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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트렌드

“광고가 왜 꼭 그래야 하나요?”

송재원 스튜디오좋 대표 인터뷰

구미호 캐릭터를 내세운 롯데칠성의 새로 광고

빙그레 나라의 새로운 국왕 ‘빙그레우스’가 등장하는 ‘빙그레’ 광고, ‘구미호’가 등장하는 소주 ‘새로’ 광고… 하나같이 독특한 이 광고는 모두 ‘세계관 마케팅’으로 유명한 광고 대행사 ‘스튜디오좋’의 작품이다.

최근 광고 중 이슈가 되지 않은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연신 홈런을 치고 있는 스튜디오좋은 그들만의 색깔로 ‘광고계의 이단아’로 불리고 있다. 이단아라는 표현대로 누군가는 그들의 재미와 참신함에 주목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기존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그들의 광고는 광고가 아니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지난 10월, 광고 페스티벌 ‘애드아시아 2023’에서 연사로 참가한 스튜디오좋의 송재원 대표는 “광고는 이래야 한다는 ‘경계선’이 그어져 있는 것 같아요”라며 자신들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점차 재밌는 광고가 나오기 어려워지는 경직된 현실을 꼬집었다.

애드아시아 2023에 연사로 참여한 송재원 대표(사진=애드아시아)

당시 그는 닌텐도의 유명 게임 IP인 슈퍼마리오를 바탕으로 큰 흥행을 거둔 영화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2023’을 언급하며,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영화를 광고제에 출품하면 안될까요?”라고 물었다. 광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질문이었다.

지난 11월 신사역 근처에 위치한 스튜디오좋의 신사옥에서 다시 만난 송재원 대표와 당시의 일을 이야기하며 슈퍼마리오 브라더스의 일부를 편집해 광고제에 출품하자는 의견이었던 것인지 묻자, 그는 “통째로 출품해야죠. 광고로 따지면 그 영화는 KPI를 초과 달성한 훌륭한 프로젝트인데 버릴게 없죠. 광고가 한 시간이 넘으면 안되는 걸까요?”라고 답했다.

그는 한결같이 “광고는 이래야 한다”는 관념이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밌는 광고가 드물어진 현 시대에 무엇이든 광고가 될 수 있다는 송재원 대표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봤다.

모든 콘텐츠를 광고로 보다

송재원 스튜디오좋 대표(사진=디지털 인사이트)

반갑습니다. 대표로 계신 스튜디오좋은 ‘세계관 마케팅’ 등 독특한 색깔을 가진 광고 대행사로 유명한데요.
세계관 마케팅을 하자고 생각하면서 시작했던 건 아니었어요. 클레브, 빙그레, 미원 등 세계관 마케팅의 대표작은 모두 각 클라이언트를 위한 방법론으로 열심히 브랜드를 파고 든 결과입니다. 이런 작업물이 쌓이고 쌓여 외부의 시선에서 스튜디오좋의 작업은 색깔이 있고, 어떤 세계관이 있는 것 같다고 봐주시는 것 같아요.

브랜드에 대한 탐구도 중요하지만, 기발한 아이디어가 뒷받침되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아이디어에 대한 영감은 어떻게 얻나요?
이건 저만의 방법이긴 한데, 접하는 모든 콘텐츠를 광고라고 생각하는 습관이 있어요.

모든 콘텐츠를 광고로 생각한다… 예를 들 수 있을까요?
영화 인셉션으로 예를 들어 보면, ‘누군가의 머릿속에 생각을 심는다’가 영화의 미션인 거잖아요? 이 미션을 수행하는 각 인물들을 마케팅 필드의 포지션에 대입해 보는 거죠. 그렇게 영화를 감상하면 또 다른 맥락과 포인트를 발견할 수 있어요.

이외에도 책, 릴스 등 콘텐츠를 보며 자연스럽게 ‘이걸 조금만 바꾸면 이 브랜드에 딱 맞는 표현이 되겠는데’ ‘이렇게 풀어 나가면 전에 없던 새로운 광고 방법론으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광고와 콘텐츠를 분리해서 바라보지 않는 것 같네요.
‘광고는 이래야 한다’는 신앙심에 가까운 생각을 가진 분들이 있어요. 하지만 저는 모든 콘텐츠는 본질적으로 광고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재미와 흥미를 가지는 콘텐츠의 포인트만 잘 연결한다면 누군가는 이익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콘텐츠와 연결된 지점이 있다면 모두 광고라고 정의해도 될까요?
그렇죠. 광고란 뭘까요. 15초, 30초를 넘으면 광고가 아닌 걸까요?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를 올리고, 호감을 불러일으키고, 제품을 구매하는 등 행동을 변화시키는 트리거라면 광고죠. 영화나 드라마는 물론, 확실하게 인식될 수 있는 브랜드나 제품이 있다면 마찬가지로 광고의 역할을 한다고 봐요.

콘텐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쟁

애드아시아 2023에서도 슈퍼마리오 영화를 통째로 광고제에 출품하자고 하셨죠.
1시간 반, 2시간짜리 광고면 어때요. 안될 거 없죠.

저도 2시간짜리 광고가 낯설게 느껴지긴 했어요. 이런 편견은 왜 생긴 걸까요?
컷 수의 법칙, 메인 카피와 바디 카피의 길이에 대한 공식처럼 과거 15초, 30초 광고가 가장 큰 파급력을 가지던 시절에 세워진 공식들이 있어요. 그런 것들이 머릿속에 신앙심처럼 자리를 잡은 거고, 저희가 만드는 콘텐츠는 이런 틀에 맞지 않으니까 ‘이건 광고가 아니야’라고 이야기하는 거죠.

광고의 편견에 대해 이야기하는 송재원 대표(사진=디지털 인사이트)

그런 공식들이 오랫동안 유지된 나름의 이유가 있을 텐데, 틀을 따르지 않는 건 어째서죠?
미디어 환경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습니다. 이젠 소비자가 찾아와서 볼만한 광고를 만들어야 해요. 과거의 방식을 답습하는 것만으로는 더는 소비자의 행동을 바꿀 수 없어요. 그 어느 때보다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진위를 판단하기도 쉬운 세상이 됐으니까요. 더해서 광고계가 침공받고 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업계의 상황이 어렵다는 건가요?
많은 콘텐츠는 제작 초기 단계부터 브랜드의 투자를 받아야만 하는데, 기업의 브랜딩・마케팅 예산을 두고 광고계와 콘텐츠계가 경쟁하는 구도가 됐어요. 광고를 귀찮은 것, 보기싫은 것으로 인식하는 소비자가 많아졌기 때문에 광고주는 전통적 광고비의 비중을 조정할 수 밖에 없기도 하고요. 스마트폰 개인보호 정책, 인플루언서 시장의 성장도 영향을 끼치고 있어요.

전쟁터라고 할까요? 광고, 영화, 드라마 등 많은 업계 중 누가 콘텐츠 시장을 선점할 것인가, 그런 전쟁이요. 기존 방식을 고수한다면 광고계는 뒤처질 수밖에 없어요.

광고는 원래 재밌는 것

콘텐츠형 광고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어떤가요?
동의하는 분, 응원해주시는 분, 인정하지 않는 분 등 다양하게 나뉘죠. 다 각자의 사정이라고 생각해요. 회사별로 시스템과 인프라의 차이가 있기도 하고요.

기존의 기조를 바꾸기가 쉽지는 않군요.
그래도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는 즐거움이 있어요. 파이도 계속 커질 거고요. 좋은 광고를 정의한다면 ‘브랜드에 도움이 되는 모든 활동’일 거예요. 브랜드가 하고자 하는 말처럼 놓쳐서는 안되는 중요한 포인트를 반영하면서 재미까지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겠죠.

보람 같은 건가요?
대의적인 게 있죠. 광고를 사랑하는 광고인으로써 제일 싫은 건 광고를 재밌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빙그레 메이커를 운영하면서 ‘광고인데 왜 재밌지?’같은 글을 많이 봤어요. 그런데 말이죠, 광고는 원래 재밌는 겁니다.

대표적인 추억의 광고인 파로마 광고

어렸을 때는 밥 먹다 말고 TV에서 좋아하는 광고가 나오면 TV 앞으로 가서 따라 부르고 그랬어요. 파로마 광고 아세요? 장롱에서 한번쯤 따라해봤을 텐데요. 저도 그렇고 다른 업계 선배, 동료도 다른 콘텐츠 업계가 아닌 광고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재밌는 광고에 대한 이런 어린 시절의 좋은 기억들 때문이기도 해요.

다양한 교집합의 용광로가 되길

스튜디오좋의 광고는 좋은 광고일까요? 점수를 준다면 10점 만점에 몇 점을 줄 것 같나요?
10점 만점에 8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점이 아니네요?
제작적인 측면의 퀼리티나 제작 기간에 대해서는 개선할 여지가 있어요. 기간과 비용을 좀 더 효율적으로 만들 계획이에요. 더 정규화해서 클라이언트의 기준에서 더욱 상품성 있는 광고로 느껴지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대표님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칸 영화제와 칸 광고제 트로피(자료=스튜디오좋 제공)


‘칸 영화제’와 ‘칸 광고제’에서 동시 수상이 목표입니다. 광고적인 효과도, 콘텐츠로서의 재미도 놓치지 않는 거죠. 모든 게 광고가 될 수 있다는 말을 증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해요.

스튜디오좋의 광고를 OTT에 콘텐츠로써 서비스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목표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과정이죠.

사업가의 목표보다는 창작자의 목표로 들리기도 하네요.
저희가 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기도 해요. 그렇기 때문에 살아남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이런 광고 대행사 하나 정도 있어도 괜찮지 않나, 생각해주시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광고 업계에 바라는 점이 있을까요?
광고도 요즘 인력이 부족해요. 채용부터 제작까지 모든 분야가 혼돈이에요. 그러니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업계의 매력을 알고 함께했으면 좋겠어요. 이 분야가 재밌는 건 누구나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거든요. 실제로 애니메이션 PD, 게임 개발자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일하고 있기도 하고요.

용광로처럼 더욱 다양해진 교집한 안에서 재밌게 붙고 싶어요. 그게 광고라는 생태계를 더 넓고 활발하게, 또 재밌게 만들테니까요. 그러니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함께 걸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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