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잘하는 걸로 세상을 바꾸고 싶어요” 김용훈 그로스 연구소 소장 인터뷰

그로스 마케팅 컨설턴트가 광고 동호회 ‘발광’을 이끄는 이유


2021년 큰 화제가 됐던 광고 동호회 ‘발광’의 실종아동찾기 광고(자료=발광)

지하철을 오가다 보면 큰 OOH(옥외광고)에 걸린 아이돌의 지하철 광고를 자주 목격합니다. 컴백을 축하하기도 하고, 생일을 축하하기도 하죠. 그러던 2021년, 지하철 OOH에 특별한 광고가 걸린 적이 있는데요. OOH에는 “혜희야, 40번째 생일 축하해”라는 문구와 낯선 일반인의 사진이 걸려 있었습니다. 유명인도 아닌 낯선 사람의 생일 축하 광고에 사람들은 발길을 멈추고 모여들었습니다.

이 OOH는 광고 동호회 ‘발광’이 기획한 ‘실종아동찾기’ 광고였는데요. 하단의 “사람들의 눈길이 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되기를”이라는 문구로 반전을 줘 실종 이후 생일을 챙길 수 없던 가족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제작됐죠.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언론에 활발하게 공유되며 실종아동에 대한 관심을 높였고, ‘2021 BGF 아동안전시민상’에서 시민영웅 부분을 수상하기도 했죠. 광고를 제작한 멤버들은 청와대로 초청받기도 했습니다.

그로스 마케팅 컨설턴트인 김용훈 소장은 15년 이상 경력의 전문가이자, 약 10년간 광고동호회 발광을 이끌어온 인물이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올해로 약 10년, 공익 광고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발광을 오랫동안 이끌어 온 이는 ‘김용훈 그로스 연구소’를 운영하는 김용훈 소장입니다. ‘이제석 광고 연구소 출신’ ‘스타트업 상장 경험’ ‘다수 기업의 CMO’ 등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붙죠.

그로스 마케팅 컨설턴트라는 본업만으로 정신 없이 바쁠 것 같지만, 김 소장은 단 한번도 발광을 숙제처럼 느껴본 적이 없다고 하는데요. 오히려 “발광에서의 활동이 본업에서 번뜩이는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왜 김 소장은 공익 광고를 만드는 일이 본업에 시너지를 발휘한다고 이야기하는 걸까요? 그 까닭을 지난 4월 초, 서초에 위치한 연구소 사옥에서 들었습니다.

잘 하는 일로 세상에 기여하고 싶었기에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제작된 캠페인. 이제석 광고 연구소는 크리에이티브한 캠페인으로 유명하다(자료=이제석 광고 연구소)

수식어가 화려합니다. 그 유명한 이제석 광고 연구소 출신이에요.

우연히 이제석 대표의 책을 읽은 적이 있어요. 읽고 “꼭 이 사람과 같이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마침 이 대표가 운영하는 공익 광고 모임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10개월 정도 가입해서 활동했어요. 그게 인연이 돼서 함께 일하게 된 거고요.

오래전부터 공익 광고를 만들었던 거네요. 광고 모임에 참여하는 건 어땠나요?

정말 즐거웠어요. 함께하는 10개월 동안 일주일에 한 번 모이는 걸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았으니까요. 명절 같은 날이어도 거른 적이 없어요.

공익 광고에 푹 빠졌던 거군요. 이유가 무엇이었나요?

제가 잘 하는 걸로 세상에 기여하고 싶었어요. 특히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에 대해 관심이 많았죠. 제 생각에는 공익 광고만한 게 없었어요. 긍정적인 목적성을 띠고 있다 보니 소비자의 반응도 가장 좋았고, 제 자신도 그 과정에서 많이 변화했죠.

발광도 오래된 걸로 알고 있어요.

오래됐죠. 한 10년 됐으니까요. 처음에는 생각이 맞는 사람들과 가벼운 사이드 모임 정도로 시작했어요. 4명이 모여서 시작했죠. 지금은 기수제로 바뀌어서 매 기수마다 9명이 모여 활동하고 있어요.

김 소장은 광고로 사람들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일 자체가 지속가능성을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고 설명한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좋아하는 일이어도 꾸준히 하는 건 쉽지 않을 텐데, 특별한 원동력이 있나요?

이제석 광고 연구소에 있을 때 들었던 말이 있어요. “9시 뉴스에 나오는 광고를 만들어라”라는 말인데요. 뉴스에 나올 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화제를 만들 수 있는 광고를 만들라는 의미였죠.

저는 이 말이 공익광고에도 적용되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광고가 화제가 되고,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면 곧 변화로 이어지거든요. 그런 변화를 이끄는 게 성과가 됐고, 계속 이어갈 수 있는 동기가 된 거죠.

사람들을 변화시키기 위한 발광의 캠페인

캠페인이 실제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말이죠?

결과가 좋았던 캠페인은 많았죠. 아동폭력이나 실종 아동에 대한 광고도 성과가 좋았고요. 2015년에는 대구에 위치한 한나네 보호소를 위한 캠페인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보호소가 화재로 전소돼서 재건을 위한 지원금이 필요했거든요.

발광이 와디즈 펀딩에서 굿즈로 판매한 강아지 히어로 보틀(자료=와디즈)

보호소 재건이면 꽤 많은 돈이 필요했을 텐데, 어떻게 지원금을 모았나요?

보호소의 강아지들이 히어로가 됐다는 스토리를 담은 굿즈를 제작해서 펀딩을 했어요. 보호소의 강아지들이 위기에 빠진 보호소를 구한다는 콘셉트였죠. 많은 애견인들이 재미있게 봐줬고, 1800만원 정도가 후원금으로 모였죠.

독특한 캠페인을 만드는 것 같아요. 다른 캠페인도 들어보고 싶은데요.

‘정인이 사건’으로 알려진 ‘양천구 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을 주제로 했던 아동학대방지 캠페인을 소개하고 싶어요. 2020년 있었던 사건은 입양된 아이가 입양부와 입양모의 장기간에 걸친 폭력으로 사망에 이른 사건인데요. 이를 계기로 아동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이야기하고자 했어요.

아동학대 대부분이 집 안에서 벌어진다는 점에 주목해 방탈출 게임 형식으로 풀어간 ‘행복한 우리집’ 캠페인(자료=발광)

전국민이 공분했던 사건이었죠. 어떻게 풀어갔나요?

각 게시물마다 여러 장의 사진을 업로드 할 수 있다는 인스타그램 피드의 특징과 단서를 통해 공간을 탈출하는 방탈출게임의 특징을 결합했어요. 사람들이 간단한 액션을 통해 참여할 수 있도록 했고, 초반에는 공포감을 조성하며 관심을 이끌어낸 뒤 마지막에 반전 요소와 함께 아동학대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했어요.

흥미롭네요. 캠페인 성과는 어땠나요?

여러 언론에 보도됐고, 캠페인을 진행했던 ‘행복 우리집’ 인스타그램 계정은 1000명의 팔로워를 달성하는 등 성공적으로 바이럴됐어요.

한일전에 비유해 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는 광고. 해당 포스터는 기둥 등 각이 있는 곳에 배치해 한쪽에서는 한일전 축구 포스터로, 다른 쪽에서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포스터로 보이게 만들었다(자료=발광)

이외에도 소개하고 싶은 캠페인이 있나요?

너무 많죠. 위안부 문제에 대한 캠페인, 지하철 OOH를 활용한 강아지 성형 반대 캠페인, 한강공원의 쓰레기통 위치를 알리는 양심 풍선 등… 계속해서 사람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캠페인을 만들어가고 있으니, 소개하고 싶은 게 참 많네요.

발광이 본업과 시너지를 발휘하는 이유

양심 풍선 기획 당시 제작된 샘플을 들고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김 소장. 그는 크리에이티브란 정직하게 들인 인고의 시간에 비례하는 것이라 강조한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끊임없이 독특한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 같아요. 비결이 있을까요?

왕도는 없다고 생각해요. 아이디어는 정직하게 엉덩이를 붙이고 앉은 시간만큼 나와요. 얼마나 인고의 시간을 거쳤는가, 좋은 솔루션도, 크리에이티브도 이에 기반해 나온다고 생각해요.

얼핏 보기에는 간단해 보이지만, 버티는 과정에서 포기하고 이탈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버티는 사람이 빛을 발하는 거죠.

그렇게 인고의 시간을 거친다는 건 그만큼 크리에이티브가 중요하기 때문이겠죠?    

크리에이티브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더욱 중요해졌다고 생각해요.

왜 크리에이티브가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하죠?

과거 솔루션이나 아이디어에 있어 크리에이티브에 기대는 부분이 많았다면, 지금은 이러한 양상이 파편화되서 상대적으로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의존도가 축소됐다고 보거든요. 아이디어 하나로 움직이는 마케팅이나 캠페인도 줄어들었고요. 그러나 의존도가 줄었다고 해서 크리에이티브가 힘을 잃은 건 아니에요. 좋은 아이디어는 여전히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들고, 변화하게 만드니까요. 오히려 희소해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고 보는 거죠.

크리에이티브가 유일한 해답은 아니라는 이야기 같네요.  

크리에이티브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고 봐요. 아주 효과적인 수단이죠. 하지만 꼭 크리에이티브가 아니라도 솔루션을 푸는 다양한 방법론 등 수단이 될 수 있는 건 많죠. 좋은 광고란 목적에 의거해 적절한 수단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 것이니까요.

광고 영역 밖에서도 크리에이티브는 유의미할까요?

그렇죠. 제가 그로스 마케팅 컨설팅을 할 때도 크리에이티브는 큰 자산이 돼요. 발광에서의 활동이 제 본업과 시너지를 발휘하는 이유죠.

어떤 일을 하든, 크리에이티브는 허들을 넘을 수 있게 해준다고 생각해요. 수많은 아이디어와 솔루션 사이에서 더 좋은 결과를 찾아낼 수 있는, 번뜩임을 내재화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봅니다.

본업에서 크리에이티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도 궁금한데요.

그로스 마케팅과 컨설팅으로 나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선 그로스 마케팅 영역에서는 무수한 데이터, 숫자 안에서 더 좋은 솔루션을 위한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는 배경이 돼요. CMO로 퍼포먼스 마케팅을 할 때도 그랬고요.

흥미롭네요. 컨설팅 영역에서는 어떻죠?

보통 기업이 컨설팅을 요청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예요. 하나는 더 많은 수익을 내고 싶을 때, 그리고 다른 하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인데요. 이중 특히 문제 해결의 경우 인사, 코스트, 프로덕트 등 문제의 원인이 굉장히 다양해요. 크리에이티브는 이런 고객의 문제 해결에 있어 빠른 시간에 유의미한 솔루션을 도출할 수 있는 근간이 되죠. 문제 해결에 대한 혜안을 만들어준다고 할까요?

발광의 다양한 공익 광고들. ‘세상을 밝히는 광고’라는 뜻처럼, 김 소장은 오랫동안 발광을 이끌어갈 생각이다(자료=발광)

크리에이티브가 이렇게 포괄적으로 작용할 수 있군요. 본업에 시너지를 더하는 만큼, 발광 활동을 앞으로도 오랫동안 지속하실 것 같아요.

달성하고자 하는 발광의 목표 지점이 있어요. 전 국민의 50%가 발광을 알게 하는 건데요. 그 말은 곧 전 국민의 50%를 우리가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의미니까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계속 이어갈 생각이지만, 사실 개인적으로도 계속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고 싶은 만큼 죽을 때까지 계속 함께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에디터이민호 (treewords@ditoday.com)
  • 섬네일김 상현
직접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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