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만 멋지면 끝?” 티티서울이 글자로 브랜드를 완성하는 법
이우용 티티서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인터뷰

오늘날 수많은 브랜드와 기업이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와 목소리를 내세우려고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그렇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가치를 대중과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시각적 언어로 치환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화려하고 자극적인 비주얼을 좇는 브랜드와 기업이 늘어나는 것이 바로 이런 까닭이다.
이렇게 모두가 더 화려하고 자극적인 비주얼을 좇아 흘러가는 트렌드 흐름 속에서, 다른 지점에 시선을 둔 이들이 있다. 바로 티티서울이다. 티티서울은 화려한 디자인과 장식으로 시선을 끄는 것보다, 디자인의 가장 핵심 근간인 ‘타이포그래피’로 브랜드와 콘텐츠의 관계를 재해석한다.
남들과는 다르게, 기본기에 충실하며, 글자를 통해 브랜드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데에 집중하는 이들의 행보는 브랜딩은 물론 디자인의 본질까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무형의 브랜드 가치를 글자라는 시각 언어로 빚어내고 있을까?
이번 인터뷰에서는 티티서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우용을 만나 티티서울의 독특한 작업 세계와 디자인 철학, 이들이 걸어온 여정,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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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티서울이 추구하는 디자인 엔터테인먼트

티티서울에게 디자인은 단순히 보기 좋은 결과물을 내놓는 일회성 작업이 아니다. 이들은 기획의 첫 단계부터 완성된 결과물이 세상에 나와 대중과 교감하는 모든 순간들을 아우러서 하나의 거대한 ‘디자인 엔터테인먼트’라고 말한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는 독자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티티서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우용입니다. 티티서울의 전반적인 브랜딩 작업을 맡고 있으며, 시각 언어를 구축하고 다듬는 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몸 담고 계신 티티서울은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가요?
티티서울은 브랜드와 콘텐츠의 관계를 탐구하고 재창조합니다. 특히 티티서울은 자신만의 브랜딩 방법론과 접근 방식을 만들어 나가고 있으며, 디자인 엔터테인먼트 문화를 만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엔터테인먼트 문화라니 조금 생소한데요.
디자인에 ‘엔터테인먼트’라는 단어가 붙어서 언뜻 보면 부담스럽거나 생소한 느낌이 들 수도 있겠지만, 사실 디자인 작업물은 홀로 존재하는 작품이 아닙니다. 저희는 하나의 작품을 위해 디자이너가 고민하고, 창작하는 것부터 시작해 사용자가 디자인 결과물을 경험하는 과정 모두가 디자인 영역이며 하나의 엔터테인먼트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디자인 엔터테인먼트가 작업물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요?
디자인 과정은 마치 영화나 음악을 감상하는 것처럼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순간에 스며듭니다. 이에 티티서울은 단순히 포스터 한 장, 책 한 권을 만들기보다는 기획 과정부터 결과물을 보여주는 디자인을, 그리고 결과물을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디자인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티티서울이 말하는 타이포그래피의 힘

글자는 형태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풍긴다. 어떤 글꼴을 선택하는지, 자간과 행간을 어떻게 조정하는지 등 형태에 따라 전혀 다른 질감과 온도, 인상을 남길 수 있다. 티티서울은 이런 점에 착안해 브랜딩이란 맞춤정장을 만드는 일이며, 타이포그래피는 그 정장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다듬는 것이라 말한다.
티티서울이 많은 시각 요소 중 타이포그래피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브랜딩이란 한 브랜드의 맞춤정장을 제작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로고, 컬러 시스템, 수많은 어플리케이션은 그 브랜드만을 위해 만들어진 맞춤정장이며,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가치, 역사, 비전 등에 기반하여 베이직 시스템(BS), 애플리케이션 시스템(AS)이 만들어지죠. 그리고 타이포그래피는 그 맞춤정장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다듬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타이포그래피가 목소리라는 것도 신선한 시각이군요.
의외로 둘은 서로 비슷한 점이 많은데요. 목소리는 우리의 무의식 중에 인상을 남깁니다. 글자도 마찬가지인데요. 예를 들어 명조체는 글자 자체만으로도 전통적인 인상을 줄 수도 있고, 고딕체는 딱딱하거나 무미건조한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각기 다른 목소리를 가지듯 명조체라 하더라도 밝고 현대적이며 단단하고 날카로운 인상을 부여할 수 있고, 고딕체도 모던하며 딱딱한 듯 장난스러운, 무겁지만 재미있는 다양한 목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런 브랜드의 목소리, 즉 타이포그래피를 브랜딩에 어떻게 활용하나요?
여러 방법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단순히 폰트 자체의 시각적 인상을 넘어 자간(글자 사이), 어간(단어 사이)를 조정하는 것을 통해서도 브랜드의 목소리 톤을 맞춰줄 수 있습니다. 자간과 어간이 좁으면 조금 더 실용적이며 빡빡한 인상을 남기고, 넓으면 상대적으로 여유 있어 보이고 느긋한 인상을 주게 되죠. 이렇게 타이포그래피는 브랜딩 내에서 자칫하면 놓치기 쉽지만 작은 디테일을 쌓아 올려 브랜드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브랜드나 기업의 가치, 정체성을 글자와 콘텐츠로 풀어내는 티티서울의 접근 방식이 궁금합니다.
글자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어느 정도 정해진 형태가 있습니다. 그 형태에 가까워질수록 글자는 시각적으로 개성이 적어지는 대신 가독성이 명확해집니다. 반대로 정해진 형태를 벗어날수록 개성은 강해지지만 읽힌다는 글자의 기능은 줄어들고 결국 하나의 이미지가 됩니다. 티티서울은 프로젝트마다 이런 글자와 이미지의 정도를 판단하고, 시각적 차별성(이미지)과 기능성(글자)의 축을 조정하며 작업을 진행합니다.

가장 중요하게 지키고자 하는 핵심 원칙 같은 것도 있나요?
사실 특별한 접근 방식은 없습니다. 다만 브랜드마다 각자에게 어울리는 목소리가 있다고 믿고, 최대한 그 목소리를 찾으려 하죠.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방법론 보다는 어떤 방식이나 방법론보다는 ‘디테일에 대한 집요함과 끈기’인것 같습니다.
의외로 평범하면서도 지키기 어려운 것들이군요.
네, 글자와 관련된 ‘브랜딩 정체성’은 자칫 놓치기 쉬운 작은 디테일이 축적돼 형성됩니다. 때문에 브랜드의 목소리를 만들기 위해서 작은 디테일을 충분히 쌓아 올려야 하는데, 실무 현장에선 이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충분히 쌓아 올리지 못하고 프로젝트가 종료되는 것이죠.
더 큰 문제는 그 아쉬운 점이 바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사용자들이 디자인된 브랜드를 경험하는 것을 지켜보다 보면 하나둘씩 아쉬운 점으로 드러나죠. 이런 아쉬움은 작업자로서도 마찬가지인데요. 프로젝트가 종료되고 ‘조금만 더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을까’ 같이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프로젝트 기간 동안 최대한 많고 단단하게 작은 디테일들을 쌓아 올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허물어지는 직무 경계 속에서 논리와 과정으로 증명해야

AI와 기술의 발전으로 직무의 경계가 무너지는 시대. 누구나 그럴듯한 이미지를 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 속에서, 티티서울은 오히려 ‘논리’와 ‘과정’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화려한 결과물 이면에 담긴 단단한 사유와 디테일만이 디자이너와 에이전시의 진정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AI 시대 수많은 도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실무에선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요?
워낙 빠르게 수많은 도구가 나오다 보니 계속 배워가는 중이고, 어떻게든 작업 과정에 넣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획 혹은 방향성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챗GPT나 제미나이를 통해 생각 못 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놓친 부분들을 체크하기도 합니다.
실무 현장에서 AI가 인간을 대체하지 못한 부분도 있을까요?
물론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아이디어나 큰 방향성은 제 머리로 정리가 되어야 하죠. 전 흔히 말하는 1mm, 1px에 매달리며 실무 디자인에서 작은 디테일을 중요하게 여기는데요. 이런 디테일한 결과값은 AI로는 어렵다 생각합니다. 아직 AI로는 디테일한 조정을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더라고요.
그리고 오프라인 결과물을 만드는 경우, AI로는 후가공이나 별색 같은 제작 데이터를 만들기 어려운 부분도 많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AI로 나오는 결과값들은 중간 소스 정도로 사용하는 편입니다. 결국 디테일한 수정이나 작업은 어도비 프로그램으로 진행하여 결과물을 만들어냅니다.
요즘은 직무의 경계 허물어지고 있는 시기라는데요. 현장에선 어떻게 느끼고 계신가요.
직무의 경계는 분명히 빠른 속도로 허물어져 가고 있습니다. 진입장벽까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데요. 예전엔 현장에서만 배울 수 있던 수많은 기술이나 작업 팁이 유튜브나 SNS를 통해서 너무 쉽게 습득할 수 있게 됐습니다.
때문에 기본적인 기술과 디자인 팁들을 습득하고 필드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굳이 디자인과 전공하지 않아도 디자이너가 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죠. 이와 동시에 직무가 깊어지고 있다 생각됩니다.
직무가 깊어진다는 것은 어떤 현상인가요?
네, 이미 자리 잡고 있던 선배들은 빠르게 성장하는 후배들과 경쟁하며 자신의 실력을 더 깊게 다듬어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티티서울은 브랜딩이라는 영역에 안주하지 경계를 허물어 더 많은 영역으로 뻗어나감과 동시에 이미 자리 잡고 있는 영역인 브랜딩의 깊이를 더 깊게 다듬고자 하는데요. 이것이 제가 앞으로 나가고 싶은 방향입니다.
마지막으로 현업의 디자인 실무자분들께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I가 빠르게 발전하며 많은 동료나 후배들이 그럴듯하게 만들어진 이미지에 자신의 실력이 좋다는 착각을 합니다. 멋지고 아름다운 결과물은 당연히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논리이고 과정입니다.
이미지만 만들 줄 아는 디자이너들은 벌써 자리를 잃어가고 있고, 이는 앞으로 더 심해질 겁니다. 그렇기에 앞으로는 자신만의 방법과 논리를 단단히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쉽게 만들어지는 이미지들로 인해 단순한 하나의 결과물은 점차 힘을 잃어갈 것입니다. 결과만이 아닌 과정까지 함께 보여지는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진 작품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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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김동욱 (jkkims@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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