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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2년 만에 연매출 3배 뛴 와일리의 성공 전략은?

불황일수록 과감한 도전으로 승부

(섬네일=박민지 디자이너 mji@ditoday.com)

‘4관왕’

지난 8월 열린 국내 최대 ICT 서비스 시상식 ‘ICT 어워드 코리아 2023’에서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 와일리가 거둔 성과다. 기술혁신, 앱·웹사이트 품질, 콘텐츠&마케팅 등 총 6개 부문으로 나눠 진행되는 이번 대회에서 와일리는 4개 부문을 휩쓸었다.

넓은 수상 영역에서 알 수 있듯, 와일리가 지난 한 해 진행한 프로젝트는 종류부터 다양하다. 앱·웹 리뉴얼을 비롯해 신제품 런칭 캠페인, 리브랜딩, UI·UX 개선까지 국내 마케팅 에이전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대부분 수상으로 이뤄졌으니, 넓이만큼 깊이도 갖춘 셈이다.

와일리의 실력은 최근의 성장세로도 증명된다. 설립 15년이 되던 지난 2020년 처음 연매출 100억원을 달성했다. 이후 매년 100억원씩 성장했다. 첫 ‘100억 돌파’까지는 속도가 더딘 편이었는데, 이후의 행보는 업계에 전례가 없을 만큼 빠르다. 올해는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에 수여되는 ‘이노비즈(Inno-Biz)’ 인증과 벤처기업 인증까지 획득했다.

와일리는?
와일리는 지난 2006년 설립된 국내 대표 마케팅 에이전시다. 웹 및 앱 개발, UIUX 디자인, 마케팅, 광고, 플랫폼 개발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 ‘BEYOND WYLE, NEXT WYLE(우리는 와일리를 넘어 그 다음의 와일리를 만들어갑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토털 커뮤니케이션 기업으로 진화 중이다.

더 큰 성장을 위한 전문경영인 체제로 변화

와일리의 급격한 성장에는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변화가 주효했다. 지난해 와일리는 사업본부를 3개로 나눈 뒤 분야별 전략실을 구축했다. 박수인 대표가 실무에서 물러나고 이재욱 사장과 채문희 부사장이 실질적인 지휘봉을 잡은 것도 이때부터다.

이 사장은 “회사를 더 키우기 위해선 조직을 잘게 쪼개 각 부문에 대한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라며 와일리가 지금의 조직 체계를 갖춘 배경을 설명했다.

2010년 와일리에 입사한 이재욱 사장은 뼛속까지 ‘와일리맨’이다. 마케팅과 웹 기획 업무를 주로 맡았으며, 와일리의 굵직한 조직 개편 및 사업 확장의 역사를 모두 경험했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이 사장은 임명 직후 ‘토털 커뮤니케이션 그룹’이라는 비전을 새롭게 내세운 뒤 웹·앱 구축부터 마케팅에 이르는 모든 사업 영역을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진정한 디지털 통합 마케팅을 지원한다는 구상으로, 방점은 ‘진정한’과 ‘통합’에 찍힌다. 이 사장에 따르면, ‘진정한’의 의미는 고객사의 일을 자기 것처럼 하는 것이고, ‘통합’의 의미는 컨설팅부터 실행까지 마케팅 전반의 과정을 모두 지원하는 것이다.

동시에 회사의 매출 인식 방식을 과감히 바꿨다. 기존 세금계산서 기준에서 프로젝트 진행률 기준으로 변경한 것. 빠르게 변하는 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함이다.

“세금계산서를 기준으로 매출을 파악하면 실제와 서류 간의 간극이 발생합니다. 체크 시점의 선수금과 잔금 여부에 따라 상황이 왜곡되기도 하죠. 프로젝트 진행률을 기준으로 삼으면 투자를 더 해야 하는지, 비용을 줄여야 하는지 신속하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사업 영역의 대대적인 통합과 과감한 시장 대응 덕일까. 경기 침체로 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에도 올해 와일리 매출은 지난해보다 증가 중이다.

“2020년에 처음 연매출 100억을 달성했습니다. 업력에 비해서는 꽤 늦은 편이죠. 하지만 이후 매년 100억원씩 성장해 지난해에는 업계 톱클래스 수준으로 올랐고요. 경기가 어려운 올해도 지난해보다 성장 중이에요”

멈추지 않는 도전이 성장 비결

와일리의 역사는 도전과 확장의 이야기다. 불황일 때면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선택과 집중’은 전략적 선택지에 없었다. 언제나 ‘경쟁력 확보’ 하나만 봤다.

“‘과연 이 프로젝트가 돈이 될까?’ 같은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 자체로 경쟁력이 있는가, 그리고 고객사에 도움이 될 것인가만 생각했습니다. 확신이 들면 적극적으로 투자했죠” 이재욱 와일리 사장의 말이다.

실제로 와일리는 초기 시장에 과감히 뛰어 들었다. 지난 2009년 국내 마케팅 에이전시 최초로 모바일 앱 조직을 구축했다. 애플이 국내 시장에 진출하기도 전이다. 언젠가 대세가 될 것이란 판단이었다. “앱이 뭐야?” 라고 묻는 고객사를 찾아가 무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2018년에는 금융 및 핀테크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금융 업계에 디지털 바람이 막 불던 시기였다. 당시엔 수익이 나지 않았지만 이후 코로나19가 터지며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됐고, 와일리의 역량이 빛을 발했다.

현재는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로는 드물게 브랜드 전략 컨설팅과 플랫폼 서비스 구현 및 운영, 마케팅 기획 및 실행, 디지털 테크 연구 개발 등 전 분야에 대한 역량을 확보했다.

와일리가 대기만성형 기업으로 불리는 배경이다. 기나긴 저성장 속에서도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선제적인 투자를 이어온 것이 지금의 가파른 성장의 발판이 됐다는 설명이다.

프로젝트 성과 달성에 집중

와일리는 올해도 굵직한 프로젝트 성과를 여럿 냈다.

대표적으로 지난 5월 리뉴얼 오픈한 ‘이디야 멤버스’ 앱은 오픈 후 신규회원 가입이 약 160%, 사용자 수는 20% 증가했다. 앱 개발에 그치지 않고 오픈 프로모션과 플랫폼 운영까지 와일리가 도맡아 진행한 결과다.

또 종근당건강몰 리뉴얼 프로젝트는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며 가파른 매출 상승(36배)으로 이어졌고, “괜찮아 마음껏 즐겨봐” “오늘부터 놀 땐, 보솜이”라는 슬로건으로 대표되는 보솜이 리브랜딩 프로젝트는 소비자의 열광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채문희 부사장은 와일리의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한다. 기업 내외로 협력 및 관계 유지를 위한 업무를 주로 수행하는 동시에 컨버전스본부의 본부장을 겸하며 구축 프로젝트의 사업관리를 총괄한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와일리 프로젝트 전반을 총괄하는 채문희 부사장은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특별한 방법은 없다”고 답했다.

“프로젝트는 하나의 생명체와 같아서 영양이 골고루 공급 돼야 성공합니다. 특별히 한 가지에만 집중해서는 안 돼요. 프로젝트의 목표와 범위, 커뮤니케이션, 인력의 역량 그리고 회사 차원의 관심과 지원 등 모든 분야의 요건이 충족 돼야 비로소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이어 그는 “그럼에도 정말 중요한 것을 꼽자면, 프로젝트를 통한 성과 달성”이라고 덧붙였다. “고객사가 프로젝트를 통해 기대하는 목표가 있습니다. 신규 고객 확보, 고객만족도 증대, 매출 증대, 브랜딩 등이죠. 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현재는 롯데면세점 인터넷몰 차세대시스템 구축사업과 악사손해보험 차세대 시스템 구축, SK렌터카 통합 UX 구축 사업을 진행 중이다. 차세대 시스템은 기업이 대규모 자원을 투입해 기존 시스템을 개편하는 사업으로, 와일리는 UI·UX 개선을 맡았다. 직관적이고 사용이 쉬운 UI·UX를 제공해 사용자 경험을 강화하는 게 목표다.

와일리 속 ‘작은 회사’, 다섯 개의 전략

와일리의 성공 스토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건 다섯 개 전략실의 존재다. 이들 전략실은 사업전략실, CX전략실, 미래전략실, 인재전략실, 경영전략실로 구성된다.

자율과 전문성이라는 와일리의 조직 문화를 대표하는 다섯개 전략실은 신사업을 발굴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올해 상반기 도입됐다. 각 분야의 최고 인재를 영입해 각 전략실 수장 자리에 앉혔다.

각 전략실이 추구하는 조직 문화는 전부 다르다. 각 전략실 실장은 자율권을 부여 받아 가장 최적화된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한다. 역할과 목표가 다른 탓이다. 예컨대, CX전략실은 고객사와의 소통을 중요시해 구성원에게 ‘인간미’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는 반면, 숫자를 중요시하는 경영전략실은 ‘객관성’을 주문한다. 이 같은 각 전략실의 전문성은 프로젝트 성공의 동력이 됐다.

윤영만 사업전략실장은 “고객사와의 진심이 담긴 관계 유지를 최우선 사항으로 여긴다”고 말한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사업전략실은 프로젝트의 처음과 끝을 책임지는 곳이다. 고객 니즈를 파악하고 수주하는 영업 단계부터 프로젝트 종료 후 고객사와의 관계 유지까지 담당한다.

윤영만 사업전략실장은 고객사와의 긴밀한 관계 유지를 강조한다. “일부 에이전시는 프로젝트 규모에 따라 고객사를 다르게 대하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든 고객사를 진심으로 대하려고 노력해요.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도 주기적으로 트렌드 리포트를 제공하기도 하고요. 관계 유지를 위한 이런 노력이 프로젝트 연장에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김지영 CX전략실장은 팀원들에게 휴머니즘을 강조하며, “사용자 경험에 인간미를 담아낼 것”을 주문한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CX전략실은 프로젝트의 사용자 경험을 총괄하는 조직이다. CX(고객경험, Customer Experience)라는 조직명이 붙은 건 최근이다. 사용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박 대표의 강력한 주장에 따라 신설됐다. 타사의 UIUX 부서와 달리, 최종 사용자(엔드유저)뿐 아니라 고객사의 사용성까지 고려한다.

김지영 CX전략실장은 팀원들에게 ‘공감과 배려’를 강조한다. “우리의 고객인 사용자와 클라이언트 모두가 불편한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유쾌한 답을 찾아 제시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의 첫 발자국은 공감에서 시작된다고 봐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인 것이죠. 매력적이고 유쾌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운석 미래전략실장은 “데이터 분석 능력을 갖춰야 사업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미래전략실은 와일리의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들어가는 부서다. 디지털 산업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자율 학습 기반의 AI 기술을 바탕으로 특허 2건을 출원했으며, 관련 솔루션에 대한 연구 및 개발을 진행 중이다.

장운석 미래전략실장은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 방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미래전략실은 팀원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의견 개진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갑니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 분석, 예측, 검증 등의 업무들이 중요하게 작용하며, 이러한 산출물들이 와일리의 AI 기술을 고도화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세영 인재전략실장은 “회사의 가장 큰 경쟁력은 사람”이라며 인재 전문성을 기르는 데 집중한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인재전략실은 인재 채용과 육성, 조직문화 개발, 인사 시스템 구축, 인프라 관리 등 일반적인 회사의 인사 및 총무 역할을 맡고 있다. 회사가 보유한 가장 큰 경쟁력은 직원이라는 철학 아래 인재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 집중한다.

박세영 인재전략실장은 직원의 성장이 곧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사람을 중심에 두고 일한다고 강조한다. “회사에 대한 직원의 신뢰와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도록 기준과 원칙이라는 중심 안에서 인사 정책을 만들어갑니다. 하지만 사람을 상대하는 일인 만큼 소통의 유연함도 가져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박수경 경영전략실장은 “숫자가 중요한 부서인 만큼 정확함과 공정한 태도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한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경영전략실은 와일리의 살림을 꾸리는 재무회계 부서다. 와일리의 프로젝트는 크게 구축운영, 광고, 마케팅 등 3개 분야로 나눌 수 있는데 이들 프로젝트 특성에 따라 비용 처리 방식을 다르게 적용해 자금을 합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박수경 경영전략실장은 “모든 것을 숫자로 말하는 부서기 때문에 정확성과 공정한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희 업무를 통해 생성된 정보가 대내외 중요한 전략이나 포지션의 방향키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향상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원칙과 기준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어요” 

진정한 파트너로 거듭날 수 있도록

와일리는 토탈 커뮤니케이션 그룹을 목표로 한다. 고객사의 브랜딩을 위해선 파트별 마케팅이 아닌, 통합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사장이 생각하는 진정한 통합 마케팅 에이전시의 역할은 “큰 그림을 그려, 제안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광고만 하실 게 아니라 플랫폼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게 더 부가가치가 날 겁니다’ 하고 제안하는 것이죠. 플랫폼이 바뀌면 운영 방식도 달라질 테니 이에 대한 전략도 우리가 제공하고요. 명확한 전략으로 고객 접점의 채널들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것, 이것이 현대 사회에서 필요한 가장 중요한 마케팅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쉽지는 않다. 가장 큰 난관은 고객사 중에도 통합 마케팅을 담당하는 부서를 갖춘 곳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통합 마케팅을 하려면 고객사의 부서를 3~5개 정도는 만나야 합니다. 소통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합니다. 고객사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어디서 부가가치가 나는지, 그래서 솔루션은 무엇인지를 디지털 중심으로 바라보고 제안하는 눈이 필요합니다”

와일리의 각 부서는 자유롭게 소통하고 협력하며 시너지를 이끌어 낸다. 이 같은 조직 문화가 토탈 커뮤니케이션 그룹으로 나아가기 위한 밑바탕이라고 이 사장은 강조한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일찍이 에이전시 업계에서 사라진 개발 조직을 여전히 운영 중인 것도 프로젝트 구축 과정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는 소신 때문이다.

올해부터 조금씩 성과가 나고 있다. 깨끗한 나라는 B2C 브랜드 컨설팅과 콘셉트 및 디자인 패키지 등 광고와 플랫폼 구축을 연결하는 프로젝트 전반을 와일리와 진행 중이다. 오랜 기간 관계를 이어 온 CU도 와일리와 복수의 프로젝트를 함께 하고 있다.

이 사장은 “에이전시라는 단어를 좋아한다”고 했다. “에이전시란 고객사의 파트너를 뜻하죠. 진정한 파트너란 뭘까요? 너, 나 구분 않고 그들의 일을 자기 일처럼 하는 것 아닐까요? 와일리는 그런 파트너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우리가 통합 마케팅 에이전시를 추구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