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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도비가 SEO 기업을 19억 달러에 인수한 까닭

어도비는 통합 마케팅 플랫폼을 꿈꾼다

지난달 4월 어도비(Adobe)가 글로벌 검색 최적화 기업 샘러시(Semrush)를 약 19억 달러에 최종 인수하면서 디지털 마케팅 산업의 경쟁 구도가 크게 바뀌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검색엔진최적화(SEO) 기업 인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생성형 AI가 검색 시장을 재편하는 상황에서 브랜드가 고객에게 발견되는 방식을 장악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라는 분석이 나온다. 어도비는 이번 거래를 통해 콘텐츠 제작부터 배포, 고객 경험 관리, AI 검색 노출 분석, 성과 측정까지 연결되는 통합 마케팅 플랫폼 구축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

지난 4월 어도비가 셈러시를 인수 완료했다. 어도비의 크리에이티브 및 익스피리언스 클라우드와 셈러시의 검색 데이터 인텔리전스가 어떻게 결합될지 주목된다(자료=어도비)

이번 거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검색 시장의 변화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기업의 온라인 마케팅 전략은 구글(Google)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브랜드들은 검색 결과 상위 노출을 위해 SEO에 투자했고, 검색 순위는 온라인 비즈니스 성과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였다. 그러나 챗GPT, 클로드, 제미나이와 같은 생성형 AI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정보 탐색 과정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이제 소비자는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하는 대신 AI에게 질문을 던진다. AI는 여러 출처를 종합해 하나의 답변을 제공하며, 사용자는 검색 결과 페이지를 거치지 않고도 원하는 정보를 얻는다. 기업 입장에서는 구글 검색 결과에서 몇 위를 차지하는지보다 AI가 자사 브랜드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맥락에서 언급하는지가 더 중요해지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어도비가 산 건 SEO 툴이 아니

어도비가 샘러시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히 SEO 기능을 확보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샘러시는 오랫동안 SEO 플랫폼으로 알려져 왔지만, 실제 강점은 검색 데이터와 시장 인텔리전스에 있다. 수십억 건의 검색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 수요, 경쟁사 전략, 콘텐츠 성과, 브랜드 가시성을 분석하는 역량이 핵심 자산이다.

어도비는 이미 콘텐츠 제작과 고객 경험 관리 영역에서 강력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파이어플라이 등 크리에이티브 도구는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았으며, 익스피리언스 클라우드(Experience Cloud)는 기업의 디지털 경험을 관리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어도비에게는 한 가지 중요한 빈 공간이 있었다. 바로 고객이 브랜드를 발견하기 이전 단계다.

어도비는 고객이 웹사이트에 방문한 이후의 경험을 분석하고 최적화하는 데 강했다. 하지만 고객이 어떤 경로로 브랜드를 알게 됐는지, 경쟁 브랜드와 비교해 어떤 검색 수요를 확보하고 있는지, AI가 특정 브랜드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충분히 다루지 못했던 영역이었다.

샘러시는 바로 그 영역을 담당한다. 검색 수요를 분석하고 경쟁사 움직임을 추적하며 브랜드가 온라인에서 얼마나 잘 발견되는지를 측정하는 플랫폼이다. 어도비는 이번 인수를 통해 고객 여정의 앞단과 뒷단을 모두 연결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

어도비 디지털 익스피리언스 사업부를 이끄는 아닐 차크라바티(Anil Chakravarthy) 사장은 “생성형 AI가 브랜드 가시성을 다시 정의하고 있으며, 이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는 기업은 관련성과 수익을 잃을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어도비가 바라보는 미래는 검색 결과 페이지를 넘어 AI가 브랜드를 선택하고 추천하는 시장이다.

GEO가 새로운 마케팅 시장으로 부상

셈러시의 GEO 플랫폼 구동화면(자료=셈러시)

이번 인수의 핵심 키워드는 GEO(생성형 엔진 최적화)다. GEO는 생성형 AI가 브랜드와 콘텐츠를 인식하는 방식을 최적화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SEO가 검색엔진을 대상으로 했다면 GEO는 챗GPT와 같은 AI 엔진을 대상으로 한다.

샘러시는 이미 GEO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관련 기능을 적극적으로 확장해 왔다. 주요 AI 플랫폼에서 브랜드 노출 현황을 추적하는 솔루션을 출시하기도 했다. 기업들은 이를 활용해 자사 브랜드가 AI 답변에 얼마나 자주 등장하는지, 경쟁사 대비 어떤 위치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AI는 사용자를 대신해 구매, 예약, 추천 등의 행동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어도비는 샘러시 인수를 통해 이러한 시장에 즉시 진입할 수 있게 됐다.

어도비 애널리틱스(Adobe Analytics) 데이터는 이러한 변화가 이미 현실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생성형 AI 챗봇에서 리테일 웹사이트로 유입되는 트래픽은 전년 대비 1200% 증가했다. 소비자 행동이 검색 중심에서 AI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마케팅 예산 항목이 생겨난 셈이다. 기존에는 SEO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했다면 앞으로는 GEO와 AI 가시성 최적화 예산을 두고 경쟁해야 한다. 어도비는 이 시장이 수십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고 있다.

익스피리언스 클라우드의 빈칸을 채우는 마지막 퍼즐

어도비 익스피리언스 클라우드 생태계(자료=어도비)

어도비 내부에서는 이번 인수가 익스피리언스 클라우드 사업의 경쟁력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익스피리언스 클라우드는 기업의 디지털 경험을 관리하는 어도비의 핵심 성장 사업이다.

현재 어도비는 익스피리언스 매니저(Experience Manager), 애널리틱스(Analytics), 저니 옵티마이저(Journey Optimizer), 리얼타임 CDP(Real-Time CDP), 젠스튜디오(GenStudio), 브랜드 콘시어지(Brand Concierge) 등을 통해 콘텐츠 제작과 고객 경험 관리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샘러시 데이터가 결합되면 어도비는 시장 인텔리전스와 실행 역량을 동시에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게 된다.

예를 들어 샘러시가 AI 검색 환경에서 특정 브랜드의 노출 감소를 발견하면 어도비의 생성형 콘텐츠 도구가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한다. 이후 익스피리언스 매니저가 콘텐츠를 배포하고 애널리틱스가 성과를 측정하며 저니 옵티마이저가 고객 맞춤형 캠페인을 자동으로 실행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여러 솔루션을 연결해야 가능했던 작업이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이뤄질 수 있다. 어도비가 강조하는 ‘엔드 투 엔드(End-to-End) 마케팅 시스템’은 바로 이러한 구조를 의미한다.

샘러시 역시 공식 안내를 통해 “어도비의 경험 실행 레이어와 샘러시의 시장 인텔리전스 레이어를 결합함으로써 브랜드가 AI 환경에서 어떻게 인식되는지 이해하고 즉시 행동으로 연결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SEO는 사라지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생성형 AI의 등장이 SEO 산업을 위협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이번 인수는 오히려 반대의 메시지를 보여준다.

어도비가 19억 달러를 투자한 것은 SEO가 끝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 아니라, SEO의 중요성이 새로운 형태로 확대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존 SEO는 검색 순위, 키워드, 백링크, 크롤링 최적화에 집중했다. 앞으로는 여기에 AI 인용률, LLM 언급 빈도, 브랜드 엔티티 인식, 답변 점유율, 에이전트 검색 노출과 같은 새로운 지표가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SEO는 GEO, AEO(Answer Engine Optimization), ASO를 포함하는 더 넓은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다. 기업들은 검색엔진뿐 아니라 AI가 정보를 이해하고 전달하는 방식까지 관리해야 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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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장준영 (zzangit@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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