로써’로 바꾸는 식입니다. 사용자가 대체할 쉬운 말이 없다면 주석이나 도움말, 툴팁을 활용해 사용자가 해당 화면에서 용어의 뜻을 확인할 수 있도록 설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죠.

말투에 관한 기준도 제시했습니다. 신뢰가 중요한 공공서비스의 특성을 고려해 안내 문구에는 원칙적으로 격식을 갖춘 ‘하십시오체’를 적용할 것을 권합니다. 또한 문장을 ‘~하기 바람’ ‘~할 것’처럼 명사형으로 끝맺으면 고압적인 명령조로 느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공공언어 가이드 내 컴포넌트 원칙 중 일부. 분명하고 정확한 레이블을 권장한다(자료=와이어링크)

컴포넌트 가이드에서는 탐색과 레이아웃, 액션 등 7개 대표 컴포넌트와 16개 상황별 지침을 소개합니다. 한 예로 선택 옵션의 레이블을 작성할 때는 정확하고 구체적인 표현을 사용하도록 안내합니다. 개인정보 수집 동의 여부를 묻는 화면에서는 ‘예/아니오’나 ‘Y/N’처럼 질문과 선택지를 함께 읽어야 의미를 알 수 있는 표현보다, 선택지만 보아도 뜻을 이해할 수 있는 ‘동의함/동의 안 함’을 사용하도록 권장합니다.

이번 공공언어 가이드에는 와이어링크가 지난 8년간 쌓은 노하우가 반영됐습니다. 고현미 그룹장은 “금융업을 중심으로 축적한 UX 라이팅 경험을 토대로 주요 컴포넌트와 패턴에서 사용자의 인지 부담을 줄이고, 빠르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돕는 라이팅 지침을 상세하게 기술했다”며 “특히 가이드를 쓰는 실무자의 눈높이에 맞춰 쉬운 설명과 방법 중심의 지침, 충분한 개선 예시를 담았기 때문에 활용성이 높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가이드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솔루션 개발도 추진 중입니다. 와이어링크 산하 TX 기업부설연구소가 최근 공공언어 캠페인의 일환으로 배포한 ‘TX Public 용어 진단기’에 이번 가이드를 반영, 연내 웹사이트 주소만 입력하면 용어 검수뿐 아니라 텍스트 전체를 종합적으로 진단하는 방식으로 고도화한다는 구상입니다. 아울러 컨설팅도 진행 중인데요. 사용자 중심의 텍스트 개선을 추진 중인 기관이나 기업은 와이어링크 TX 기업부설연구소에 컨설팅을 문의할 수 있습니다.

범정부 디지털 공공언어 표준 마련돼야

이번 공공언어 가이드에도 보완할 점은 있습니다. 민간 기업이 선제적으로 진행한 프로젝트인 만큼 화면 분석과 사례 도출에 제약이 따랐기 때문입니다.

고현미 그룹장은 “이번 가이드는 UX 라이터가 직접 공공서비스에 로그인해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접근할 수 있는 화면이 한정됐다. 향후 정부 기관 주도로 UX 라이팅 가이드가 제작된다면 더 다양한 정보를 토대로 라이팅 지침과 개선 사례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더 근본적인 한계는 사전에 공공언어에 대한 고려 없이 웹사이트를 구축한 후 일부 텍스트만 손보는 현행 방식입니다. 예컨대 지금 공공서비스는 정보량이 많고 인터페이스도 복잡해 사용자가 원하는 목적지에 쉽게 도달하기 어려운 상황인데요. 이런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용어만 바꿔 쓰는 것보단, 서비스의 기획·설계 단계부터 UX 라이팅 지침이 함께 고려돼야 사용자 경험 개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면 정부가 나서서 KRDS와 연계한 범정부 디지털 공공언어 표준을 구축하거나, 대규모 발주 프로젝트를 통해 민간이 개발한 UX 라이팅 가이드를 공공 환경에 맞춰 고도화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제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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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해 <디지털 인사이트>는 지난해 10월 행정안전부에 범정부 UX 라이팅 표준 부재에 대한 의견을 물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이용석 디지털정부혁신실 실장으로부터 “2026년부터 범정부 차원에서 공공서비스 표준 용어집을 구축·운영해 기관 간 용어 불일치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는데요. 아직까지 구체적인 변화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번 디지털 공공언어 실태 시리즈에서 살펴봤듯 사용자가 공공기관에 원하는 건 대단한 게 아닙니다. 외부 도움 없이 서비스 안에서 업무를 온전히 끝내는 것입니다. 디지털 공공 서비스가 화면만 번듯한 웹사이트에 그치지 않도록, 사용자 관점의 언어 기준이 하루빨리 자리잡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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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장준영 (zzangit@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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