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의 본질은 소비자의 ‘진짜 질문’에 답하는 것”
박세용 어센트코리아 대표 인터뷰

“기자님, 제가 지금 인터넷 검색 기록 좀 보여 달라고 하면 보여주시겠어요?”
“아뇨, 못 보여드립니다”
지난달 말 논현동 어센트코리아 사무실. 인터뷰를 위해 마주 앉은 박세용 대표가 대뜸 던진 질문에 반사적으로 대답이 튀어나왔다.
박 대표가 씨익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기업 임원들 만나는 자리에서도 매번 똑같은 질문을 해요. ‘천만 원 드릴 테니 1년 치 검색 기록 주실래요?’ 그럼 처음엔 다들 ‘좋지’ 하다가도 곧 어렵겠다고 말합니다. 남에게 공개하고 싶지 않은, 무의식적인 욕구가 거기 다 담겨 있기 때문이죠”
맞는 말이었다. 박 대표의 질문에 선뜻 보여주겠다고 답할 수 없었던 건 숨기고 싶은 검색 기록이 떠올라서가 아니라, 뭘 검색했는지 도통 기억나지 않아서였다.
“사람들이 진짜로 궁금해하는 것, 결핍, 고민 등이 모두 검색 기록에 담겨 있습니다. 소비자의 의도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데이터인 거죠. 만약 그런 데이터를 마케터나 기획자가 볼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굉장히 의미 있는 작업이 되지 않을까요?”
마케팅의 본질은 ‘소비자 목소리’
박 대표는 소비자가 지닌 의도를 통틀어 ‘인텐트’라고 부른다. 인텐트를 모른 채 진행하는 마케팅은 반쪽짜리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박 대표가 설명하는 인텐트 마케팅의 효과는 명확하다. 소비자의 질문에 정확히 답하는 콘텐츠를 만들면 사이트 유입량이 자연스레 늘고, 이는 마케팅과 세일즈 기회의 확장으로 이어진다.
“마케팅의 본질은 소비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겁니다. 그런데 적지 않은 브랜드와 마케터가 이 부분에 소홀해요. 고객의 페르소나를 일종의 바람을 담아 임의적으로 설정한 뒤 그에 맞춰 각종 데이터를 해석하고, 상품을 기획하고, 마케팅을 해요. 소비자 타기팅에 어려움을 겪는 근본적인 이유죠”

소비자 인텐트를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 소스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조회수(트래픽), 웹사이트 내 행동 경로, 카드 결제 내역, 유튜브 구독 현황, SNS 좋아요 표시 등인데, 이중 검색 데이터가 소비자의 숨은 의도를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낸다고한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왜곡 없는 전수 데이터라서다.
어센트코리아는 바로 이 검색 데이터에 꽂힌 회사다. 지난해 9월 출시한 ‘리스닝마인드 허블’은 구글과 네이버 검색 데이터를 전수 분석해 소비자의 의도를 한눈에 보여주는 마케팅 툴이다. 인텐트 마케팅을 가능케 하는, 전에 없던 솔루션이라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지난달 리스닝마인드 허블을 체험할 기회가 있었다(연관 콘텐츠: “소비자는 무슨 생각을 할까?” 리스닝마인드 허블, 직접 써봤습니다). 방대한 데이터 규모와 깔끔한 UIUX가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소비자의 의도에 집중하는 마케팅 접근법에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서 박 대표를 직접 만나 인텐트 마케팅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물었다.
검색 데이터로 인텐트 마케팅 가능케
인텐트 마케팅의 중요성을 언제 깨달았나
꽤 오래 전이다. 광고기획사에 다니던 때였다. 막상 일을 해보니 고객의 목소리라는 건 대부분 편향된 샘플 데이터에 기반하고 있었다. 설문조사를 하면 소비자는 질문에 맞춰 대답을 했고, 전문가의 의견이 고객 목소리와 일치한다는 보장도 없었다. 마케팅을 제대로 하려면 소비자의 진짜 욕구를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그때 느꼈다. 미련 없이 회사를 그만 뒀다.
그 뒤로 뭘 했나
한동안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를 만들었다. 디지털 세계를 깊게 경험한 시기였다. 소비자가 웹사이트에 들어와 남긴 로그, 키워드 등의 정보를 꼼꼼하게 살필 수 있었다. 이때 SEO(검색엔진최화)의 중요성도 알게 됐다. 이 경험들이 어센트코리아를 설립한 밑바탕이 됐다.
리스닝마인드 허블은 언제 만들었나
2020년 개발을 시작해 지난해 9월 론칭했다. 처음 서비스를 구상한 건 약 10년 전이다. 2013년 리스닝마인드 허블 도메인을 먼저 만들었다. 그때는 검색 데이터를 직접 손수 분류했다. 그야말로 노가다였다. 자동화하고 싶었지만 기술력도 부족했고, 무엇보다 시기가 적절하지 않았다.
시기가 적절하지 않았다?
당시 국내 검색 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이 5%도 안 됐다.
구글 점유율이 무슨 상관이길래
구글은 우리 생각보다 똑똑하다. 소비자가 궁금해 하는 내용에 정확히 답하는 콘텐츠를 더 잘 노출시킨다. 그게 SEO의 기본 개념이다. 리스닝마인드 허블은 기본적으로 SEO를 지원하는 툴이다. 소비자를 웹사이트로 유인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에서 구글의 영향력이 미비하니 툴을 출시해도 효과가 적을 수밖에. 그렇게 때가 올 때까지 참고 기다렸다. 2018년쯤 되니 구글의 국내 점유율이 30 ~ 40%까지 오르더라.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그동안 직원들이 내 욕 많이 했을 거다(웃음).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서, 기존 마케팅의 문제점으로 샘플 데이터를 지적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연구나 여론조사도 샘플 데이터로 진행되지 않나
샘플 데이터가 문제라기보단 편향된 데이터가 문제다. 한쪽으로 치우쳐진 데이터는 고객 목소리를 왜곡한다.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는 내용을 자기 혼자 떠들어봤자 누가 들어주겠는가. 많은 브랜드가 ‘이런 사람들한테 사랑 받았으면 좋겠다’는 희망 사항을 담아 고객 페르소나를 설정한 뒤, 그들이 주로 보는 매체나 프로그램에 광고를 싣는다. 이러면 제대로 된 효과를 보기 어렵다. 고객의 정확한 목소리를 반영하면 마케팅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다.
사례를 하나 든다면?
삼성전자와 스마트폰 관련 SEO 작업을 한 적이 있다. 연관 검색 키워드를 분석해보니 의외로 카메라, 그 중에서도 야경 촬영과 후면 성능에 대한 내용이 많았다. 그래서 스마트폰 웹사이트에 별도의 카메라 하이라이트 페이지를 제작했다. 페이지 최상단을 ‘나이트 모드(야경 모드)’ 콘텐츠로 구성하고, 신 모델의 후면 카메라 성능이 DSLR 만큼 좋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반응은 즉시 나타났다. 해당 페이지의 검색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광고 없이도 자연 유입(오가닉 트래픽)이 늘어난 것이다.
리스닝마인드 허블을 활용해야만 할 수 있는 작업인 것 같다
그렇지 않다. 툴이 중요한 게 아니라, 고객의 인텐트를 파악하면 더욱 정교하고 효과적인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꼭 검색어가 아니라도 소비자의 진짜 속마음만 알 수 있다면 누구든 마케팅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물론 리스닝마인드 허블을 쓰면 검색어에 담긴 소비자의 의도를 더욱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방대한 데이터를 보기 좋게 시각화 한 게 우리 툴의 강점이다.

검색 데이터에 담긴 소비자 욕구
네이버나 구글도 자체적인 검색 데이터 분석 툴(네이버 트렌드, 구글 트렌드)을 운영한다. 그것도 무료로. 리스닝마인드 허블은 뭐가 다르길래
네이버 트렌드나 구글 트렌드는 검색어 추이를 실시간으로 보여주지만, 이것만으로는 소비자의 인텐트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같은 검색어를 입력해도 사람마다 기대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예를 들어 ‘임신 확률’이라는 똑같은 키워드를 검색해도 누군가는 임신이 됐을까봐 노심초사할 수도, 누군가는 임신을 간절히 원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이를 알기 위해선 해당 키워드 앞뒤로 함께 검색된 내용을 파악해야 한다. 만약 ‘쿠퍼액 임신’ 같은 내용이 함께 검색됐다면 그건 임신을 걱정하는 사람의 검색 흐름일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검색 순서를 통해 소비자의 진짜 속내를 알 수 있다. 리스닝마인드 허블이 네이버 트렌드, 구글 트렌드와 다른 점은 바로 이 지점이다.
확실히 차별화 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걸 마케팅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다이어트와 관련된 재밌는 사례가 있다. 많은 사람이 배달 음식을 먹으면 몸에 안 좋다는 걸 안다. 그래도 배달 음식과 음주를 포기 못한다. 그럼 이들이 무엇을 검색할까?
음… 배달 음식 참는 방법?
‘살 안찌는 배달음식’을 검색한다.
아…
이쪽이 마케팅에 활용하기 더 좋아 보이지 않나? 실제로 해당 키워드의 월 평균 검색량은 수 천건에 이른다. ‘야식’ ‘새벽’ ‘많이 먹어도 되는’ 같은 키워드가 연관 검색어다. 음주도 마찬가지. ‘살 안찌는 안주’ ‘소주 칼로리’ ‘제로 소수 칼로리’ 같은 내용의 검색량도 꽤 된다.
소비자의 인텐트를 알았으니 이제 활용하기 나름이다. 관련된 콘텐츠를 작성해 웹사이트 검색 유입을 늘릴 수도 있고, 만약 요식업체라면 관련 상품을 기획해 볼 수도 있다.

사람 심리가 다 똑같은 것 같다
또 재밌는 게, 지금 구글에 ‘치킨 추천’을 검색하면 어센트코리아 웹사이트가 맨 상단에 뜬다. 우리가 치킨 가게도 아닌데 말이다. 이것도 다 소비자 인텐트 분석을 통해 전략적으로 작성한 콘텐츠다.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다. 아까 ‘살 안찌는 배달음식’에 대한 결과를 보여줬다. 물론 인상적이긴 했지만, 그보다는 이 검색 키워드를 떠올릴 수 있느냐가 더 관건으로 보인다.
맞다. 무엇을 찾아볼 것인가, 그게 정말 중요하다.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건 결국 마케터의 노하우가 발휘되는 영역이라고 본다. 리스닝마인드 허블은 그런 마케터의 가설을 데이터로 검증하는 역할을 한다. 결국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 마케터가 리스닝마인드 허블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객 행동을 상세하게 분석해주는 국내외 마테크 솔루션이 많다. 최근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기능도 더 좋아졌다. 마케터 입장에서 검색 데이터 말고 그냥 이런 툴을 쓰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런 툴의 공통점은 ‘잡은 물고기’만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웹사이트에 방문해 회원가입을 하거나 제품을 구매한 고객의 행동은 정말 상세히 분석한다. 때문에 우리 고객과 최대한 유사한 소비자를 타깃으로 마케팅할 때는 무척 유용하다.
하지만 애초에 우리 고객이 아닌 소비자에 대한 정보는 알 수 없다. 누가 우리 브랜드를 검색했다가 그대로 지나치는지와 같은 내용은 검색 데이터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결국 리스닝마인드 허블을 사용하면 타깃으로 삼을 수 있는 소비자 범위가 훨씬 넓어진다.
반대로 리스닝마인드 허블은 웹사이트 방문 고객의 행동을 분석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사실 이 두 종류의 툴을 조합해 쓰는 걸 권장한다.
해외 출시 계획도 있나
지난달 일본에 리스닝마인드 허블을 출시했다. 앞으로 미국, 스페인, 프랑스 버전을 생각 중이다. 언어 사용이 많은 국가부터 공략할 계획이다.
왜 해외 버전을 출시하는가
글로벌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국내 소비자의 인텐트 조사도 쉽지 않은데, 해외 시장 조사는 얼마나 더 어렵겠나. 여행을 예로 들면, 한국인이 일본으로 여행가는 이유와 일본인이 한국으로 여행 오는 이유는 분명 다를 것이다. 그런 속내를 리스닝마인드 허블 글로벌 버전을 통해 비교하면 재밌을 것이다.
각 국가의 주요 검색 포털 정보를 구하는 것도 어려울 것 같은데…
괜찮다. 다 구글이다. 우리만 네이버가 압도적일 뿐이다.
오랜 기간 마케팅 업계에 몸 담았다. 마케터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모두가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마케팅의 본질은 혁신이 아니라 소비자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보다는 고객이 우리 브랜드에 무슨 질문을 하는지에 집중해야 한다. 모든 마케터가 진짜 ‘리스닝마인드’를 갖추기를 바란다.
박 대표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고객의 진짜 목소리를 들으라”. 그런데 과연 이걸 모르는 마케터가 있을까. 들을 방법이 없었을 뿐이다. 기사 쓰는 일도 그렇다. 직접 독자를 찾아가 커피라도 들이 밀고서 무엇을 읽고 싶은지 캐묻고 싶다. 마케터나 서비스 기획자의 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리스닝마인드 허블은 반가운 툴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무엇을 질문하느냐에 따라 사용자가 얻을 수 있는 결과의 편차가 큰 편이다. 박 대표 말마따나 ‘쓰기 나름’일 터. 결국 도구는 도구일 뿐이다. 진정한 인텐트 마케터로서의 태도를 지닌 사람만이 리스닝마인드 허블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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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장준영 (zzangit@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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