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유튜브? 채널 목적부터 정하세요” 선우의성 유크랩 대표
국내 1세대 유튜브 마케터에게 듣는 기업 유튜브 전략

몇 년 전만 해도 기업의 유튜브 채널은 ‘TV 광고 아카이브 채널’에 불과했습니다. “기업도 유튜브를 해야 한다”고 말하면 “우리가 왜?”라고 되묻던 시절이었죠.
그런 분위기 속에서 ‘유튜브 마케팅’ 한 우물만 꾸준히 파온 인물이 있습니다. 국내 1세대 유튜브 마케터이자 김포대학교에서 미래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양성 중인 선우의성 유크랩 대표입니다. 선우의성 대표는 국내 기업 최초로 전면 디지털 캠페인을 진행하고, 유명 유튜버를 광고에 출연시키는 등 유튜브 마케팅 업계에서 수많은 ‘최초’ 기록을 세웠습니다.
생소했던 유튜브 마케팅이라는 개념을 정립하고 대중화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4월 대한민국마케팅대상 연구 부문 특별상을 수상한 그는 “기업의 유튜브 콘텐츠는 단순히 재미있기만 해선 안된다”며 “재미와 마케팅 포인트의 균형을 잡는 기획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가 유튜브에 주목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기업이 팬덤 확보와 수익화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채널”이기 때문입니다. 유튜브 마케팅이 막막하게 느껴진다면, 지금부터 이어질 선우의성 대표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시기 바랍니다.

불모지에서 일궈낸 기업 유튜브 마케팅
유튜브 마케팅을 처음 시작한 2018년, 당시 분위기는 어땠나요?
유튜브는 TV 광고 보관소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대부분의 디지털 마케팅 예산은 페이스북에 집중돼 있었고, 실제로 구독자도 압도적이었습니다. 인스타그램은 이제 막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하던 참이었고요.
유튜브 자체는 이미 거대한 플랫폼이었는데, 왜 기업은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았을까요?
가능성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기업도 이걸 해야 하나’에 대한 확신이 없었어요. 본격적으로 투자하려는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SK텔레콤의 유튜브 마케팅을 담당하게 됐습니다.
2018년 유튜브 채널 담당자를 모집할 때 지원했고, 최종 면접에서 “앞으로 기업의 경쟁자는 방송국이 될 겁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유튜브가 기업을 미디어로 변모시킬 거라 생각했거든요.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설득했고, 다행히 회사도 이를 받아들여 빠르게 유튜브 마케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혜안이 있으셨군요.
이미 마케팅 대행사에선 유튜브를 활용하고 있었어요. 몇몇 성공 사례를 보면서 기업의 미래가 유튜브에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죠. 한편으로는 블루오션인 기업 유튜브 마케팅 시장에 먼저 뛰어들어 ‘넘버원’이 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이후 SK텔레콤에서는 어떤 캠페인을 진행했나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2019년 공개된 5G 브랜드 캠페인 ‘동물 없는 동물원’입니다. TV 광고가 아닌 디지털 캠페인만으로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 파격적인 시도였는데요. WWF와 협업해 동물 보호라는 사회적 메시지로 공감대를 유도한 결과, 당시 기업 최대 규모인 2만3000여 명의 SNS 챌린지 참여 성과를 거뒀고, 이듬해 뉴욕페스티벌 본상도 수상할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나요?
우선 디지털 콘텐츠에 익숙한 제작진을 꾸려 영상을 기획한 점이 주효했다고 생각합니다. 온라인에서 관심이 높았던 ‘동물 보호’라는 키워드를 활용해 바이럴을 이끌어낸 뒤 자연스럽게 5G 기술의 감성적 가치를 녹여내는 전략도 효과적이었습니다. 해당 캠페인의 성공 이후 많은 기업이 유튜브와 SNS를 활용한 브랜드 캠페인을 시작했던 걸로 기억해요.
유명 유튜버와 브랜디드 콘텐츠도 많이 만드셨다고요.
네, 2018년부터 다양한 유튜브 채널과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했는데요. 가장 고민이 많았던 건 숏박스와의 협업이었습니다. 숏박스 콘텐츠만큼 재미있으면서도 우리 기업의 마케팅 요소가 확실히 드러나야 했거든요. 뇌절 코드 등 숏박스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T멤버십의 40% 할인 메시지를 담은 ‘8천원에서 50억’ 등의 콘텐츠가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또 ‘에이닷’ 브랜드 캠페인 때는 돌고래유괴단과 협업해 ‘유튜버 어벤져스’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시도했습니다. 당시엔 유튜버들이 기업 광고에 참여하는 게 드물었는데요. 잇섭, 김계란, 이동진 평론가 등 분야별 유명 유튜버를 모아 디지털 광고를 제작한 결과, 뉴욕페스티벌, 스파이크스아시아 숏리스트에 오르는 등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SK텔레콤 유튜브 채널 인기도 고공상승했겠군요.
네, 많은 분들이 재미있어 해주신 덕에 SK텔레콤은 국내 최초로 100만 구독자를 돌파한 기업 채널이라는 영광을 안을 수 있었어요. 내부 관심도 높아져서 처음엔 실무자 한 명, 그러니까 저 혼자 도맡아 하던 업무가 제가 회사를 그만둘 즈음엔 14명 규모의 팀으로 커졌죠.
처음 생긴 직무이다 보니 초반엔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회사뿐 아니라 업계에서도 레퍼런스라 할 만한 게 없어서 대부분 최초의 시도였습니다. 그만큼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덕분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기획부터 제작, 심지어 대본 작성까지 직접 소화했으니까요. ‘콘텐츠와 브랜드를 연계하는 역량’을 그때 기를 수 있었죠. 대신 프로젝트가 몰릴 때면 일주일에 두 번은 회사에서 잤던 것 같네요(웃음).
핵심은 ‘재미’와 ‘마케팅 포인트’의 균형
현재 국내에서 기업 유튜브 마케팅은 어느 정도 인지도를 지니고 있나요?
이제 유튜브는 기업 마케팅의 확실한 중심축으로 올라섰다고 생각해요. 기업 유튜브 채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토스의 머니그라피처럼 콘텐츠 안에 브랜드 방향성을 녹이는 방향, 다른 하나는 오늘의집, 컬리, 롯데홈쇼핑처럼 커머스 연계 등 수익화 방향입니다. 두 방향 모두 기업의 투자가 증가하고 있고요. 덱스의 냉터뷰처럼 화제작도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브랜드 캠페인 측면에서도 유튜브와 SNS가 중심축으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작년 연말에 신세계백화점이 진행한 브랜드 캠페인 ‘헬로 뉴 산타’가 전환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에스파 카리나가 교통 사고를 당한 산타를 발견하면서 시작되는 이 캠페인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채널을 오가며 진행됐는데요. 대기업이 연말 대목에 진행했다는 점에서 마케팅 트렌드 변화의 신호로 여기고 있어요.
지난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유크랩을 창업했습니다. 지금은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다양한 콘텐츠 기획과 마케팅 협업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데요. 특징이라면 ‘기업 협업’을 전제로 한 컨설팅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입니다. 박명수님과 함께한 ‘얼굴천재 차은수’의 초기 포맷 기획과 기업 마케팅 협업, KBS의 아이돌 유튜브 채널 컨설팅 등 업무를 담당했고요. 현재는 세바시와 CBS의 유튜브 채널과 협업을 진행 중입니다. 기업과 협업하기 위한 새로운 포맷을 만들고, 다양한 브랜딩 활동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셨습니다. 기업 유튜브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을 하나 꼽는다면?
‘재미’와 ‘마케팅 포인트’ 사이의 균형입니다. 아무리 재미있어도 브랜드와 연결되지 않으면 무의미해요. 예컨대, 오늘의집은 콘텐츠·커뮤니티·커머스를 유기적으로 연결했고, 컬리는 덱스터의 냉터뷰를 통해 신선 식품에 대한 정체성을 담아냈어요. 토스의 머니그라피는 ‘모두를 위한 금융’이라는 브랜드 비전을 구현한 채널이고, 충주맨은 짧은 영상에서도 충주시 홍보를 놓치는 법이 없죠. 반대로 ‘재미있긴 한데 왜 이 채널에서 이런 걸 만든 거지?’ 싶은 콘텐츠는 우선순위를 착각한 겁니다.
사실 기업 유튜브는 ‘재미라도 있었으면…’ 싶은 게 많습니다.
맞아요. 특히 대기업 채널은 종편(종합편성채널)이 따로 없습니다. 광고, 웹예능, 직원 브이로그 등 온갖 걸 한 채널에 담아요. 재미도 정보도 희미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은 오리지널 콘텐츠가 유행인데, 왜 그렇다고 생각하시나요?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기업은 간접 소통에 익숙했는데, 유튜브와 SNS를 통해 직접 소통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를 통해 팬덤을 구축하기가 더 수월해졌죠.
성공하는 유튜브 마케팅의 원칙 같은 게 있을까요?
기억해야 할 세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채널의 목적을 명확히 하세요. 브랜딩에만 집중할 건지, 브랜딩+수익화에 집중할 건지 정해야 이후 기획이 쉬워지고, KPI도 분명해집니다. 전자는 토스의 머니그라피가, 후자로는 컬리의 일일칠 채널이 좋은 사례입니다.
두 번째는 한 줄로 정의되는 뾰족한 채널 콘셉트를 만드세요. 소위 종편형 대기업 채널은 오가닉 조회수가 낮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선 명확한 방향성이 있어야 합니다. 대기업이라면 컬리의 일일칠, 아모레퍼시픽의 뷰티포인트, 토스의 머니그라피 등 유튜브 채널과 현대차의 르르르, 짐빔의 짐빔빔 등 인스타그램 채널처럼 부캐 채널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마지막은 시리즈 포맷으로 기획하세요. 제작 효율이 높고 팬덤을 만들기 쉽습니다. 또 PPL이든 콜라보든 처음부터 비즈니스를 염두에 두고 기획하길 권합니다. 예컨대, 유크랩이 초기 기획에 참여한 얼굴천재 차은수는 차은수가 다양한 게스트와 함께 상황극을 펼친다는 포맷으로, 이 과정에서 매 회차 브랜드 광고를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광고가 어색해지죠.
유튜브 콘텐츠 성과는 무엇으로 측정하나요?
수익화 목적이면 전환율이나 구매 금액 등의 정량적 지표를 설정하면 됩니다. 요즘은 유튜브 쇼핑 같은 소셜 커머스 덕에 측정이 더 수월해졌어요. 브랜딩 목적이라면 SNS 참여도나 오가닉 조회수, 광고제 수상 등으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무엇을 측정하느냐’가 아니라 이를 ‘회사와 명확히 합의하는 것’입니다. SK텔레콤 시절에는 1~2주간 고민해 KPI의 타당성을 치밀하게 설계했습니다. 그리고 보고서 형태로 정리해 보고했습니다. 상사가 나중에 딴소리 못하도록 확실히 전달하는 게 중요해요. 실무자는 브랜딩 목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었는데, 임원은 왜 수익화로 안 이어졌느냐 따지면, 일 열심히 해놓고 실패한 꼴이 돼 버립니다.
유튜브 마케팅을 하는 기업이 자주 저지르는 실수는 무엇인가요?
많은 크리에이터가 이런 하소연을 합니다.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는 기업의 가이드라인이 너무 많다고요. 과도한 가이드는 콘텐츠의 재미를 떨어뜨리고, 콘셉트를 뭉툭하게 만듭니다. 기업은 기획력을 갖춘 콘텐츠 마케터에게 전권을 부여한 뒤, 뾰족한 채널 운영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유튜브 마케팅을 잘 하기 위해 실무자가 꼭 키워야 할 역량은 무엇일까요?
기획력입니다. 마케터가 무슨 기획력이냐 하실 수도 있는데 기획력이 있어야 재미와 마케팅 포인트를 모두 잡을 수 있어요. 크리에이터와 협업하면서 주도적으로 의견도 제시할 수 있어야 ‘대박’이 난다고 생각합니다.
기획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요?
좋은 레퍼런스를 많이 보세요. 그리고 “왜 재미있지?” “왜 이걸 사람들이 좋아하지?”를 끊임없이 질문하며 분석하세요. 전 트렌드 파악용 유튜브 계정을 따로 둬요. 취향에 사로잡히지 않으려고요. 유튜브 즐겨 본다고 전문가 아닙니다. 지겨워도 계속 봐야 트렌드를 읽는 안목이 생겨요.
앞으로 목표하는 바가 있다면?
단순 컨설팅을 넘어 기획자로 판을 짜는 일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하반기에 그 성과가 일부 공개될 예정이고요. 그 외에도 다양한 스몰 브랜드의 성장을 위한 컨설팅을 지속해서 이어나가고 있으며, 커뮤니티 사업도 확장할 계획입니다. 누구나 더 쉽게 유튜브 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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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장준영 (zzangit@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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