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AI가 돕는 콘텐츠 제작, 크리에이터의 자산이 되려면 [팬덤 미디어 시대 ④]

반복 제작 부담 줄이고, 콘텐츠 활용 가치 높이는 조건

크리에이터가 하나의 미디어 채널로 떠오르면서 광고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노출과 클릭뿐 아니라 크리에이터와 이용자 사이에 축적되는 관계까지 살펴야 할 시점이다. 이에 지난해 <영상 커머스 시대>를 연재했던 오명석 그립컴퍼니 광고사업팀장이 새로운 시리즈를 선보인다. <팬덤 미디어 시대>는 ‘팬덤은 어떻게 미디어가 되는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AI·크리에이터·커머스 데이터가 바꾸고 있는 광고 시장의 변화를 8회에 걸쳐 짚는다. 현장의 고민과 글로벌 사례를 토대로 실무에 참고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풀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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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탐색 기준부터 세워야

유튜브는 지난 9월 23일, 쇼츠와 유튜브 크리에이트에서 말로 영상을 다듬는 대화형 편집 기능을 발표했다. 장면의 순서를 바꾸고 음악에 맞춰 편집하는 작업을 대화로 지시하는 방식이다. 같은 날 라이브 방송의 실시간 자동 더빙을 2027년 초부터 시범 운영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함께 일할 크리에이터를 골랐다면, 다음에는 협업 과정에서 반복되는 제작 업무를 어떻게 줄일지 살펴볼 차례다. 긴 영상을 짧게 편집하고 자막을 붙이는 일을 AI가 도우면, 크리에이터는 제품을 직접 써보고 구매 전 질문에 답하는 데 시간을 더 쓸 수 있다. 기존 촬영물을 다른 형식과 언어로 활용할 여지도 생긴다. 이런 지원이 크리에이터의 사업에도 도움이 되려면, 절약한 시간을 어디에 쓰고 원본을 어떤 조건으로 활용할지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

AI로 인해 영상 편집 과정이 간편해지고 있다(자료=오명석, AI 활용 제작)

촬영 한 번으로 닿을 수 있는 범위

크리에이터에게 촬영이 끝난 뒤의 일은 만만치 않다. 불필요한 장면을 덜어내고, 세로 화면에 맞춰 다시 자르고, 제목과 자막을 붙여야 한다. 해외 시청자에게 보여주려면 번역과 더빙도 필요하다. 다루는 채널이 늘수록 같은 내용을 다른 형식으로 옮기는 작업이 반복된다.

어도비가 지난 2월 공개한 파이어플라이의 ‘퀵 컷’은 이 구간을 겨냥한다. 촬영한 영상을 올리고 원하는 내용을 설명하면 AI가 편집 초안을 구성한다. 제품 리뷰어가 개봉과 테스트 장면을 올리면 설명의 흐름에 맞춰 장면을 묶는 식이다. 크리에이터는 이 초안에서 장면을 바꾸고 호흡을 다듬는다. 처음부터 모든 컷을 이어 붙이는 수고를 줄이는 기능이다. 그립도 일부 셀러에게 자동 쇼츠 제작 기능을 제공하며, AI 기반 셀러 판매 자동화를 지원하고 있다.

언어의 확장도 이미 상당한 규모로 일어나고 있다. 유튜브는 지난 5월 자동 더빙의 지원 언어가 27개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매일 600만 명 이상이 자동 더빙 영상을 10분 이상 시청했다고도 밝혔다. 이는 플랫폼이 공개한 시청 규모이며, 개별 크리에이터의 매출 증가를 뜻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기존 촬영물을 새로운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경로가 열렸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런 도구는 기존 촬영물을 다른 형식과 언어로 옮기는 수고를 줄여준다. 제작 여력이 제한된 크리에이터도 새로운 시청자를 만날 기회를 시험할 수 있다. 설명이 충분한 원본은 게시 이후에도 다시 활용할 수 있다.

원본 콘텐츠를 바탕으로 다양한 형식이나 언어로 확장할 수 있다(자료=오명석, AI 활용 제작)

확장할 가치가 있는 원본부터 만든다

AI의 도움으로 기존 영상을 숏폼으로 재구성하려면, 어떤 장면을 남길지 판단할 재료가 있어야 한다. 제품 비교 영상이라면 사용 조건과 비교 기준, 실제로 불편했던 지점이 원본에 담겨 있어야 한다. 그 기록이 충분하면 짧은 사용법 영상이나 구매 전 확인 사항으로 다시 구성할 수 있다. 반대로 상품 설명을 읽는 장면만 있다면 형식을 여러 개로 바꿔도 새롭게 전달할 내용은 적다.

그래서 크리에이터와 브랜드의 협업도 원본을 만드는 단계부터 설계할 필요가 있다. 같은 제품을 어떤 조건에서 비교했는지, 어떤 질문을 받고 어디까지 확인했는지를 남겨두는 것이다. 원본 영상과 편집 가능한 파일을 정리하고, 반복해서 쓰는 설명 방식이나 코너도 발전시킨다. 다음 협업에서 매번 처음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

이때 크리에이터의 역할은 작은 편집국에 가까워진다. 직접 취재하고 시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무엇을 공개할지 정하고, AI를 활용해 전달 형식을 넓힌다. 한 사람이 방송국처럼 모든 일을 혼자 한다는 뜻은 아니다. 자신의 이름 아래 나가는 여러 콘텐츠에 일관된 편집 기준을 적용한다는 의미다.

제작 여력이 생겼다고 게시물부터 늘리면 이 장점은 쉽게 사라진다. 원본 하나에서 나온 비슷한 클립이 피드를 채우고, 새로 살펴볼 주제를 준비할 시간은 줄어들 수 있다. 아낀 시간을 다시 제품을 써보고 질문을 확인하는 데 투자해야 다음 원본도 나아진다. 재활용할 콘텐츠를 늘리는 일에는 새로 취재할 시간을 지키는 선택이 따라야 한다.

크리에이터는 여러 콘텐츠에 일관된 편집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자료=오명석, AI 활용 제작)

제작을 자동화할수록 검수 기준이 필요하다

《트렌드 코리아 2027》에서 다룬 ‘안목자본’은 이 문제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강연은 AI가 결과물을 만들어주는 환경에서 좋은 결과와 나쁜 결과를 구분하는 능력의 가치를 짚었다. 크리에이터에게 적용하면, 여러 편집안 가운데 자기 채널에 실을 것을 고르고 그 이유를 설명하는 능력으로 읽을 수 있다.

조회수가 잘 나올 법한 장면도 원래의 결론을 바꾼다면 버려야 한다. 사용상 제약을 잘라낸 숏폼은 원본에서 신중하게 설명한 제품을 누구에게나 좋은 제품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 자연스러운 더빙도 번역 과정에서 추천의 강도나 사용 조건을 바꾸면 다른 이야기가 된다. 매끄럽게 완성됐다는 이유로 그대로 내보낼 수 없는 까닭이다.

따라서 제작 편수와 함께 검수할 수 있는 범위도 정해야 한다. 원본에서 유지할 조건과 표현을 먼저 표시하고, 여러 버전에서 그 뜻이 살아 있는지 확인하는 편이 낫다. 얼굴과 목소리를 새로 생성해 원본에 없던 말을 하게 만드는 작업은 기존 영상의 편집·번역과 구분해 다뤄야 한다. 두 작업을 한꺼번에 맡기면 확인해야 할 범위도 커진다.

자동화 도구를 활용하되 채널 기준에 맞춰 꼼꼼히 검수해야 한다(자료=오명석, AI 활용 제작)

늘어난 활용 범위는 계약과 수익에 남아야 한다

브랜드에는 같은 예산으로 더 많은 소재를 얻을 기회가 생긴다. 크리에이터에게도 원본을 여러 번 활용해 수입을 늘릴 여지가 있다. 그런데 제작비가 줄었다는 이유로 계약 금액은 그대로 둔 채 활용 범위만 넓히면, 추가로 생긴 이익이 크리에이터에게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 더 많은 파일을 넘기고도 검수 부담만 늘어나는 셈이다.

처음부터 게시할 채널과 사용 기간, 번역할 언어를 협의해야 한다. 크리에이터 채널에 올리는 영상과 브랜드가 유료 광고로 집행하는 소재는 활용 방식이 다르다. 얼굴과 음성을 새 콘텐츠 생성에 쓸 수 있는지, 계약이 끝난 뒤에도 파생물을 만들 수 있는지도 따로 정할 일이다. 사용 범위가 넓어질 때 보상을 어떻게 조정할지까지 합의해두면 다음 협업의 기준이 된다.

확장의 수익성도 따져봐야 한다. 번역본마다 검수와 운영에 비용이 들고, 다른 국가에서 시청자가 늘어도 판매와 배송을 받쳐줄 준비가 없다면 구매로 연결하기 어렵다. 모든 언어와 채널로 넓히기 전에 원본 하나와 추가 버전 몇 개로 수요를 확인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나는 AI로 아낀 제작 시간을 다음 원본을 만드는 데 먼저 쓰는 협업을 택하겠다. 그 원본을 다음 사업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조건을 정하고, 추가 활용에 따른 보상도 협의해야 한다. 크리에이터에게 다음 협업을 제안할 자산이 남아야 한다.

AI를 활용하되 수익과 계약을 염두에 둬야 한다(자료=오명석, AI 활용 제작)

오명석 팀장 / 그립컴퍼니 광고사업팀
커머스·플랫폼·SaaS 영역에서 사업전략과 신사업 개발을 맡아왔다. 현재 그립컴퍼니 광고사업팀장으로 AI·크리에이터·커머스 데이터가 광고와 미디어의 구조를 어떻게 바꾸는지 연구하고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다양한 산업의 현업자들과 AI·DX 활용 경험을 나누는 테크 커뮤니티도 운영하고 있다.

■ 現 그립컴퍼니 광고사업팀장
■ 前 그립컴퍼니 SaaS사업본부장
■ 前 SK D&D 신사업개발
■ 前 직방 사업전략 및 신사업
■ 前 TMON 경영기획
■ 前 LG전자 글로벌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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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장준영 (zzangit@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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