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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쿨함’ 다음은 아시아? TBWA가 꼽은 브랜드 키워드 3가지

‘이스트플루언스’ 리포트로 본 브랜드 전략

TBWA코리아는 ‘Knowledge Sharing 10월호’에서 아시아 문화의 영향력을 다뤘다(자료=TBWA코리아 리포트)

미국식 문화에 지친 소비자가 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양극화와 과도한 개인주의, 디지털 과잉에 대한 피로감이 쌓이면서 아시아 문화가 대안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독립 광고회사 TBWA코리아 브랜드컨설팅팀은 최근 ‘이스트플루언스(EASTFLUENCE)’를 주제로 한 ‘Knowledge Sharing 10월호’를 발간하며, 아시아 문화가 세계 소비자를 사로잡은 배경으로 ‘깊이 있는 수련’ ‘솔직한 감정 표현’ ‘소셜 에티켓의 귀환’ 세 가지를 제시했다.

아시아 문화가 왜 서구권 소비자를 매료시키고 있는지, 브랜드는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리포트 내용을 토대로 살펴봤다.

왜 갑자기 아시아 물결?

리포트는 미국이 지난 한 세기 동안 브랜드와 문화, 라이프스타일을 수출하며 세계의 기준을 만들었지만, “양극화와 과도한 개인주의, 냉소, 디지털 과잉, 사회적 무례함 같은 부작용이 커지면서 아시아 문화가 대안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아시아 문화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뜨겁다. K팝 데몬 헌터스는 현재 3억 회 이상 시청돼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많이 본 영화로 자리잡았으며, 중국 팝마트는 인형 라부부로 2025년 상반기 매출이 204% 증가했고, 삼양식품은 2024년 미국 알파세대 선호 브랜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뉴스위크는 지난 2월 “미국 Z세대 사이에서 아침에 따뜻한 물 마시기, 실내 슬리퍼 신기 같은 ‘차이나맥싱’이 인기”라고 전했다.

이처럼 아시아 문화에 대한 관심은 한 번 소비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로 번지고 있다는 것이 TBWA코리아의 진단이다.

① 깊이 있는 수련(Deep Mastery)

아시아 문화가 서구권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은 첫 번째 이유는 장인 정신이다. 리포트는 “높은 생산성과 빠른 속도를 최고의 가치로 삼던 서구에서 시간이 오래 걸려도 기술을 익히는 활동의 가치를 다시 높게 보고 있다”고 했다.

실제 2026년 미국 필라델피아 커뮤니티칼리지의 용접·전기·차량 정비 과정 입학자는 전년보다 51% 늘었고, Z세대는 잦은 이직 대신 한 조직에 오래 머물며 전문성을 쌓고 싶어 한다는 조사도 있다. 리포트는 이 원인을 아시아 문화에서 찾았는데, 30년 이상 한 메뉴를 만들어 온 싱가포르 호커센터의 장인이나 10년 가까이 훈련받는 K팝 연습생, 숙련된 작가의 어시스턴트로 일하며 기술을 익히는 일본 만화가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금융사 UBS의 ‘Craft Matters’ 캠페인(자료=TBWA코리아 리포트)

브랜드 캠페인에서도 이런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금융사 UBS는 지주회사 합병 이후 통합된 회사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Craft Matters’ 캠페인을 진행했다. 160년 동안 쌓은 금융 전문성을 ‘크래프트(Craft)’라는 단어로 표현, 레이싱 선수와 디자이너, 셰프 등 각 분야 전문가가 자신의 기술을 광고에 직접 등장시켰다. 차별화가 어려운 금융 시장에서 장인 정신을 브랜드 이미지로 정립한 사례다.

아크테릭스의 ‘Obsessive Design’ 캠페인(자료=TBWA코리아 리포트)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는 설계의 작은 차이가 사용자의 안전을 좌우하는 시장에서 디테일에 대한 집요함을 내세웠다. 제품을 만드는 과정과 기술을 브랜드 필름 다섯 편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공개했다. 재킷의 마감 기술, 산악 선수용 신발 개발 이야기, 로봇 공학 기술진과 협업한 보행 보조 로봇까지 담아 아웃도어의 한계를 바꾸는 기술 리더십을 전달했다.

엑스박스의 ‘The Everyday Tactician’ 캠페인(자료=TBWA코리아 리포트)

마이크로소프트의 비디오 게임 브랜드 엑스박스는 축구 게임 매니저 모드의 열성 유저에게서 숨은 전문성을 찾았다. 이들은 실제 축구 전문가 못지않게 전술 지식이 깊지만 게임 밖에서는 인정받지 못했다. 엑스박스는 영국 브롬리 FC의 전술 분석 인력을 이들 중에서 모집했고, 최종 선발된 1명을 실제 스태프로 채용했다.

리포트는 “빠른 속도를 좇는 ‘허슬 문화’에 소진된 사람들이 AI 시대를 맞아 쉽게 복제할 수 없는 숙련과 전문성에서 새 가치를 찾고 있다”며 브랜드는 업에 대한 숙련도를 보여 줄 이야기를 커뮤니케이션 소재로 삼고, 소비 금액이 아니라 ‘얼마나 노력하고 시간을 들였는지’를 기준으로 충성 고객을 보상하는 멤버십을 설계할 것을 제안했다.

② 솔직한 감정 표현(Unapologetic Emotion)

욕망과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태도가 다시 멋있게 받아 들여지고 있다는 점도 한 가지 요인이다. 그간 진지한 태도는 ‘오글거린다’며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특히 서양권에서는 ‘마초’나 ‘포커페이스’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쿨함이 멋으로 여겨졌고, 시도했다가 실패하느니 애초에 기대하지 않는 편을 택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서구권에서 ‘I am cringe but I am free(난 오글거리지만 자유로워)’ 밈이 퍼지는가 하면, 마스코트가 애걸복걸하고 삐지는 모습을 앞세운 듀오링고의 마케팅이 호응을 얻는 등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리포트는 아시아권의 적극적인 팬덤 문화와 성공을 향한 열망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감정의 흐름을 서사의 동력으로 삼는 드라마가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나이키의 ‘Winning isn’t for everyone’ 캠페인(자료=TBWA코리아 리포트)

나이키는 최근 캠페인에서 선수들이 겸손과 스포츠맨십을 중시하는 분위기 때문에 드러내기 어려웠던 승리의 욕망을 전면에 내세웠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열망과 집념, 최고가 되려고 감수하는 희생과 노력을 여과 없이 담았으며, 이를 통해 “승리를 향한 욕망과 집착도 순수한 열정”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범블의 ’10 Years of Good Awkward’ 캠페인(자료=TBWA코리아 리포트)

데이팅 앱 범블은 10주년 캠페인에서 어색한 첫 데이트가 좋은 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소개했다. 첫 만남의 실수와 어색한 순간을 관계의 실패가 아니라 서로를 알아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다시 해석해, 서툰 모습도 진정한 관계를 시작하는 데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AXA의 ‘Group Therapy’ 캠페인(자료=TBWA코리아 리포트)

보험사 AXA는 정신 건강이 중요한 이슈가 됐지만 도움을 구하는 데는 여전히 심리적 장벽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출발했다. 유명 코미디언 6명이 자신의 정신 건강과 개인적인 어려움을 솔직하게 나누는 90분 분량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무거운 주제를 유머로 승화해 대중이 쉽게 공감할 수 있으며, 보험사가 회복을 지원하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도록 했다.

리포트는 “냉소와 허무함을 연기하는 데 싫증을 느낀 사람들이 솔직한 감정 표현에서 자유를 찾기 시작했다”며, 완벽해 보이려는 태도를 내려놓고 솔직한 감정으로 공감을 끌어내며, 소비자가 자기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경험을 설계한 브랜드가 주목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③ 소셜 에티켓의 귀환(Social Etiquette)

마지막은 공동체 의식의 부상이다. 실제 디즈니는 새치기와 폭언 같은 방문객의 무례가 늘자 ‘공통 예의’ 항목을 새로 만들었으며,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기업 고용주의 약 45~50%는 Z세대 신입사원에게 에티켓 교육이나 코칭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 같은 변화는 브랜드 메시지 전달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리포트는 “‘내가 인생의 주인공이다’ ‘너답게 행동해라’ 같은 메시지가 지나친 개인주의를 부추겨 공공장소의 무례함과 대중교통 승객 난동 같은 문제를 키웠다”며 “이제는 ‘나를 위한 가치’에서 ‘함께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가치’로 전환이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루프트한자의 ‘Travel Etiquette Collection'(자료=TBWA코리아 리포트)

실제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는 좌석 팔걸이, 리클라이닝, 탑승 순서처럼 비행기 안에서 반복되는 갈등을 ‘암묵적 규칙’으로 정의했다. ‘Recline Responsibly(책임감 갖고 좌석 젖히기)’ 같은 카피를 넣은 티셔츠, 후드, 모자 컬렉션을 만들어 함께 여행하는 문화를 만드는 브랜드의 역할을 보여 줬다는 평가다.

하이네켄의 ‘The Closer’ 캠페인(자료=TBWA코리아 리포트)

맥주 브랜드 하이네켄은 술자리에서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빠져 앞사람에게 집중하지 않는 무례함에 주목했다. 맥주병을 따는 순간 블루투스 신호로 근처 노트북과 스마트폰 화면을 잠가 버리는 병따개를 개발, 대면한 사람에게 온전히 몰입하는 태도가 하이네켄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술자리 에티켓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리포트는 “과도한 개인주의에 피로를 느낀 사람들이 소셜 에티켓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다”며 브랜드는 배려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에티켓을 실천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소비자를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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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장준영 (zzangit@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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