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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사용 표기했다고 끝이 아니다… 시프트업이 직면한 ‘AI 슬롭’ 논란

스텔라 블레이드가 보여준 생성형 AI 콘텐츠의 경계

“지금 이게 진심이야?”

시프트업이 자사의 최신작, 스텔라 블레이드: 블러드 레인을 홍보하기 위해 공개한 최신 뮤직비디오 영상에 달린 댓글이다. 짧은 한 문장이었지만 이번 영상 공개에 대한 사용자들의 당혹감은 그대로 담겨 있었다.

뮤직비디오 ‘워너 비 인 러브(Wanna Be in Love)’에는 신작의 주인공 이비가 거리를 걷고 쇼핑을 하며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이 담겼다. 그러나 장면이 바뀔 때마다 이비의 얼굴과 체형, 의상 질감이 흔들리고 음식과 간판은 형태를 잃는다. 각각의 장면이 왜 이비와 홍보 영상에 필요한지 설명할 맥락도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시프트업은 해당 영상 공개와 함께 적극적인 시청과 의견 공유를 부탁했지만, 이후 국내외 사용자들과 해외 언론 매체들은 영상을 생성형 AI를 활용한 새로운 마케팅 시도라기보다는 ‘AI 슬롭(AI Slop)’이라며 혹평했다.

이에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는 이비가 AI로 처음부터 만들어진 캐릭터가 아니라 아티스트와 모델러가 1년 이상 작업한 디자인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표현됐다고 해명했다. AI가 인간 창작자의 작업을 대신한 것이 아니라, 개발진이 만든 캐릭터를 렌더링하고 표현하는 과정에 활용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비판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외신과 사용자들이 문제 삼은 것은 원본 캐릭터의 제작 과정이 아니라, 수많은 오류와 부조화가 남은 이번 영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러 국내외 사용자들과 외신들이 이번 영상을 설명할 때 말하는 AI 슬롭은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사람들은 왜 낮은 품질의 AI 콘텐츠에 강한 반발을 드러내는 것일까?

AI 슬롭이란 무엇?

AI를 사용해 양산된 저질 디지털 콘텐츠를 AI 슬롭이라고 일컫는다(자료=셔터스톡)

먼저 AI 슬롭이란 생성형 AI를 활용해 주로 대량 생산되는 저품질 디지털 콘텐츠를 낮춰 부르는 비공식 표현이다. 2024년부터 일부 IT 및 테크 업계 전문가들이 사용하기 시작한 이 용어는, 지난해 말 미국의 메리엄 웹스터 사전이 ‘AI를 사용해 양산한 낮은 품질의 디지털 콘텐츠’로 정의하고 2025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하면서 업계의 주요 키워드로 부상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키워드 부상의 원인으로 부자연스러운 광고 이미지와 가짜 뉴스, 허술한 AI 서적과 영상처럼 표면적으로는 콘텐츠의 형태를 갖췄지만 실질적인 가치는 부족한 결과물이 온라인 공간을 채우고 있는 현황을 지목한다.

제니퍼 개럿 리시 오하이오대 교수는 지난 5월 AI 슬롭을 두고 “의미 없고 더 큰 담론에 기여하지 못하는 콘텐츠”라고 말하면서 “AI가 만들어내는 이런 저급 콘텐츠는 클릭 수를 늘리고 빠르게 확산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도 AI 슬롭에 대한 핵심 의견은 같다. 실제 SK텔레콤은 지난 1월 보고서를 통해 AI 슬롭을 ‘생성형 AI를 사용해 인간의 검수나 창의적 의도 없이 만들어낸 저품질 디지털 콘텐츠’라고 정의하고, AI 슬롭을 알아보는 방법으로 ‘시각적 기괴함’ ‘부주의한 언어’ ‘반복성과 공허함’을 제시했다.

AI 슬롭 특유의 시각적 기괴함 보여

이번 스텔라 블레이드 블러드레인 뮤직비디오 영상 중 음식을 먹는 장면에선 생성형 AI 특징이 드러난다(자료=워너 비 인 러브 영상 갈무리)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이번 스텔라 블레이드 블러드 레인의 뮤직비디오 영상을 AI 슬롭이라고 부르고, 거부감을 넘어 반발까지 드러내고 있는 것일까?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여러 사용자와 외신, 전문가들이 가장 공통적으로 지목하는 지점은 이번 영상의 ‘시각적 기괴함’이다.

실제 이번 영상에선 캐릭터의 슈트 일부가 나타났다가 사라지거나, 음식이 녹아내리거나, 자판기나 책의 글자가 알아볼 수 없는 기호로 변하는 등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AI 특유의 오류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러한 문제는 사용자에게 기괴함과 불쾌감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낮은 완성도에 따른 검수 부재 비판으로까지 이어졌다.

특히 미국 샌프란시스코 기반 로펌 Gamma Law의 마쓰무라 유타카 비즈니스 매니저는 이번 영상을 두고 “카메라가 전환될 때마다 이비의 얼굴과 체형, 의상 질감이 미세하게 달라지는 생성형 AI 특유의 시각적 마찰이 두드러진다”고 분석했으며, “후반부 시프트업 개발팀이 AI가 생성한 이비에 메이크업을 입히고 촬영 현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포함돼, 오히려 불쾌한 계곡을 더욱 강조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족한 맥락과 공허한 구성이 불러온 신뢰 붕괴

맥락을 알 수 없는 공허한 영상 구성도 혹평의 원인이 됐다(자료=워너 비 인 러브 영상 갈무리)

의도를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맥락이 부족하고 공허한 영상 구성도 사용자 반발의 원인이 됐다. 실제 이번 영상에선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을 비롯한 한국 음식을 먹고, <케이팝 데몬 헌터스> 키링을 구매하는 등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하는 한국 문화 관련 요소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하지만 각각의 장면이 캐릭터나 게임의 설정, 노래의 내용과 어떤 관계를 갖는지는 영상에서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일부 사용자들 사이에선 영상에 한국을 상징하는 소재가 반복되고 게시물에는 K-POP 해시 태그까지 붙었지만, 정작 삽입곡은 일본어 가사로 구성된 점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실제 유명 게임 관련 외신 PC 게이머도 이 같은 문제를 직접 지적했다. 몰리 테일러 PC 게이머 프로듀서는 이번 노래와 영상을 두고 “영혼이 전혀 없고, 스텔라 블레이드 블러드레인과 작품의 세계관과 조금도 관련이 없어보인다”며 “게임, 게임의 주제, 그리고 게임이 보여주려고 했던 모든 시각적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훼손하고 형편 없는 비주얼과 사운드를 내세워 시프트업이 지금까지 쌓아왔던 모든 호감을 완전히 무너뜨렸다”고 혹평하며 이번 영상의 문제를 지적했다.

한편 이런 사용자의 반응과 전문가 분석은 AI 슬롭 관련 연구 결과와도 맞물린다. 실제 지난 3월 국제 학술지 Frontiers in Psychology에 게재된 연구 논문 <AI 환각이 AI 생성 영상에 대한 사용자 신뢰와 행동 의도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메커니즘: S-O-R 관점>에서 청주대학교, 푸젠공과대학, 퉁화사범대학교 공동연구진들은 408명을 대상으로 오류 수준이 다른 AI 생성 영상을 보여주고 반응을 분석한 결과, 생성형 AI 영상의 주요 문제를 화면 왜곡 현상을 넘어 “비정상적인 객체 형태나 일관되지 않은 서사, 논리 구성”까지 정의했다.

특히 연구진들은 “영상의 앞뒤가 논리적으로 맞고 하나의 맥락으로 이어진다고 느끼는지가 신뢰 형성에 훨씬 중요했다”며 “기본적인 논리적 규칙의 일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각 품질을 높이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제언함과 동시에, 오류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이용자의 신뢰가 점진적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장의 AX 가능성과 함께 과제도 선명해져

AI가 도입되는 게임 마케팅 현장의 변화와 과제를 동시에 보여준 스텔라 블레이드 뮤직 비디오(자료=워너 비 인 러브 영상 갈무리)

한편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영상에 대한 호불호를 넘어 실무적인 관점으로도 이번 사건을 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게임 산업 분석가 아리엘 와그너는 이번 사태를 두고 “이번 문제는 하나의 뮤직비디오에 그치는 일이 아니다. 신기술을 도입할 때는 그 기술의 장점뿐만 아니라 한계점까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주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생성형 AI가 아직 인간의 판단과 아트 디렉션, 감정의 미묘한 차이를 대신할 수 없음에도, 시프트업이 한계를 과소평가한 결과가 이번 반발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이번 논란이 게임 마케팅 제작 현장의 AX 변화를 보여준다는 의견도 있다. 안드레스 에스코토 505게임즈 소셜 게임 마케터는 “이번 영상은 AI가 실험 단계를 넘어 제작 워크플로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는 신호”라며, AI가 스토리보드와 마케팅 에셋 반복 제작, 현지화, 플랫폼별 콘텐츠 변형과 캠페인 제작 등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그는 “AI는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지만 어떤 이용자를 대상으로 할지 정의하거나 게임을 포지셔닝하고, 어떤 감정적 판타지를 전달할지 결정할 수는 없다”며 “실행이 빨라지고 쉬워질수록 전략은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사건이 실무자에게 던지는 질문은 어디까지 AI에 맡기고, 어디까지 인간이 판단하고, 책임질 것인가에 가깝다. 이번 영상에 대한 반발처럼 생성형 AI가 아이디어 발상과 제작, 반복 작업의 속도를 높여줄 수 있는 만큼 이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 것인지 결정하는 기획과 아트 디렉션, 결과물의 오류와 맥락을 걸러내는 검수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마쓰무라 매니저는 생성형 AI가 보편화될수록 오히려 인간의 창작과 판단이 갖는 가치가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누구나 몇 초 만에 아름다운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기 때문에, 인간이 시간과 창의성을 들여 만든 ‘공들인 결과물’의 희소가치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며 “시프트업이 이번 커뮤니티의 피드백을 받아 앞으로 게임 개발과 마케팅에서 어떻게 ‘AI와 인간미의 균형’을 되찾아갈지 게임 업계 전체가 주시하게 될 사례”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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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김동욱 (jkkims@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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