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캔바의 혁신 시험대” 리암 피셔 캔바 마케팅 총괄 인터뷰
‘포토샵 대항마’ 어피니티 인수한 캔바의 전략

캔바가 글로벌 무대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흩어져 있는 툴, 단절된 워크플로우, 느린 협업 같은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해 하나로 연결된 생태계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리암 피셔(Liam Fisher) 캔바 프로 디자인 글로벌 마케팅 총괄
최근 디지털 산업을 둘러싼 문제 중 하나는 ‘도구의 파편화’입니다. 특히 디자인의 경우 제작에 필요한 도구와 피드백 및 협업에 쓰이는 도구가 서로 다르다 보니 실무자들은 하루에도 여러 프로그램을 오가야 합니다. 우리나라처럼 작업 효율을 중시하는 나라에서 이는 더욱 심각한 문제로 자리 잡았는데요.
글로벌 비주얼 협업툴 캔바(Canva)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영국 소프트웨어 기업 세리프(Serif)의 어피니티(Affinity) 제품군을 인수했습니다. ‘포토샵의 대항마’로 불리는 어피니티는 전문가용 디자인 도구인데요. 포토샵과 비슷한 기능을 구독료 없이 제공한다는 점에서 프리랜서와 중소 기업의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창업 초기부터 ‘일반인을 위한 디자인 서비스’를 일관되게 추구한 캔바가 돌연 전문가용 도구를 인수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이걸로 대체 도구의 파편화를 어떻게 해결한다는 말일까요?
캔바 프로 디자인 부문의 글로벌 마케팅 총괄을 맡고 있는 리암 피셔(Liam Fisher)를 서면으로 만나 이에 대한 답을 들었습니다. 아울러 ‘글로벌 최우선 시장’이라는 한국에서 전개 중인 마케팅 전략에 대해서도 물었습니다.

‘도구의 파편화’ 디지털 산업이 직면한 문제

요즘 디지털 산업의 문제점 중 하나는 도구가 너무 많다는 겁니다. 특히 전문 디자이너와 그 외 팀원들간의 소통 과정에서 자주 간극이 발생합니다. 이는 기존 캔바의 기능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했습니다. 일반인을 겨냥한 캔바는 그간 비전문가와 팀 협업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죠.
이에 캔바는 지난해 어피니티를 인수합니다. 두 도구의 강점을 살려 제작부터 협업까지 크리에이티브 전 과정을 지원한다는 구상이고요. 나아가 기존에는 사로잡지 못했던 전문 디자이너까지 ‘캔바 생태계’로 흡수한다는 큰 그림입니다.
캔바에서 글로벌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캔바는 현재 글로벌 디지털 시장의 문제를 무엇으로 보고 있나요?
지금 디지털 산업이 겪고 있는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도구가 제각각 흩어져 있는 것’이에요. 디자이너, 마케터, 비즈니스 팀 모두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하려면 여러 앱을 왔다 갔다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편집과 레이아웃, 피드백과 협업이 서로 다른 도구로 진행되다 보니 흐름이 끊기고 에너지가 분산되는 것이죠.
캔바가 최근 어피니티를 인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이번 인수로 캔바는 모든 크리에이터를 위한 통합 디자인·비주얼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에 더 가까워졌습니다.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빠르게 제작하는 소규모 비즈니스 오너부터, 복잡한 이미지를 다루는 전문 디자이너, 글로벌 차원에서 콘텐츠를 확장하는 기업 팀까지 누구나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게 됐죠.
많은 기업이 실시간 협업을 최우선 과제로 꼽습니다. 캔바와 어피니티의 결합이 협업 환경을 어떻게 바꿀까요?
기존 문제는 이랬습니다. 한쪽에서는 전문 디자이너들이 정밀한 툴과 레이아웃, 작업물에 대해 완벽한 제어권을 원하고, 다른 쪽에서는 마케팅·세일즈·커뮤니케이션 팀이 빠른 현지화, 메시지 수정, 실시간 피드백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캔바와 어피니티가 결합되면서 이런 판도가 완전히 달라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어피니티의 정교한 툴로 전문가 수준의 고품질 작업물을 만든 뒤, 이를 캔바의 협업 플랫폼으로 바로 넘길 수 있습니다. 팀원들은 디자인의 완성도를 해치거나 여러 버전이 뒤섞일 걱정 없이, 실시간으로 의견을 남기거나 수정하고, 다른 용도로 재활용할 수 있어요. 즉, 앞으로 전문가들은 퀄리티를 양보하지 않아도 되며, 다른 팀은 업데이트를 며칠씩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어피니티는 디자이너 사이에서 포토샵의 대항마로 불리더군요. 기존 어도비 제품군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가장 큰 차이는 ‘구독이 없다’는 점입니다. 한 번의 결제로 평생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프리랜서나 개인 창작자, 소규모 팀도 부담 없이 전문가용 도구를 쓸 수 있어요.
성능 측면에서도 다릅니다. 디자이너, 포토, 퍼블리셔 제품군은 전문가들이 기대하는 정밀함과 성능을 제공하면서도 훨씬 더 빠르고 직관적인 사용 경험을 줍니다. 고사양 환경은 물론이고, 모바일 환경이나 사양이 낮은 기기에서도 속도와 효율성을 체감할 수 있도록 설계됐고, 세 가지 앱이 동일한 파일 형식을 공유하기 때문에 작업 간 이동도 끊김 없이 자연스러워요.
한국 시장: 캔바의 혁신 시험대

리암 피셔 총괄은 한국 시장을 “혁신의 시험대”라고 표현합니다.
캔바의 ‘2024 비주얼 이코노미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비즈니스 리더 320명 중 약 80%가 이미 AI 기반 도구를 활용 중이며, 90% 이상은 이를 통해 콘텐츠 품질 향상을 경험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글로벌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인데요. 흥미로운 점은 디자인에 대한 ‘눈높이도 높다’는 것입니다. 약 90%의 국내 비즈니스 리더는 “비전문가도 디자인 역량을 갖추길 원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이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한국의 일상적인 비즈니스 문화 속에 깊이 자리 잡았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이런 특수성 때문에 캔바는 한국을 글로벌 마케팅 전략의 요충지로 보고 있죠.
캔바가 생각하는 한국 시장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창작 문화를 가진 곳 중 하나입니다.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면서도 그것을 창의성의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유일한 곳이죠. K-팝 콘텐츠든, 광고 캠페인이든, 브랜드 스토리텔링이든 늘 신선하고 완성도 높은 디자인이 요구되며, 동시에 더 빠르게 움직이고, 더 유연하게 협업하며, 흩어진 시스템에서 오는 불편을 줄이라는 압박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은 저희에게 혁신의 시험대이자 배움의 장입니다. 여기서 만들어지는 트렌드가 전 세계 디자인의 미래를 미리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용자들은 어떤 기능을 가장 자주 사용하나요?
캔바의 AI 기능 중 특히 ‘배경 제거(Background Remover)’ 기능이 한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데요. 단 몇 초 만에 완성도 높은 소셜미디어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필수 툴이 된 것 같습니다. 또 실시간 협업, 모바일에 최적화된 인터페이스도 한국 사용자들이 매력을 느끼는 기능입니다.
한국 사용자들은 왜 이런 기능에 매력을 느낄까요?
아무래도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고 기대치가 높은 한국 시장의 특성상 유연함과 속도를 높이 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어피니티까지 추가됐습니다. 어피니티는 기존 캔바 사용자의 업무 환경을 어떻게 바꿀 수 있나요?
브랜딩 같은 고임팩트 작업이나 정교한 편집 레이아웃, 복잡한 디자인 시스템을 다루는 전문가들에게 어피니티는 기존의 캔바로는 제공하지 못했던 정밀함과 제어권을 보장합니다. 따라서 디자이너는 어피니티로 정밀한 결과물을 만든 뒤 캔바를 통해 소셜, 웹, 인쇄물까지 확장할 수 있고요. 나아가 다른 팀원들과 결과물을 쉽게 공유하고, 단 몇 초 만에 현지화 작업을 끝내며, 처음부터 다시 만들 필요 없이 다양한 채널에 배포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 시장에서는 어피니티를 어떻게 마케팅하고 있나요?
교육입니다. 저희는 장기적인 성장이 결국 차세대 창작자에 대한 투자에서 비롯된다고 믿어요. 이를 위해 캔바는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학교·학생·교사들에게 디자이너, 포토, 퍼블리셔를 포함한 어피니티 전 제품군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요. 목표는 단순합니다. 창작자가 커리어 여정의 시작부터 전문적인 수준의 툴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거죠.
교육이 무슨 효과가 있길래?
교육은 디지털 디자인 언어에 대한 ‘유창성’을 길러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학생들이 현업 전문가가 실제로 사용하는 툴을 일찍부터 접하면 자연스럽게 실무에 필요한 역량을 익히고 성장할 수 있거든요.
특히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고 경쟁이 심한 한국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이 접근법은 더 중요합니다. 이런 초기 경험이 장기적인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거든요. 결국 저희 전략은 현 세대뿐 아니라, 앞으로 등장할 세대의 창작자까지 함께 성장시키고, 나아가 우리 고객으로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AI 시대에 전문 디자이너의 역할은 어떻게 변할 것으로 예상하나요?
디자인의 본질은 단순히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고 이야기를 전하며 사람들과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AI는 디자이너가 이 본질적인 부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활주로를 정리’해주고 있습니다. 반복적이고 수작업에 가까운 업무들, 예를 들어 에셋 크기 조정, 레이아웃 재구성, 콘텐츠 버전 관리 같은 작업을 덜어내 주는 것 말이죠. 덕분에 디자이너들은 아웃풋 관리가 아닌 콘셉트, 내러티브, 크래프트(전문적 역량)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크리에이터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국은 제게 큰 영감을 주는 크리에이티브 시장 중 하나입니다. 혁신의 속도, 새로운 도구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개방성, 그리고 대담한 표현력까지 한국 창작자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정말 특별합니다. 첫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는 학생부터 시각적 정체성을 구축하는 스타트업, 복잡한 프로젝트를 맡은 전문 디자이너까지 한국의 크리에이터들이 만들어나가는 멋진 여정에 저희가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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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장준영 (zzangit@ditoday.com)
- 섬네일조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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