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광고 시대, 칸의 선택은 ‘사람 냄새’였다
2026 칸 라이언즈로 본 글로벌 마케팅 트렌드

AI가 광고 시장을 바꾸고 있는 지금, 세계 최대 광고제의 시선은 어디로 향했을까?
글로벌 독립 광고회사 TBWA코리아는 최근 ‘2026 Knowledge Sharing 8월호’를 펴내며 2026 칸 라이언즈 수상작을 분석, 브랜딩 및 마케팅 인사이트를 도출했다.
TBWA코리아가 이번 광고제에서 발견한 글로벌 브랜드 트렌드는 크게 여섯 가지다. 소비자에 주도권을 부여하고,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소비자간 논쟁을 만드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또 다양한 브랜드 경험을 촘촘하게 연결했고, AI가 아닌 사람 냄새를 강조했으며, 브랜드 철학을 일관되게 유지했다. 실제 수상작을 통해 각 키워드를 살펴본다.
① 소비자에 주도권을 부여한다(Community Ownership)
이번 시상식에서는 소비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마케팅 활동을 펼치거나 신제품을 출시하는 캠페인 전략이 주목을 받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세린이다. 틱톡에서 ‘#VaselineHacks’이 바이럴되며 ‘마라톤 전 몸에 바르기’ ‘피부에 팩처럼 얹고 자기’ ‘눈썹에 바르기’ 같은 기발한 사용법이 유행을 탔고 바세린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사용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바세린 사용법을 직접 테스트한 뒤 효과가 검증된 것에 공식 인증 마크(Vaseline Verified)를 붙이고 신제품을 출시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그 결과 자발적인 후속 콘텐츠가 1만2300개(누적 조회수는 8억3000만) 제작됐으며 바세린의 2025년 매출도 전년 대비 13.5%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페루 축구 클럽 무니(Muni)는 3부 리그로 강등되며 재정 위기에 몰렸다. 이들은 대기업 스폰서를 찾는 대신 팬덤의 일부인 동네 소상공인을 공략했다. 유니폼을 1000개의 흑백 픽셀 그리드로 다시 제작해 소액 기부만 하면 누구나 공식 스폰서가 되도록 했고, 참여한 가게는 구단 굿즈 공식 판매처로 지정해 선수들이 무료로 홍보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그 결과 3개월 만에 스폰서십 1000건, 25만4000달러의 모금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② 문제 해결에 적극 개입한다(Intervention)
과거에는 브랜드가 캠페인을 통해 대중의 문제 의식을 촉구하는 데 집중했다면, 지금은 문제를 직접 해결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호주 보험사 선코프 보험(Suncorp Insurance)은 매년 반복되는 산불과 홍수로 2035년까지 호주 주택 약 10분의 1이 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집주소만 입력하면 자연재해 예고 및 대응책을 미리 알려주는 데이터 플랫폼 ‘헤븐(HAVEN)’을 개발했다. 캠페인 론칭 후 웹사이트 방문자가 32만3000명으로 증가하고, 플랫폼 이용자의 79%가 집 관리와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답하는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브랜드 잠재 고객을 유지하는 데 성공한 사례다.

하이네켄의 ‘죽기를 거부한 펍(The Pub That Refused to Die)’도 비슷한 사례다. 아일랜드에서는 경영난으로 지난 20년간 전국 펍의 25%가 문을 닫았다. 이에 하이네켄은 마을 주민이 공동으로 마지막 펍을 운영할 수 있도록 운영 노하우와 컨설팅을 제공하는 캠페인을 펼쳤다. 현재 펍 인수 마을은 2곳으로 늘었다. 맥주 회사가 맥주를 파는 데 그치지 않고 ‘맥주가 존재하는 공간’을 지키는 데 직접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브랜드와 공동체 양쪽 모두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켰다는 평을 받다.
③ 논쟁을 일부러 만든다(Controversy)
일부러 논쟁적인 이슈를 만들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바이럴 전략은 여전히 효과를 발휘했다.

컬럼비아 스포츠웨어의 ‘불가능한 탐험(Expedition Impossible)’ 캠페인은 제품의 내구성을 강조하기 위해 유명한 음모론 중 하나인 ‘지구평면설(지구가 둥글지 않고 편평하다는 비과학적 주장)’을 끌어 들였다. 팀 보일 CEO는 지난해 말 공식 채널과 뉴욕타임스를 통해 “지구의 끝을 증명하면 회사를 넘기겠다”는 도발적인 메시지를 전했고, 이에 자신이 지구 끝에 도달했다는 소비자들의 인증샷이 이어졌다. 해당 캠페인은 내구성을 강조하는 아웃도어 브랜드의 유사한 메시지가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8000만 도달을 이끌어 냈고, 언론에 260여 회 다뤄지는 등 240만 달러 규모의 언드 미디어 가치를 창출하는 데 기여했다.

킷캣의 ‘킷캣 도난 사건(The KitKat Heist)’ 캠페인은 초유의 물류 사고를 브랜딩으로 승화한 사례다. 부활절을 앞두고 12톤짜리 초콜릿 트럭이 통째로 도난당하자 이를 대중에 공개한 뒤, 배치 코드를 입력해 도난 여부를 확인하는 ‘킷캣 트래커’를 출시해 소비자가 본인이 구매한 킷캣의 도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킷캣은 부활절 기간 동안 메타 내 소셜 대화 점유율의 약 절반(44%)을 차지했으며, 타 브랜드 115개 이상이 자발적으로 밈에 편승하는 등 높은 바이럴 효과를 이끌어내며 브랜드 위기를 소비자의 놀이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④ 경험을 촘촘하게 연결한다(Orchestration)
소비자의 몰입을 유도하기 위한 온·오프라인 경험 설계 전략도 주목을 받았다.

F1 공식 후원사인 맥도날드는 라틴 아메리카의 가족 소비자를 대상으로 맥도날드와 F1의 연관성을 높이기 위한 게이미피케이션 캠페인 ‘더 골든 존(The Golden Zone)’을 진행했다. 맥도날드는 트랙 주변에 광고판을 세우는 전통적인 방법 대신 M자 커브 자체를 브랜드 자산으로 치환, 차량이 트랙을 돌 때마다 앱을 통해 포인트를 제공했다. 그 결과 캠페인 한 달 만에 앱 다운로드 270만 건을 달성하고, 앱 내 매출이 7%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오프라인 경기장과 모바일 앱을 연결해 관람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 사례다.

1부 리그에서 강등돼 관중을 늘릴 방법을 찾던 폴란드 명문 클럽 비스와 크라쿠프는 지난해 새로운 형태의 캠페인을 구상했다. 팬이 직관했을 때 팀의 승률과 경기력을 AI로 계산해 개개인이 팀에 가져다주는 ‘행운’을 ‘행운 점수(Lucky Fan Index)’라는 수치로 보여준 것이다. 팬들 사이에 퍼져 있 ‘내가 가면 팀이 이긴다’는 믿음을 겨냥한 전략으로, 측정할 수 없다고 여겨지던 응원의 감정을 데이터로 바꾸자 관람객들의 호응이 이어졌고, 실제 평균 관중이 42.2% 증가하며 리그 전체 관중 1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⑤ 인간의 집요함과 따뜻함을 내세운다(Human-made)
AI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나는 가운데, 인간 고유의 정서를 자극하는 캠페인도 호응을 얻었다.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몽클레르는 기능적인 따뜻함을 넘어 감성적, 문화적 가치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이를 위해 지난해 하반기 50년 지기 영화 배우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캠페인 ‘워머 투게더(Warmer Together)’를 제작했다.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단편 영상 다섯 편이 공개되자 몽클레르 역대 최고의 브랜드 캠페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전 세계적으로 31억 도달과 4억2200만 참여도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제품의 기능을 감정적 가치로 확장한 사례다.
“AI가 만들지 않았습니다” 요즘 소비자 사로잡는 한 문장
브랜드들이 다시 사람을 내세우는 까닭

유럽 DIY 인테리어 용품 브랜드 호른바흐는 사람들이 직접 집을 고치거나 뭔가를 만드는 DIY 앞에서 실수하거나 망칠까 봐 시도조차 못 하는 심리를 파고 들었다. 호른바흐의 새 캠페인 영상 ‘드라마 없는 프로젝트는 없다(No Project Without Drama)’는 쉽고 매끈한 과정만 보여주던 기존 광고와 달리 사람들이 겪는 순탄치 않은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욕실의 작은 누수를 고치려다 일이 커져 결국 화장실 전체를 맨손으로 뜯어 고치게 되는 험난한 여정을 통해 ‘실수와 고통 없이 얻는 진짜 성취감은 없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2분 20초짜리 풀버전을 극장에서 상영할 만큼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고 453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주요 광고제를 석권했다.
⑥ 일관성 브랜드 철학을 유지한다(Consistency)
반짝 아이디어보다는 브랜드의 철학을 꾸준하게 유지하는 브랜드의 성과도 두드러졌다.

글로벌 애완동물 식품 브랜드 페디그리는 ‘모든 개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철학 아래 2017년부터 유기견 입양 캠페인을 이어오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갈색 믹스견 입양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갈색 믹스견을 ‘카라멜로(Caramelo)’라는 이름의 공식 견종으로 대우하며 사상 최대 규모의 유전자 연구를 통해 카라멜로의 신체적, 유전적 특징을 규명하는 등 역발상 캠페인을 전개했다. 그 결과 첫 달 만에 갈색 믹스션 입양이 218%, 페디그리 매출이 23.2% 상승하는 성과를 거두며 일관된 브랜드 철학이 궁극적인 비즈니스 솔루션임을 다시금 확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도브는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이라는 철학을 2004년부터 유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AI 콘텐츠와 광고성 리뷰에 지친 소비자가 진짜 후기를 찾아 레딧으로 몰리는 현상에 주목했다. 이에 ‘무수정(No Edits)’을 콘셉트로 레딧 유저 50명에게 제품을 제공한 뒤 부정적인 리뷰를 포함한 모든 후기 원본을 광고 소재로 활용해 뉴욕 거리에 싣는 ‘리얼 리뷰(R/eal Reviews)’ 캠페인을 진행했다. 해당 캠페인은 10억 회 이상 노출과 5억5200만 도달을 기록했으며 도브의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증가하는 데 기여했다.
지금까지 살펴본 여섯 가지 트렌드를 관통하는 한 가지 키워드는 바로 ‘사람’이다. 이번 리포트를 제작한 TBWA코리아 브랜드컨설팅1팀은 “AI 시대에 브랜드들은 더 이상 메시지 전달을 통한 인식 확보에만 집중하지 않는다”며 “소비자에게 주도권을 부여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가며, 강력하게 몰입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TBWA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브랜드의 영향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경험을 지속적으로 설계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유튜브 조회수 ‘껑충’ 뛴다… 광고주가 봐야 할 숫자는?
뷰플레이션 시작… ‘조회수 착시’에 속으면 안 돼
매끈한 표현이 넘칠수록 더 선명히 보이는 것 [Di 에세이]
유두호 롯데멤버스 마케팅 부문장
뉴스콘텐츠는 저작권법 제7조 규정된 단서조항을 제외한 저작물로서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입니다. 본 기사를 개인블로그 및 홈페이지, 카페 등에 게재(링크)를 원하시는 분은 반드시 기사의 출처(로고)를 붙여주시기 바랍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출처 없이 본 기사를 재편집해 올린 해당 미디어에 대해서는 합법적인 절차(지적재산권법)에 따라 그 책임을 묻게 되며, 이에 따른 불이익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 에디터장준영 (zzangit@ditoda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