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왜 개인정보보호 광고를 만들까?
보안으로 충성 고객을 만드는 애플의 전략


여기 당황한 눈빛이 역력한 사람이 있다. 누군가 자신의 개인정보인 건강 정보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황한 건 이 사람만이 아니다. 방 안 가득한 여러 사람의 개인정보가 계속해서 울려 퍼진다.

방 안이 혼돈으로 가득한 가운데, 한 여성이 아이폰을 꺼내 들자 개인정보를 퍼뜨리던 목소리가 당황한다. 무슨 영상인지 감이 오는가? 맞다. 바로 애플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광고다.
기업의 보안 능력, 물론 중요하지만 많은 예산과 수고를 들여 광고를 만들 만큼 경쟁력이 있을까 의문일 수 있다. 그러나 애플의 광고처럼 자신의 개인정보가 공공연하게 퍼진다고 생각해보자. 당신이 어떤 병을 앓고 있고, 어떤 알레르기가 있으며, 생리 주기는 어떤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 알게 된다고 말이다. 끔찍하지 않은가?
1분도 되지 않는 광고 하나에 자신의 개인정보가 제대로 보호되고 있는지, 또 애플이 광고대로 뛰어난 보안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하는 걸 보면 기업의 보안 능력, 소비자를 사로잡을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앞선 광고처럼 애플은 기업의 보안 능력이 가진 힘을 이해하고 자사의 보안 능력을 기업 홍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애플은 사용자의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알아보자.
기업의 보안, 사회적 이슈가 되다

2020년 6월 발표된 애플의 OS 업데이트인 ‘iOS 14’에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여러 보안 업데이트가 포함됐다. 신규 보안 기능인 ‘클립보드 액세스 알림’은 꾸준하게 개인정보 침해 논란이 있던 ‘틱톡(Tiktok)’이 사용자의 클립보드에 동의 없이 접근한다는 의심이 사실이었음을 밝혀냈고,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한 기업의 접근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쉬웠으며, 접근했다는 사실조차 알 수 없었다는 점에 소비자는 놀랐다.
사용자의 클립보드에 무단으로 접근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기업의 수는 50개가 넘었고, 안일한 태도로 개인정보를 대하는 기업에 대한 분노와 함께 소비자는 자신의 개인정보를 지켜줄 수 있는 기업의 필요성을 깊게 통감했다.
이렇듯 클립보드 액세스 알림 기능은 개인정보보호를 뜨거운 사회적 이슈로 만들었다. 그런데 iOS 14 업데이트에서 또 하나 화제가 된 신규 보안 기능이 있었으니, 바로 ‘앱 추적 투명성’이었다.
명확해진 개인정보에 대한 권리
앱 추적 투명성은 iOS 14.2 버전 업데이트에 곧바로 적용될 예정이었으나, 여러 광고사의 항의로 연기돼 iOS 14.5 버전부터 도입되어 사용이 가능해진 기능이다. 해당 기능에 항의했던 기업에는 페이스북, 구글 등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들이 항의 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사용자 맞춤 광고에 어려움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많은 회사가 사용자의 활동 데이터를 수집해 타깃 광고 제공이나 광고 성과 측정에 사용해왔다. 대부분의 사용자는 자신의 정보가 이렇게 사용되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했다.

이는 “해당 사실이 얼마나 쉽게 안내되고 있었는가?”를 생각하게 되는 지점이다. 기업은 사용자 약관 등을 통해 사용자의 데이터를 수집해 사용할 것을 공지해왔다. 문제는 길고 복잡한 약관을 꼼꼼하게 읽는 사용자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개인정보에 대한 사용자의 안일한 태도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이를 기업이 과연 몰랐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되묻고 싶은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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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해당 기능 도입 이전까지 기업은 사용자의 별도 불허 표시가 없는 한 기기에 할당된 광고주 식별자(IDFA) 정보에 대해 자유로운 접근이 가능했다.

앱 추적 투명성은 앱 별로 사용자에게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동의를 묻던 기존 체계에 변화를 줬다. 해당 기능을 통해 사용자는 각 기업의 개별적인 형식이 아닌, 애플이 직접 간단한 질문으로 만든 형식을 통해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동의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애플의 방식은 개인정보를 상자에 넣어 잠그고 사용자에게 열쇠를 건네준 것과 같았다. 직관적이고 쉬운 방식에 소비자는 자신의 정보에 대한 권리를 명확히 할 수 있었다.
2021년 미국 내 250만명의 애플 사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시장조사업체 플러리의 조사에 따르면, 아이폰 사용자의 96%가 추적 금지 요청을 선택해 기업에 개인정보 제공을 거부했다. 사용자가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한 권리를 확실히 하고 있음과 동시에, 애플의 업데이트된 보안 기능을 대부분이 인지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음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미셸 리처드슨 민주주의와 정보통신 센터 보안 및 데이터 디렉터는 “애플의 보안 업데이트로 데이터 수집 및 공유가 보다 투명해지고, 추적이 기본값이 아닌 생태계로 다시 균형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해당 업데이트가 보안 생태계에 미치는 긍적적인 영향을 말했다.
어떻게 가능했는가?
iOS 14에서 공개된 보안 기능은 소비자의 만족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기업의 입장에서 앱 추적 투명성과 같은 기능은 곤혹스러운 변화였다. 사용자 활동 데이터의 사용이 한 순간에 불가능해졌으니 말이다.
페이스북의 경우 2021년 iOS 시장에 대한 3분기 광고 실적이 15%가량 하락했고, 진부한 광고 실적 등의 어려움으로 공공연하게 애플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결정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페이스북과 같은 거대 기업이 애플의 결정에 따를 수 밖에 없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비결은 애플의 독자적인 앱 시장인 ‘앱 스토어’에 있다. 애플은 앱 추적 투명성 도입 이후 해당 정책을 따르지 않는 앱은 앱 스토어에 등록할 수 없으며, 이미 등록된 앱이라면 이후 어떤 업데이트도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사실상 자사의 정책을 따르지 않으면 앱 스토어에서 나가야 한다는 통보였다.
스탯카운터의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분기 미국 핸드폰 시장에서 아이폰이 차지하는 비율은 65%에 달했다. 기업 입장에서 애플의 결정이 달갑지 않아도 이에 따르지 않으면 미국 시장에서만 무려 65%의 소비자를 포기해야 했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시장에 대한 통제력을 바탕으로 기업에 사용자에 대한 개인정보보호를 강제할 수 있는 애플의 힘은 사용자에게 신뢰를 줬고, 이는 높은 고객 충성도로 이어져 애플의 신용 등급 상승의 바탕이 됐다.
실제로 2021년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의 신용 등급 평가에서 애플은 미국 국채가 속한 최고 등급인 트리플A를 받았다. 라즈 조시 무디스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광범위한 고객 기반과 강력한 고객 충성도에 힘입어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며 애플의 신용 등급 상승에 신뢰를 바탕으로 한 충성 고객 확보가 미친 영향을 밝혔다.
효율적으로, 똑똑하게
애플이 높은 신뢰를 쌓을 수 있었던 바탕에는 실효성 높은 보안 기능에 대한 효과적인 홍보가 있었다. 해드폰애딕트의 조사에 따르면 2023년 전세계 아이폰 사용자 수는 약 16억명에 달한다. 이처럼 거대한 수의 사용자에게 자사의 보안 능력을 홍보하기 위해 애플은 앞서 이야기했던 광고 영상 외에도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컨퍼런스다.

애플의 컨퍼런스는 언제나 전세계의 주목을 받는다. 올해 6월 열렸던 ‘WWDC 23’의 경우 애플 공식 유튜브에 업로드된 영상의 조회수만 1,660만회에 달했다. 애플은 새로운 보안 기능이 다수 포함된 iOS 17 업데이트를 해당 컨퍼런스를 통해 발표했고, 별다른 수고 없이 효과적으로 더욱 강화된 자사의 보안 능력을 전세계에 홍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외에도 애플은 보안 능력 홍보를 위해 웹사이트 지면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애플의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해 ‘개인정보보호’ 탭을 방문하면 패스키, 안전 점검 등의 보안 기능에서부터 사파리, 건강 앱과 같은 자사 앱의 보안 유지 요소를 직관적인 UI로 확인할 수 있다.
기업의 홈페이지에 방문하는 소비자는 기업의 서비스와 제품에 대한 관심 등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애플의 웹사이트를 통한 보안 능력 홍보는 향후 고객이 될 가능성이 내재된 전세계의 소비자에게 자사의 강점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창구가 됐다.
이처럼 애플은 세계 시가 총액 1위 기업이 가진 다양한 글로벌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보안 능력 홍보를 위해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데 시간과 인력을 소비하는 것이 아닌, 컨퍼런스와 웹사이트 등 이미 전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자사의 글로벌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소비자에게 효율적으로 똑똑하게 홍보하는 것이다.
신뢰 형성을 위한 꾸준한 노력
기업의 보안 능력이 소비자의 선택에 미치는 영향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네트워크 솔루션 회사인 시스코의 조사에 따르면 제대로 된 개인정보보호를 제공하지 않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 응답한 소비자의 비율은 2021년 90%에서 2022년 94%로 상승했다.
애플은 이러한 시장의 변화를 빠르게 읽고 대비했다. 다른 기업보다 한 발 빠른 보안 능력 강화는 높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고, 생태계 구축을 통해 뛰어난 사용성을 제공하는 애플의 전통적인 강점과 어우러져 다른 기업이 가지지 못한 소비자와의 깊은 신뢰 형성을 가능하게 했다.

칸타에서 실시한 글로벌 브랜드 평가. 애플이 지난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자료=칸타)
그 결과, 애플은 칸타가 실시한 글로벌 브랜드 평가에서 2022년부터 2년 연속 1위의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소비자 시장 조사 전문가인 데이비드 마일러는 이와 같은 애플의 성공에 대해 “신뢰는 애플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토대다. 신뢰를 얻는 것은 마법이 아니라 노력이며,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니즈에 강하게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지속적인 성장의 바탕이 되는 소비자와의 신뢰 형성은 때로 들이는 노력에 비해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눈앞의 이익에 치중해 중요한 것을 간과하는 기업의 말로를 우리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무너지지 않는 견고한 건축에는 단단한 기반이 기초한다. 애플의 사례는 소비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진 신뢰가 기업 성공에 얼마나 굳건한 바탕이 되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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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이민호 (treewords@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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