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I/UX

“더 쉽게 작성돼야” 국민 ‘까막눈’ 만드는 공공언어 현주소

[공공언어 실태 진단 ①] 312명에게 물었다

“따로 검색하지 않으면 내용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30대 A씨

디지털 공공서비스의 목적은 ‘누구나 공공 업무를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사용자들은 낯설고 어려운 언어에 가로막혀 인터넷이나 유튜브, 지인의 도움 없이는 업무 하나 제대로 끝내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어려운 공공언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새삼 문제로 떠오른 건 현재 정부가 공공서비스의 AI 전환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언어는 AI가 학습하고 답변에 활용할 ‘재료’가 된다. 공문서 중심의 언어를 방치하면, 새로운 AI 서비스의 사용자 경험도 보장할 수 없다.

이에 <디지털 인사이트>는 디지털 공공서비스의 언어 실태를 진단하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사용자의 언어 인식(1편)에서 출발해, 국내 공공 웹사이트가 공공언어 기준을 얼마나 지키는지 정량 분석하고(2편), 나아가 기관별 언어 실태(3편)까지 들여다본다. 

그 첫 순서인 이번 콘텐츠에선 자체 진행한 설문을 토대로, 이용자들이 공공서비스의 언어를 어떻게 느끼는지, 무엇이 불편하고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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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복잡하고 용어 이해 어려워

지난 1일부터 12일까지 약 2주간 <디지털 인사이트> 독자(뉴스레터 및 SNS 활용)를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설문에는 총 312명이 참여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디지털 공공서비스를 한 달에 1~2번 이상 사용 중이었으며, 연령대는 50대가 37%로 가장 많았고 30대(27%)와 40대(23%)가 뒤를 이었다.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절반이 현재 공공서비스 언어 수준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낯선 용어와 복잡한 설명이 주요 문제로 꼽혔으며, 사용자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터넷 검색이나 지인의 도움을 구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용어와 안내문구, 메뉴명, 절차 설명 등 언어 전반에 대한 인식을 살폈다. 응답자 대부분(97%)이 디지털 공공서비스 이용 시 언어가 ‘중요하다’고 답했지만, 현재 수준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28%에 그쳤으며 약 절반(44%)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불편했는지”(중복 응답) 묻자 복잡한 메뉴명과 낯선 용어가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64.7%가 ‘메뉴명만 보고 원하는 걸 찾기 어렵다’고 답했으며, 58.8%는 ‘행정 및 전문용어와 한자어·외래어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밖에 ‘길고 권위적인 표현’(33.8%)과 ‘용어 혼재’(26.5%), ‘절차 및 서류 안내 부족’(25%)을 지적하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실제 설문에 참가한 한 50대는 “공공 업무를 보다 보면 ‘해당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한하여 신청 가능’과 같은 표현이 자주 쓰이는데 이런 문구만 봐선 내가 대상인지 아닌지 바로 알기 어렵다”며 공급자 입장에서 작성된 글쓰기 실태를 꼬집었다.

또 스스로를 회계 업무 종사자로 소개한 40대는 “재산세 고지서를 받았는데 과세표준, 분리과세, 별도합산과세, 조레감면, 초과액 경감 등 회계 관련 일을 하는 저도 생소한 단어들이 많아 총 재산이 얼마인지 설명하고 납부하는 데 한참 걸렸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가 특히 어렵게 느껴질까. 공공 서비스 영역을 크게 6가지로 구분한 뒤 주관적인 언어 수준에 따라 5점 만점(쉬울수록 높은 점수)으로 점수를 매겨달라고 요청한 결과, ‘증명서·서류 발급’(3.58점)이 가장 이해하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으며, ‘민원 신청 및 접수’(3.03점) ‘공공시설·강좌 예약’(2.85점) ‘오류·알림 메시지’(2.65점) ‘정책·지원금 안내’(2.53점) ‘세금·요금 조회 및 납부’(2.42점) 순으로 어려워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 빈도가 낮거나 세금 및 혜택 등 실질적인 이익과 밀접한 서비스일수록 체감상 더욱 어렵게 느껴지는 모양새다.

‘누구나 쉽게’라는 공공 가치 저하돼

사용자를 고려하지 않은 공공 언어의 가장 큰 문제는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공공의 가치를 저해한다는 점이다.

실제 응답자 대부분이 공공서비스만으로는 업무를 온전히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언어의 불편함이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중복 응답) 묻는 질문에 ‘인터넷 검색이나 전화 문의, 현장 방문을 해야 했다’ ‘작업을 여러 번 반복해야 했다’는 응답이 각각 58.2%로 가장 많았고, ‘중간에 포기했다’는 대답도 32.8%에 이르렀다.

앞선 응답처럼 공공서비스를 이용하다 막히면 외부의 도움을 통해 해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40대는 “오기입 항목 설명이 구체적이지 않아 신고서를 다시 작성해야 하는 상황이 자꾸 반복된다”고 토로했으며, 한 50대는 “올해 처음 종합소득세 신고를 했는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몰라 유튜브 찾아보고 공부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50대는 “법원 관련 사이트는 용어도 어렵고 설명도 부족해서 정관 변경같이 스스로 할 만한 업무도 4~5번 재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외부 업체에 돈을 주고 맡긴 경험도 몇 번 있다”고 털어 놓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령층이나 외국인 같은 디지털 취약계층은 지인의 도움이 필수다. “가족을 대신해 공공 업무를 대신 처리한 적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한 30대는 “부모님 민원을 대신 신청하는데 인증 절차 안내부터 행정 용어투성이라, 전화로 설명하다 포기하고 주말에 직접 내려가 해드렸다”고 답했다.

또 “부모님의 업무를 대신 처리하고도 제대로 한 건지 자신이 없었다”는 의견도 많았으며, “차근차근 설명하려 해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들이라 제대로 안내해드리기가 어려웠다”는 경험을 공유한 응답자도 있었다. 

외국인 지인의 비자 업무를 도왔다는 한 30대는 “체류자격, 체류기간, 자격변경 등 비슷한 행정용어가 많아 외국인은 차이를 이해 못 할 것 같았고, 담당 기관마다 설명도 조금씩 달라 혼란스러웠다”고 했다. 이어 “여러 기관에 전화를 걸어가며 확인을 했는데 처음부터 쉬운 언어와 구체적인 사례가 제공됐다면 훨씬 편리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공서비스에 탑재된 AI 챗봇 기능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모양새다. 한 30대는 AI 챗봇을 ‘허수아비’에 비유하며 “딱 원하는 질문은 없고 불필요한 선택지만 너무 많다. 차라리 시중 AI 서비스처럼 사람에게 말하듯 풀어 질문할 수 있는 AI 챗봇이면 유용할 것 같다”고 했다.

쉬운 언어 필요… 무조건 순화가 능사는 아냐

공공서비스의 언어 현황은 민간 서비스의 쉬운 언어와 대비되며 더 큰 불편함으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지난 10여 년간 IT 업계 및 금융권을 중심으로 사용자 중심 글쓰기를 일컫는 ‘UX 라이팅’이 보편화되면서 민간 서비스는 점점 이해하기 쉬워지는 추세다.

이에 “평소 자주 사용하는 민간 서비스의 언어 수준을 100점이라고 했을 때, 공공서비스에는 몇 점을 매길 수 있겠는지” 묻자 60% 이상이 60점 미만을 선택했다. ‘60~80점’은 약 27%, ‘80~100점’은 10.3%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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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국내 공공서비스의 언어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응답자 대부분은 ‘용어 순화’를 개선책으로 꼽았다. 구체적으로 “전문 용어 대신 보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하면 좋겠다” “공무원만 아는 단어는 지양해야 한다” “용어가 오래돼 시대상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응답이 나왔다.

공공서비스 특성상 행정 및 전문용어의 사용이 불가피한 경우, 풀이를 곁들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예컨대 “어려운 용어의 풀이를 웹사이트 안에서 찾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거나 “정책명은 어렵더라도 상세 설명만큼은 이해하기 쉽게 작성돼야 한다” 등이다. 또 절차 안내의 경우 체크리스트나 도식을 활용해 당장 따라할 수 있는 ‘액션 플랜’ 위주로 작성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말투를 더 친근하게 바꿔야 한다는 응답도 있었다. 한 40대는 “구어체를 활용하거나, 명사 나열보다 서술형 제목을 쓰면 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예컨대 ‘피싱 문자 주의’라는 제목을 ‘공공기관 사칭 피싱 문자를 조심하세요’로 바꾸는 식이다.

또 “제출 기관과 발행 기관의 언어가 같아야 한다”거나 “기관별로 표준화된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등 디지털 공공언어의 표준화를 요구하는 응답도 있었다.

대부분의 응답자가 언어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가운데, 언어 순화가 능사는 아니라는 의견도 나왔다. 무조건 쉽게 쓰면 더 큰 오류가 생길 수 있으니 기존 용어를 두되 풀이를 추가하는 식의 절충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한 50대 응답자는 “언어만 바꾼다고 웹사이트가 확 좋아질까?”라며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안 된다. 전체적인 사용자 경험 관점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설문은 공공서비스의 언어 문제가 ‘누구나 쉽게’라는 공공의 가치를 저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응답자들은 용어 순화와 풀이 추가, 메뉴 개편 등을 개선책으로 제안했으며, 외부의 도움 없이 웹사이트 안에서 온전히 업무를 끝낼 수 있기를 바랐다. 이어지는 시리즈에선 구체적인 현황 파악을 위해 국내 최대 UX 라이팅 전문 기업 와이어링크와 협력, 공공 웹사이트의 언어 실태를 정량적으로 분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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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thoughts on ““더 쉽게 작성돼야” 국민 ‘까막눈’ 만드는 공공언어 현주소

  1. 이 기사를 읽고 생각해보니 이미 예전부터 공공 웹사이트의 불친절에 익숙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 종소세 신고 하려고 자연스레 블로그나 유튜브 강의부터 찾아보게 되었을거고,, 이제는 공공 사이트 안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개선되길 바랍니다.

  2. 말이 공공언어지, 너무 복잡하고 한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제대로 개선해야 한다…

  3. 공공언어를 이해하는 데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는 게 아이러니입니다 잘 읽히는 공공언어 만들어주세요

  4. 진짜 생각해보니까 매번 공공 사이트에서 무언가를 진행할 땐 언제나 모르는 단어를 찾아보고, 담당자한테 전화해서 내가 이해한 게 맞는지 또는 이 서류는 왜 안되는지 등을 따로 문의해야 했어요.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사이트 접속도 잘 못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접속하시더라도 내용을 보고 저한테 연락을 주시더라고요. 이게 무슨 말이냐고. 아니면 그거 하나 확인하러 덥고 추운 날 주민센터에 가시거나…
    온국민이 사용하는 공공서비스라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보다 쉽게 이해해야 하는건데..
    익숙해져있었지만 개선이 필수인 부분인 것 같아요.

  5. 어르신 가르쳐 드리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내가 원래 이런 거 못 해 인데, 실제로는 서비스가 어려운 경우가 너무 많아요
    언어가 쉬워지면 제가 가르치는 시간도 절반으로 줄어들 것 같아요. 2편 분석 결과가 기대됩니다

  6. 종소세 신고 때 경정청구가 대체 뭔소린가 했는데. 그게 이미 낸 세금을 돌려달라는 신청이라는 걸 유튜브로 알았음. 처음부터 그렇게 써주면 안 되나?

  7. 사실 국세청 용어 어렵게 쓰는건 세금 돌려주기 싫어서 그런거라는 나쁜말은 ㄴㄴ

  8. 우리 문화에서 공공기능은 권위를 앞세우고, 접근성 개념은 아예 없었던 듯! 유교 계급사회에서 현대 시민사회로 전환할 기회를 막은 독재정치가 계속되었던 탓에, 공공기능은 시민을 위해 시민이 만든 것이 아니라는 시혜적 태도가 굳어 버린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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