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골라준 상품, 왜 우리는 다시 사람을 찾을까 [팬덤 미디어 시대 ①]
사람의 추천이 더 중요해진다
크리에이터가 하나의 미디어 채널로 떠오르면서 광고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노출과 클릭뿐 아니라 크리에이터와 이용자 사이에 축적되는 관계까지 살펴야 할 시점이다. 이에 지난해 <영상 커머스 시대>를 연재했던 오명석 그립컴퍼니 광고사업팀장이 새로운 시리즈를 선보인다. <팬덤 미디어 시대>는 ‘팬덤은 어떻게 미디어가 되는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AI·크리에이터·커머스 데이터가 바꾸고 있는 광고 시장의 변화를 8회에 걸쳐 짚는다. 현장의 고민과 글로벌 사례를 토대로 실무에 참고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풀어낼 예정이다.

온라인에서 물건을 고르는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검색창에 상품명을 입력하고 수십 개의 탭을 열어 가격과 후기를 비교하던 방식에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 이제는 AI에게 원하는 조건을 문장으로 설명하고 후보를 받아볼 수 있다.
“비 오는 날 출퇴근할 때 신을 방수 운동화를 찾아줘. 너무 등산화처럼 보이지 않고, 발볼이 넓은 사람에게 편한 제품이면 좋겠어.”
AI는 여러 검색을 동시에 수행하고 가격, 색상, 재고, 리뷰를 비교해 몇 가지 후보를 추린다. 사용자가 원하는 가격까지 내려오면 알림을 보내고, 구매를 대신 완료하는 단계도 이미 현실이 됐다. 2025년 5월 구글이 공개한 AI 쇼핑 기능은 500억 개 이상의 상품 정보가 담긴 쇼핑 그래프를 활용한다. 이 가운데 20억 개가 넘는 상품 정보가 매시간 갱신된다. 미국에서 선보인 에이전틱 결제 기능은 사용자가 정한 조건에 맞춰 가격을 추적하고, 승인을 받으면 장바구니 담기와 결제까지 처리한다.
상품을 ‘찾는 일’은 빠르게 자동화되고 있다. 그런데 선택의 마지막 순간에는 뜻밖의 행동이 나타난다. 사람들은 AI가 추린 후보를 들고 다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커뮤니티로 향한다. 평소 보던 크리에이터가 실제로 써봤는지, 자신의 생활과 비슷한 사람이 어떤 불편을 말했는지 확인한다. 기계가 꽤 합리적인 답을 내놓았는데도 사람의 경험을 한 번 더 찾는 것이다.

AI가 줄이는 불확실성과 사람이 줄이는 불확실성
쇼핑에는 서로 다른 종류의 불확실성이 섞여 있다. 첫 번째는 정보의 불확실성이다. 어느 제품이 더 저렴한지, 배송은 언제 오는지, 원하는 규격이 재고에 있는지에 대한 문제다. 이 영역에서는 AI가 사람보다 빠르고 넓게 탐색할 수 있다. 수십 개의 판매처를 오가며 표를 만들던 수고를 대화 몇 번으로 줄여준다.
두 번째는 사용 맥락의 불확실성이다. 표시된 스펙이 내 생활에서도 장점으로 작동할지, 일주일 뒤에도 만족할지, 제품 설명에 드러나지 않은 불편은 없는지 판단해야 한다. 같은 1.2kg짜리 유모차도 지하철 계단을 자주 오르는 사람과 자동차로 이동하는 사람에게 무게의 의미가 다르다. 카메라의 성능표가 같아도 아이의 순간을 찍고 싶은 부모와 야간 영상을 촬영하는 창작자의 평가는 달라진다.
크리에이터의 추천은 이 두 번째 불확실성을 다룬다. 오랫동안 콘텐츠를 지켜본 이용자는 그 사람의 취향과 생활 방식, 과거의 평가까지 함께 기억한다. “이 제품이 좋다”는 한 문장과 함께 누가, 어떤 기준으로, 어떤 상황에서 좋다고 말했는지를 해석한다. 추천의 설득력은 그동안 공개해 온 판단의 기록에서 나오게 된다. 팔로워 수만으로는 이 기록을 설명하기 어렵다.
최근 조사도 이 움직임을 보여준다. IAB가 2026년 9월 발표한 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AI를 쇼핑 정보 탐색에 사용한 5개국 소비자 2200명 가운데 56%가 크리에이터의 관점이 포함된 AI 추천을 선호했다. 65%는 신뢰할 만한 크리에이터 리뷰가 반영될 때 AI 추천에 대한 확신이 높아진다고 답했다. 신뢰의 조건으로는 신빙성(46%), 일관성(40%), 전문성(36%), 브랜드로부터의 독립성이나 협찬의 투명성(34%)이 꼽혔다.
이 결과를 모든 소비자에게 그대로 확대해 적용할 수는 없다. 조사 대상이 최근 AI로 쇼핑 정보를 찾아본 경험자에 국한된 데다 한국을 포함하지 않은 5개국 표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변화는 분명해 보인다. 소비자는 AI와 인간의 추천 가운데 하나만 고르려 하지 않는다. AI가 넓게 찾고 정리한 결과에, 믿을 만한 사람이 축적해 온 경험이 더해지기를 원하게 된다.

‘AI + 콘텐츠 커머스’ 담당자가 명심해야 할 3원칙 [영상 커머스 시대]
AI 시대 콘텐츠 커머스 전략②
AI의 재료가 되는 크리에이터의 콘텐츠
여기서 흥미로운 역설이 생긴다. AI가 쇼핑의 출발점에 들어섰지만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은 함께 커지고 있다. AI가 좋은 답을 만들려면 상품 정보에 담기지 않은 사람의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품 데이터는 가격과 재고, 규격을 설명하는 데 강하다. 실제 사용에서 생기는 미묘한 차이는 리뷰 영상, 비교 콘텐츠, 댓글과 커뮤니티의 대화에 더 풍부하게 남는다. AI는 이런 공개 콘텐츠를 탐색하고 요약해 추천의 근거로 활용한다. 크리에이터가 사람에게 직접 상품을 소개하던 구조에 새로운 경로가 하나 추가된 셈이다. 이제 크리에이터의 판단은 구독자의 피드에만 머물지 않고 AI가 구성하는 답변과 상품 목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IAB는 미국의 크리에이터 광고비가 2025년 370억 달러에 이르고, 2026년에는 44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광고 구매자의 48%는 크리에이터를 필수 매체로 본다고 답했다. 브랜드가 크리에이터를 일회성 캠페인의 모델로 대하던 시기는 이미 지나고 있다. 크리에이터의 콘텐츠와 판단 기록 자체가 상품 발견을 돕는 데이터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사람의 추천에 ‘신뢰’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해서 저절로 믿을 만해지는 것은 아니다. 크리에이터 역시 광고비와 협찬, 개인적 취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반복해서 노출된 친밀감이 전문성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AI가 여러 출처를 교차 검증하고 가격이나 사양의 오류를 잡아주는 역할은 오히려 더 중요해질 수 있다. 사람이 제공하는 맥락과 AI가 제공하는 검증이 함께 작동할 때 추천의 품질이 높아진다.

브랜드가 준비해야 할 두 개의 진열대
이에 따라 브랜드의 과제도 달라진다. 지금까지 검색 최적화는 소비자가 입력할 키워드와 검색 결과의 노출 순위를 관리하는 일이었다. AI 쇼핑 환경에서는 제품명, 가격, 재고, 호환성, 배송 조건처럼 기계가 읽고 비교할 수 있는 정보가 정확하게 정리돼 있어야 한다. 설명이 모호하거나 판매처마다 정보가 다르면 AI의 후보 목록에 들어가기 어렵다.
동시에 실제 사용 경험이 축적되는 경로도 만들어야 한다. 크리에이터에게 정해진 문구를 읽게 하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조건에서 유용했고 어디에서 불편했는지, 경쟁 제품과 무엇이 달랐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협찬 여부와 평가 기준도 드러나야 한다. 구체적인 한계가 포함된 리뷰는 잘 다듬어진 칭찬에서 얻기 어려운 판단 근거를 제공한다.
앞으로 브랜드는 두 개의 옵션을 함께 관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하나는 AI가 읽는 상품 데이터의 진열대다. 다른 하나는 사람이 경험하고 이야기하는 신뢰의 진열대다. 전자는 발견될 조건을 만들고, 후자는 선택할 이유를 만든다. 둘 중 하나가 비어 있으면 구매 여정의 중간에서 빠질 수 있다.
크리에이터에게도 같은 변화가 찾아온다. 조회수를 높이는 콘텐츠만으로는 영향력을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 자신의 판단 기준을 꾸준히 보여주고, 광고와 경험을 구분하며, 잘 모르는 영역에서는 선을 긋는 태도가 중요해진다. 그런 기록이 쌓일수록 이용자는 다음 추천을 기다리고, AI도 그 콘텐츠를 해석할 근거를 얻는다.
AI는 사람이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규모의 선택지를 빠르게 탐색하고 압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엇을 믿고 자신의 생활에 들일지는 상품 정보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 판단에는 누군가가 오랫동안 보여준 취향과 경험, 그리고 틀렸을 때 감수할 평판이 함께 들어간다.
AI가 추천을 더 잘할수록 사람의 추천은 사라지지 않는다. 대신 아무 사람의 말이나 통하던 시대는 끝날 것이다. 다음 미디어의 경쟁력은 얼마나 크게 말하는지가 아니라, 누구의 판단이 반복해서 선택받았는가에서 시작된다.


오명석 팀장 / 그립컴퍼니 광고사업팀
커머스·플랫폼·SaaS 영역에서 사업전략과 신사업 개발을 맡아왔다. 현재 그립컴퍼니 광고사업팀장으로 AI·크리에이터·커머스 데이터가 광고와 미디어의 구조를 어떻게 바꾸는지 연구하고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다양한 산업의 현업자들과 AI·DX 활용 경험을 나누는 테크 커뮤니티도 운영하고 있다.
■ 現 그립컴퍼니 광고사업팀장
■ 前 그립컴퍼니 SaaS사업본부장
■ 前 SK D&D 신사업개발
■ 前 직방 사업전략 및 신사업
■ 前 TMON 경영기획
■ 前 LG전자 글로벌마케팅
챗GPT 이미지 2.5, 디자이너가 직접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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