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히는 화면보다 눈에 띈 UI·UX… 디자인 업계가 본 아이폰 듀오
UI·UX 디자이너들이 아이폰 듀오에 주목하는 이유
지난 9일 애플이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를 공개했다. 접으면 외부 5.6인치 4.36:3 비율의 화면이, 펼치면 7.6인치 4.27:3 비율의 화면이 나타나는 폴더블 스마트폰이다. 물론 폴더블 스마트폰이란 폼팩터 자체는 새로움과 거리가 멀다. 삼성전자가 첫 갤럭시 폴드 제품을 출시한 지 벌써 7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그동안 화면을 접고 펼치면서 멀티태스킹 및 화면 전환을 하는 것은 더 이상 신기한 일이 아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이폰 듀오가 공개되자 여러 디자이너와 디자인 전문 기업, 매체들이 아이폰 듀오를 집중 조명하기 시작했다. 재밌는 점은 이들이 주목한 대상이 아이폰 듀오의 무게나 화면, 퍼포먼스 성능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이 주목한 지점은 아이폰 듀오가 두 화면을 연결하는 방식과 폴더블 환경에 맞춰 새롭게 설계된 UI, 화면을 접거나 펼칠 때 화면이 자연스럽게 넓어진 것처럼 연출한 애니메이션 효과 등 애플의 사용자 경험 디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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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화면을 하나로 이은 화면비

이번 아이폰 듀오 공개에 디자인 업계가 가장 먼저 주목한 부분 중 하나는 외부 화면과 내부 화면의 비율이다. 애플은 두 화면에 거의 동일한 화면비를 적용했다. 덕분에 아이폰 듀오는 외부 화면에서 보고 있던 콘텐츠와 정보 구조를 기기를 펼쳤을 때에도 기존 비율을 유지한 채로 확장할 수 있다.
글로벌 디자인 및 건축 매체 파라메트릭 아키텍처(Parametric Architecture)는 “아이폰 듀오에서 가장 흥미로운 디자인 결정은 접히는 방식 자체보단 외부 화면과 내부 화면의 비율을 동일하게 유지한 점이다”며 “콘텐츠는 비례적으로 확대/축소되고, 상태 및 탐색 요소 이동 역시 기기를 열거나 닫을 때 발생하는 인지적 혼란이 최소화된다. 그 결과 두 화면은 별도로 분리된 모드가 아닌 하나의 연속적인 경험으로 인식된다”라고 설명했다.
전문 제품 디자인 에이전시 역시 같은 부분을 아이폰 듀오의 핵심으로 꼽는다. 디지털 UX 제품 디자인 스튜디오 도르브(Dorve)는 “가장 눈에 띄었던 디테일은 성능 안내표 적힌 스펙이 아니라, 애플이 외부와 내부 디스플레이의 화면 비율을 일치시킨 점”이라며 “언뜻 보면 사소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이는 UX 관점에서 중요한 통찰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도르브는 “(일반적으로)폴더블 스마트폰은 외부 화면과 내부 화면의 모양이 다르기 때문에 기기를 펼치면 레이아웃이 재배치되고 콘텐츠가 이동하며 사용자가 화면에서 자신의 위치를 다시 파악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하지만 화면 비율을 일치시키면 전환은 훨씬 더 자연스러워진다”라고 강조했다.
기존 공식에 과감한 변화를 가한 UI

UI 디자인 공식 역시 업계의 주목을 끄는 요소 중 하나다. 애플은 아이폰 듀오에서 2007년 첫 아이폰 출시 이후 오랫동안 유지해오던 iOS UI 디자인에 큰 변화를 줬다. 홈 화면의 하단에 고정돼 있던 앱 실행 영역을 비롯해 탭바와 툴바 등 여러 주요 컨트롤 영역이 새로운 화면비와 기기에 맞춰 재설계한 것이다.
가장 큰 차이점은 화면의 위·아래에 가로로 놓이던 주요 조작 요소가 우측 세로 영역으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기존 아이폰에선 앱의 주요 버튼과 탭, 도구 메뉴가 화면 상단이나 하단을 차지했다면, 아이폰 듀오는 외부 화면이 기존 아이폰보다 넓고 낮기 때문에 이 요소들을 오른쪽 한쪽에 모았다.

또한 애플은 버튼 배치와 함께 폴더블 스마트폰이라는 폼팩터의 사용자 경험을 고려해 버튼 및 아이콘 디자인에도 변주를 가했다. 대표적으로 Wi-Fi, 셀룰러 신호 및 배터리 잔량 표시는 아이폰을 넘어 거의 모든 스마트폰이 표준으로 사용하던 고정 디자인 요소였지만, 애플은 아이폰 듀오에서 이 세 가지 아이콘을 하나의 원형 안에 담는 방식으로 재설계했다.
이처럼 기존 UI 관습까지 바꾼 점은 디자인 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글로벌 디자인 영감 큐레이션 플랫폼 머즐리(Muzli)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 기술 책임자(CTO) 페트라스 바우키스는 이런 아이폰 듀오의 변화를 두고 “애플이 소프트웨어 영역에서 단행한 변화는 접히는 힌지보다 더 급진적”이라며 “19년 만에 앱 실행 영역을 세로로 옮겼다는 것은 그동안의 UI 관습이 다시 어떤 방식으로 논의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랫동안 아이폰을 상징해온 UI 배치조차 새로운 폼팩터와 사용자 경험에 맞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다시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접고 펼치는 순간의 UX를 고려한 전환 효과

기기를 접고 펼치는 과정에도 전문가의 이목을 끈 요소가 있다. 아이폰 듀오는 사용자가 기기를 펼치기 시작하면 화면 역시 물리적인 움직임에 맞춰 변형된다. 사용자가 화면을 펼치기 시작하면 힌지 움직임에 맞춰 블러 및 화면 왜곡 효과가 나타나, 외부 화면이 자연스럽게 확장돼 내부 화면으로 이어지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연출의 목적이 화면을 인상적이고 화려하게 꾸미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테크워드(Techwards) 시니어 UI·UX 디자이너 굴람 카디르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중요한 것은 블러 자체보단 사용자가 접기 전과 펼친 후의 화면의 불필요한 부분을 머릿속에서 억지로 연결하도록 두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기기를 펼치는 중간에는 화면 크기가 달라지고 UI 요소들이 새롭게 위치를 찾아가는 만큼 모든 정보를 선명하게 보여줄 필요가 없다고 말하며 “사용자가 순간적으로 불필요한 정보를 해석하지 않게끔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블러 효과는 심미적 장식을 넘어 불필요한 화면의 요소에 주의가 쏠리는 것을 막고 접기 전과 펼친 후의 두 상태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메르세데스 벤츠에서 10년 넘게 UX 디자인 팀을 이끌었던 제인 아미랄리스 UX 컨설턴트는 아이폰 듀오의 화면 전환 애니메이션을 멘탈 모델 형성 요소로 짚었다. 그는 “기기를 펼치면 외부 화면이 하나의 창문처럼 변하면서 콘텐츠가 멀어지고, 내부 화면의 콘텐츠는 최종 위치에 도달할 때까지 가까워지는 것처럼 보인다”며 “이런 전환은 심미적으로 보기 좋은 것을 넘어 정보가 물리적인 공간의 어느 부분에 존재하는지에 대한 사용자의 멘탈 모델 형성에 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애니메이션은 그저 화면 하나가 사라지고 다른 화면이 나타내기 위한 요소를 , 같은 정보가 현실 공간을 따라 이동하는 것처럼 보여주면서 사용자가 두 화면의 관계를 본능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는 이야기였다.
과감한 변화 뒤에 남은 과제
이처럼 디자인 업계 관계자와 관련 기업이 아이폰 듀오 발표를 주목한 이유는 애플이 첫 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업계가 더 주목한 지점은 아이폰 듀오를 통해 애플이 선보인 사용자 경험 디자인과 과감한 변화, 그리고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용자 중심의 사고방식에 있다.
실제 디지털 디자인 에이전시 디자인 스위트(Designsuite.ai)는 “아이폰 듀오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는 거대한 내부 화면이 아닌 애플이 소프트웨어 영역에서 한 일”이라며 “애플은 기존 아이폰 인터페이스를 더 큰 화면에 그대로 늘리는 대신 사람들이 기기를 잡고, 열고,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맞춰 iOS를 재설계했다. 여기에 바로 디자인 인사이트가 있다. 바로 화면을 위해 디자인하지 말고, 그 화면을 들고 있는 사람을 위해 디자인하라는 점이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과감한 디자인 변화가 곧바로 더 나은 사용자 경험으로 이어질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맥(Mac) 전용 개발자 터미널 앱 Ponymux은 “기존 배터리 잔량 표기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명확하다. 반면 눈금이 새겨진 표시기는 사용자가 의미를 학습해야 한다. 셀룰러와 배터리 표시도 마찬가지다. ‘4칸 중 3칸’은 즉시 알아볼 수 있지만 ‘4개의 점 중 점 3개’는 그렇지 않다”며 공간을 절약하는 대신 정보의 즉각적인 가독성을 일부 타협한 선택이라고 꼬집었다.
아이폰 듀오가 폴더블 기능의 필요성을 충분히 보여줬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22년 이상의 디자인 경력을 지닌 UI·UX 디자이너인 누쿠이 노부타카는 “이번 아이폰 듀오는 ‘애플이 최고 품질의 폴더블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는가?’라는 접근 방식에서 시작한 것처럼 보인다”면서 “접어야 할 충분한 이유를 제시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자신의 일상에서도 “큰 화면이 필요하니 지금 펼쳐야겠다”고 느끼는 상황이 아직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며, 중요한 것은 화면을 어떻게 꾸밀지가 아니라 사용자가 왜 기기를 접고 펼쳐야 하는지 그 행동 자체에 필요성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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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김동욱 (jkkims@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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