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달러 돈버린? UX 관점에서 본 마블 울버린 게임 반발
실패 방지와 편의성 기능에 반발한 까닭

최근 게임 업계에서 사용자 경험(UX)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달 15일 소니와 인섬니악 게임즈가 약 5년에 걸쳐 3억 달러의 개발 비용을 들여 플레이스테이션5 독점 플랫폼으로 출시한 액션 어드벤처 <마블 울버린(Marvel’s Wolverine)>이 출시 직후 평론가와 사용자 반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논란이 올해 <붉은사막>이 보여줬던 불편하거나 복잡한 조작 체계, 직관성이 부족한 UI 등 그동안 게임에서 흔히 접했던 UI·UX 문제들과는 정반대의 양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마블 울버린>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데에 필요한 정보를 너무나 노골적으로 알려주거나, 사용자가 길을 헤매거나 실수하지 않도록 배치한 요소들이 오히려 비판의 대상이 됐다. 과도한 친절이 독이 된 셈.
UX 결함에 흔들린 국산 AAA급 게임… 붉은사막으로 증명된 사용성의 무게
게임도 개발 초기부터 UX를 고려해야 하는 이유
그렇다면 왜 사용자들은 실수 방지와 사용자 편의성 지원에 반발했을까? 이번 논란을 통해 일반적인 디지털 제품 서비스와 게임이 추구하는 목표가 어떻게 다른지, 게임 UX 디자인에서 고려해야 할 지점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지나친 친절함과 배려에 쏟아진 혹평
이번 <마블 울버린>에서 이목이 집중된 요소 중 하나는 게임의 사용자인 플레이어에게 지나치게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이다. 대표적인 것이 주인공 로건의 후각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냄새 추적 경로 기능이다.
이 기능은 게임 내에서 특정 목표를 추적할 때 푸른색 연기 궤적으로 목적지까지 경로를 보여주는 방식이지만, 복잡한 길 찾기가 필요하지 않은 구간에서도 이런 안내가 반복된 결과 주변 환경을 살펴보며 직접 길을 찾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과도한 안내는 경로 탐색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파괴 가능 물체나 목표물은 별도의 시각 효과와 청각 효과로 강조됐으며, 여기에 캐릭터의 대사와 힌트 UI까지 더해져 사용자의 다음 행동을 유도했다.
심지어 사용자의 조작이 무의미한 액션 장면도 논란이 됐다. 대표적인 것이 퀵 타임 이벤트(QTE)다. 일반적으로 QTE는 화면에 표시된 버튼을 제한된 시간 안에 눌러 특정 행동을 수행하고, 실패 시 전개 변화 또는 페널티가 부과되는 시스템이지만 <마블 울버린>의 경우 다수의 QTE 시퀀스에서 실패해도 페널티 부여나 전개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
특히 게임 내 오토바이 추격 시퀀스에선 아예 컨트롤러를 놓고 아무런 조작을 하지 않아도, 경로 이탈 및 오브젝트 충돌 판정에 대한 페널티가 미비해 별다른 문제 없이 미션이 진행되는 모습이 발견돼 순식간에 언론과 커뮤니티에 유행처럼 확산됐다.

이처럼 사용자가 직접 판단하고 조작할 여지를 지나치게 줄인 게임 설계는 평론가와 사용자들의 비판으로 이어졌다. 제작사 인섬니악의 전작 <마블 스파이더맨 2>가 90점을 받은 것과 다르게 <마블 울버린>의 메타크리틱 점수는 75점에 그쳤고, 유저 평점은 그보다 더 낮은 6.7점을 기록했다.
특히 유명 게임 외신 PC 게이머는 “게임에서 어느정도 안내하는 환경이 필요하고, 때때로 약간의 방향성 제시도 필요하지만, 플레이어들은 인섬니악이 생각하는 것처럼 멍청하지는 않다”며 “로건에겐 냄새 추적 경로와 붉게 깜빡이는 표시, 눈 위에 뚜렷하게 남은 흔적까지 모두 제공할 필요는 없다”고 꼬집으며, 울버린의 일부 플레이 장면은 과도한 안내를 풍자하기 위해 제작한 패러디처럼 보일 정도라고 비판했다.
친절함이 사용자 경험을 해치는 이유는?
하지만 일반적인 UX 관점에서 본다면 이것들은 모두 사용자가 메인 경로에서 이탈하지 않고 마찰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한 요소들이다. 그렇다면 사용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게임의 원활한 진행을 돕는 기능이 <마블 울버린>에선 오히려 비판 요소로 작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일반적인 디지털 서비스와 다른 게임 UX의 목표 차이를 지적한다.
일반적인 서비스에서 UX 디자인은 사용자가 원하는 과업을 최대한 빠르고 효율적으로 수행하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게임은 다르다. 게임에선 사용자가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직접 탐색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자체가 도전 의식을 자극하고 재미를 제공하는 중요한 경험이 되기 때문이다.
UX 디자인 권위자인 제이콥 닐슨은 과거 “일반적인 UX 디자인 방법론으로 게임을 디자인하면 적을 가장 효율적으로 쓰러뜨리는 ‘모든 적 죽이기(Kill All Enemy)’ 버튼을 넣는 것이다”라며 “하지만 게임 UX 디자인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런 선택은 게임을 지루하게 만들기 때문이다”라고 일반적인 디지털 제품 서비스의 UX와 게임 UX의 차이를 설명한 바 있다. 일반적인 서비스와 달리 게임에선 사용성을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모든 과정을 단순화하거나 자동화할 경우, 오히려 게임의 재미와 주체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의미다.

게임 업계에서도 울버린의 UX 디자인을 두고 사용자의 행동 및 선택의 무게를 경시한다는 직접적인 비판이 이어졌다. 실제 <몬스터헌터 프론티어> <드래곤퀘스트11> 등 대형 게임 타이틀 개발에 참여했으며, 현재 게임 디자인 랩 소속으로 12년 넘게 게임 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치쿠 아타타카는 <마블 울버린>의 QTE 디자인 문제점을 두고 “행위가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플레이어의 선택이 의미 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입력으로 이야기가 바뀌지 않는다면, 스스로 결정했고 자신의 힘으로 해냈다는 감각은 생기기 어렵다”며 “그렇게 되면 작품은 영화처럼 보기만 하는 것에 가까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과도한 친절함의 원인은?
하지만 아직 궁금증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왜 업계 최고 수준의 개발자 수백 명이 과도한 안내와 편의성 기능 제공이 사용자들의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고 사전에 예상하지 못한 것일까?
이에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의 배경으로 갈수록 커지는 AAA급 게임의 개발 비용과 이에 따른 위험 회피 성향을 지목한다. 요컨대 막대한 개발비가 투입되는 만큼 최대한 많은 사용자가 게임을 끝까지 진행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과정에서 플레이어의 실패를 지나치게 경계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소니 산타모니카 스튜디오 소속 게임 디자이너 모건 프라이어 매컬러크는 이번 <마블 울버린>의 논란을 두고 “AAA 게임 업계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더 큰 문제의 일부”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의사결정권자들이 실수하거나 사용자들의 불만을 살 것을 지나치게 두려워한 나머지 과잉 대응하면서, 플레이어가 더 이상 실패할 수 없는 게임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비판하며, 자신이 참여한 여러 프로젝트에서도 유사한 상황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작품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사내 기준 자체가 잘못된 디자인 결정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EA, 블리자드, 라이엇 게임즈 등에서 약 20년간 개발 및 디자인 경력을 쌓아온 댄 펠더는 이번 논란을 언급하며 플레이 완료율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업계 기조를 비판했다.
특히 그는 “많은 프로젝트 관리자들이 게임을 끝까지 플레이하지 않으면 충분히 좋은 게임이 아닌 것처럼 말한다”며 “이런 철학이 프로젝트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 팀은 완료율 지표를 추구하기 위해 디자인 선택을 왜곡하기 시작하며, 이는 플레이어의 경험을 희생하는 행위로 이어진다”라고 꼬집었다.
게임에선 사용자의 시행착오 경험도 존중해야

정리하자면 이번 <마블 울버린>을 둘러싼 논란은 게임 UX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는 과정이라는 점을 보여주며, 사용자 편의성과 자율성을 적절히 조화시킬 때 훌륭한 게임플레이 경험이 구축하는 데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사례다.
특히 전문가들은 그저 길 안내 표시를 조절하거나 난이도를 조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용자의 문제 해결 능력을 신뢰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 게임 개발사 롬보 게임즈의 공동 창립자이자 게임 디자이너인 휴버트 스팔라는 <다크 소울>과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를 사례로 들며, 목적지 표시가 없더라도 게임의 환경과 레벨 디자인 자체가 사용자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그는 게임 개발자들에게 “사용자가 직접 실수하고, 스스로 길을 찾고, 자연스럽게 배우는 경험을 누리게 해줘야 한다. 더 대담해지고, 플레이어가 펭귄보다 훨씬 높은 지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신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결국 게임 경험 설계자들이 진정으로 경계해야 할 것은 길을 잃거나 실수하는 상황이나 아니라, 실수 그 자체를 두려워해 사용자가 나아갈 수 있는 길과 행동을 제한하고, 특정 의도로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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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김동욱 (jkkims@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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