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에이전틱 커머스, 직접 써봤습니다
앱 중심 ‘네이버’ VS 메신저 결합 ‘카카오’

AI가 사용자를 대신해 상품을 탐색·추천하고 구매까지 잇는 ‘에이전틱 커머스(Agentic Commerce)’가 상용화 국면에 진입했다. 해외에서는 지난달 아마존이 자사 AI 쇼핑 가이드 ‘루퍼스(Rufus)’를 대화형 AI 쇼핑 에이전트 ‘알렉사 포 쇼핑(Alexa for Shopping)’으로 통합 개편하며, 탐색-구매 프로세스의 에이전틱 커머스를 구축했다. 구글 또한 최근 결제까지 완결하는 에이전틱 기능인 ‘유니버설 카트’ 등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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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 이 같은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빅테크 기업 2강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올해를 기점으로 관련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으며 본격적인 에이전틱 커머스 생태계 구축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양사가 이 시장에 적극 투자하는 배경에는 국내 플랫폼 생태계의 구조적 강점이 있다. 간편 결제가 보편화돼 있고, 검색·메신저·커머스·예약 서비스 등이 긴밀하게 연결된 데다, 두 회사 모두 이미 대규모 소비자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어서다.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네이버페이 결제 이력 등에서, 카카오는 카카오페이·선물하기 등에서 각각 구매와 관계 기반의 소비 패턴을 축적해 왔다. 에이전틱 커머스를 정교화할 데이터 기반이 마련돼 있는 셈이다.
주목할 대목은 두 회사가 구축하는 에이전틱 커머스의 상반된 형태다. 사용자를 만나는 ‘접점’부터 다르다. 네이버는 쇼핑 전용 앱 안에서, 카카오는 메신저 대화 안에서 이를 구현한다. 사용자가 첫발을 내딛는 곳에서 시작된 차이는 이후 진입 경로, 추천에 활용되는 데이터, 그리고 서비스 확장 방식 전반으로 이어진다.
네이버와 카카오, 두 빅테크 공룡의 에이전틱 커머스를 직접 사용해보며 양사의 전략을 사용자 관점에서 분석했다.
앱에서 쓰는 ‘네이버’ VS 선톡 오는 ‘카카오’
직접 사용해 본 네이버와 카카오 에이전틱 커머스는 확실히 결이 달랐다.


우선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 내 AI 쇼핑 에이전트에 “월셋집이라 못을 박을 수 없는데 여름 커튼을 달고 싶어”라고 입력하자, 에이전트는 소재·설치 방식·길이 등 상품 선택을 위한 고려사항을 설명했다. 이후 그에 적합한 상품군을 추천하고 각각의 스펙과 구매 후기 등을 종합한 상세 설명을 제공했으며, 할인 혜택과 설치 팁도 덧붙였다. 가격대별 상품 추천을 요청하자 저·중·고가 순으로 3개의 상품을 제안하기도 했다.
추천 목록 중 하나를 클릭하니 바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네이버스토어 상세 페이지로 이동했다. 상품 탐색부터 구매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파이프라인인 것이다.
사용자 관점에서 네이버의 특징은 명확했다. 에이전틱 커머스를 이용하려면 별도 쇼핑 앱에 들어가야 하지만, 일단 들어가면 탐색·비교·구매가 단일 앱에서 끊김 없이 완결된다는 점이다. 추천의 근거는 스마트스토어 상품·리뷰 같은 커머스 데이터에, 블로그·카페 등 축적된 대규모 자체 데이터까지 더해진다. 과거 네이버 블로그 리뷰와 쇼핑 탭을 오가며 고민하는 시간을 대폭 단축시킨 셈이다. 다만 추천 상품 개수에 비해 텍스트가 많아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데 다소 피로하기도 했다.


카카오의 에이전틱 커머스는 모두 메신저 안에서 이뤄졌다. ‘카나나’에 “가장 가까운 날짜의 친구 생일을 알려달라”고 질문하자, 카나나는 오는 일주일 내 생일인 지인 리스트를 전달했다. 이어 “3만원대 선물을 추천해달라”고 하자 ‘선물하기’와 연동된 맞춤 상품군을 추천했다.
카나나는 묻기 전에 상품을 추천하기도 했다. 다른 지인 대화방에 “3만원대 밀키트를 사고 싶다”고 입력하자 곧바로 “3만원대 밀키트를 추천해드린다”는 카나나의 ‘선톡’이 왔다. 카카오톡 대화 맥락을 바탕으로 사용자가 요청하기도 전에 상품을 제안한 것이다.
‘챗GPT 포 카카오’는 상품이 있는 외부 몰로 바로 연결해줬다. 내부에서 구동하는 AI 에이전트 ‘카카오툴즈’를 체크한 상태로 “지성 남자 피부에 적합한 선크림 추천해줘”라고 입력하자, 올리브영에서 판매 중인 남성용 선크림 리스트를 제공받았다. 각 상품 링크는 올리브영 공식 판매 페이지로 이어져 즉시 구매까지 가능했다.
카카오의 가장 큰 특징은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이었다. 별도의 쇼핑 앱을 열지 않아도 대화 도중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또 회사가 보유한 사용자 관계망 정보 및 대화 데이터는 AI 에이전트가 더 정교하게 작동하는 토대가 됐다. 그러나 사적인 대화 공간에 AI가 수시로 개입한다는 점에서, 사용자 성향에 따른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나 ‘선톡’에 대한 피로감을 제어하는 부분은 숙제로 보였다.
네이버, 네플스 앱 ‘쇼핑 에이전트’ 고도화

네이버의 전략은 쇼핑을 독립 공간으로 분리하고, 그 안에서 AI를 고도화하는 방식으로 요약된다. 출발점은 지난해 출시한 쇼핑 전용 앱인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네플스) 앱’이다. 기존 네이버 앱 내 쇼핑이 최저가 구매를 위한 목적형 공간이었다면, 네플스 앱은 AI 쇼핑 가이드를 통해 사용자의 취향과 상황에 맞춰 상품 및 관련 혜택을 구성하는 맞춤형 공간으로 설계됐다.
네플스 앱에서 이뤄지는 AI 기반 쇼핑은 구매 전환율, 단골 확보 측면에서 눈에 띄는 효과를 보였다. 네이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네플스 앱 일평균 방문자당 구매 횟수와 구매 전환율은 기존 네이버 앱 내 추천쇼핑·가격비교 서비스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구매와 정기구독 등 단골 소비도 크게 늘었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에이전틱 커머스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2월 네플스 앱에 ‘AI 쇼핑 에이전트’ 베타 버전을 출시하면서다. 종전의 ‘AI 쇼핑 가이드’가 검색 시 구매 정보를 요약해 주는 보조 역할이었다면, ‘AI 쇼핑 에이전트’는 상품 정보 요약과 리뷰 분석 등을 토대로 복잡한 탐색 과정의 효율을 끌어올린다. 대화를 통해 사용자의 구체적인 쇼핑 목적을 파악하고 관련 상품 스펙과 구매 후기 등을 분석해 최적화된 상품까지 제안한다.
해당 기능은 출시 3개월 만인 이달 초 AI가 먼저 대화를 건네는 방식으로 업데이트되며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다. 네이버 에이전틱 커머스가 상품 검색 도구 단계를 지나 다음 행동까지 제안하는 실행형 에이전트로 진화하는 중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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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 중심’에서 ‘추천 중심’으로 쇼핑 경험 전환
네이버는 현재 에이전틱 커머스를 베타 버전으로 제공 중이지만, 소비자 일상에 안착하도록 기술 고도화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일 이정태 네이버 Shopping Search&AI 리더는 관련 업데이트 내용을 설명하며 “네이버가 축적해 온 쇼핑 데이터와 AI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 사용자들의 쇼핑 방식과 취향에 가장 최적화된 경험을 제공하고, 일상 속에서 더 스마트한 에이전틱 쇼핑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기술을 고도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카카오, ‘국민 메신저’·’에이전틱 커머스’ 결합
카카오는 별도의 쇼핑 공간을 신설하는 대신,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에 AI 커머스를 결합하는 방식을 택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메신저를 넘어 5000만 이용자가 쓰는 에이전틱 AI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용자를 쇼핑 공간에 머물게 하기보다, 일상적 대화 동선에 커머스를 끌어들이는 구도다.
카카오의 에이전틱 커머스는 크게 두 갈래로 전개된다. 첫째는 카카오가 자체 개발한 생활형 AI ‘카나나(Kanana)’다. 카카오톡에서 장소 검색, 일정 등록 등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수준을 넘어, 올해 초부터 내부 쇼핑 플랫폼인 ‘선물하기’와 연동했다. 사용자의 대화 맥락이나 친구 생일·기념일 등 관계 정보를 파악해 ‘선톡’ 형태로 맞춤 상품을 제안하고 결제까지 연결되는 에이전틱 커머스의 일환이다.

둘째는 카카오톡과 오픈AI의 챗GPT 간 연동 서비스인 ‘챗GPT 포 카카오(ChatGPT for Kakao)’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서비스로, 대화창에 설치된 AI 에이전트 ‘카카오툴즈’를 통해 외부 파트너와 직결된다. 사용자 질문에 적합한 상품을 판매하는 외부 사업자의 링크를 가져와 답변 형태로 제공해주는 식이다.
이에 카카오는 해당 서비스의 에이전틱 커머스 확장을 위해 파트너사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올리브영, 무신사, 현대백화점 등을 추가했다. 당시 유용하 카카오 AI 커넥트 성과리더는 “AI 에이전트 생태계의 꾸준한 확장을 통해 이용자들의 편의성이 풍부해지는 선순환 구조를 완성할 계획”이라며 다양한 산업군에서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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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확보는 과제… 소비 윤리도 고민해야
이처럼 양사의 에이전틱 커머스는 사용자 접점부터 서비스 확장 방식까지 확연히 달랐다. 하지만 향후 완전한 상용화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는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소비자의 ‘신뢰’ 확보가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에이전틱 커머스를 본격화하려면 무엇보다 소비자가 시스템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며 “보안이 충분히 검증됐는지, AI가 사용자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는지가 앞으로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결제 단계를 포함한 보안과 사용자 의도 해석의 정확성이 신뢰도를 가늠할 핵심 지표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심리적 장벽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앞서 오픈AI는 지난해 9월 챗GPT 안에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즉시 결제(Instant Checkout)’를 선보였으나, 출시 6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상품 검색·비교는 활발했지만, AI에 결제를 맡기는 데 대한 소비자의 심리적 불안과 애플페이 등 기존 간편결제 습관의 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뢰’ 문제는 향후 국내 에이전틱 커머스 산업의 외연 확장과도 맞닿는다. 패트릭 스토리 비자 코리아 사장은 “신뢰는 에이전틱 커머스의 필수 조건일 뿐 아니라, K-상품에 대한 글로벌 관심을 한국 기업의 지속 가능한 해외 성장으로 연결하는 핵심 기반이다”라고 강조했다.
소비 윤리 리스크도 제기된다. 에이전틱 커머스로 인해 상품 구매 과정에서 소비자의 자율적 판단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영컨설팅 전문기업인 삼정KPMG는 자체 보고서를 통해 “AI 에이전트가 상품 탐색과 비교, 선택 과정을 상당 부분 대행하면서 구매에 이르는 과정의 마찰이 줄어들게 된다”며 “이는 소비 편의성을 높이는 한편 소비자가 소비에 대해 충분히 숙고할 기회를 축소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윤리적 문제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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