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결국 현실로?” UI·UX 디자인 관점으로 본 아고다의 다크패턴 논란
방통위는 왜 아고다에 칼을 빼들었을까?
“방통위가 결국 아고다에 칼을 빼들었습니다”
최근 여행 업계가 방송통신위원회의 발표로 떠들썩하다. 방통위가 오랫동안 많은 여행객들이 문제를 호소해오던 글로벌 여행 플랫폼 ‘아고다’에 문제 소지가 있다고 보고 사실 조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방통위의 사실조사는 통상 사업자에 실태점검을 진행한 후 법적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이뤄진다. 즉, 이미 방통위가 한차례 점검 결과 문제 소지가 있다고 본 것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아고다가 요금 결제, 환불 과정 등에서 이용자 피해를 야기하는 부분이 있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의 주요 쟁점은 요금을 바로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후지불’ 옵션 선택 시 5%의 수수료가 부가되는 것을 고지하지 않은 문제, 복잡하고 까다로운 환불 절차, 동일 가격이 유지됨에도 ’20분간 가격 유지’ 등의 문구를 통한 사용자 기만 총 3가지다.
아고다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 곳은 여행객들과 방통위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많은 UI·UX 디자이너가 아고다의 디자인을 지적해왔다. UI·UX 디자인 관점서 봤을 때 아고다의 다크패턴 디자인은 위법 소지가 있을 정도였고, 결국 과도한 다크패턴 사용을 통한 수익 추구 전략이 화를 불러왔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UI·UX 디자인 관점에서 아고다의 디자인엔 어떤 문제가 있었던 걸까? 이번 글에선 아고다의 다크패턴 논란에 대해 살펴본다.

?다크패턴이란?
다크패턴은 2010년 영국의 UX 디자이너 해리 브리그널이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속이는 유형의 디자인’을 모아 정립한 UI·UX 디자인이다. 당시 그는 다크패턴에 대해 ‘사용자를 속여서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세심하게 만들어진 UI’라 설명했다. 2024년 현재 공정위는 다크패턴을 ‘사업자가 소비자의 착각과 부주의를 유발해 불필요한 지출을 요구하는 행위 또는 디자인’이라 정의하고 있다.
아고다의 다크패턴
✅ 아고다의 압박형 다크패턴- 사용자를 재촉하는 문구들
아고다에서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다크패턴은 다른 소비자의 활동이나 낮은 재고 상황을 반복해 알리거나, 구매 가능 시간을 제한해 소비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못하게끔 방해하는 디자인이다.



실제 아고다는 숙소를 검색하면 ‘이 요금 객실 4개 남은’ ‘사이트 객실 판매 완료’ ‘아고다에선 n분 마다 숙소가 예약되고 있습니다’ 등의 문구를 사이트 곳곳에 배치하면서 사용자에게 빠른 구매 결정을 요구한다.
하지만 이것은 이번 방통위뿐만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표적인 다크패턴이라고 정의하고 있는 요소다. 공정위가 발행한 <온라인 다크패턴 자율관리 가이드라인>에선 반복 간섭, 시간제한 알림, 낮은 재고 알림, 다른 소비자의 활동 알림 등을 압박형 다크패턴 범주로 규정하고 있다.
✅ 아고다의 방해형 다크패턴-까다로운 환불
대표적인 다크패턴 중엔 고의적으로 사용자의 과업 달성을 방해하고, 피로감을 유발해 특정 행동이나 선택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디자인도 있다. 공정위는 이런 디자인을 ‘방해형 다크패턴’이라고 규정한다.
아고다의 경우 환불 서비스에서 방해형 다크패턴을 찾아볼 수 있다. 일부 호텔 및 항공권은 예약 후 이유 불문 취소가 불가능하거나, 자체 플랫폼 내 취소 서비스가 아닌 이메일이나 전화 상담을 통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환불 및 취소 경험이 일관적이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더 나아가 고객센터가 수차례 전화를 받지 않고 메일도 답변이 없어 포기했다는 사용자 후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으며, 전 세계 아고다 고객센터 전화번호가 종류별로 정리된 환불 공략글까지 존재한다. 실제 지난해 많은 여행객이 아고다 사용 후 숙소와 항공권 취소·환불·변경 서비스를 받지 못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주요 플랫폼별 피해구제 신청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아고다 관련 피해 신청 건수는 324건으로, 이는 다른 온라인 여행 플랫폼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 아고다의 편취형 다크패턴①-숨은 5% 수수료

이번 사실조사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사용자가 후지불 옵션 선택 시 5%의 수수료가 부과되는 것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아고다는 사용자가 ‘후지불 옵션’을 선택하면 객실 요금이 예약 확정일이 아닌 특정일에 결제되기 때문에 부담 없이 예약하라고 권유하고 있다.
문제는 아고다가 ‘요금에 미치는 영향 자세히 보기’ 테스트 박스에 후지불 옵션 선택 시 최대 5%에 달하는 수수료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는 약관을 숨겨 놓았다는 점이다. 보통 수십만원 이상의 금액이 숙박료로 책정되는 해외 숙소의 경우 적지 않은 금액이 수수료로 발생할 수 있는 요소다.

✅ 아고다의 편취형 다크패턴②-숨은 세금과 봉사료


또한 아고다의 기본 가격에는 세금 및 봉사료가 제외돼 있다. 세금 및 봉사료가 제외된 해당 가격은 첫 검색에 이어 숙소 요금 선택 화면서도 계속 유지되다가 마지막 최종 결제 페이지에서만 바뀌기 때문에 많은 사용자가 변경된 결제 금액을 놓치기 쉬운 디자인 구조라 할 수 있다.
<온라인 다크패턴 자율관리 가이드라인>에선 이와 같이 소비자가 알아채기 어려운 인터페이스 등을 통해 비합리적이거나 예상치 못한 지출을 유도하는 행위를 편취형 다크패턴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공정위는 구체적인 예시로 이번 아고다 사례 같은 ‘숨은 가격 갱신’ ‘순차 공개 가격 책정’ ‘몰래 장바구니 추가’ 등을 꼽고 있다.
정부의 다크패턴 규제

이번 아고다 사실조사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예약 및 환불 과정에서의 불공정한 요소가 발견될 경우, 아고다는 국내 규정에 따라 제재를 받을 수 있으며, 위법 사항이 확인될 경우 연 매출액의 최대 1%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방통위는 신속한 조사를 통해 법 위반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고, 적발 시 엄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통위가 해외 서비스에 대해 다크패턴 규제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20년 방통위는 유튜브를 대상으로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가 월 구독취소 및 환불 정책 등 중요 사항을 고지하지 않고 정당한 사유 없이 해지권리를 제한했다며 과징금 8억6700만원을 부과했다.
이외에도 방통위는 지난해 2월에 발표한 ‘2023년도 업무계획’에서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행위 대응을 위해 플랫폼 사업자의 다크패턴 등 신유형 피해 대응을 위한 규제체계 정비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적극적인 다크패턴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크패턴 규제를 위해 움직이는 곳은 방통위뿐만이 아니다. 공정위 또한 국내 다크패턴 디자인 규제에 앞장서고 있다. 실제 공정위는 지난해 4월 ‘온라인 다크패턴에 대한 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다크패턴을 4가지 유형과 19개의 세부 유형으로 분류하고 규율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해 7월엔 ‘온라인 다크패턴 자율관리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사업자와 소비자에게 다크패턴의 구체적인 유형 지침을 제공했다.
그 결과 지난 1월 6개 유형의 다크패턴 디자인에 대한 규제 내용을 품고 있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7월엔 개정법 시행에 맞춰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해 시행령과 시행 규칙 개정안이 마련됐다. 해당 시행령과 개정안에는 다크패턴 위반 행위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 및 과태료 부과 기준 등 법 시행을 위한 세부 사항이 담겨져 있었다.
정부의 다크패턴 규제 노력에 따라 이번 아고다의 눈속임 및 순차가격 공개 같은 사용자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다크패턴 디자인은 오는 2025년 2월 14일부터 전자상거래법 제21조의2 제1항 제1호의 금지 행위에 포함될 예정이다.

만연한 다크패턴… 경각심 늦추지 말아야
결국 이번 방통위의 아고다 조사 사태는 다크패턴이 우리의 일상 속에 얼마나 교묘히 숨어있는 지는 물론, 다크패턴이 기업의 단기적인 수익을 증대시킬지 몰라도 결국 장기적으로 사용자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부작용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예시다.
다크패턴 문제는 단순 아고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9월 서울시는 홈페이지 내 정보 제공 관련 실태 조사 결과, 서울에 위치한 5성급 호텔의 27개 중 24개가 초기 광고 화면엔 세금과 기타 비용을 제외한 금액을 표시한 후, 결제 단계 화면에서 10~21% 더 높은 최종 결제 금액을 표시하고 있는 상황을 지적했다. 결국 우려대로 다크패턴 디자인이 업계 관행처럼 퍼져버린 것이다.

이처럼 다크패턴이 널리 퍼져버린 가운데 규제에 의존하는 것을 넘어, 디자이너 스스로도 다크패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련해 다크패턴을 처음으로 정의하고 공론화한 해리 브리그널은 지난해 자신의 책 <다크패턴의 비밀>을 통해 “AI, 개별화, 맞춤형 설계가 더욱 용이해질수록 설계자조차 의도하지 않았던 다크패턴이 우리를 더욱 교묘하게 공략할 것이다. 우리가 다크패턴에 대해 더 주목하고 알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며 투명하며 신뢰할 수 있는 UI·UX 디자인을 통해 지속적으로 올바른 디지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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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김동욱 (jkkims@ditoday.com)
- 섬네일손 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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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