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킴스는 어떻게 보정 속옷으로 유니콘 기업이 됐을까?
편리와 존중을 기반으로 한 CX 전략, 소비자를 사로잡다
‘유니콘 기업’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비상장 스타트업 중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를 넘어서면 유니콘 기업이라 불리게 된다. 무려 1조원에 달하는 기업 가치를 가져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유니콘 기업의 수는 매우 적은데, 그마저도 대부분 시장 규모가 거대한 이커머스, IT 등에 포진해 있다. 실제로 2023년 기준 글로벌 이커머스, IT 시장의 규모는 각각 8000조원, 5000조원에 육박한다.
이렇듯 많은 스타트업의 꿈인 유니콘 기업을 무려 ‘속옷’로 달성한 기업이 있으니, 바로 미국의 셀러브리티인 ‘킴 카다시안(Kim Kardashian)’의 브랜드 ‘스킴스(Skims)’다. 스킴스는 약 100조원(2021년 기준)의 상대적으로 작은 글로벌 시장 규모를 가진 여성 속옷을 기반으로 놀라운 성장을 거듭해 설립 5년 만에 5조원이 넘는 기업으로 평가 받게 됐다. 이런 급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스킴스의 전략은 무엇이었을까?
Point 1: 다양성을 기회로
‘자기 몸 긍정주의(Body Positive)’라는 단어가 있다. 미국 패션 업계의 주도로 현재 주된 패션 트렌드 중 하나로 평가 받고 있는 자기 몸 긍정주의는 “몸의 형태를 떠나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자”는 취지의 운동이다. 최근 여러 의류 매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플러스 사이즈 마네킹’도 자기 몸 긍정주의 운동의 영향이다.
패션 업계 속 자기 몸 긍정주의의 중요도는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는데, 여성 속옷 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던 ‘빅토리아 시크릿(victoria secret)’의 경우 기존 방식 그대로 키가 크고 마른 모델을 고집한 결과 지난 2019년 부진으로 본사 직원 중 15%를 감축하는 등 고초를 겪기도 했다.
요컨대 예쁘고 멋진 몸에 대한 고정관념을 느끼게 하는 브랜드에 많은 소비자들이 거부감을 느끼기 시작했으며, 점차 다양성을 존중하는 브랜드의 손을 들어주기 시작한 것이다.
킴 카다시안이 발견한 가능성이 바로 이 몸 긍정주의에 기반한 ‘다양성’이다. 킴 카다시안은 스킴스를 ‘인클루시브(inclusive, 모두를 수용하는) 중심 브랜드’라고 표현한다. 킴 카다시안은 스킴스를 론칭한 이유에 대해 “그동안 피부색에 맞는 보정속옷을 만들기 위해 속옷을 욕조에 넣어 티백과 커피로 염색해 입어왔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실제로 스킴스는 다양한 인종의 소비자가 자신의 피부색에 맞는 속옷을 입을 수 있도록 여러 피부톤에 맞는 색상을 제공하며, 사이즈도 XXS부터 5XXL까지 총 10가지의 폭넓은 사이즈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어떤 체형이나 피부색을 가졌건 스킴스의 제품 안에서 자신의 몸에 잘 부합하는 속옷을 고를 수 있으며, 브랜드로 하여금 어떤 형태여도 괜찮다는 존중을 받는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POINT 2: 온라인에 집중하다
스킴스가 처음 론칭됐던 해는 팬데믹이 한창이던 2019년이었다. 많은 기업처럼 이 시기 의류 브랜드들도 물가 급등으로 크게 꺾인 소비 경향의 여파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위축된 소비는 오프라인에서 더욱 두드러졌고, 매장이 텅텅 빈 채 많은 브랜드가 살아남기 위해 가격을 내리며 경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브랜드 론칭 직후 팬데믹의 영향을 받게 된 스킴스는 다른 브랜드처럼 가격을 내리기 보다는, 과감하게 오프라인 시장을 포기하는 결정을 내렸다. 팬데믹 기간 동안 오프라인 활동이 어려워진 소비자는 대부분의 소비 활동을 온라인으로 해결하기 시작했고, 이에 호황을 맞게 된 온라인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한 것이다.
이런 결정은 킴 카다시안이 3억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할 만큼 영향력 있는 셀러브리티이기 때문에 온라인만으로도 공격적인 홍보가 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스킴스의 행보에는 독특한 구석이 있는데, 온라인에 집중하는 정도가 아니라 온라인에 ‘올인’했다는 점이 그렇다.
스킴스는 팬데믹 기간 동안 무리해서 오프라인에 스토어를 확장하기 보다는 아예 단 하나의 스토어도 내지 않는 결정을 내렸다. 미국 내 주요 도시에 오프라인 스토어를 여는 것은 건물 임대료, 시공비 등 막대한 비용을 들여야 한다. 스킴스는 어차피 위축된 오프라인 소비로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운 오프라인 스토어를 무리해서 론칭하기 보다는, 오프라인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고 온라인 판매와 마케팅에 집중했다.
스킴스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킴 카다시안의 영향력과 그 어느 세대보다 온라인 공간을 친숙하게 생각하는 MZ세대의 성향이 맞물려, 스킴스의 제품 판매가 시작되자 모든 제품은 순식간에 품절됐고, 사이트는 1시간 가량 마비됐다. 단 몇 분만에 2백만 달러가 넘는 수익을 벌어 들인 건 덤이다.
Point 3: 우수한 품질과 좋은 가격
현재 스킴스의 고객 중 70%는 MZ세대이며, 지난 2022년 기준 구매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린 소비자는 1100만명에 달한다. 더해서 전체 주문의 15%는 미국 외 지역일 정도로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스킴스는 2019년 론칭 이후 지속적이고 가파른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 매년 더 많은 소비자가 스킴스를 구매하기 위해 재입고를 기다리고 있고, 스킴스는 더 많은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 보정 속옷 외에도 수영복과 라운지 웨어, 남성 속옷 등 공격적으로 사업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이런 스킴스의 지속적인 성장의 바탕에는 킴 카다시안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MZ세대를 집중적으로 공략한 온라인 마케팅도 중요했지만, 모든 제품군이 우수한 품질을 가졌다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온라인 란제리 판매 업체인 ‘허룸(Her Room)’의 CEO인 토미마 에드마크는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스킴스는 아주 부드럽고 잘 늘어난다. 원단이 아주 좋다.”며 스킴스의 품질을 칭찬하기도 했다.
물론 스킴스의 폭발적인 성장이 오직 킴 카다시안의 영향력에만 근거했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아무리 거대한 영향력을 가진 셀러브리티의 브랜드라 할 지라도, 소비자는 맹목적이지 않다. 좋지 않은 품질을 가진 브랜드라면 오히려 더 빠르게 무너질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또 다른 거대 셀러브리티이자 카다시안 집안인 ‘카일리 제너(Kylie Jenner)’의 경우, 화장품 브랜드는 성공적으로 확장시켰지만, 2021년 새롭게 시작한 ‘카일리 스윔(Kylie Swim)’이라는 수영복 브랜드의 경우 실제로 입고 수영이 불가능할 정도로 지나치게 비실용적인 디자인과 가격 대비 낮은 품질로 많은 비난에 직면한 바 있다.
성공적인 CX 전략의 표본이 될 것인가
론칭 전부터 브랜드를 알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킴 카다시안의 유명세 덕이 분명하다. 이는 스킴스의 성공이 킴 카다시안의 영향력 덕분이라는 견해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성공의 모든 공이 유명세 때문은 아니다. 스킴스의 지속적인 성공의 가장 주된 이유는 CX(고객 경험)를 중점에 둔 운영으로 봐야 할 것이다.
CX는 현 마케팅 시장에서 가장 주요한 키워드 중 하나다. 이제 단편적인 경험에 만족하는 고객은 없다. 고객은 자신이 브랜드와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고 싶어하고, 브랜드로부터 존중 받길 원한다. 이렇듯 고객의 구매 여정에서 감정적인 영역이 가진 중요도가 상승함에 따라 브랜드는 올바른 CX 전략을 통해 고객마다 개인화되고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이는 스킴스의 전략과 일맥상통한다. 스킴스는 좋은 품질을 기반으로 어떤 고객이 와도 만족할 만한 폭 넓은 선택지를 제공하고, “우리는 모든 체형과 피부색의 고객을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퍼뜨린다. 수 많은 속옷 브랜드와 스킴스를 구분 짓는 경쟁력이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스킴스는 향후 IPO(기업 공개)의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으며, 온라인 D2C(소비자 직접 판매)가 성공적으로 궤도에 안착한 현재 2024년 로스앤젤레스를 시작으로 플래그십 스토어를 선보일 예정이다. IPO와 오프라인 스토어 론칭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면 스킴스는 많은 브랜드가 참고하는 효과적인 CX 전략의 성공 사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