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

[기고] AI 시대의 착시, 왜 우리 회사의 성과는 그대로일까?

진짜 AX의 조건: 기업의 체급을 바꾸는 리더의 AX 설계도

(자료=클로드 제작)

※ 해당 콘텐츠는 이주민 이트라이브 대표의 기고를 기반으로 작성됐습니다.

요즘 기업들을 만나면 거의 빠지지 않고 듣는 말이 있다. “우리도 AI 많이 씁니다.” 직원들은 챗GPT로 메일을 쓰고, 회의록을 정리하고, 기획서의 초안을 만든다. 개발자는 코드를 짜고, 디자이너는 이미지를 만들고, 마케터는 카피를 뽑는다. 예전에는 두세 시간이 걸리던 일이 한 시간 안에 끝나는 장면도 이제 낯설지 않다.

필자(이주민 이트라이브 대표) 역시 디지털 기업 이트라이브(Etribe)를 운영하면서 매일 이런 변화를 목격했었다. 그리고 이즈음에서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C레벨들은 묘한 질문이 생길 것이다. AI로 직원들은 빨라졌는데, 회사도 정말 빨라졌을까?

매출은 얼마나 늘었고, 비용은 얼마나 줄었는가. 고객 대응은 얼마나 빨라졌는가. 의사결정에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짧아졌는가. 같은 인원으로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사업의 크기는 얼마나 커졌는가. 이상하게도 재무제표상의 매출은 제자리걸음이고 영업이익률은 전혀 개선되지 않는다. 오히려 AI 솔루션 구독료와 초기 도입 인프라 비용 때문에 IT 관련 지출 예산만 늘어난다. 우리는 분명 남들보다 빠르게 AI를 도입했는데, 왜 기업의 성과는 그대로인 것일까? 이 질문 앞에서는 AI 사용률이나 부서별로 직원들이 정성스레 만든 스킬셋, 에이전트들의 개수가 초라해진다. 나는 이것을 ‘AI 시대의 착시’라고 부른다.

이트라이브도 AI를 적극적으로 쓰는 직원들의 조사와 정리, 초안 작성 그리고 개발 산출물에 도달하는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처음에는 그것을 회사의 AX가 진전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프로젝트 전체를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달랐다. 앞 단계가 빨라져도 중간 산출물에 시간을 쏟고, 결재를 기다리고, 고객의 회신을 기다리는 구조는 그대로라 조직 전체의 속도는 생각만큼 움직이지 않았다. 개인이 AI로 생산성을 높인 것과 기업이 AX를 이룬 것은 서로 다른 문제였던 것이다. 그때부터 ‘직원의 AI 활용 능력’과 ‘회사의 AX 역량’을 구분해서 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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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AX의 함정

글로벌 컨설팅 기업 PwC가 전 세계 95개국 4454명의 CEO를 대상으로 진행한 ‘2026 CEO Survey’에서, AI를 도입하여 ‘매출 증가와 비용 절감을 동시에 달성했다’고 답한 기업은 단 12%에 불과했다. 절반이 넘는 56%의 기업은 뚜렷한 재정적 이점을 보지 못했으며, 심지어 22%의 기업은 AI 도입 비용보다 유지보수 지출이 더 커져 오히려 ‘비용이 늘어났다’고 답했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CIO 코리아가 2026년 국내 IT 담당자 88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1.7%가 AI 성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조사 응답자의 80%가 차·부장급 이상의 의사결정권자였다는 사실이다. 이들이 꼽은 AI 도입의 1위 장벽(33%)은 ‘경영진의 기대와 현실 간의 격차’였다. 이는 ‘실무진의 역량 부족’보다 약 1.7배 높은 수치다.

왜 이런 격차가 발생할까? 시장에 쏟아지는 AI 도입 제안서와 광고 카피들을 유심히 살펴보자. “AI가 관련 업무를 대신 처리해 준다” “수십 개의 자동화 툴로 생산성을 극대화한다” “자동화 에이전트가 인력를 대체한다”며 화려한 수식어로 경영진을 유혹한다. 문제는 이런 제안들이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무엇을 말하지 않느냐에 숨어 있다. 시장에 많은 플레이어들이 AI 도입을 통한 도구의 변화는 이야기하지만, 조직의 변화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기업의 눈을 멀게 하는 ‘가짜 AX’다.

AI 도구를 도입하고 개인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분명 필요한 출발이지만 이를 AX의 종착지로 착각해선 안 된다. 가짜 AX란 업무와 조직은 바꾸지 않고 도구만 얹어놓은 채 그것을 전환이라 부르는 것이다. 경영자는 단순한 IT 툴 도입과 진정한 비즈니스 구조 혁신을 판별할 수 있어야 한다.

증발해 버린 주 8시간

가짜 AX의 함정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시간의 증발’ 현상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2026년 6월, 14개 시장의 화이트칼라 근로자 1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한 ‘AI at Work’ 보고서에 따르면, 현장 직원 가운데 42%는 AI를 통해 주당 평균 ‘8시간(하루 근무 시간)’을 절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꽤 놀라운 숫자다. 한 사람에게 일주일에 하루라는 시간이 새로 생긴 셈이다. 그러나 이 중 절반 이상의 직원이 이렇게 번 시간을 더 중요한 일(핵심 전략 기획, 신규 고객 발굴 등)에 재투자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66%의 직원은 아낀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에 대해 회사로부터 제한적인 지침만 받았거나, 아예 지침을 받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이 현상은 BCG가 이야기한 “AI is reshaping jobs faster than companies are reshaping work(AI는 회사가 업무를 재설계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일자리를 재편하고 있다)”와 맞닿아 있다. 기술과 도구는 최첨단으로 도입되었지만, 회사가 지시하고 평가하는 ‘일하는 방식’은 과거의 관성 그대로 멈춰있기 때문이다. AI로 시간은 생겼지만 이는 성과로 전환되지 않은 채 기존 업무의 여백으로 흩어질 뿐이다.

여기서 개인 생산성과 기업 생산성의 경계가 갈린다. 기업의 성과는 한 사람의 작업 속도가 아니라, 일이 시작되어 고객 가치나 매출, 비용 절감이라는 결과로 끝날 때까지의 전체 흐름에서 만들어진다. 나는 모든 직원들이 AI를 최대한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AI 토큰을 많이 쓰는 사람이 반드시 고성과자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AI 토큰을 적게 쓰는 사람이 AI 시대에 고성과자가 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트라이브가 세운 AX 원칙 중 하나는 직원들에게 양질의 AI 자원을 맥시멈으로 제공하는 동시에, 경영 성과로도 맥시멈으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경영자는 그렇게 확보된 생산성과 역량이 조직의 성과로 이어지도록 일하는 방식과 목표, 업무 구조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즉 AI 시대의 관리는 ‘사용 감독’이 아니라 ‘성과 있는 최대 활용’이어야 한다.

AX는 리더십 이슈다

조직, 문화, 제도가 모두 바뀌어야 하지만 AI 시대에 지금 당장 바뀌어야 할 것은 일하는 방식이다. 맥킨지(McKinsey)의 ‘State 2025 AI of’ 보고서는 “성과에 영향을 주는 수십 개 요인 중 ‘업무 방식의 재설계’가 영업 이익과 가장 강하게 연결된다”고 밝혔다. AI를 IT나 디지털 부서에 맡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려면 C레벨의 관여가 필수적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고성과를 낸 기업들을 분석해 보니, 일을 근본적으로 다시 짠 곳이 3배나 더 많았다.

BCG의 2026년 매출 5억 달러 이상 기업 CEO 대상 조사에서는 그 차이가 약 7배까지 벌어졌다. 더 좋은 도구를 주면 성과는 5% 오르는 데 그치지만, 업무 방식을 재설계하면 25%가 뛰어오른다. 이토록 확실하고 훌륭한 성과 창출 방법이 있는데, 왜 대부분의 기업이 쉽게 시도하지 못하고 있을까? 그 이유는 명백하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실무 직원이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직원이 바꿀 수 있는 것은 주로 도구다. 더 좋은 프롬프트를 만들고, 새로운 AI 서비스를 익히고, 자신의 업무 한두 단계를 자동화할 수 있다. 그러나 보고 체계를 없앨지, 승인 권한을 바꿀지, 부서 사이의 일을 다시 나눌지, AI에게 어디까지 권한을 줄지는 직원 개인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래서 AX는 IT 부서장이 책임지는 ‘기술 이슈’가 아니라 조직의 프로세스를 뒤엎고 새로 판을 짜야 하는, 최고경영진의 결단이 필요한 ‘리더십 이슈’다. 이트라이브가 실제 조직 내에서 AI를 적용하면서 체득한 교훈도 이 지점이었다. 기술이 좋아질수록 오히려 그것을 담아낼 조직과 프로세스의 중요성이 커진다.

가짜 AX와 진짜 AX를 가르는 기준

우리는 지금 꽤 흥미로운 경계에 서 있다. 사람과 AI의 경계이기도 하지만, 더 본질적으로는 ‘AI를 사용하는 회사’와 ‘AI가 실제로 일하는 회사’의 경계다. 후자는 아직 드물다. AX의 성과는 ‘AI 때문에 회사가 무엇을 더 할 수 있게 되었는가’로 판단해야 한다. 보고서를 빨리 만들고, 메일을 자동으로 쓰고, 검색 시간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분명 의미가 있지만 그것이 개인의 편의와 생산성 향상에 머문다면 기업의 변화는 제한적이다. AX가 기업의 성과로 이어지려면 그 효율이 다시 조직의 실행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나는 이를 ‘기업의 체급을 키우는 일’이라고 표현한다. 사람 수를 늘리는 것만이 체급을 키우는 것은 아니다. 같은 조직이 더 많은 고객을 감당하고, 더 빠르게 의사결정하고, 더 높은 품질을 유지하는 것. 이전에는 인력 부족 때문에 시도하지 못했던 새로운 사업까지 수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 AI가 기업에 만들어야 할 변화다. AX를 비용 절감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순간, 그 AX는 가짜에 가까워진다.

이 관점에서 보면 AX의 질문도 달라진다. “이 업무를 AI로 자동화할 수 있는가?”보다 “AI를 활용하면 우리 회사가 이전보다 얼마나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가?”라고 질문할 때, AX는 기업의 체급을 바꾸는 경영 도구가 된다. 나는 향후 기업 경쟁력도 여기에서 갈릴 것이라고 본다. AI를 기존 업무의 효율화 도구로 사용하는 회사와, AI를 통해 조직의 실행 범위 자체를 확장하는 회사 사이의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커질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이 연재 칼럼에서는 단순히 AI 도구를 소개하지 않을 것이다. 이트라이브의 AX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얻은 질문과 생각을 바탕으로, AI가 기업의 생산성, 인력 레버리지, 지식자산, 의사결정, 고객경험, 성장의 공식을 어떻게 바꾸는지 하나씩 살펴보려 한다. 당신의 회사를 한 체급 더 키워줄 진짜 다이아몬드를 찾는 여정에 동참하길 바란다.

이주민 대표 / 이트라이브

2006년 디지털 기업 이트라이브(ETRIBE)를 설립해 20년 간 웹과 모바일, UX·UI, 디지털 플랫폼, 온라인 서비스의 구축·운영 현장에서 기업의 디지털 전환과 고객경험 설계를 담당했다.

최근에는 이트라이브가 개발한 자체 AI ‘데우스엑스 AI(DeusEx AI)’를 중심으로 엔터프라이즈 LLM, RAG, AI Agent, AI 인프라 등 기업용 AI 기술을 실제 업무와 조직 운영에 적용 중이며, 이를 바탕으로 AX 방법론을 연구·실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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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장준영 (zzangit@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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