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아이폰의 C타입 단자 도입, 과연 혁신일까?

사용자 편의를 저버린 애플의 단자 혼용 문제

(섬네일=손찬호 디자이너 bbt0808@ditoday.com)

C타입 단자가 적용된 아이폰 15 시리즈(자료=애플)

지난 13일 새벽, 애플의 신제품 발표회가 있었다. 해당 발표의 가장 뜨거운 화제는 아이폰의 ‘C타입’ 단자 적용이었다. 애플은 아이폰의 C타입 단자 도입에 대해 “새로운 차원의 연결성”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의 반응은 ‘혁신적’이라기 보다는 ‘이제서야’에 가깝다.

“아이폰 15의 C타입 단자 도입은 큰 변화”라고 평가한 월스트리트저널의 유튜브 영상에서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은 댓글은 “다른 제조사가 5년 전부터 하던 일로 칭찬받는 기업은 애플이 유일하다”고 비꼬는 내용이었다.

애플이 이러한 비난에 직면한 이유는 2012년 ‘라이트닝’ 단자 발표 후 아이폰 시리즈에 C타입 단자를 적용하기까지 11년에 달하는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라이트닝 단자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 애플 제품을 보유해 애플이 자랑하는 ‘애플의 생태계’를 구축한 소비자라면 당분간 라이트닝 단자와 C타입 단자의 혼용이 이어질 전망이다.

책상 위의 아이러니

C타입 단자를 이용해 모니터를 통한 충전이 가능한 LG 그램(자료=LG전자)

현재 대부분의 전자 기기는 C타입 단자를 사용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OS 기반 스마트폰과 태블릿 또는 삼성이나 LG의 최신 노트북을 사용한다면 책상 위에는 C타입 케이블만 놓여 있을 것이다. C타입 케이블 하나로 스마트폰부터 노트북까지 모두 충전이 가능하니 말이다.

맥세이프 3 케이블로 충전하는 맥북 프로 시리즈(자료=애플)

그렇다면 애플 사용자는 어떨까? 모든 전자 기기를 애플에서 구매했다면 책상 위에는 맥북 충전을 위한 맥세이프 3 케이블, 아이패드 충전을 위한 C타입 케이블, 아이폰과 매직 키보드 등 액세서리 충전을 위한 라이트닝 케이블까지 최소 3가지의 케이블이 놓여있을 것이다.

이렇듯 삼성, LG 등 여러 회사의 제품을 섞어서 사용해도 C타입 케이블 하나만 있으면 문제가 없는 데 반해, 애플 한 회사의 제품을 사용함에도 여러 케이블을 써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도대체 왜 이런 혼란이 일어난 것일까?

단자 혼용의 원인 1: 급 나누기

아이폰 14 프로에 적용된 다이나믹 아일랜드(자료=애플)

애플이 2022년 공개한 ‘다이나믹 아일랜드’는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로 계속해서 비판 받던 아이폰의 노치를 효과적으로 대체해 호평을 받은 기능이다.

해당 기능은 오직 아이폰 프로 시리즈에만 적용됐는데, 일반 아이폰 시리즈에는 다음 해인 15 시리즈에 이르러야 적용됐다. 이처럼 애플은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좋은 기능을 상위 모델에 먼저 적용하고 이후에 하위 모델에 적용하는 식으로 등급 간 격차를 명확하게 한다.

애플 제품의 C타입 도입은 매번 신제품 발표가 있을 때마다 화두로 떠오르는 주제였던 만큼,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가격 플랫폼 셀셀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사용자 1,023명 중 44%가 C타입 단자를 도입한다면 아이폰으로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아이폰 15 프로에만 적용된 USB 3.0(자료=애플 홈페이지 캡쳐)

애플은 이번 아이폰 15 시리즈 발표에서도 모든 시리즈에 C타입 단자를 도입하되, 프로 시리즈에만 ‘USB 3.0’을 도입하고 일반 시리즈에는 상대적으로 성능이 떨어지는 ‘USB 2.0’을 도입해 ‘급 나누기’ 논란을 야기했다.

애플펜슬 1 충전을 위해 필요한 전용 어댑터(자료=Macworld)

아이패드 시리즈의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애플은 2018년 가장 상위 모델인 프로 라인업에 C타입 단자와 무선 충전 방식의 애플펜슬 2를 도입하며 라이트닝 케이블을 탈피했는데, 에어 시리즈의 C타입 도입은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20년에 이뤄졌고, 일반 시리즈에는 2022년이 돼서야 적용됐다. 이마저도 구형인 애플펜슬 1만을 지원하도록 설계되면서 라이트닝 단자를 가진 애플펜슬 1을 충전하기 위해서 변환 어댑터를 별도로 구매하도록 강제한 실정이다.

라이트닝 단자가 적용된 매직 마우스 2(자료=9to5mac)

이외에도 2021년 24형 아이맥과 함께 새롭게 출시된 매직 트랙패드에는 C타입 단자를 도입 했으나, 같은 해 출시된 신형 매직 마우스와 매직 키보드에는 라이트닝 케이블을 유지하는 차이를 둬 비판을 받았다.

이런 애플의 급 나누기로 인해 야기된 소비자의 혼란에 대해 데이비드 프라이스 맥월드 기자는 “애플스토어 직원이 새 아이패드를 구매하려 방문한 고객에게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 아이패드 모델 간의 차이에 더해, 복잡한 어댑터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 머리가 아프다”라고 혹평했다.

이처럼 C타입 단자를 통한 사용성 개선을 우선에 둔 것이 아닌, C타입 단자 차등 도입을 통한 상위 모델 구매 유도에 중점을 둔 변화는 결국 사용자의 혼란만 가중시킨 동시에 애플 제품 간 단자 혼용이 이뤄지는 계기가 됐다.

단자 혼용의 원인 2: MFi

애플의 제품 중 유독 C타입 도입에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아이폰 시리즈였다. 애플은 “라이트닝 단자에서 C타입 단자로의 변환이 이뤄지면 기존에 사용하던 라이트닝 케이블은 모두 폐기물로 전락하고, 이에 따른 환경 문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아이패드 시리즈 등 다른 제품에서 느리게나마 C타입 도입이 이뤄지고 있던 점, 맥북 시리즈의 경우 맥세이프 단자에서 C타입으로 변경 후 다시 맥세이프 단자로 되돌아오는 세 번의 변화가 이뤄진 점 등으로 볼 때 환경을 위해서라는 입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애플의 라이선스 프로그램인 MFi(자료=9to5mac)

애플이 아이폰에 대해 유독 라이트닝 단자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은 바로 ‘MFi(Made For iphone·ipad·ipod)’를 통한 수익 때문이라는 것이다.

MFi는 애플이 자사와 관련된 서드파티 제품에 적용하는 라이선스 프로그램이다. 애플은 이를 통해 직접 제품의 사용 적합성 여부를 판단하고, 사용 적합성을 인정받은 제품에 대해 라이선스 비용을 부과한다.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MFi를 통해 라이트닝 케이블 제품 하나당 애플이 부과하는 라이선스 비용은 4달러 수준이다. 아이폰은 아이패드와 맥북 등 다른 제품에 비해 케이블 구매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만큼, MFi는 애플에게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해외 IT 전문 매체인 더버지는 “충전 단자의 변경은 애플과 협력사가 만든 라이트닝 케이블을 비롯한 관련 기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돼 수익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아이폰에 C타입 단자를 적용하는 순간 MFi를 통한 라이선스 비용이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게 되는 것이다.

유럽 내 단자 통일 법안에 대해 설명하는 티에리 브레톤 EC내수 담당 정책 집행위원(자료=CNN)

애플이 MFi의 수익을 포기하고 아이폰 15 시리즈에 C타입을 도입한 것도 유럽 내 모든 전자 기기의 단자를 C타입으로 통일해야 한다는 유럽연합 의회 법안의 데드라인인 2024년이 임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익을 우선시한 결과

애플은 사용자의 편의보다 기업의 이익을 우선에 뒀고, 이로 인해 오랜 기간 일정한 순서나 방법 없이 이뤄진 단자 변환은 사용자의 혼란을 야기했다.

‘사용자 경험(UX)’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도날드 노먼(Donald Norman)’은 애플 프로덕트 팀의 부사장으로 있던 당시 진행했던 한 인터뷰에서 “사용자 경험은 문제에 대한 최선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제품·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방법을 찾는 전체 시스템”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사용자 경험의 최전선에 있던 애플은 기업의 이익을 지나치게 우선시하다 이제 C타입 단자 통일의 후발 주자가 됐다. 기업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를 위해 소비자의 불편을 등한시하는 것까지 당연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애플은 자사의 두터운 충성 고객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기업에 믿음을 보여주는 그들의 편의를 기업의 이익만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 에디터이민호 (treewords@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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