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티드월드 디렉터’가 말하는 팬덤 마케팅의 비결
윤진호 초인 마케팅랩 대표 인터뷰

지난해 3월. 인기 도넛 브랜드 노티드가 잠실 롯데월드몰에 340평 초대형 플래그십 스토어 노티드월드를 개장했다. ‘크림이 침공한 세상’이라는 발칙한 세계관을 내세운 노티드월드는 다양한 테마, 다른 매장에선 팔지 않는 메뉴로 입소문을 타며 금세 ‘핫플’로 떠올랐다.
노티드 팬을 자처한 방문객들은 수 시간의 대기 시간을 기꺼이 감수했으며, 어렵게 손에 넣은 노티드 컵케이크를 세상 행복한 얼굴과 함께 SNS에 올렸다. 당시 노티드월드 프로젝트를 총괄한 윤진호 초인 마케팅랩 대표(前 노티드 운영사 GFFG 총괄 디렉터)는 노티드월드의 성공 비결을 두고 “팬의 마음을 사로잡은 덕”이라고 말한다.
“노티드월드를 방문한 고객들이 노티드가 갖고 있는 독특한 세계관과 철학을 온전히 경험하길 바랐어요. 때문에 초대형 규모의 매장을 기획한 뒤 이곳에서만 보고 만질 수 있는 다양한 아이템을 배치했죠. 노티드 팬이라면 안 오고는 못 배기고, 우연히 방문한 고객이라면 노티드 팬이 되지 않을 수 없도록요.”


올해로 마케터 경력 15년차인 윤 대표는 팬덤 마케팅을 ‘생존을 위한 무기’라 정의한다. 브랜드에 열광하는 팬의 유무에 따라 비즈니스의 성패가 결정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고객을 ‘찐팬’으로 만들지 못한 브랜드는 앞으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유는 하나입니다. 여기서 ‘한 끗’이 갈리거든요. 과거 회사 경영의 화두였던 세일즈, 인사, 재무, 품질관리 등이 상향평준화된 가운데 최근 3~4년 사이 마케팅과 브랜딩이 새로운 차별화 전략으로 떠올랐어요. 시대가 바뀐 것이죠. 이중에서도 팬덤이 승부처가 됐다고 봐요.“

윤 대표는 이를 몸소 증명해왔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소속일 때는 디즈니 최초로 국내 시장에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디즈니 캐릭터 가운데 상대적으로 화제성이 덜했던 곰돌이 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꿀하우스 팝업 스토어’는 팬의 마음을 정확히 사로잡으며 국내에 푸 열풍을 일으켰고, 나아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본격적인 팝업 스토어 시대가 열리는 계기를 만들었다. 디즈니 빌런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캠페인도 그의 아이디어였고, 노티드월드도 이때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에 나왔다.
지금은 그간의 노하우를 토대로 초인 마케팅랩을 설립, 스몰 브랜드의 팬덤 마케팅을 지원하는 외부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윤 대표는 마케터의 업무를 ‘고객이 브랜드를 사랑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를 만나 팬덤 마케팅의 비결을 들었다.
팬덤 마케팅은 생존을 위한 무기
왜 하필 지금, 팬덤 마케팅인가요?
브랜드의 생존에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충성 고객이 많을수록 비즈니스가 성공할 확률도 커지기 때문이죠. 이제는 브랜드의 팬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느냐가 비즈니스의 성공을 좌우하는 시대라고 생각해요.
브랜드의 팬을 만든다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팬덤 마케팅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성공적인 팬덤 마케팅의 핵심 요소는 스토리텔링, 캐릭터, 커뮤니티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어요. 우리 브랜드의 고유한 색깔을 이 세 가지 요소로 녹여냈을 때 비로소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노티드월드를 예로 들면, 크림의 침공이라는 독특한 세계관을 내세워 고객을 노티드월드로 초대한다는 메시지를 내세웠어요. 이게 스토리텔링이죠. 노티드 캐릭터뿐 아니라 다양한 외부 캐릭터와 협업을 했고요. 또 노티드월드를 방문한 고객이 브랜드 경험을 자발적으로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어요. 이렇게 되면 기존 팬은 브랜드에 더욱 애착을 갖게 되고, 팬이 아니었던 고객은 새롭게 팬이 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어요.
고객은 어떤 과정을 거쳐 브랜드의 팬이 될까요?
브랜드를 사랑하게 되는 계기는 저마다 다를 테지만 ‘경험-참여-기대’라는 공통적인 과정을 겪는다고 봐요. 제품 구매로 브랜드를 처음 경험한 고객은 팝업 스토어와 같은 이벤트에 참여하며 브랜드의 세계관을 깊이 이해하게 되고, 브랜드에 특정한 기대감을 갖게 되죠. 이 과정이 순환되면서 팬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 팬덤을 만들기 위해 던져야 할 질문
✔ 내 브랜드는 어떤 세계관을 갖고 있을까?
✔ 내 브랜드가 하나의 캐릭터라면 어떤 모습일까?
✔ 어떤 스토리텔링으로 고객을 참여시킬까?
✔ 이후 어떤 장치로 팬덤을 확장할까?
그렇다면 이 과정에서 마케터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팬의 입장이 되어 볼 필요가 있어요. 곰돌이 푸 팝업을 기획할 때 먼저 팬들의 블로그, SNS, 커뮤니티를 찾아보며 그들이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지녔는지, 곰돌이 푸의 어떤 면을 사랑하는지, 캐릭터에 무엇을 기대하는지 등을 열심히 살펴봤어요. 그리고 그걸 팝업에 녹여냈죠. 이런 과정이 있어야 팬의 공감을 얻을 수 있어요.

곰돌이 푸 팬의 라이프 스타일은 뭐였나요?
럭셔리하고 화려한 것 보다는 소박하고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들이었어요. 그 덕인지 팝업을 연 건물이 큰길에서 한참 걸어 들어와야 하는 이태원 좁은 골목에 있었음에도 많은 분들이 방문해주셨던 것 같아요.
곰돌이 푸 팝업 스토어가 디즈니가 국내에서 진행한 최초의 팝업이라고 들었어요. 성과는 어땠나요?
국내에서 ‘푸 열풍’이 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곰돌이 푸,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 서적을 비롯해 다양한 2차 상품도 많이 팔렸고요. 덕분에 곰돌이 푸 관련 매출도 팝업 이전 5년과 비교해 2배 이상 올랐죠.

팬덤 마케팅은 장기적인 프로젝트
팬덤 마케팅이 즉각 숫자로 드러나는 활동은 아니죠. 그런데 많은 회사가 빠르게 성과를 요구하고, 이 때문에 마케터들이 곤혹을 치른다고 해요. 이 점은 어떻게 보시나요?
팬덤 마케팅도 결국은 비즈니스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니 당연히 성과를 내야 하죠. 다만 모든 성과를 숫자로 치환하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정량적인 수치만 추구할 거라면 쿠폰을 뿌리거나 1+1 할인 이벤트만 해야겠죠. 그런데 이런 단기적인 숫자가 정말로 브랜드를 위한 것인지는 자문해봐야 합니다.
그렇다고 회사에 마냥 기다려 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고객의 마음은 당장 숫자로 드러나지 않아요. 때문에 미래의 비즈니스 변화를 제시해 설득하는 수밖에 없어요. 곰돌이 푸 팬덤 마케팅을 진행했을 때예요. 회사는 ‘왜 곰돌이 푸만 다루느냐? 모든 캐릭터 제품을 함께 팔면 매출이 더 금방 오르지 않겠느냐’ 라고 반문했죠. 저는 ‘곰돌이 푸의 존재감을 뾰족하게 높여두면 나중에 파트너사가 먼저 찾아와 2차 상품 제작이나 이벤트를 제안할 것이다. 우리가 먼저 영업을 하지 않아도 되니 장기적으로 매출에 더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설득했어요. 미래 가치를 약속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회사에도 조금 더 여유를 가질 수 있죠. 실제로 결과도 잘 나왔고요.
마케팅 활동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예측하는 능력이 필요하겠네요.
비즈니스적인 인사이트를 갖추고 있다면 유리하겠죠. 마케터의 직관도 필요하고요. 더해서 세일즈 담당자나 제품 개발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는 것도 설득에 도움이 될 겁니다.
팬덤 마케팅을 준비 중인 브랜드에 조언을 한다면?
성공하는 팬덤 마케팅은 ‘딱 한 가지’에 집중해요. 딱 하나의 메시지, 딱 하나의 타깃, 딱 하나의 콜라보, 딱 하나의 콘텐츠 등이요. 노티드월드를 예로 들면 ‘WELCOME TO 노티드월드’라는 하나의 메시지를 ‘노티드와 핫플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분명한 타깃에게 ‘초대형 스토어’라는 핵심 콘텐츠에 담아 전달했어요. 여러 가지 콘텐츠, 너무 많은 메시지는 불필요해요. 많은 것을 눌러 담다 보면 이도 저도 아니게 돼버리고, 고객은 혼란스러워합니다.
팬덤 마케팅의 미래는 밝다
별안간 회사 생활을 그만 두고 지난해 9월 초인 마케팅랩을 설립했어요. 노티드월드가 대박을 친 지 1년도 안된 시점이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마음 한편에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어요. ‘원래 유명한 브랜드였기 때문에 팬덤 마케팅이 성공한 건 아닐까?’ 팬덤 브랜딩이 어디까지 먹힐지 궁금했어요. 제가 얻은 노하우가 진짜인지도 검증하고 싶었고요. 그래서 스몰 브랜드를 대상으로 한 초인 마케팅랩을 차리기로 했죠.


팬덤 마케팅에 성공한 스몰 브랜드가 있나요?
부산에 있는 비건(Vegan, 완전채식주의자) 식당의 브랜딩을 도운 적이 있어요. 음식 맛은 이미 훌륭했기에 적절한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상황이었죠. 그래서 ‘비건에 관심이 있는 논비건’을 대상으로 한 ‘비건이 아니어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비건 식당’으로 포지셔닝했어요. 스토리텔링을 잘 설계한 덕에 입소문이 나 지난해 말부터는 외국에서도 팬들이 찾아오게 됐어요.
비건이 되고 싶은 논비건이라… 독특하네요.
국내 비건 인구는 2~3%에 불과해요. 게다가 ‘비건 음식은 맛이 없다’는 편견 때문에 비건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순간 구매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렇다고 논비건을 타깃으로 삼자니 범위가 너무 넓어 브랜딩이 어려웠죠. 때문에 논비건 중에서도 비건이 될 의향이 있는 사람을 타깃으로 삼았어요. 이들이 국내에 한 20% 정도 되더군요. 팬을 만들기 위해 고객을 뾰족하게 좁힌 셈입니다.
또 어떤 스몰 브랜드와 협업을 하고 계신가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곳이 대부분이라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렵지만 의외로 다양한 분야에서 의뢰를 주고 계세요. 제조업이나 교육 브랜드, 심지어 B2B 기업에서도 팬덤 마케팅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스몰 브랜드라고 해서 팬덤 마케팅 전략이 다른가요?
기본 원칙은 다르지 않아요. 스토리텔링, 캐릭터, 커뮤니티를 잘 해야 하죠. 물론 팝업이나 콜라보, 굿즈는 기본이고요.
팬덤 마케팅의 전망을 어떻게 보시나요?
지금까지 팬덤 마케팅은 엔터테인먼트와 F&B 시장에서 주로 두각을 보였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분야에서 만나볼 수 있을 거예요. 요즘 보면 다이소도 팬이 많잖아요. 공공기관에서도 유튜브를 통해 채널의 팬을 만들어 유명세를 타고 있기도 하죠. 팬덤이라는 게 결국 브랜드를 좋아하는 고객을 뜻하기 때문에, 고객을 사로잡아야 하는 브랜드의 숙명상 팬덤 마케팅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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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장준영 (zzangit@ditoday.com)
- 섬네일손 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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