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I/UX

공공누리집 언어 실태, UI·UX 관점에서 분석했습니다

312명 설문부터 2만4000개 텍스트 분석까지

“따로 검색하지 않으면 도무지 내용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까막눈이 된 것 같아요.”

50대 A씨

디지털 공공서비스의 목적 중 하나는 ‘누구나 쉽게 공공의 혜택을 누리도록 돕는 것’입니다. 지난 10여 년간의 디지털 전환도,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AI 전환도 모두 이 같은 공공 가치 실현을 위한 움직임인데요.

하지만 정작 사용자 입장에선 언어 이해부터 난관입니다. 낯선 용어와 복잡한 문장 탓에 유튜브나 지인의 도움 없이는 업무 하나 제대로 끝내기 어려운 게 현실이죠. 특히 정부가 공공기관의 AI 전환을 추진하면서 문제는 더욱 커졌습니다. 언어는 AI가 학습하고 답변에 활용할 재료잖아요. 공문서 중심의 언어를 방치하면 새 AI 서비스의 사용자 경험도 보장할 수 없습니다.

그럼 공공언어,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인가요? 아쉽게도 이 질문에 답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관련 연구나 조사 자료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에 <디지털 인사이트>는 국내 최대 UX 라이팅 전문 기업 와이어링크와 함께 디지털 공공서비스의 언어 실태를 세 차례에 걸쳐 진단했습니다. 우선 사용자 312명에게 언어 인식을 물었고, 주요 공공 웹사이트 35곳의 텍스트 2만3894개를 정량 분석했습니다. 이어 용어 혼용 문제가 사용자 경험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살펴봤습니다.

※ 해당 콘텐츠는 ‘공공언어 실태 진단’ 3부작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더 자세한 분석은 아래 시리즈를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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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에 아홉이언어 중요‘… 만족은 28%

공공언어 중요성과 만족도 조사 결과(자료=디지털 인사이트 설문)

먼저 사용자 인식입니다. 지난 6월 <디지털 인사이트> 독자(뉴스레터·SNS 활용)를 대상으로 2주간 진행한 설문에는 총 312명이 참여했습니다. 응답자 절반 이상이 디지털 공공서비스를 한 달에 1~2번 이상 사용 중이었고, 연령대는 50대(37%), 30대(27%), 40대(23%) 순이었는데요. 97%가 디지털 공공서비스 이용 시 언어가 ‘중요하다’고 답했지만, 현재 수준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28%에 그쳤고 절반에 가까운 44%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공공언어를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자료=디지털 인사이트 설문)

어려운 이유(중복 응답)로는 ‘메뉴명만 보고 원하는 걸 찾기 어렵다'(64.7%)와 ‘행정·전문용어와 한자어·외래어를 이해하기 어렵다'(58.8%)가 가장 많이 꼽혔고, ‘길고 권위적인 표현'(33.8%)과 ‘용어 혼재'(26.5%)가 뒤를 이었습니다. 한 50대 응답자는 ‘해당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한하여 신청 가능’ 같은 표현을 두고 “이런 문구만 봐선 내가 대상인지 아닌지 바로 알기 어렵다”며 공급자 입장에서 작성된 글쓰기를 꼬집었습니다.

공공서비스 영역별 언어 수준(자료=디지털 인사이트 설문)

업무 영역별 체감 난도(5점 만점, 쉬울수록 높은 점수)를 물었을 때도 ‘증명서·서류 발급'(3.58점)은 무난한 반면 ‘세금·요금 조회 및 납부'(2.42점)가 가장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용 빈도가 낮거나 세금·혜택처럼 실질적인 이익과 밀접한 서비스일수록 더 어렵게 느껴지는 모양새입니다.

공공언어가 어려워 발생한 문제(자료=디지털 인사이트 설문)

문제는 이런 언어가 실제 업무 차질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언어의 불편함이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 묻자 ‘작업을 여러 번 반복해야 했다’와 ‘인터넷 검색이나 전화 문의, 현장 방문을 해야 했다’는 응답이 각각 58.2%였고, ‘중간에 포기했다’는 대답도 32.8%에 달했습니다. 올해 처음 종합소득세 신고를 했는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몰라 유튜브 찾아보고 공부했다거나, 법원 관련 사이트에서 정관 변경 업무를 4~5번씩 재시도하다 외부 업체에 돈을 주고 맡긴 경험도 몇 번 있다는 응답도 있었습니다.

고령층이나 외국인 같은 디지털 취약계층은 지인의 도움이 사실상 필수였습니다. 한 30대는 “부모님 민원을 대신 신청하는데 인증 절차 안내부터 행정 용어투성이라, 전화로 설명하다 포기하고 주말에 직접 내려가 해드렸다”고 응답했고, 외국인 지인의 비자 업무를 도운 다른 30대는 “체류자격, 체류기간, 자격변경 등 비슷한 행정용어가 많아 외국인은 차이를 이해 못 할 것 같았다. 담당 기관마다 설명도 조금씩 달라 혼란스러웠다”며 “처음부터 쉬운 언어와 구체적인 사례가 제공됐다면 훨씬 편리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공공서비스에 탑재된 AI 챗봇도 대안이 되지 못하는 모양새입니다. 챗봇을 ‘허수아비’에 비유한 한 30대는 “딱 원하는 질문은 없고 불필요한 선택지만 너무 많다”고 토로했습니다.

민간 서비스와의 격차도 뚜렷했습니다. 자주 쓰는 민간 서비스의 언어를 100점이라고 가정한 뒤 공공서비스에 몇 점을 줄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0% 이상이 ‘60점 미만’이라고 답했습니다. 지난 10여 년간 IT 업계와 금융권을 중심으로 사용자 중심 글쓰기, 즉 UX 라이팅이 보편화되며 민간의 언어가 점점 쉬워진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됩니다.

공공언어 전수조사텍스트 10 1~2개가부적합

이런 불만은 실제 데이터로도 확인될까요. 공공 웹사이트가 공공용어를 얼마나 잘 준수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와이어링크 산하 TX 기업부설연구와 전자정부서비스·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 등 주요 공공 웹사이트 35곳의 텍스트 2만3894개를 전수 분석했습니다. TX 기업부설연구소가 자체 개발한 웹 크롤링 진단 시스템 ‘TX Public 용어 진단기’를 활용한 결과로, 이 같은 정량 분석은 국내 최초의 시도인데요.

기관 유형별 적합·부적합 텍스트 비율 그래프. 중앙행정기관과 전자정부서비스 웹사이트의 부적합 비율이 지방자치단체보다 높다(자료=공공 누리집 텍스트 분석 보고서)

그 결과 국민이 공공 웹사이트를 이용할 때 평균적으로 텍스트 10개 중 1~2개꼴로 비공공용어를 마주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용어 진단 시스템을 활용한 주요 공공 누리집 텍스트 분석(이하 공공 누리집 텍스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텍스트의 13.79%(3296개)가 비공공용어를 1개 이상 포함한 ‘부적합 텍스트’로 분류됐습니다.

기관별 공공언어 준수율 상위 5개 목록. 전자정부서비스 ‘날씨누리’는 94.46%를 기록하며 35개 기관 중 1위에 올랐다(자료=공공 누리집 텍스트 분석 보고서)

기관들 간의 편차도 컸습니다. 날씨누리(5.54%), 국립국어원(6.49%), 레츠코레일·SRT(7.16%) 등 상위권은 부적합 비율이 10%를 넘지 않은 반면, 하위 5개 기관은 모두 80%를 밑돌았고 최하위는 50%대에 머물렀습니다. TX 기업부설연구소는 부적합 비율이 낮게는 5%대에서 높게는 50%에 이를 만큼 기관 간 양극화가 뚜렷한 상황이라며 특히 국민이 자주 접속하는 전자정부서비스에서 비공공용어가 빈번하게 사용될 경우 정보 접근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짚었습니다.

가장 많이 탐지된 비공공용어 상위 20개 목록(자료=공공 누리집 텍스트 분석 보고서)
가장 많이 탐지된 공공용어 상위 20개 목록(자료=공공 누리집 텍스트 분석 보고서)

가장 많이 사용된 비공공용어도 살펴봤습니다. 상위권은 시스템(863회), 홈페이지(814회), 데이터(750회) 등 외래어가 차지했습니다. 일상적으로 많이 쓰는 용어지만, 현행 공공용어 사전 기준으로는 모두 비공공용어로 분류됩니다. 반대로 자주 등장하는 공공용어는 ‘신청·요청'(2862회), ‘활용·이용'(2444회) 등 고유어와 비교적 쉬운 한자어가 주를 이뤘습니다.

공공용어가 잘 정착된 사례도 있었습니다. 35개 웹사이트에서 비공공용어인 ‘거버넌스’는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고, 대신 그 다듬은 말인 ‘정책·협치’가 240회 나타났습니다. ‘패스워드’도 ‘암호·비밀번호’로 완전히 대체되며 안착한 모습입니다. 그렇지 못한 사례도 있었는데요. 비공공용어인 ‘신고 센터’가 511회 나오는 동안 다듬은 말 ‘신고소’는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고, ‘공지 사항’(480회)의 순화어 ‘알리는 말씀’ 역시 0회였습니다. 이메일(250회), 워크숍(51회), 슬로건(24회)도 각각의 다듬은 말인 ‘전자 우편’, ‘공동 연수’, ‘표어’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를 두고 TX 기업부설연구소는 “공공용어를 균일하게 반영하기 위한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며 “관습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라 할지라도 비판적으로 되돌아 보고 개선과 변화에 앞장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메뉴는누리집인데 본문은홈페이지‘?

공공용어 및 비공공용어 혼용 사례(자료=공공 누리집 텍스트 분석 보고서)
공공용어 및 비공공용어 혼용 사례(자료=공공 누리집 텍스트 분석 보고서)

용어 혼용 문제도 심각했습니다. 예컨대 공공용어인 누리집(68.3%)과 비공공용어인 홈페이지(31.7%)처럼 공공기관마다 용어를 통일하지 않고 사용 중이었습니다. 다운로드(84.2%)와 내려받기(15.8%), 매뉴얼(51.7%)과 설명서·안내서(48.3%), 뉴스레터(54.5%)와 소식지(45.5%)도 같은 사례입니다.

더 나아가 같은 웹사이트 안에서 용어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날 다수의 지자체 웹사이트 메인 화면에는 ‘정부 지자체 누리집’이라는 문구가 자리 잡고 있는데요. 외래어를 순화하려는 도입 취지가 무색하게, 사용자가 하위 경로로 들어갈수록 화면에선 누리집과 홈페이지, 웹사이트가 뒤섞여 나타납니다.

뉴스레터와 소식지 혼용 사례(자료=경기도 홈페이지)
T/O와 정원 혼용 사례(자료=기상청 홈페이지)

이는 정부 스스로 세운 기준에도 어긋납니다. 범정부 디자인 시스템 KRDS는 “화면에서 사용자가 인지한 용어가 서비스의 다른 영역에서 동일하지 않게 제공되면 사용자는 자신의 이동 과정에 대해 혼동을 겪을 수 있다”며 “서비스에서 사용하는 용어는 정확하고 일관성이 있어야 하며, 사용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친숙하고 명확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혼용 문제가 반복될까요. 현장 전문가들은 공공용어가 만들어진 뒤 방치되는 구조를 지목합니다. 공공용어가 기관에 전달되더라도 누리집을 개발·관리하는 부서와 담당자까지 공유되지 않고, 기존 콘텐츠를 일괄 수정하는 체계도 없다 보니 적용 시점과 담당 부서에 따라 새 용어와 옛 용어가 한 공간에 남는다는 겁니다. 김형주 글말생활연구소 소장은 한 칼럼에서 공공기관에 외국어 개선 목록이 매달 배포되고 있음에도 현장에서 만난 대다수 공무원은 해당 목록을 본 적이 없다며, 용어를 마련한 뒤 실사용 여부를 관리하지 않는 기관이 많다고 꼬집었습니다.

TX 기업부설연구소가 제안한최신화가 필요한 공공용어 목록(자료=공공 누리집 텍스트 분석 보고서)

공공용어 자체의 비현실성을 짚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언어의 사회성과 디지털 시대의 문맥을 고려하지 않은 기계적인 우리말 바꾸기에 매몰된 탓에, 순화어가 기존 용어의 의미를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다는 이야기인데요. 관련해 TX 기업부설연구소는 “언어의 특성상 사회성과 경제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공공용어 사용만을 무조건적으로 고집할 수는 없다”며 “순화어 자체의 적절성에 대한 검토와 연구도 부지런히 이뤄져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요컨대 공공용어가 안 쓰이는 건 국민이 유별나서가 아니라, 전달·관리 체계가 없고 일부 용어는 현실과 동떨어진 탓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입니다.

일회성 순화를 넘어 지속 관리 체계로

앞으로 공공언어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앞서 진행된 <디지털 인사이트> 자체 설문 결과에 따르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용어로 순화해달라는 요구가 가장 많았습니다. 이밖에 전문용어 사용이 불가피하다면 웹사이트 안에서 풀이를 찾아볼 수 있게 해달라는 의견, 기관별로 표준화된 용어를 써달라는 의견이 뒤를 이었습니다. 또 게시물의 제목을 서술형으로 작성해야 한다거나, 신청 절차를 안내할 때 체크리스트나 도식을 활용해 당장 따라 할 수 있는 ‘액션 플랜’ 위주로 작성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갑니다. 사람의 관행적 검수를 넘어선 자동화된 진단·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김형주 소장은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 평가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고, 양명희 중앙대 교수 연구팀도 국립국어원과의 계약에 따라 발행한 <공공언어 개선을 위한 인공지능 활용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인공지능 기반의 윤문 도구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감수된 자료를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업데이트하는 시스템”을 강조했습니다.

이번 보고서를 낸 이상희 TX 기업부설연구소 리더 연구원은 “공공 웹사이트에서 용어 혼용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언어 관리 체계의 부재”라며 “공공언어 기준과 기관별 용어 정책을 기반으로 웹사이트의 표현을 자동으로 점검하고, 일관성 있는 용어 사용을 지원하는 솔루션이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혼용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자동화된 관리 체계가 담당자의 검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국민에게 더 이해하기 쉬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실제 이번 조사에 쓰인 TX Public 용어 진단기는 현재 무료로 공개돼 URL만 입력하면 누구나 비공공용어 사용 현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 취재를 통해 디지털 공공서비스에 대한 사용자 불만을 구체적인 숫자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전체 텍스트 가운데 약 14%가 비공공용어를 포함하고 있었으며, 일관성 없이 사용되는 용어가 혼란을 더했습니다. 사용자가 공공기관에 원하는 건 거창한 게 아닙니다. 외부 도움 없이 웹사이트 안에서 업무를 온전히 끝내는 것입니다. ‘누구나 쉽게’라는 공공의 가치가 더 이상 언어에 가로막히지 않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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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장준영 (zzangit@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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