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 디자인’ 원칙으로 살펴본 PS5 액세스 컨트롤러 UI·UX
소니는 왜 게임 패드를 둥글게 만들었을까?
장애는 언제나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찾아온다. 실제 세계 보건기구 (WHO)의 ‘세계장애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중 15%가 크고 작은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물론, 후천적으로 장애를 가지게 된 사람도 게임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자유가 있다. 문제는 이렇게 장애를 가지게 된 사람들이 게임을 하기에는 다소 애로 사항이 있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기존의 컨트롤러나 키보드, 마우스가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일반 사용자를 전제로 두고 디자인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2형 근위축증을 앓고 있는 피츠버그 대학생 그랜트 스토너는 외신 CNN과 인터뷰에서 “학교 행사나 스포츠 행사에 참가할 수 없기 때문에 게임을 통해 가족 및 급우와 유대감을 형성했다”라며 장애인에게 있어서 게임의 중요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지난 수년 동안 게임 업계는 접근성과 포괄성이 낮아 악명 높았다”라고 불편을 호소했다.
다행히도 이러한 상황 속에서 게임 업계가 마냥 손을 놓고 있지만은 않았다. 30년 가까이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 시리즈를 개발·유통하고 있는 소니가 새로운 디자인의 게임 패드인 ‘플레이스테이션5(PS5) 액세스 컨트롤러’를 오는 12월 시장에 내보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소니의 새로운 게임 컨트롤러는 어떤 UI·UX 디자인 갖추고 있을까? 장애를 넘어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라는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유니버설 디자인’ 원칙을 통해 플레이스테이션5 액세스 컨트롤러를 미리 들여다본다.
제품, 시설, 서비스 등의 개발에 있어서 사용자가 성별이나 나이는 물론 장애나 언어 등의 요인으로 제약 받지 않도록 설계하는 UI·UX 디자인 원칙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척수성 소아마비에 시달린 미국의 건축가인 로널드 메이스가 ‘모든 나이와 능력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나타내기 위해 용어를 만들었으며, 노스캐롤라니아 주립 대학교가 미국 교육부의 국립장애재활연구소 후원을 받아 7개의 원칙을 만들었습니다. ‘동등한 사용’ ‘사용 유연성’ ‘손쉬운 이용’ 등이 포함된다.
360도 원형 디자인

이번 플레이스테이션5 액세스 컨트롤러를 보았을 때 가장 먼저 시선이 집중되는 곳은 바로 360도 원형 형태의 디자인일 것이다. 그동안 많은 형태의 컨트롤러가 나타나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그 결과 현대의 게임 콘솔 패드 컨트롤러는 브랜드를 막론하고 어느 정도 모두 공통된 디자인 요소를 갖추게 됐다.
양손 사용을 전제로 두고 잡을 수 있게 마련된 양옆의 손잡이 그립, 한 쌍의 조이스틱, 십자 모양으로 교차 배치된 버튼 등이 대표적인 예시다. 문제는 이렇게 발전한 컨트롤러는 신체에 장애가 없는 사용자를 전제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열 손가락 모두를 사용해 작은 버튼을 빠르고 정확하게 동시에 입력하기를 요구한다.
하지만 이번 플레이스테이션5 액세스 컨트롤러는 상술한 디자인을 계승하는 대신 360도 원형 컨트롤러라는 독특한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이런 원형 디자인 도입을 통해 사용자는 360도 어느 방향에서도 쉽게 버튼을 누를 수 있으며, 손이 작거나 선천적·후천적 요인으로 인해 손가락의 움직임이 제한된 사용자도 문제 없이 컨트롤러를 조작할 수 있어 최종적으로 더 몰입감 높은 게임 경험이 가능하다는 것이 소니의 설명이다.

장애인만이 아니라 모두가 평등하게 사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디자인을 목표로 하는 유니버설 디자인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사용자에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접근해 사용하는 것, 즉 신체에 장애가 있는 사용자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원형 형태 디자인은 유니버설 디자인의 첫 번째 원칙인 ‘동등한 사용(Equitable use)’에 충실한 디자인으로, 접근성과 편의성 그리고 더 나아가 만족도 높은 사용자 경험(UX)을 실현하겠다는 고심이 담겨 있다.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대형 버튼과 조이스틱

소니는 지난 2018년 플레이스테이션5 액세스 컨트롤러 시제품을 처음 선보였을 때부터 지금까지 수년 동안 ‘자신만의 게임 플레이 경험을 만들 수 있는 캔버스’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표현처럼 사용자는 컨트롤러의 버튼 키캡을 교체해 버튼의 높낮이나 크기를 바꾸는 것은 물론, 아날로그 스틱은 스틱 캡 교체 외에도 확장암의 길이를 조절해 자신에게 가장 편안한 거리에 배치하는 등 자신의 신체에 맞게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커스터마이징 지원은 ‘개인화(Personalized)’라는 최신 디자인 트렌드는 물론, 유니버설 디자인 7원칙 중 두 번째인 ‘사용 유연성(Flexibility in Use)‘에 기반한 디자인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오랜 시간 사용자가 신체에 맞게끔 여러 사용 방법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방식을 선택해 정확성과 정밀성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요컨대 사용자의 개인 선호나 장애, 능력에 맞춰 맞춤 설정할 수 있도록 유연한 디자인 설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컨트롤러 개발에 참여한 모리모토 소 디자이너는 “우리는 플레이어가 직접 레이아웃 구성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했다”며 “본 제품은 다양한 조합을 유연하게 수용할 수 있기에 단일 폼 팩터를 제공하는 대신 플레이어가 직접 디자인을 완성할 수 있다”라고 특징을 소개했다.
맞춤형 설정과 프로필 전환을 통한 UI·UX 경험

얼핏 보면 소프트웨어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디자인이 끼어들 만한 구석이 없어 보이는 게임 패드 주제의 이야기지만, 이번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5 액세스 컨트롤러를 위한 새로운 UI 디자인까지 준비했다.
전용 UI를 통해 사용자는 본격적인 조작에 앞서 버튼 매핑, 토글 여부, 중복 버튼 입력, 민감도, 데드존 등을 선택할 수 있다. 기존 UI와 달리 선호하는 사용 방향까지 지정이 가능하다. 이러한 설정을 통해 사용자는 한 번만 눌러도 다중 입력이 되도록 하거나, 심지어 버튼을 모두 비활성해 실수로 눌리지 않도록 할 수 있으며, 하나의 버튼에 두 개의 명령을 매핑해 더 사용자 친화적인 환경을 설정할 수도 있다.
또한 이렇게 선택한 컨트롤러 설정값은 최대 30개의 컨트롤 프로필로 만들어 저장한 후, 액세스 컨트롤러에만 존재하는 전용 버튼을 눌러 빠르게 프로필을 전환할 수 있다.

소니의 신규 프로필 UI 지원은 피로를 최소화하고 좀 더 효과적이며 안전하게 사용되어야 한다는 유니버설 디자인의 원칙인 ‘적은 물리적 노력(Low Physical Effort)’ 에 기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런 프로필 저장 기능을 통해 사용자는 기존보다 더 적은 노력을 들이면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소니 역시 액션 게임에 특화된 컨트롤 프로필과 레이싱 게임에 특화된 프로필을 사전에 제작하고, 신체에 장애가 있음에도 간편하게 프로필 선택만으로 게임에 맞춰 컨트롤러 조작 방식을 바꾸는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 외 세심한 배려

상술한 주요 특징 외에도 플레이스테이션5 액세스 컨트롤러는 여러 작은 요소에서도 소니의 세심한 배려가 묻어 난다. 휠체어 사용률이 높은 사용자를 위한 휠체어 트레이에 부착할 수 있는 마운트 지원, 산업 표준 확장 포트를 통한 기존 액세서리 호환 등이 작은 접근성 배려 요소의 대표적인 예시다.
비록 관점에 따라 작고 사소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런 작은 요소라도 쌓이면 사용자에게 있어서 큰 편리함과 배려로 느껴질 수 있는 법이다. 실제로 외신 CNET은 체험 기사에서 “이 컨트롤러는 테이블뿐만 아니라 휠체어 트레이에도 설치할 수 있습니다”라는 부제를 사용하며 소니의 세심한 배려를 호평했다.

심지어 이번 플레이스테이션5 액세스 컨트롤러의 경우 패키지 박스 포장까지도 편의성과 접근성을 고려해 만들어졌다. 세심하게 설계된 패키징 덕분에 좌우에 위치한 고리를 당기기만 하면 누구나 쉽게 박스를 개봉하고 컨트롤러를 꺼낼 수 있다는 것이 소니의 설명이다.
마치며

첫 발표 이후 5년이 넘는 개발 기간을 가진 플레이스테이션5 액세스 컨트롤러는 마침내 오는 12월 6일 79.99달러의 가격으로 출시될 예정으로, 장애인 관련 비영리 단체와 게임 업계의 반응은 벌써부터 긍정적이다.
마크 바렛 에이블 게임즈 설립자이자 전무이사는 “장애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사용자와 게임 사이의 격차를 해소해주는 혁신”이라고 호평하며 게임 업계의 더 많은 접근성 디자인 도입을 독려했다.
이와 같은 반응은 UX 디자인이 사회 전체의 발전을 위한 중요 요소 중 하나이며, UX 디자이너가 사용자에게 있어서 편리함뿐만 아니라 즐거움까지 제공하며 세상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음을 증명하는 예시이기도 하다.
뛰어난 디자이너는 언제나 항상 미래를 생각하며 디자인을 하는 법이다. 최근에는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역시 점차 UI·UX 접근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매년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주최 하에 유니버설 디자인 공모전이 진행되는 만큼, 흐름을 읽고 미리 변혁을 준비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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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김동욱 (jkkims@ditoday.com)
- 섬네일손 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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