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만 하는데 왜 즐겁지? UX 관점에서 본 ‘데스 스트랜딩’의 재미
당신이 이 게임에서 배달만 해도 재미있는 이유

“도대체 왜 재밌는거야?”
지난 2019년 <데스 스트랜딩> 게임이 첫 출시되고, 올해 후속작 <데스 스트랜딩2 온 더 비치>가 출시될 때까지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일 겁니다. 이 게임 시리즈에선 빠르게 적들을 연속으로 처치하거나, 로봇을 타고 우주에서 싸움을 벌이거나, 칼 한 자루를 들고 신화 속 적들을 상대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무거운 짐을 가지고, 거친 산을 오르거나, 협곡을 건너고, 강을 지나쳐 의뢰받은 물품을 최대한 파손 없이 안전하게 목적지로 배송하는 것이 목표죠.
일견 지루하고 반복적인 ‘배달 시뮬레이터’ 게임처럼 보이지만, 게임을 직접 해본 유저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읍니다. “이상하게 재미있다”고 말이죠. 물론 “게임하는 데 이유가 어딨어! 그냥 하는 거지!!”라고 말할 수 있지만, UX의 세계엔 그냥이란 없습니다. 모든 경험엔 모름지기 그에 따른 원인과 결과가 있는 법이죠. 그렇다면 <데스 스트랜딩> 시리즈의 독특한 몰입과 재미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이번 글에선 배달 시뮬레이터라고도 불리는 <데스 스트랜딩> 시리즈가 왜 재미있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낼 수 있었는지, 또 UX 디자이너들은 <데스 스트랜딩> 게임에서 어떤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지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불편함을 전략화해 재미를 부여한 데스 스트랜딩

<데스 스트랜딩> 시리즈에서 가장 인상적인 특징은 걷기조차 쉽지 않게 만든 이동 시스템입니다. 사용자가 짐을 어떻게 배치하고 조작하느냐에 따라 주인공 샘 포터 브리지스는 걷는 것조차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배송물품들을 균형 있게 적재하지 않으면, 쉽게 균형을 잃고 넘어질 수 있으며, 험난한 지형에선 단순 뛰기 역시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비탈길이나 험한 지형에선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버튼을 꾹 누른 채로 이동해야 하죠.
이외에도 유저들은 출발 전부터 이동 루트를 고려해 장비를 갖춰야 하고, 지형을 잘 파악하고, 길을 찾아서 적들을 피해야 하며, 아이템을 시의적절히 활용해 장애물을 넘고, 험난한 환경과 날씨에 짐들이 파손되지 않게끔 관리해야 하는데요.
심지어 편리하게 정보가 정리된 HUD(헤드업디스플레이)도 없고, 미니맵조차 제한적입니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유저들은 시스템이 아닌 눈으로 지형을 관찰하고, 함께 동행하는 아기인 BB의 울음소리와 주변 환경요소들에 집중해 적과 위협을 감지해야 합니다.

UX 디자인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는 기존 게임들에서 자동화돼, 당연함으로 여겨지던 요소들에 인위적인 마찰을 더해 사용자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감정을 환기시키는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데스 스트랜딩은 단순한 이동에도 제약을 부여해 이동이 지루하지 않게끔 설계한 것입니다.
이렇게 이동을 포함한 기본적인 요소에 적절한 장벽과 액션성을 더해 사용자의 집중을 유도하고 성취감을 제공한 결과, <데스 스트랜딩> 시리즈의 유저들은 단순히 목적지에 도달한 것이 아닌, 나만의 방식으로 세계를 해석하고 극복한 경험을 느끼게 되는데요.
실제 영국의 유명 게임 관련 외신 PC Gamer는 “게임에서 마주치는 모든 험준한 지형은 풀어야 할 퍼즐과도 같다. 험하고 예측 불가능한 지형을 신중하게 탐색하고, 길을 선택하는 것은 어렵고 힘들지만, 동시에 엄청난 보람을 안겨준다”고 말하면서 거친 지형과 환경 속에서 나아가는 과정이 게임의 핵심 재미로 작용한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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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된 제약과 성장에 의한 감정 곡선

이처럼 <데스 스트랜딩>은 편리함이 아닌 재미를 가장 1순위로 생각하는 게임 UX 디자인의 특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이며, UX 디자인이 단순히 편리함만을 추구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이 시종일관 불편하다면 아무리 성취감과 재미를 위한 어려움이라 하더라도 사용자의 반발이 발생합니다. 그저 고통받고 힘든 경험을 위해서 게임을 하는 사용자는 많지 않기 때문이죠. 이 지점에서 데스 스트랜딩은 이 불편함을 계속 이어가기보단, 유저가 경험을 체득하고,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유도해 몰입과 성취감을 극대화하는 장치로 활용하는데요.

특히 <데스 스트랜딩>은 유저가 이동에 익숙해지고, 배달 노하우를 익혀가거나, 새로운 위협에 마주할수록 지속적으로 새로운 장비나 탈것, 자동화 수단을 순차적으로 제공합니다. 이런 장치들은 초기의 불편함을 극복한 사용자가 스스로 성장하고 자유와 편리함을 얻었다고 느끼게 만드는 핵심 UX 기제라 볼 수 있습니다.
실제 핀란드 알토대학교 연구진은 2023년 발표한 <Understanding the Design of Emotionally Impactful Game Feel> 논문에서 <데스 스트랜딩>을 비롯해 <저니>, <셀레스트> 등 여러 게임들의 UX 설계를 분석하고, 이들이 감정적 몰입을 유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불편하거나, 반복적인 조작을 요구하며, 점진적으로 장비와 자동화 기능을 해금해 편의성과 해방감을 더욱 크게 느끼도록 유도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연결 속 감정을 만들어내는 소셜 스트랜드 시스템

물론 아무리 성장의 재미가 있더라도 주기적으로 행동에 따른 보상이 없다면 유저들은 금세 게임에 이탈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데스 스트랜딩 시리즈는 ‘소셜 스트랜드’라고 불리는 인상적인 멀티플레이 시스템을 활용해 유저들은 연결하고, 피드백 루프 보상 구조를 구축해 사용자 이탈을 방지했는데요.
일반적으로 게임을 진행하면서 멀티플레이라 하면 보통 실시간 전투 협력이나 경쟁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데스 스트랜딩>의 소셜 스트랜드 시스템과 <데스 스트랜딩2 온 더 비치>는 직접 타 플레이어와 만나기보단 간접적으로 서로를 연결하는 비동기 멀티플레이 시스템을 채택했습니다.
시스템의 작동 방식은 간단합니다. 소셜 스트랜드 시스템을 설정하면 유저가 설치한 사다리·등반 로프, 건설한 다리, 도로, 건축물 등이 타 플레이어들의 세계로 자동으로 공유 되고, 이렇게 공유된 구조물 덕분에 험난한 지형과 여정을 무사히 넘긴 유저들은 고마움의 표시로 ‘좋아요’를 누를 수 있죠.

어떻게 보면 단순한 시스템이지만, UX 디자인 관점에서 이 소셜 스트랜드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사용자 경험은 특별합니다. 구조물 하나 하나에 더해진 기억들과 ‘좋아요’ 알림으로 서로를 볼 수 없는 유저들을 연결하고, 정서적 연결감과 피드백 루프 구조를 형성해 감동적이고, 인상적이며, 게임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이용케 하는 경험으로 확장시켰기 때문인데요.
실제 Object Edge의 UI·UX 디자이너 루안 로사(Luan Losa)는 “데스 스트랜딩의 멀티플레이어 요소는 상호작용과 협력에 대한 참신한 접근 방식을 제시했다”며 “직접적인 상호작용이 제한되는 환경에서도 공동체 의식과 상호 협력을 경험하게 한다. 데스 스트랜딩은 경험 공유와 목표를 향한 공동체의 집단적인 노력을 잘 유도한 예시다”라고 말하면서 소셜 스트랜드 시스템을 극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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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함이 UX의 전부일까?
이처럼 UX 관점에서 볼 때 <데스 스트랜딩> 시리즈는 ‘불편함’과 ‘제약’조차 의도적으로 설계해 ‘UX의 본질은 편리함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실험적인 UX 디자인의 집합체이자, 죄악으로 여겨지는 불편함도 사용자 경험을 위해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예시입니다.
실제 UX 전문가들은 게임을 단순히 오락이 아닌 사용자의 감정 흐름, 몰입, 보상 설계 원리를 공부하기 좋은 학습 대상이라고 보고 있는데요. 루안 로사 디자이너는 “데스 스트랜딩은 게임 업계의 창의성과 잠재력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고정관념에 도전하며, 새로운 영역을 탐험할 수 있도록 영감을 불어넣는 게임의 힘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디자이너들에게 게임을 플레이해보는 것을 추천했습니다.
사용자 경험 종합 정보 플랫폼 UX Planet 또한 “UX 디자이너로서 게임 디자인에 대한 이해는 실무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게임들을 분석함으로써 매력적인 경험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며 UX 디자인 역량을 향상시키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디오 게임을 아이디어의 원천이자 학습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비록 <데스 스트랜딩> 시리즈를 비롯한 비디오 게임들이 모든 UX의 정답은 아니지만, 편리함을 벗어나 더욱 본질적인 사용자 경험을 고민 중이거나, 감정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디자이너라면 이번 <데스 스트랜딩> 시리즈는 한 번쯤 분석해 볼 가치가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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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김동욱 (jkkims@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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