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0만 조회수’ 배민 캠페인, 왜 하필 ‘영수증’이었을까?
브랜드가 아닌 고객이 직접 말하는 캠페인

지난 10월 초 공개된 배달의민족 신규 캠페인 반응이 뜨겁습니다. 18일 만에 유튜브 영상 조회수 530만을 기록했고, 댓글도 감동적이라는 목소리로 가득합니다. “따숩다 너무 따숩다” “울컥했다가, 슬며시 웃음도 났다가… 다들 힘내고 파이팅” 같은 식입니다.
해당 캠페인 제목은 ‘요청하신 하루가 배달되었습니다’. 배달의민족 앱 주문내역에 적힌 실제 고객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제작된 브랜드 캠페인인데요. “기숙사에 있는 아픈 딸에게 따뜻하게 전해주세요” “저 오늘 헤어졌어요. 아주 맵게 해주세요”처럼 요청사항에 담긴 솔직한 이야기를 엮어낸 점이 특징으로, 배달의민족 내부에선 올해 가장 성공한 캠페인이라는 평가까지 나옵니다.
이처럼 소비자를 사로잡는 데 성공한 이번 프로젝트. 그런데 왜 하필 영수증이라는 소재에 주목한 걸까요? 프로젝트를 담당한 이태호 우아한형제들 CI팀 팀장에게 기획 의도와 제작 과정, 시행착오를 물었습니다.
AI 영상 넘치는 때, ‘사람 냄새’가 필요했다
영수증 프로젝트의 시작은 인간미라는 키워드였습니다. 이 팀장은 “AI로 그 어느 때보다 영상 만들기가 쉬워졌지만, 그 결과 많은 영상이 ‘인간다움’을 잃어가는 시대가 된 것 같다”며 “음식의 따뜻한 온기를 전달하는 배민이기에 인간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고 밝혔는데요.
배달의민족만이 전할 수 있는 인간미란 무엇일까. 고민 끝에 떠올린 건 영수증 속 고객 요청사항이었습니다. “벨 누르지 말아주세요” “치킨무 빼주세요” 같이 평범한 문구만 있을 것 같던 요청사항란에는 의외로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이 팀장은 “영수증을 매개로 편지를 쓰듯 말을 건네는 사람들의 요청사항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며 캠페인을 통해 이를 온전히 보여주기로 결정합니다.
“이번 캠페인의 목표는 영상을 본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었어요. 그 공감이야말로 배민이 지향바는 바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고 생각했거든요. 배달 앱을 쓰는 순간, 우리는 자신의 이야기도 건네고 있었다는 사실을 고객들이 알아차리길 바랐습니다.”
“눈비도 맞아봐야” ‘배달하는 디자이너’의 배민 라이더웨어 개발기
김관우 우아한청년들 라이더디자인TF팀 팀장 인터뷰
평범한 사연부터 배치해 공감 자아내
월간 활성 사용자수(MAU) 2000만명이 넘는 국내 1위 배달 앱입니다. 수많은 주문 요청사항 중 영상에 담을 문구를 고르는 일도 만만치 않았는데요.
이 팀장은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진한 이야기인가?”라는 질문을 선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전 국민이 쓰는 서비스인 만큼, 모든 연령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사연을 골고루 선택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죠.
그렇게 선택된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 초밥에 도전하는 아이를 위해 와사비를 빼달라는 부모의 요청, 재수가 결정돼 속상하다는 한 수험생의 토로, 역대급 더위에 사장님의 건강을 걱정하는 단골의 한 마디, 할아버지의 항암치료 전 마지막 바깥 음식을 주문하는 손주의 사연까지 모두 보는 이의 마음을 자극하는 ‘찐한 스토리’입니다.


다만 걱정되는 점도 있었는데요. 영상 처음부터 묵직한 사연을 들이밀면 자칫 시청자들에게 거리감을 줄 수도 있었습니다. 이에 평범하고 가벼운 사연부터 배치해 공감을 이끌어낸 뒤 점점 깊은 사연을 보여주는 식으로 캠페인을 설계했죠.
그 덕일까요. 영상 댓글엔 “나도 그런 적이 있다”며 본인의 사연을 공유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시청자의 심리적 장벽을 허물기 위해 선택했던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입니다.
“제작 중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시청자가 사연을 믿어줄지였습니다. 저희야 진짜라는 걸 알지만, 처음 보는 시청자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누구나 작성해봤을 평범한 요청으로 시작했습니다. “국물은 따로 빼주세요” 같은 걸로요. 그러다 “와사비 빼주세요”라는 문장이 나오고 뒤이어 “아이의 첫 초밥 도전입니다”라는 내용이 이어집니다. 그 순간 시청자는 영수증 속 요청사항이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내밀한 이야기임을 이해하게 되는 거죠.”
고객의 입으로… ‘올해 가장 성공한 캠페인’
영상의 반응은 뜨겁습니다. 특히 배달의민족에서 고무적으로 여기는 건 ‘530만’이라는 조회수보다도 자발적인 확산이 이뤄졌다는 사실입니다. 이 팀장은 “특별한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수십 개의 웹매거진과 인플루언서 계정이 영상을 소개했다”며 팀 안에서는 “올해 한 가장 성공한 캠페인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이 팀장은 “‘인터넷을 보면 한국인들 대부분이 화나 있구나 싶은데, 이 광고를 보고 나니 현실 속 우리는 참 따뜻하구나’라는 댓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그 어느 때보다 세상이 차갑다는 말이 많은 요즘, 영수증 캠페인을 보는 순간만이라도 뜨끈한 음식 냄새만큼 진한 ‘사람 냄새’를 느껴보셨으면 한다”고 전했습니다.


배달의민족이 캠페인 제작 과정에서 영감은 받은 광고가 있는데요. 일본 포카리스웨트입니다. 특수 자판기와 카메라를 설치해 고등학교의 일상을 365일 동안 기록한 프로젝트인데요. 학생들의 자연스러운 감정을 포착해 브랜드의 핵심 메시지인 청춘과 땀을 진솔하게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최종석 배달의민족 브랜딩 부문 총괄은 지난달 말 링크드인 계정을 통해 배민영수증 프로젝트 제작 비화를 밝히며 “(일본 포카리스웨트 캠페인은)다소 슴슴한 광고였는데 개인적으로는 어떤 기획보다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브랜드는 그냥 거기 있고 사용자들이 말을 한다. 새로 론칭한 제품이나 브랜드가 흉내낼 수 없는 저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배민영수증 프로젝트는 브랜드가 본인의 이야기를 직접 말하는 대신 오랜 기간 축적된 사용자의 목소리로 캠페인을 꾸몄고, 그 결과 큰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현재 배달의민족은 후속 캠페인을 준비 중입니다. 미처 담지 못한 사연이 많기 때문이죠.
“재미난 사연이 정말 많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고 살아있는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가려 해요. 이번에 감동을 드렸다면 다음엔 재미도 드리고, 그야말로 ‘인생’을 이야기하는 캠페인으로 키워가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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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서는 두 번째 장에서 결정납니다 [기획의 기술 ②]
목차는 순서가 아니라 지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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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장준영 (zzangit@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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