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성장하는 서비스는 없다” ‘MAU의 천장’을 예측하는 법, 캐링캐파시티
한승준 데이터 분석가 인터뷰

잠시 이런 상상을 해봅시다. 이제부터 여러분은 전지전능한 존재가 돼 비즈니스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부터 살펴보죠. 우리 서비스는 과연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까요? 그 한계는 언제 도래할까요. 지금은 어느 단계까지 왔을까요?
이런 것들을 알 수 있다면 많은 결정이 명쾌해집니다. 예를 들어 서비스가 충분히 성숙해 성장 한계에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사용자를 모으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 대신,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데 투자해볼 수 있을 겁니다. 반대로 아직 성장 여력이 많이 남았다면 광고를 열심히 돌려 서비스 규모를 빠르게 키운 뒤 후속 투자를 도모해볼 수도 있겠죠.
이처럼 비즈니스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면 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데요. 현실에서 이를 가능하게 하는 몇 가지 방법론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오늘 소개할 ‘캐링캐파시티(Carrying Capacity)‘ 개념입니다.
3년 전 토스 유튜브 채널을 통해 국내에 널리 소개된 캐링캐파시티는 비즈니스의 성장 한계가 단 두 가지 요소, 즉 ‘자연 유입량’과 ‘이탈률‘만으로 결정된다고 설명합니다. 광고나 마케팅, 기타 외부 이슈는 일시적일 변화만 줄 뿐, 거시적인 성장 그래프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건데요.
실제로 토스는 이 개념을 적용해 초기 송금 서비스의 MAU가 한계에 도달할 시점을 정확히 ‘예측’했고요. 이에 맞춰 두 번째 서비스인 신용조회를 출시해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지금도 이런 관점에 따라 서비스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요.
복잡한 비스니스의 미래를 현재 지표만 가지고도 누구나 계산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캐링캐파시티 개념은 국내 스타트업계에 큰 파장을 몰고 왔지만요. 막상 이를 전사적으로 적용 중인 기업은 드뭅니다. 국내 대표 캐링캐파시티 전문가이자 20년 이상 경력의 데이터 전략가인 한승준 분석가는 그 이유를 ‘부족한 근거’와 ‘잘못된 믿음’에서 찾습니다.
여전히 많은 스타트업의 의사결정권자는 ‘J커브 신화’를 꿈꾸며 ‘연평균성장률의 복리 증가’ 같은 목표를 세웁니다. 하지만 희망사항에 가까운 이런 목표는 경영관리에 도움이 안돼요. 우리 서비스가 언젠가는 한계에 도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지금이 마케팅을 해야할 때인지, 서비스를 개선할 때인지, 신사업을 추진해야 할 때인지 더 전략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한승준 분석가는 캐링캐파시티 개념이 토스 유튜브 채널로 유명해지기 전부터 비슷한 방법론을 개발해 업무에 활용해왔습니다. 명품, 게임, 커머스, 스타트업, 금융 등 다양한 업종에서 그의 ‘미래 예측’은 효과를 발휘했는데요. 서비스 꾸려나가기 어려운 요즘 시대, 그를 만나 캐링캐파시티 개념에 주목해야 할 이유를 들었습니다.

캐링캐파시티가 대체 뭐길래?

인터뷰 자리에서 만난 한승준 분석가는 “캐링캐파시티 개념은 이 그림 하나로 정리할 수 있다”며 알록달록한 그래프를 하나 보여줬습니다. 위 그래프인데요. 편의상 ‘CC 그래프’라고 부르겠습니다.
CC 그래프는 한 서비스의 성장 궤적을 보여줍니다. 가로축은 시간(월)이고, 세로축은 월간활성사용자(MAU)입니다. 그래프 내부의 색깔은 무시한 채 곡선의 모양만 보면, 서비스 초기에는 MAU가 가파르게 성장하다 어느 순간 정체되더니 더이상 성장하지 않는 지점에 이르는데요. 이 지점이 바로 우리 서비스의 천장, 캐링캐파시티(CC)입니다.
그래프 내부 색깔은 각각 동일한 시기에 유입된 사용자들(코호트)을 의미합니다. 이는 서비스의 리텐션(잔존율)에 따라 결정되는 양으로, 이탈이 많을수록 그 모양이 빠르게 가늘어지죠. 한승준 분석가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매월 1000명이 자연 유입되고, 이중 10%가 매월 이탈하는 서비스가 있다고 가정해볼게요. 첫 달 MAU는 1000명이죠. 두 번째 달은 첫 달에서 100명(10%)이 빠져나간 900명에 새로 유입된 1000명을 더한 1900명이 될 겁니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MAU는 매월 2700명, 3600명으로 늘어날 거예요. 이 계산식에 따르면 언젠가 MAU가 늘지 않는 순간이 옵니다. 바로 거기가 캐링캐파시티예요. 우리 서비스가 담아낼 수 있는 사용자의 최대 수용량이죠.

그가 보여준 CC 그래프는 알파벳 ‘C’를 엎어놓은 모양이라 C형 커브라고도 불립니다. 대부분의 서비스는 이 C형 커브를 그립니다. 시장 규모의 물리적인 한계 때문인데요. 예컨대 국내 서비스라면 대한민국 인구 이상의 MAU를 달성하는 건 불가능하겠죠.
CC 그래프에는 두 종류가 더 있습니다. 처음 유입된 사용자 중 단 한 명도 이탈하지 않는다면(리텐션 100%) CC 그래프는 S형 커브를 그릴 테고요. 만약 그 정반대(리텐션 0%)라면 종(Bell) 모양의 커브를 보일 겁니다. 한승준 분석가는 “대부분의 서비스는 C형을 그리며, S형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라고 설명합니다.
CC 그래프를 이해했으니 활용하는 법을 배울 차례입니다. 한승준 분석가는 곡선 위에 임의의 점을 찍은 뒤 이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설명을 이어나갔습니다.
“계산을 통해 우리 서비스가 그래프상 왼쪽 영역에 위치한다는 걸 알게 됐다고 칠게요. 이는 캐링캐파시티까지 성장할 여지가 많다는 뜻입니다. 이때는 회사 방침에 따라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할지 말지 결정하면 됩니다.”
만약 서비스의 위치가 가운데 혹은 그보다 더 오른쪽이라면 어떨까요? 이때는 신중해져야 합니다. 마케팅 활동이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광고를 돌리면 MAU는 당연히 증가합니다. 캐링캐파시티 이상으로 늘기도 하죠.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입니다. 광고를 중단하는 순간 치솟았던 그래프는 다시 원래대로, 캐링캐파시티를 향해 서서히 돌아갈 겁니다. 캐링캐파시티는 오직 자연 유입량과 리텐션에 따라 결정되니까요. 만약 이 개념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왜 MAU가 다시 떨어지지?’하면서 엉뚱한 데서 문제를 찾거나 무의미한 광고를 반복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캐링캐파시티가 가까워졌다면 무리해 마케팅을 하기보다는 서비스 개선 및 CRM 마케팅을 통해 자연 유입량과 리텐션을 높여 캐링캐파시티 자체를 높이려는 시도가 필요합니다. 만약 서비스도 충분히 고도화됐고 리텐션도 해당 산업의 최대치에 도달했다면,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앞서 예로 든 토스도 신용조회 서비스를 출시할 당시 이런 판단을 했던 것이고요.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 같은 기업도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캐링캐파시티를 깰 수 있었습니다.
한승준 대표는 “알파벳이 구글 이후 유튜브를 인수한 것도, 메타가 인스타그램을 사들인 것도 마찬가지”라며 “어떤 서비스를 추가할지는 기업의 비전과 미션에 따라 결정되지만, 적어도 그 타이밍을 판단하는 데는 캐링캐파시티 개념이 적용됐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캐링캐파시티, 거시적 관점 갖추는 데 도움돼
한승준 분석가는 캐링캐파시티의 가장 큰 효과를 ‘의사결정권자의 인식 변화’로 꼽습니다. 서비스가 언제 한계를 맞이할지 깨닫는 것만으로도 거시적인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많은 기업이 우리가 지금 뭘 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뒤처질 것이라는 압박감 때문에 마케팅을 합니다. 하지만 리텐션만 잘 유지된다면 빠르든 느리든 언젠가 캐링캐파시티에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기업은 여유를 갖고 공포성 마케팅을 하지 않게 돼요.
이는 한정된 예산을 제대로 분배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한승준 분석가는 이를 ‘능동적인 마케팅’이라고 표현합니다. MAU가 더디게 성장한다고 해서, 혹은 퍼포먼스 마케팅이 효과적이라고 해서 무작정 광고를 돌리는 건 수동적인 리액션이며, 이는 예산을 낭비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한승준 분석가가 과거 재직했던 한 글로벌 커머스 기업의 사례를 보면요. 당시 그 기업은 자사몰에 광고 예산을 집중하고 있었지만, 분석해보니 막상 입점해 있는 이커머스 플랫폼의 캐링캐파시티가 훨씬 높았습니다. 자사몰은 객단가는 높았지만 UX가 국내 환경에 맞지 않아 이탈이 많았고, 광고로 이를 보완하는 구조였습니다. 반면 플랫폼은 객단가는 낮아도 리텐션과 구매 빈도가 높았고, 브랜드 노출 효과도 뛰어났죠.
이에 광고 예산을 플랫폼으로 전환하자 매출은 빠르게 상승했습니다. 자사몰 UX 개선도 병행됐으며, 이 경험을 통해 로컬 데이터 분석이 글로벌 전략을 바꿀 수 있다는 인식이 퍼졌습니다. 이후 다른 국가 지사들의 문의가 이어졌고, 본사와의 협업도 늘어났다고요.
다만 캐링캐파시티를 모든 기업에 적용하기는 어려운데요. 대부분의 인터넷 서비스에는 유효하지만, 제조업이나 비회원제 서비스처럼 고객 데이터 수집이 어려운 곳이나 B2B 기업처럼 리텐션이 100% 넘게 나오는 업종에서는 다른 분석 방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한승준 분석가는 “캐링캐파시티는 근시안적인 의사결정으로 발생하는 실수를 줄이는 여러 방법 중 하나일 뿐”이라며 기업의 상황에 맞춰 적용할지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고객 트렌드에 집착하는 고객중심주의는 창업을 하는 데 반드시 필요합니다. 미시적 데이터 분석은 이를 확인하기 무척 좋은 도구죠. 그러나 모든 사업에는 성장 한계가 있고,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캐링캐파시티처럼 거시적인 데이터 분석도 필요합니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회사를 유지하고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데이터 드리븐 의사결정’이라는 함정
한승준 분석가가 캐링캐파시티 방법론을 고안한 건 커리어의 중반을 지난 10년차 즈음이었습니다. 당시 오랜 기간 몸담고 있던 금융업을 떠나 스타트업으로 옮겼고, 맡은 업무도 전사적인 지표 관리로 확대됐습니다.
당시 연간매출액과 MAU 등의 지표를 예측해 개선하는 모델링 방법을 개발해야 했는데요. 선형분석이나 복리분석 같은 일반적인 방법론은 정확성이 떨어졌습니다. 그때 지난 10년간 품고 있던 문제의식에 불이 붙었습니다. “왜 서비스 매출 예측은 항상 틀리는 걸까?”
저는 공대 출신이에요. 선배들로부턴 ‘원래 성장률을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배웠고, 업계에서도 관리를 위한 분석이라는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지만 항상 의아했어요. 어제 잘 달리던 자동차가 오늘 멈추고 그러면 안되는 거잖아요. 항상 잘 작동하는 방법론은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했죠.
이후 코호트와 리텐션 개념 등 인구학적 방법론을 도입해 매출액을 정교하게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했습니다. 당시 회사에선 이를 적용해 실제 매출액과 예측 매출액의 차이를 10% 미만으로 줄일 수 있었죠.
이렇게 되니 마케팅 예산과 개발 인력, 인건비 등 비용이 어떻게 매출로 연결되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주먹구구식 의사결정 대신 현재 매출액을 높이기 위해 어떤 액션을 취해야 하는지 확신을 갖고 결정할 수 있었고요. 이후 여러 업종을 거치며 이 방법론의 유효성을 검증했습니다. 그게 바로 지금의 캐링캐파시티입니다.
한승준 분석가는 데이터 분석 툴의 고도화로 많은 기업이 데이터를 맹신하고 있다며, 이를 ‘데이터 드리븐 의사결정’의 한계라고 지적합니다.
데이터로 성장을 경험한 기업일수록 모든 결정을 데이터에 맡기려는 경향이 강해요. 이를 ‘데이터 드리븐’이라고 듣기 좋게 표현하지만요. 데이터 자체는 객관적일지 몰라도, 그 숫자를 상황에 연결해 ‘분석’하고 ‘적용’하는 건 여전히 주관적인 행동입니다. 이 주관적인 행동에 타당성을 부여하려면 캐링캐파시티 같은 거시적인 관점이 꼭 필요하다는 걸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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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장준영 (zzangit@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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