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광주에 가두점을?” 광주수완대로점으로 알아보는 무인양품의 로드맵
한국에 맞춘 점포 확장 전략… 성공적인 지역사회 공존 꿈꾼다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무인양품(無印良品)’을 알고 계신가요? 일본에만 650개가 넘는 매장이 있을 만큼 일본을 대표하는 동시에 일본 사람들의 삶 속에 깊게 녹아든 브랜드인데요.
국내에는 현재 43개의 무인양품 매장이 있습니다. 일본에 비하면 적은 숫자지만 무인양품은 공격적인 확장을 통해 향후 일본처럼 촘촘한 전국 유통망을 구축할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갈 계획입니다.
한국과 비교했을 때 일본의 무인양품 점포 분포가 가진 특징은 마치 ‘모세혈관’같다는 점입니다. 어느 도시를 가도, 어디에서나 무인양품 매장을 찾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하죠. 반면 국내의 경우 대부분의 매장이 수도권에 포진해 있고, 지방에 위치한 소수의 매장도 모두 몰에 입점한 형태입니다.
그 가운데 지난 1월 17일, 무인양품이 처음으로 지방에 가두점을 오픈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는데요. 바로 광주에 위치한 ‘무인양품 광주수완대로점’입니다. 왜 무인양품은 지방에 가두점을, 그것도 광주에 연 걸까요? 무인양품 코리아의 강명보 영업본부 본부장을 만나 물었습니다.
제 2의 슬로건을 건 무인양품
광주수완대로점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먼저 무인양품이라는 브랜드를 살펴보겠습니다.
‘대량생산에 대한 안티테제’. 1980년 시작된 무인양품을 설명하는 문장인데요. 당시 일본은 고도성장으로 인해 풍족해진 자본의 영향으로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물건이 늘어갔습니다. 무인양품은 이처럼 부가가치가 계속해서 덧붙여지는 상황을 바라보며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는 철학에 모태를 두고 시작됐습니다.
이 철학은 지금도 유효해서 무인양품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축소된 공정, 간결한 포장 등의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근본적인 철학에 새로운 슬로건이 덧붙여진 건 2021년인데요. 강 본부장에 따르면 ‘제 2의 창업’이라 명명된 새로운 슬로건은 바로 “각 지역에 도움이 되는 무인양품이 되자”였습니다. 단순히 일본의 물건을 수입해 판매하는 게 아닌, 실제 세계 각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브랜드가 되자는 메시지는 일본 시장을 넘어 25개국의 다양한 지역에 진출한 글로벌 브랜드가 된 무인양품의 현주소를 반영한 것이었죠.
간단하게만 생각해봐도 일본에 기반한 제품들은 서구권 국가의 사람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멀게 볼 것 없이 가까운 한국만 봐도 일본과 문화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으니까요. 예로 한국인에게는 당연하지만 외국인에게는 낯설게 느껴지는 게 있으니, 바로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숟가락과 젓가락’입니다. 너무 당연해 우리는 모르지만, 스테인리스로 제작된 숟가락과 젓가락을 쓰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고 하죠. 무인양품은 이러한 특징을 반영해 한국에 판매되는 주방 식기 카테고리에 스테인리스 제품을 추가했습니다.
테스트를 위한 최적의 부지
무인양품이 촘촘한 전국 유통망을 목표로 지방에 매장을 확장하고 있는 것도 같은 슬로건에 따른 움직임입니다. 일본 시장의 수준까지는 미치기 어렵더라도, 한국의 다양한 지역 소비자들이 쉽게 무인양품을 접하고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인 것이죠.
광주수완대로점은 이를 위한 테스트 지점에 가깝습니다. 지방에 처음 선보이는 가두점이다 보니 여러 요소를 고민해야 했는데요. 우선 광주는 140만이 넘는 인구를 보유한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무인양품과 같은 점포의 수가 적은 도시였습니다. 실제 무인양품도 롯데백화점 광주점에 입점한 지점 하나뿐이었습니다.
후보로 선정된 광주의 점포 조건도 긍정적이었습니다. 무인양품은 지방 가두점을 준비하며 건물을 새로 짓는 게 아닌, 기존 건물에 입점하는 형태를 취했습니다. 국내 건축법 상 기존 건물에 입점하는 브랜드가 가용할 수 있는 면적은 300평 이내로 제한됩니다. 따라서 무인양품은 300평 이내 건물 부지 중에서 점포를 선정해야 했는데요.
광주수완대로점이 들어선 점포 위치를 살펴보면, 우선 뒤편에 큰 아파트 단지가 위치해 유동인구 확보에 유리했습니다. 더해서 투썸플레이스, 유니클로와 주차장을 공유하는 클로스터를 형성할 수 있었는데요. 이는 처음 시도하는 지방 가두점에 대한 위험을 일부 상쇄할 수 있는 조건이었습니다. 지방 300평 이내 건물 중 이처럼 긍정적인 조건을 가진 곳은 많지 않았죠.
의류 중심 매장 구성도 주목할 점
의류 중심으로 매장을 구성한 점도 광주수완대로점이 가진 특징입니다. 이 배경에는 앞서 살펴본 건축법 규제가 단초를 제공했는데요. 다양한 상품 카테고리가 있는 만큼, 무인양품이라는 브랜드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최소 500평에 달하는 규모가 필요합니다. 300평은 모든 카테고리를 전개하기에는 턱없이 적었죠. 따라서 무인양품은 주요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매장을 전개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여러 카테고리 중 의류를 중심으로 구성한 건, 그만큼 의류 카테고리에 무인양품이 집중하고 있고, 또 자신 있기 때문입니다. 강 본부장은 이에 대해 “무인양품이 파는 의류는 정말 좋은 제품이라고 자신한다”며 “소재의 소싱 방식 등 차별화된 지점이 많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무인양품의 의류는 여타 의류와 다르게 면 100%로 보온, 통풍 등 다양한 기능을 구현하고 있으며, 의류를 제작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3년 이상 농약이나 화학 비료를 쓰지 않은 토양에서 재배된 오가닉 코튼이나 아프리카 농가를 돕는 아프리카 코튼 등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매장의 구성 또한 주목할 부분입니다. 여타 의류 브랜드 매장이 의류만을 진열하고 취급하는 데 반해, 광주수완대로점은 의류와 관련된 삶의 영역도 함께 포함했습니다. 실제 매장의 제품 진열을 보면 의류를 사서 입고, 세탁하고, 보관하는 일상의 영역에 관련된 제품들이 함께 놓인 걸 볼 수 있습니다. 진열대를 의류로 밀도 있게 채우는 게 매출 측면에서는 유리했겠지만, 해당 매장이 고객의 삶에 실제 도움이 되길 바라는 의도인 것이죠.
국내 점포 확장으로 선한 영향력 확대할 것
무인양품은 광주수완대로점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전국에 점포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2000평이 넘는 가두점, 나무로만 이뤄진 점포 등 일본의 독특한 점포를 시도할 계획은 없는지도 궁금했는데요. 현실적인 규제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300평 이하로 브랜드 점포의 크기를 제한하는 법규와 더불어, 일본에서 건축된 나무로만 이뤄진 점포도 국내에서는 현행 건축법상 불법 건축물에 해당하니까요.
그러나 국내 상황에 적합한 점포 계획은 분명 존재하는데요.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도미넌트 출점 전략’입니다. 특정 지역 중심에 직접 500평 이상의 점포를 개설해 무인양품의 브랜딩을 풍부하게 경험할 수 있는 핵심 매장을 구성하고, 광주수완대로점처럼 특정 카테고리에 특화된 매장들을 거미줄처럼 배치하는 전략이죠. 강 본부장은 이러한 전략을 통해 무인양품이 향후 지속적으로 소비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무인양품 광주수완대로점의 오픈 후 열흘 간의 내부 목표치는 약 1만명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실 방문객 수는 그 두 배인 약 2만5000명에 달했는데요. 강 본부장에 따르면 매출 역시 목표 대비 200%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국내 건축법의 법제적 한계 속에서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유의미한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 강 본부장은 더불어 무인양품은 광주수완대로점을 시작으로 본사 주도가 아닌 지방의 각 점포가 중심이 돼 지역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전개해나갈 것이란 포부를 전했습니다.
실제 일본의 무인양품은 고령자 중심 마을의 매장 한편에 지역 주민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커뮤니티 시설을 배치하거나, 매장에 간단하게 건강검진을 실시할 수 있는 코너를 배치하는 등 지역 사회에 도움이 되기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국내 무인양품 또한 현재 소상공인과 함께 진행하는 ‘연결되는 시장’ 등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위한 활동을 진행 중이며, 향후 확장이 예정된 각 지역의 점포를 중심으로 일본 수준의 선한 영향력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 시작이 될 광주수완대로점의 첫 단추를 잘 꿰었으니, 향후 2030년까지 예정된 로드맵을 무인양품이 어떻게 만들어 갈지 주목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