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습은 달라져도 정체성은 남아야… 성공한 리브랜딩 공통점
로고,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AI가 정보 검색이나 정리는 물론 디자인 영역까지 진출한 AI 시대에도 변함 없이 들려오는 소식이 있다. 바로 로고 디자인 변경을 필두로 한 기업들의 리브랜딩 소식이다. 심지어 최근엔 AI 검색과 상품 추천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AI에게 브랜드의 핵심 이미지를 명확하게 각인시키는 생존 전략까지 공유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이 마냥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현대적인 디자인을 적용한다는 명목으로 기존 로고의 색상과 심볼, 독특한 타이포그래피 등 특색을 제거하는 등 장기간 쌓아온 브랜드 개성마저 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심볼은 빼고, 폰트는 통일하고… 왜 로고 디자인은 점점 단순해질까?
브랜드 로고들이 단순해지는 이유와 부작용
이런 와중 브랜드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소비자 조사에서 높은 선호도를 기록하거나, 사용자 커뮤니티에서 호평을 받거나, 리브랜딩 이후 관련 지표에서 긍정 성과를 거두는 기업들도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무엇이 달랐으며, 전략의 어떤 특징이 사용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낸 것일까? 이번 글에선 사용자들이 로고 디자인을 받아들이는 방식부터, 리브랜딩에 사용자들이 반발하는 이유, 브랜드 자산을 지키면서도 긍정적인 변화를 이뤄낸 리브랜딩 사례까지 살펴본다.
기억 속에 쌓이는 브랜드 자산, 로고
성공적인 리브랜딩 사례를 분석하기 위해선 먼저 사용자들이 오랫동안 접해온 브랜드 로고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많은 사용자가 익숙한 로고의 색상과 형태 등을 해당 브랜드만의 고유한 특징이자 식별 요소로 인식한다고 말한다.
쉽게 말해 코카콜라의 빨간색과 독특한 타이포그래피, 맥도날드의 황금색 아치 로고 같이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사용자들에게 노출된 디자인 요소들은 소비자가 해당 브랜드를 쉽게 떠올리게 만들어주는 일종의 기억 장치로 자리 잡는다는 이야기다.

실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입소스는 전 세계 900개 이상 브랜드를 조사한 지난 7월 리포트를 통해 고유한 자산이 기업의 인지도와 소비자 선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조사에선 이런 자산을 많이 보유한 브랜드는 그렇지 않은 브랜드보다 소비자의 구매 고려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31%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특정 브랜드를 즉각적이고 독점적으로 연상할 수 있는 강력한 자산은 전체 브랜드 요소들 중 15%에 불과했다.
이에 입소스의 브랜드 헬스 트래킹 글로벌 책임자인 질리언 드루엣은 “중요한 것은 브랜드 자산의 숫자가 아니라 각 요소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결합해 브랜드를 차별화하고 소비자의 기억 구조를 형성하는가에 있다”며 기존에 구축한 친숙함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요소를 추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익숙한 로고가 사라질 때, 소비자는 왜 반발할까?

그렇다면 로고 디자인을 변경할 때 제품의 품질이나 기능에 변화가 없더라도 사용자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것은 사용자가 익숙한 로고를 통해 쌓아온 브랜드에 대한 친숙함과 신뢰다.
실제 작년 11월 미국의 기업 서비스 평가 플랫폼 클러치(Clutch)가 발표한 소비자 조사에선 응답자의 98%가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로고나 패키지, 색상 등의 변경을 즉각 인식한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44%는 잦은 리브랜딩이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말했으며, 52%는 몇 년에 걸쳐 조금씩 디자인을 개선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사용자는 브랜드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기존의 모습이 얼마나 일관되게 유지되는지가 소비자들의 신뢰와 연결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클러치의 브랜드·디자인 콘텐츠 담당 애널리스트 지넷 고드로는 “리브랜딩이 불가피하더라도, 소비자들이 리브랜딩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집중해야 한다”며 “소비자들은 자신이 이미 신뢰하고 있는 브랜드의 모습과 같은 방향의 진정성 있는 변화에 가장 긍정적으로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브랜드의 정체성과 제품, 기업이 추구하는 목적에 부합하는 디자인 변경이 소비자와의 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고 말함과 동시에, 기존의 이미지와 연결되지 않는 갑작스러운 변화는 소비자들에게 혼란과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 디자인 유산을 다시 꺼낸 마운틴듀
시장에선 로고 디자인이 브랜드 인식과 직결되는 사례가 여럿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펩시코의 탄산음료 브랜드 마운틴듀(Mountain Dew)다. 지난 2024년 10월, 마운틴듀는 약 15년 만에 새로운 로고 디자인 리브랜딩을 발표했다.
마운틴듀는 2009년부터 사용해온 ‘MTN DEW’라는 축약된 이름을 다시 ‘Mountain Dew’로 변경하고, 날카롭고 공격적인 형태의 타이포그래피도 복고풍 디자인으로 변경했다. 이 새로운 로고는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제품 패키지에 적용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마운틴듀가 복고풍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 과거의 시각적 자산을 적극 활용했다는 것이다. 마운틴듀는 기존 브랜드의 상징적인 녹색과 빨간색 조합을 유지하면서 1990년대 로고 디자인을 현대화해 적용했다. 추가로 산을 형상화한 그래픽과 브랜드가 탄생한 1948년을 의미하는 문구까지 추가했다. 역동적인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브랜드에 담긴 전통성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당시 펩시코의 최고 디자인 책임자였던 마우로 포르치니는 이에 대해 “새로운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통해 마운틴듀의 유산을 되찾고자 했다”며 “새로운 로고에는 브랜드의 기원을 반영하고, 산뜻한 색상과 제품별 야외 풍경 그래픽을 더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과거의 디자인 요소를 되살리는 동시에 새로운 세대의 소비자들에게도 친숙하게 다가가는 전략은 긍정적인 소비자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브랜드 시장 조사 기관 아톰레이더(AtomRadar)가 2024년 10월 미국의 18~64세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9%가 기존 로고 보다 새로운 로고를 선호한다고 답했으며, 새로운 로고에서 자연과 모험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리는 소비자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 심볼의 형태를 지켜낸 도미노피자

대규모 리뉴얼에도 핵심 디자인 요소를 지켜낸 사례도 있다. 지난해 10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자 프랜차이즈 기업, 도미노피자가 13년 만에 대규모 브랜드 리뉴얼을 발표했다. 해당 리뉴얼은 로고를 비롯해 전용 폰트와 패키지, 광고, 매장 인테리어, 브랜드 사운드까지 폭넓게 쇄신하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도미노피자는 이런 대규모 변경에도 기존의 핵심 심볼은 그대로 유지했다.
실제 도미노피자는 로고에 피자 도우의 형태를 연상시키는 새로운 전용 폰트 ‘도미노 산스’를 적용하면서도 브랜드의 상징적인 빨간색과 파란색 도미노 조각을 남기고 색상을 더욱 선명하게 변경해 심볼을 강조했다. 피자 브랜드의 핵심인 피자 패키지에도 두 색상의 도미노 조각을 전면에 배치해 별도의 설명 없이도 도미노피자임을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도미노피자에 따르면 이런 선택은 기존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소비자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의도였다. 도미노피자의 글로벌 최고 마케팅 책임자 케이트 트럼블은 “지난 10년 동안 도미노피자는 피자를 파는 기술 회사처럼 보이게 됐다. 이젠 가장 맛있는 제품과 경험을 만들고 제공하는 데에 다시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며 “과거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해 현대와 미래의 모든 피자 애호가들에게 더욱 어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존 브랜드 핵심 요소 및 정체성을 지킨 선택은 긍정적인 소비자 반응으로도 이어졌다. 프로젝트를 담당한 에이전시 워크인프로그레스(Work In Progress)에 따르면, 리브랜딩 이후 브랜드 관련 순긍정 반응 지표는 98.7%를 기록했으며 관련 언론 보도 역시 2000건 이상 발생했다.
4색을 유지하며 시대에 맞춰 진화해온 구글

오랜 시간 브랜드 핵심 디자인 요소를 지킨 기업이 식품 분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IT 기업 구글은 1990년대부터 파란색과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을 핵심 색상으로 활용해 왔다.
이후 시대의 변화에 맞춰 폰트의 형태, 입체 표현 디테일 등을 여러 차례 변경했지만 이 4색 조합만큼은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런 색상은 지메일과 구글 드라이브, 구글 지도 등 여러 서비스의 아이콘에도 활용되며 구글이라는 브랜드를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시각적 자산으로 자리 잡은 상태다.
실제 구글은 과거 2015년 기존의 세리프 서체를 산세리프 서체로 변경하는 리브랜딩을 진행하면서도 색상은 유지했다. 당시 구글 디자인팀은 디자인 개발 과정에 대해 “브랜드의 본질을 흰색 배경 위의 네 가지 색상으로 압축한 뒤, 이를 바탕으로 다시 구축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브랜드를 대표하던 색상은 유지하면서 모바일과 웨어러블 등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적합하도록 로고의 형태와 디자인 체계를 개선한 것이다.

이런 원칙은 최근 진행된 로고 변경에서도 이어졌다. 올해 5월 워크스페이스 아이콘 변경 발표에서 구글은 서비스마다 뚜렷한 정체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제품군 전체의 일관성과 통일성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오랫동안 유지해온 4색이 사용자의 기억에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해 11월 튀르키예의 아나돌루 대학교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 논문 <로고의 기억 속 표상: 구글 로고의 회상 및 인식에 대한 연구>에선 참가자 200명 중 159명(79.5%)이 구글을 상징하는 4개의 대표 색상 중 최소 3개를 정확히 기억해내는 모습을 보였다.
5년 만의 사용성 고민? 구글 워크스페이스 아이콘 개편
아이콘도 브랜드 일관성보다 사용성이 우선돼야
시류 속에서도 핵심을 잃지 않은 칠성사이다

브랜드의 핵심 특징을 계승한 전략이 국내를 넘어 해외 디자인 어워드에서 인정받은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롯데칠성음료의 ‘칠성사이다’이다. 지난 2024년 롯데칠성음료는 24년 만에 칠성사이다 패키지 디자인을 대대적으로 변경했다. 수십 년 동안 소비자들에게 익숙해진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개선하는 작업이었지만 롯데칠성음료는 브랜드를 상징하던 초록색과 별 모양을 버리는 대신, 기존 디자인 특징을 더욱 강조하는 변화를 시도했다.
신규 패키지 디자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패키지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별 모양과 탄산의 청량감을 표현하는 7개의 작은 별들이다. 칠성사이다를 상징하는 초록색과 흰색 조합도 유지했다. 물론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아니다. 입체적인 별 모양을 평면적이고 간결한 형태로 변경해 현대적인 감각과 시각적인 존재감을 높였다. 영문 로고는 굵고 현대적인 산세리프 서체를 적용해 가독성을 높였다. 기존의 상징을 제거하는 대신 더욱 현대적으로 명확한 형태로 표현하면서, 칠성사이다 특유의 친숙한 이미지를 이어간 것이다.

롯데칠성음료 측에 따르면 이런 디자인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다. 실제 롯데칠성음료의 김현웅·김경태 책임과 김이경 사원은 2024년 11월 롯데 공식 블로그 인터뷰에서 리뉴얼 과정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 “칠성사이다 다움을 잃지 말자”였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존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디자인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이 핵심 과제였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약 1년 6개월 동안 국내외 음료 패키지를 조사하고, 특히 칠성사이다의 핵심 상징인 별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디자인을 연구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별을 크게 키운 데에는 소비자와 함께 성장한다는 의미도 담겼다. 담당자들은 오랜 시간 칠성사이다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이었다며, 이러한 관심이 모여 브랜드의 별이 더욱 커졌다는 이야기를 디자인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별을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브랜드의 역사와 소비자들의 애착을 새로운 디자인에 반영한 것이다.
결과도 긍정적이었다. 칠성사이다는 작년 9월 미국 산업디자이너협회(IDSA)가 주관하는 IDEA 디자인 어워드 2025에서 브랜딩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해당 디자인은 기존의 별과 초록색을 현대적으로 재해석·개선하하면서도, 다양한 제품군에 일관되게 활용할 수 있는 디자인 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유행을 따르기보다 무엇을 남길지 고민해야
지금까지 살펴본 기업들의 디자인 변경 전략이 모두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기존 브랜드가 가진 핵심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물론 브랜드의 핵심 요소를 중요시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모든 리브랜딩이 과거의 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술과 소비 환경이 변화하고,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성 역시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브랜드 디자인에도 변화는 필요하다. 그렇다면 변경이 필요한 요소와 유지할 요소는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까? 이에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칸타(Kantar)는 디자인을 변경하기에 앞서 소비자들이 어떤 요소를 브랜드의 상징으로 인식하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 마일스 조지(Myles George) 칸타 브랜드 전략 솔루션 담당 이사는 지난달 칸타 공식 리포트에서 “우리가 브랜드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요소가 고유한 것은 아니다”라며, 브랜드 자산을 평가하는 세 가지 기준으로 ‘인지도’ ‘차별성’ ‘직관성’을 제시했다. 소비자가 특정 디자인 요소를 올바른 브랜드와 연결하는 비율과 경쟁사와 혼동하지 않는 정도, 해당 브랜드를 정확하게 떠올리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측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마일스 조지 이사는 미국 자동차 브랜드 5개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브랜드마다 효과적인 디자인 자산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근거로 제시하며, 같은 산업에 속해 있더라도 면밀한 소비자 조사를 통해 어떤 디자인 요소를 유지하고 강화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성공적인 로고 리브랜딩은 얼마나 많은 요소를 변경했는지, 최신 디자인 트렌드를 얼마나 충실히 반영했는지에 달려 있지 않다. 오랜 시간 축적된 브랜드의 개성을 이해하고, 그 가치를 새로운 환경에서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드는 것이 핵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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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김동욱 (jkkims@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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