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I/UX

“공공기관 웹사이트 맞나… 비공공용어 17% 육박”

[공공언어 실태 진단 ②] 공공용어 준수율

공공 웹사이트의 언어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디지털 인사이트>는 디지털 공공서비스의 언어 실태를 진단하는 기획 시리즈를 연재 중이다. 지난 1편에선 사용자 인식을 살폈다. 31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약 절반이 현재 언어 수준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어려운 공공언어 탓에 업무에 차질을 빚은 경우가 많았다. ‘누구나 쉽게’라는 공공 가치가 언어에서 막히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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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언어 실태 진단 ①] 312명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이런 불만은 실제 데이터로도 확인될까. 이번 2편에선 국내 최대 UX 라이팅 전문 기업 와이어링크의 도움을 받아, 공공기관 웹사이트가 공공용어를 얼마나 잘 지키고 있는지 숫자로 뜯어봤다. 분석 결과, 사용자들은 평균 10개 텍스트 중 1~2개꼴로 비공공용어를 마주하고 있었다.

이번 기사는 와이어링크 산하 TX 기업부설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용어 진단 시스템을 활용한 주요 공공 누리집 텍스트 분석’ 보고서를 기반으로 작성했다. 해당 보고서는 주요 공공기관 웹사이트의 공공용어 준수율을 국내 최초로 전수 분석한 내용으로, TX 기업부설연구소가 자체 개발한 웹 크롤링 용어 진단 시스템 ‘TX Public 용어 진단기’를 활용했다.

연구 대상은 전자정부서비스·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 등 주요 공공 웹사이트 35개에서 TX Public 용어 진단기가 HTML 코드 단위로 수집한 텍스트(문장 또는 단어) 2만3894개로 삼았다. 수집한 텍스트에서 국립국어원의 비공공용어(다듬을 말, 표준화대상어)와 그에 대응되는 공공용어(다듬은 말, 표준화 용어)를 탐지하고 각각의 사용 비율을 집계했다. 이를테면 다듬을 말로 등재된 ‘플랜 비’는 비공공용어로, 그것의 다듬은 말인 ‘차선책’은 공공용어로 분류해 집계하는 식이다.

10개 중 1~2개가 부적합 텍스트

기관 유형별 적합·부적합 텍스트 비율 그래프. 중앙행정기관과 전자정부서비스 웹사이트의 부적합 비율이 지방자치단체보다 높다(자료=디지털 인사이트)

먼저 35개 웹사이트 중 기준에 어긋난 텍스트가 얼마나 존재하는지 살펴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텍스트의 13.79%(3296개)가 비공공용어를 1개 이상 포함한 ‘부적합 텍스트’로 분류됐다. 이는 국민이 공공 웹사이트를 이용할 때 평균적으로 텍스트 10개 중 1~2개에서 비공공용어와 마주친다는 의미다.

기관 유형별로 보면 중앙행정기관(14.97%)과 전자정부서비스(14.77%)의 부적합 비율이 지방자치단체(11.70%)보다 높았다.

기관별 공공언어 준수율 상위 5개 목록. 전자정부서비스 ‘날씨누리’는 94.45%를 기록하며 35개 기관 중 1위에 올랐다(자료=디지털 인사이트)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곳이 공공용어를 가장 잘 사용했을까. 부적합 텍스트 비율이 가장 낮은 상위 5개 웹사이트는 날씨누리(5.54%), 국립국어원(6.49%), 레츠코레일·SRT(7.16%), 부산시 수영구(7.71%) 순으로 나타났다. 모두 부적합 비율 10% 미만으로, 공공언어 준수율은 90%를 넘겼다.

반면 부적합 비율이 높은 하위 5개는 공공언어 준수율이 전부 80%를 밑돌았다. 특히 최하위를 기록한 곳은 준수율 50%대에 그쳐 사실상 텍스트의 절반 가량이 공공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공공언어 준수율 최고 기관과 최저 기간 간 격차가 40% 가까이 벌어져 기관 간 양극화도 뚜렷한 상황이다.

이를 두고 보고서는 “자주 이용되는 누리집일 수록 비공공용어가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정보 이해도와 서비스 접근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대체어 있어도 안 쓴다… ‘신고소’ 0회

이번에는 구체적인 용어 현황을 살펴봤다. 검사 대상 웹사이트에서 탐지된 공공용어와 비공공용어를 모두 합산하고 그 비율을 계산한 결과, 비공공용어 비율은 평균 약 17%(1만8326개)로 집계됐다.

가장 많이 탐지된 비공공용어 상위 20개 목록. 전체적으로 외래어 비율이 높으며 이 중 ‘시스템’이 총 863회 등장해 가장 많이 탐지됐다(자료=디지털 인사이트)

가장 많이 사용된 비공공용어는 무엇일까. 전반적으로 외래어가 많았으며, 1위는 ‘시스템’으로 총 863회 등장했다. 814회를 기록한 ‘홈페이지’가 2위에 올랐으며, 이어 데이터(750회), 모바일(577회), 로그인(542회) 순이었다. 에이아이·AI(199회), 가이드(186회), 메뉴(163회), 사이트 맵(157회) 등도 100회 넘게 반복됐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디지털 용어지만, 현행 공공용어 사전 기준으로는 모두 ‘비공공용어’로 분류된다.

이중에서도 공공용어 대비 비공공용어 사용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경우는 다음과 같았다. 비공공용어인 ‘신고 센터’가 총 511회 등장하는 동안 다듬은 말인 ‘신고소’는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비공공용어 ‘공지 사항’이 480회 나오는 동안 다듬은 말 ‘알리는 말씀’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이 밖에 이메일(250회), 워크숍·워크샵(51회), 슬로건(24회) 등도 각각의 다듬은 말인 ‘전자 우편’ ‘공동 연수’ ‘표어’를 찾아볼 수 없었다.

‘거버넌스’ 대신 ‘정책’… 공공용어 정착 사례도

가장 많이 탐지된 공공용어 상위 20개 목록. 고유와 비교적 쉬운 한자어가 많으며 이 중 ‘신청·요청’이 2862회로 가장 많이 탐지됐다(자료=디지털 인사이트)

반대로 자주 나타나는 공공용어도 살펴봤다. ‘신청·요청’이 2862회로 가장 많았으며, ‘활용·이용’이 2444회, ‘번호·호수·호·수·숫자’가 2249회로 뒤를 이었다. 이어 조치·처리(1775회), 누리집(1750회), 알리다(1689회) 등으로 나타났다. 고유어와 비교적 쉬운 편에 속하는 한자어로 이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공공용어가 잘 정착한 사례도 있었다. 비공공용어 ‘거버넌스’가 한 차례도 탐지되지 않은 반면 그것의 다듬은 말인 ‘정책·행정·관리·민관 협력·협치’가 240회 등장했다. ‘내레이션·나레이션’ ‘패스워드’ ‘디스카운트·디시·DC’ 등 외래어들도 순화 용어인 ‘해설·서사작용’ ‘암호·비밀번호’ ‘에누리·할인’으로만 쓰였다. 일본식 표현인 ‘발부’와 ‘여타·여타의’ 또한 ‘발급’과 ‘그밖의·다른·그 나머지의’로 순화돼 사용됐다. 어려운 한자어 ‘당년’은 공공용어인 ‘그해·올해’로 잘 대체됐다.

공공·비공공 용어 혼용도 문제

이번 보고서는 국내 최초로 주요 공공기관 웹사이트의 용어 실태를 숫자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보고서는 “평균 14%의 비율로 비공공용어가 사용됐다는 통계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다”며 “특히 누리집에 따라 편차가 있었음으로 균일하게 공공용어를 웹 텍스트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자주 사용되는 비공공용어 중에는 일상적으로 쓰이는 외래어가 많았는데, 이에 보고서는 “공공의 영역에서 사용되는 공공언어는 특정 세대만을 위한 것이 아니므로 모든 세대를 고려해야 한다”며 “무분별한 외래어 사용으로 한국어의 고유성과 다양성이 퇴색되면 언어 정체성을 잃기 쉽다는 점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기사에선 35개 웹사이트의 전반적인 용어 준수 현황을 짚었다. 그러나 준수율만이 문제는 아니다. 같은 뜻을 지닌 공공용어와 비공공용어가 섞여서 쓰이는 경우, 즉 혼용 사례도 적지 않게 발견됐다. 공공 서비스 이용에 혼란을 더하는 부분이다. 이에 이어지는 3편에서는 공공용어와 비공공용어 혼용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한편, 와이어링크가 자체 개발한 TX Public 용어 진단기는 현재 누구나 무료 데모 버전을 이용할 수 있다. URL을 입력하면 비공공용어 사용 현황과 함께 순화가 필요한 용어를 알려준다. 현재 프리미엄 버전 개발과 특허 출원을 진행 중이며, 기관·기업 대상 컨설팅도 함께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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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최석영 (csyeong720@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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