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노인은 명절 기차표 예매를 어려워할까? 답은 UI·UX에 있다
고령층 UI·UX 가이드라인으로 본 명절 기차표 대란

“내가 부족해서 못하는데 자식 귀찮게 할 순 없지…”
지난 2일 명절 귀성 기차표 현장 발권 대기줄에 모인 노인 중 김천 행 기차 예매를 위해 줄을 서고 있던 유근옥 씨가 SBS 취재진에게 한 대답이다. 그는 한국철도공사가 지난달 29일부터 4일 동안 온라인 표 예매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 발권을 위해 오랜 시간 줄에서 대기하고 있는 이유를 묻자 온라인 예매가 어렵고 자식에게 민폐를 주기 싫었기에 줄을 서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 발권을 위해 줄을 서고 있던 노인은 유씨 한 사람만이 아니었다. 실제로 줄을 서고 있던 많은 노인이 온라인 발권에 대해 익숙하지 않고 어렵기에 직접 오랜 시간 대기해야 하는 현장 발권을 선택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정부 부처와 한국철도공사는 ‘정보화 취약계층’을 위해 안내문을 부착하고 홍보 확대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좀 더 쉽고 편리하게 표를 구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과연 이런 노인처럼 정보화 취약계층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일까? 이번 글에서는 여러 고령층 및 시니어 사용자 UI·UX 가이드라인을 통해 추석 명절 기차표 예매 사이트를 들여다본다.

별도 페이지 운용 문제
서울시가 발표한 ‘고령층 친화 웹 디지털 접근성 표준 가이드라인’은 고령층 사용자는 복잡하거나 생소한 정보 구조의 학습을 어렵게 느끼기 때문에, 여러 분류나 깊은 계층 구조를 가지지 않아야 하며, 이미 학습된 사용자 경험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요컨대 웹페이지를 디자인할 때 정보를 너무 세세하게 분류하고 여러 페이지에 배치한다면, 고령층 사용자는 원하는 정보 및 서비스를 받기 전 긴 여정에 혼란과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경고다.

하지만 이번 SRT 명절 승차권 예약 페이지는 기존 페이지와 다른 별도의 페이지를 열어 기차표 예매를 진행했다. 또한 이렇게 운용하는 별도의 페이지는 기존 SRT의 기차표 예매 페이지의 구성과 사양이 달라 고령층 사용자의 기차표 예매는 물론, 기존 젊은 세대 SRT 사용자 사이에서도 혼선을 빚기도 했다.
실제로 SRT를 통한 추석 명절 귀성을 계획하고 있던 20대 동료 기자는 “별도의 예매 페이지를 운용하는 것을 미처 알지 못하곤 기존 SRT 페이지에서 대기하다 기차표를 놓쳤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글씨 폰트 크기 문제
현대 디자인에서 폰트는 조형적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가독성에도 큰 중점을 두고 있다. 실제로 현대의 많은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는 이를 위해 폰트의 크기, 종류, 굵기, 기울기, 폭과 자간, 색상의 변화 및 조합에 주의를 기울여 디자인을 하고, 시선을 집중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나 노년층을 위한 디지털 콘텐츠의 경우, 기존 인쇄물에선 세리프 서체가 읽기 쉽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돋움이나 고딕과 같은 가독성이 좋은 산세리프형 서체 사용이 권장된다.
문체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기술 연구 개발 지원 사업으로 만들어진 ‘콘텐츠 서비스 시니어 모드 U·UX 가이드라인’은 고령자는 노화로 인해 시력이 감퇴하므로, 이를 고려해 제목의 크기는 최소 18pt 이상으로, 본문은 최소 13pt 이상 크기로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실제로 이에 몇몇 공공 웹사이트와 금융 서비스는 고령 사용자를 위한 ‘큰 글씨 모드’를 지원해 고령층 사용자에게도 좀 더 쉬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다행히도 이번 명절 기차표 예매 페이지는 고딕체의 폰트를 사용했지만 크기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번 SRT 명절 승차권 예약 페이지의 경우 많은 부분에서 10pt 이하의 폰트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텍스트와 버튼의 크기와 간격 역시 매우 작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매 페이지는 큰 글씨 모드를 자체적으로 지원하지 않고 있다.
결국 고령층은 감퇴된 시력으로 작은 글씨를 어렵게 읽어가며 예약을 진행해야 했다. 단순히 글씨를 읽는 것부터 예매의 큰 장벽으로 작용한 것이다.
컬러 디자인 문제
색상은 인간이 형태를 뛰어넘어 가장 먼저 인지하게 되는 시각 언어다. 그런 만큼 디자인에 있어서 형태뿐만 아니라 색상 역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며, 디자이너는 사용자가 색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역량과 제약을 고려해 신중하게 색상 디자인을 진행해야 한다.
이에 콘텐츠 서비스 시니어 모드 UI·UX 가이드라인은 특히나 노년층의 경우 노화로 인한 황화 현상으로 인해 빛의 스펙트럼 하위대인 보라색·남색·파랑색 계열의 색상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는 자료와 함께 색상 사용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디자이너에게 고령자를 위해 즉각적으로 인지 가능한 식별성 있는 색상을 사용하고, 채도와 명도를 고려해 대비를 분명히 설정함과 동시에 패턴 사용은 눈부심이나 피로감을 유발하므로 최대한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장하는 등 여러 조언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이와 동시에 가이드라인은 색상 사용에 주의하지 않을 경우, 고령자가 시각 요소를 인지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되거나 어려움을 느끼는 등 정보 전달 및 서비스 이용에 효율적이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SRT 티켓 예매 페이지는 빛의 스펙트럼 하위 범주 단파장이자, 고령층의 식별도가 떨어지는 보라색과 적갈색을 시그니처 컬러로 사용했다. 심지어 메인 페이지 배경은 원형 패턴이 들어가 어지러움과 정보 인식 저해를 유발하고 있다.
시간 제한 문제
그동안 수많은 티켓팅 페이지는 서버 문제에 시달려왔다. 명절 승차권 예약 페이지 역시 서버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았으며, 이에 SR이 꺼내든 카드는 바로 ‘예매 가능 시간 제한’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시간 제한은 고령층 및 시니어 UI·UX 디자인에 있어서 금기와도 같은 요소라는 점이다.
실제로 콘텐츠 서비스 시니어 모드 UI·UX 가이드라인은 고령층 사용자가 정보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적절한 시간을 제공해야 하며, 빠른 키보드 입력, 정교한 마우스 조작이 요구되는 방식을 피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SRT 승차권 예매 페이지는 60초 안에 클릭 또는 페이지 입력이 없다면 강제로 자동 로그아웃 당해 대기줄 맨 뒤에서 다시 대기해야 한다. 또한 60초 안에 지속적인 입력이 있더라도 3분 이내에 좌석 선택와 결제를 완료하지 못하면 다시 기다려야 하는 시간 제한이 존재한다.
예매 페이지는 이러한 시간 제한 외에도 사용자에게 다수의 공백 칸 채워넣기를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 가이드라인에서 가급적 지양하라고 한 것을 정반대로 이행했다고 봐도 좋을 정도의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시간 문제는 단순 노년층뿐만 아니라 인터넷 사용에 익숙한 청년 세대에서도 불만의 원인이 됐다.
실제로 인터넷 커뮤니티나 관련 예매 대란 보도 기사 댓글란에서는 예매 페이지와 시스템에 대해 분노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아무리 인터넷에 익숙한 세대라고 하더라도 3분 안에 모든 예매를 끝마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결국 이러한 시간 제한 정책은 상술한 문제와 시너지를 일으켜 더더욱 노년층이 이용하기 어려운 서비스로 거듭나는 데 일조했다.
노인을 위해 UI·UX를 개선해야 하는가?

이처럼 이번 명절 기차표 예매 페이지의 UI·UX에는 다수의 문제점이 존재한다. 문제점 중 일부는 고령층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코레일과 SR은 홈페이지 및 UI·UX 개선에 대한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고령층을 위해 UI·UX를 개선하지 않을까? 이에 대해 LG전자 디자인경영 센터의 UX 전문가 오의택 연구원은 “범용적 디자인이 잘 되기 어려운 현실적인 이유는 착한 UX 개념이 결국 비용을 올려 비즈니스 효율성을 낮춘다는 데에 있다. 때문에 시니어나 장애인을 위한 접근성 기능은 웹이나 앱 접근성 규정에 따라 최소한의 기준만을 맞추는 형태로 개발되는 형국이다”라며 고령층을 위한 UIUX 디자인이 흔치 않은 이유에 대해 밝혔다.
이어 현재 서비스의 주요 고객층이 빠르게 고령층으로 이동하고 있으므로, 기업은 시니어 고객을 위한 UI·UX 디자인을 갖춰 고객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결국 고령층에 대한 접근성 개선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비즈니스 효율성이나 비용 등의 현실적인 문제에 가로막혀 최소한의 구색만 갖추는 형태가 이어지고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고령층의 비율이 높아지며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앞으로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만 65세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20.3%로, 2030년에는 25%로, 2040년은 33.9%로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수치 상으로 이야기하면 제대로 체감하기 힘들지만, 앞으로 2년 후 성인 5명 중 1명은 65세 이상인 고령이라고 쉽게 풀어 말하면 상황의 심각성은 피부로 느껴진다.
이러한 고령화 이슈는 매년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으며, 그에 따라 UI·UX 디자이너에게도 점점 더 고령층 사용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디자인이 요구되고 있다. 이젠 단순히 특정 세대에게만 용이한 디자인이 아닌 진정으로 모든 사용자에게 편리한 디자인이 필요한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뛰어난 UI·UX 디자이너는 단순히 심미적으로 보기 좋은 디자인뿐만 아니라 접근성이 좋은 디자인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나아가야한다. 초고령화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지금은 그러한 디자이너의 접근성 설계 능력이 다시 한번 시험 받을 변혁기이자 디자인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시기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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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김동욱 (jkkims@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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