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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I/UX

“이래서 게임도 사용성이 중요” 콘코드의 실패가 남긴 교훈

UI·UX 디자인 관점에서 본 콘코드의 실패

“결과적으로 콘코드는 충분한 플레이어를 확보하지 못해 게임을 오프라인으로 전환하게 됐습니다”

지난 10월 허먼 허스트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스튜디오의 비즈니스 그룹 대표가 올린 공지의 일부다. 콘코드는 파이어워크 스튜디오가 제작하고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가 유통해 야심 차게 론칭했던 히어로 슈팅 게임이다. 사용자는 우주를 누비는 무법자 ‘프리거너’가 되어 팀을 구성하고 5대5 PvP 전투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마케팅 캠페인 끝에 출시된 콘코드는 소니의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에도 불구하고도 출시 10일 만에 서비스 종료 및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오픈 베타 테스트부터 이어진 매우 저조한 동시접속자 숫자와 AAA급 게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저조한 출시 초반 매출이 원인이었다.

당시 소니와 게임의 제작사 파이어워크 스튜디오는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방법을 비롯해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기로 결정했다”고 게임의 중단에 대해 설명했지만, 약 한 달 뒤 콘코드는 영구적인 게임 개발 종료는 물론, 제작사 파이어워크 스튜디오의 폐쇄까지 발표한다.

결국 콘코드는 수억 달러에 달하는 거금을 들여 게임을 출시했지만 플레이어들에게 외면받아 철저하게 흥행에 실패한 게임으로 더 유명해졌으며, 국내에선 ‘콩고기’라는 멸칭과 캐릭터들의 비호감적이고 엽기적인 모양새를 조롱하는 밈(meme)만이 남게 됐다.

하지만 UX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항상 ‘왜?’라는 물음이다. 게임의 플레이어, 즉 사용자가 콘코드 게임을 싫어한다는 사실 자체는 이미 유명하지만 왜 사람들은 콘코드 게임을 외면하게 됐을까? 게임 개발과 출시에 있어 UX 디자인은 정말로 중요한 것일까? 이번 글에선 UI·UX 디자인 관점에서 콘코드 게임의 실패를 다뤄본다.

(자료=디지털인사이트)

직관성이 부족한 캐릭터와 UI 디자인

콘코드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선택해 플레이할 수 있는 ‘프리거너’ 캐릭터들(자료=SIE)

가장 먼저 이야기할 것은 캐릭터 디자인이다. 하지만 단순히 불쾌하고 매력 없는 캐릭터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물론 콘코드는 고의적으로 캐릭터를 미형으로 디자인하지 않았고, 많은 사용자의 불쾌감을 일으켰지만, UI·UX 디자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콘코드 캐릭터들의 문제는 심미성에서 끝나지 않다. 콘코드의 캐릭터 디자인엔 ‘직관성’이 결여돼 있어 캐릭터의 전반적인 능력 구성과 역할이 디자인에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콘코드의 히어로 슈팅 게임 장르는 직관적인 디자인이 중요하다. 히어로 슈팅 게임은 혼자서 플레이하는 장르의 게임이 아니다. 때문에 사용자가 상대해야 할 적들과 협력해야 할 동료들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설명 없이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다수의 히어로 슈팅 게임들이 과장될 정도로 직관적인 캐릭터 디자인을 갖춘 이유다.

오버워치 게임의 메르시(자료=블리자드)

대표적으로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유명 히어로 슈팅 게임 ‘오버워치’에서 비행 능력을 가지고 있는 ‘파라’ ‘메르시’ 캐릭터들은 날개나 제트팩 등 캐릭터의 능력을 잘 드러내는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공중에서 금빛 날개로 비행하며 지팡이로 아군에게 버프를 제공하는 메르시는 캐릭터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더라도 쉽게 ‘적 팀에 이로운 효과를 제공 중인 서포터’ 라는 사실을 유추해낼 수 있다.

콘코드의 로카 캐릭터 디자인에선 캐릭터의 비행 능력을 유추할 수 없다(자료=SIE)

그러나 콘코드 게임에서 비행 능력을 가진 ‘로카’는 운동화처럼 보이는 신발과 로켓 발사기만을 갖추고 있어서 외견만 봐서는 해당 캐릭터의 비행 능력을 알아차리기 힘들다. 비슷하게 거대한 체형으로 탱커가 연상되는 ‘더우’는 디자인과 다르게 힐러 역할을 수행한다. 결국 사용자는 수차례 직접 당해보거나, 해당 캐릭터를 직접 플레이해 봐야지만 캐릭터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다. 캐릭터 디자인이 하나의 ‘접근성 장벽’으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더우’는 의무병이라는 설정과 게임 내에서 힐러의 역할을 겸하고 있지만 디자인에선 그의 역할을 유추해낼 수 없다(자료=SIE)

게임의 사용자 경험(UX) 이야기에 있어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는 빠질 수 없는 문제다. 하지만 콘코드의 직관성 부족 문제는 UI 디자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콘코드의 숫자 표시들은 전자 계산기에서나 볼법한 세그먼트 스타일의 폰트를 사용해 가독성이 다소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세그먼트 폰트는 정적인 배경을 두거나, 큰 크기의 숫자를 표기할 때는 가독성의 문제가 없지만 동적인 배경에서 사용하거나, 작은 크기의 숫자를 표기할 때엔 각각의 세그먼트가 잘 보이지 않거나, 숫자가 서로 비슷해 보이는 가독성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세그먼트 폰트 스타일의 폰트를 선택한 콘코드는 숫자 가독성이 다소 떨어진다(자료=파이어워크 스튜디오)

특히 세그먼트 폰트는 주변 조명이 밝거나 배경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그 문제는 더욱 두드러진다. 하지만 게임은 다양한 정보가 동시에 표시되는 것은 물론, 단순히 숫자와 알파벳뿐만 아니라 각종 특수 문자, 심지어는 다국어까지 지원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세그먼트 폰트가 사용되기엔 적합한 환경이 아닌 것이다.

실제 게임 전문 팟캐스트 ‘리포지 게이밍’의 진행자 로노는 “이런 폰트 선택은 정보를 읽기 어렵게 만들어 게임에 큰 지장을 줄 수 있다”며 “최근 아내와 함께 게임을 했는데 게임의 전자 계산기 같은 폰트 때문에 0이나 8, 2, 5 같은 숫자를 구분하기 힘들어했다”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세그먼트 폰트란?

디지털 디스플레이에서 숫자와 문자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특수 폰트. 일반적인 폰트가 다양한 선으로 이루어진 글자를 표현하는 것과 다르게, 세그먼트 폰트는 여러 개의 직선 조각을 조합해 글자를 만든다.

현실성이 부족한 가격 책정과 장르 선택

콘코드의 디지털 디럭스 에디션은 권장 소비자가 69800원으로 판매됐다(자료=SIE)

게임의 가격 책정과 장르 선택부터 문제라고 주장하는 UX 디자이너·리서처들도 있다. 요컨대 UX 디자인 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실패 사례들처럼 콘코드의 제작진들 역시 사용자 및 시장 조사 분석을 소홀히 했거나, 아예 신경 쓰지 않아 흥행 가능성이 없는 게임을 출시해 실패했다는 이야기다.

대표적으로 사용자 리서치 전문 업체 ‘미디어리서치’의 게임 애널리스트 리스 엘리엇은 “FPS 장르 게임 사용자들은 무료 게임은 플레이할 의사가 있지만, 오늘날의 거시경제적 환경에서 40달러 지불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다”며 콘코드의 주요 실패 원인으로 장르 선택과 가격 책정을 꼽았다.

외신 포브스 역시 “이 게임은 40달러짜리 히어로 슈팅 게임이다. 이것이 스팀에 콘코드 게임이 1만개도 판매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다”라고 제작진들이 콘코드를 유료 게임으로 출시한 것이 되려 악수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오버워치2는 유료로 판매했던 전작과 다르게 무료화를 선언했다(자료=블리자드)

실제 현재 히어로 슈팅 게임 업계는 과포화 상태에서 조금이라도 더 많이 사용자들을 끌어모으고, 빠르고 쾌적한 멀티플레이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게임들이 부분 유료화 또는 무료화를 선언한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오버워치2는 모든 사람에게 열린 게임”이라며 과거 오버워치1를 유료 게임 형태로 판매했음에도 불구하고도 무료화를 선언해 게임플레이에 요구되는 진입 장벽을 허물었다.

히어로 슈팅 장르의 기틀을 세웠던 팀 포트리스2는 지금도 무료로 많은 사용자가 즐기고 있는 게임이다(자료=밸브코퍼레이션)

병과 역할 분담 시스템을 최초로 도입하며 히어로 슈팅 장르의 장르의 기틀을 세웠다고 평가받는 팀 포트리스 시리즈 역시 팀 포트리스2 게임 출시 약 4년 만에 무료화 선언을 진행해 지금도 많은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이외에도 많은 히어로 슈팅 게임이 무료로 게임을 출시하고 게임 내 배틀 패스나 치장용 아이템 등을 판매하는 전략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하지만 콘코드 게임은 앞선 선두주자들과 다르게 40달러라는 가격으로 게임을 판매했다.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반드시 일정 수준 이상의 활성 사용자 숫자가 요구되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도 게임 설치·시작 단계부터 금액 지불을 요구해 진입 장벽을 세운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게임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인사이트>에 “게임이 차별화된 매력과 경쟁력이 있는지, 설계한 의도가 사용자들에게 충분한 공감을 받았는지에 대한 사전 확인을 안 했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무시한 채 출시를 강행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포괄성이 부족했던 사용자 테스트 및 피드백 반영

트랜스젠더 설정을 가진 바즈를 비롯해 콘코드는 다수의 성소수자 캐릭터로 게임이 다양성과 포괄성을 갖췄다고 주장했다(자료=소니)

이외에도 적지 않은 업계 관계자와 UX 디자이너가 게임의 테스트 및 사용자 피드백 데이터 반영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 말하고 있다. 게임 개발 과정에서 사전 테스트와 사용자 피드백 반영은 선택 가능한 옵션이 아닌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며, 많은 게임들이 이 단계를 거치면서 통해 사용자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고,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인사이트>가 자문을 구했던 한 대형 게임사의 UX팀 관계자는 “게임 테스트는 기획의 의도가 사용자에게 얼마나 잘 전달되고 있는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여러 요소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다”며 “콘코드 역시 여러 번의 게임 테스트를 거치며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게임의 콘텐츠, 기획의도, 방향성을 한 번 더 고민해 보고 수정해 나갔더라면 지금과 다른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콘코드의 피드백 반영 부족을 흥행 실패의 원인으로 꼽았다.

콘코드는 출시 전 두 차례 오픈 베타 테스트를 진행했다(자료=SIE)

하지만 콘코드 제작진들은 정식 출시 전 이뤄진 베타 테스트에서 쏟아진 매력 없는 캐릭터 디자인, 가독성이 부족한 HUD, 콘텐츠 대비 불합리한 가격 책정 등 다양한 사용자 피드백 대다수를 무시하고 출시를 강행했다.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듯이 처참했다.

제작사 파이어워크 스튜디오에 어마어마한 개발 자금과 전폭적인 지지를 제공한 소니 역시 게임의 테스트 및 피드백 반영이 미흡했다고 인정했다. 지난달 회계연도 2025년 2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토토키 히로키 사장은 “콘코드가 출시되기까지 개발부터 서비스까지 부서 간 협력이 원활하지 못했다”며 “사용자가 게임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평가할 창구가 더 필요하다”고 게임 준비 과정에서 사용자 테스트나 내부 평가가 더 많이 필요했다는 게임의 실패 원인을 언급했다.

다양성 이전에 사용성을 중시해야

결국 콘코드는 게임의 UI·UX 디자인과 사용자 중심 설계, UX 리서치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예시이자, 모든 게임 업계에 사용성의 중요성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경고였다. 게임은 정치적 올바름과 다양성을 내세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중요한 사용성을 간과한 것이다.

과거 <게임 유저 리서치: 더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한 사용자 조사 방법>의 저자 스티브 브롬리는 이런 상황을 예견하며 경고한 바가 있다. 그는 “게임 개발자들은 자신들이 실제 플레이어들과 얼마나 다른지를 자주 잊어버린다”며 “값비싼 마케팅 활동을 펼친 대형 게임은 첫인상으로 많은 것이 결정되는데, 나쁜 경험은 플레이어를 혼란스럽게 하고 낮은 평점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되면 게임의 실패는 물론 스튜디오의 존립도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게임 UX 디자인과 리서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결국 그의 경고가 점차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남은 질문은 “소니와 게임 업계가 콘코드의 실패로 어떤 교훈을 얻을 것인가?”이다. 소니는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투자자들을 달랬지만, 향후 신작들에서 이런 약속을 실제로 실천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지켜봐야 할 문제다. 앞으로 게임 업계에서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진정으로 게이머들이 원하는 게임을 제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 thoughts on ““이래서 게임도 사용성이 중요” 콘코드의 실패가 남긴 교훈

  1. 으음~! 바로 이!! ARTICLE이야!!!

    콘코드의 사례를 게임 UX 분석 및 개선의 측면에서 정리한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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