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위한 변화를 거부하다” UX 관점에서 본 닌텐도 스위치2 디자인 전략
스위치2의 일관된 디자인이 가져오는 이점 3가지

지난 2017년 게임 시장엔 ‘휴대용’과 ‘거치형’이란 명확한 구분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해 닌텐도는 이 두 영역의 경계를 허물며, 휴대 모드와 거치 모드를 오가며 언제 어디서든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하이브리드 콘솔 ‘닌텐도 스위치’를 통해 사용성 혁신을 꾀했다. 그 결과 스위치는 2025년 기준 1억2000만 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닌텐도 역사상 가장 빠르게, 많이 판매된 최고 흥행작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혁신적인 행보에도 불구하고도 올해 출시된 닌텐도 스위치2는 디자인 측면에서 놀라울 정도로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게이머들 앞에 등장했다. 조이콘에 마우스 센서가 추가됐고, 게임챗 ‘C 버튼’이 생겼지만, 닌텐도 스위치2가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는 대부분은 새로운 혁신보단 기존 디자인을 토대로한 개선에 가깝다. 과거 닌텐도가 닌텐도 DS, 닌텐도 Wii 등으로 매 세대마다 과감한 외형적 변화를 강조했던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일부 게이머들 사이에선 ‘혁신 부족’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게임 업계에선 UX 디자인 관점에서 사용성을 고려한 전략적인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왜 전문가들은 닌텐도 스위치2의 ‘디자인을 바꾸지 않은 디자인’이 탁월하다고 말하는 걸까? 이번 글에선 닌텐도의 스위치2 디자인 전략을 UX 관점에서 짚어본다.
UX 일관성을 통한 학습 비용 최소화

UX 디자인의 핵심 중 하나는 ‘일관성’이다. 사용자 경험이 일관되지 않으면 사용자는 사용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고, 심각한 경우 신뢰도 하락이나 이탈로 이어진다. 이는 디지털 환경에서 접하는 앱 서비스는 물론, 실물 기기에서도 통용되는 이야기다. 사용자가 오랫동안 손에 익힌 인터페이스와 조작 방식에 급격한 변화를 준다면 학습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고, 기존 사용자층에서 이탈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 UX 디자인의 대가 제이콥 닐슨(Jakob Nielsen)이 제시한 ‘제이콥의 법칙’은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과 학습을 선호하지 않고, 이미 익숙한 사용 패턴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UI·UX 디자이너들에게 최대한 기존 디자인 경험 및 관습을 살려 일관성을 유지할 것을 권장한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닌텐도 스위치2의 디자인은 매우 안정적이다. 화면이 달린 본체, 좌우에 위치한 탈부착 가능한 조이콘, 핵심 버튼들의 위치, 자유롭게 휴대하면서 플레이하다가 실내에선 독에 연결해 TV 거치형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핵심 콘셉트까지 그대로 유지했다. 기존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접근 방식으로 UX 일관성을 확보한 것이다.

또한 사용자가 이미 형성한 경험과 절차 기억을 존중한 결과, 기존 닌텐도 스위치 기기 사용자들은 새로운 기기를 처음 접하더라도 별다른 학습이나 적응 과정 없이 익숙하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으며, 곧바로 새로운 개선과 신규 기능을 찾아갈 수 있다.
실제 닌텐도 스위치2 디자인 공개 이후 많은 전문가와 업계인들이 닌텐도 스위치2가 기존 디자인을 유지한 이유로 ‘사용자 경험(UX)’를 꼽고 있다. 유명 비디오 게임 외신 GameRadar +는 “닌텐도가 스위치2의 디자인을 이전 모델과 거의 비슷하게 유지한 점은 흥미롭다. 모든 버튼이 동일한 위치에 배치되어 있어 스위치에서 넘어온 사용자라면 누구나 머슬 메모리 덕분에 불편함을 겪지 않고 스위치2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평했다.
이런 UX에 대한 고민과 전략의 흔적은 닌텐도의 사내 인터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카와모토 코이치(Kouichi Kawamoto) 기획제작부 프로듀서는 “기존 닌텐도DS부터 Wii까지는 하드웨어 그 자체에 게임기로서 일반적이지 않은 장치를 탑재해 소프트웨어에서도 그걸 활용하는 형태로 새로운 플레이를 제안했다. 하지만 닌텐도 스위치2에선 그런 방식을 우선사항에서 내렸다”고 설명했다.
UX 연속성에 따른 기존 사용자 자산·경험 계승

닌텐도 스위치2의 사용자 경험 전략은 단순히 게임플레이 방식이나, 조작 방법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번 닌텐도 스위치2는 기존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기존 닌텐도 스위치의 주변 기기 호환성을 확보하는 UX 전략 또한 선보이고 있다.
실제 닌텐도 스위치 사용자는 기존 기기에서 사용하던 게임칩을 별다른 추가 작업 없이 바로 닌텐도 스위치2 기기에 장착해 즐길 수 있다. 또 기존에 사용하던 프로콘, 조이콘을 사용해 닌텐도 스위치2에서 게임을 플레이할 수도 있다. 사용자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자산과 경험을 인정하고, 경험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하면서 제품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심리적 저항과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한 것이다.
그 결과 여러 게임 업계 관계자들 역시 이번 닌텐도 스위치2의 주변기기 호환성을 소비자 친화적이고, 플랫폼 생태계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핵심 장점으로 꼽고 있다. 심지어 IT 및 게임 전문 외신 Screen Rant는 “닌텐도는 닌텐도 스위치2로의 전환을 더 쉽고, 저렴하게 제공함으로써 기존 스위치 팬들을 존중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경쟁 콘솔 기기와 차별화되는 특징이자 게임 업계가 함께해야 할 방향성으로 언급했다.
닌텐도 역시 이번 닌텐도 스위치2의 디자인 방향성에 대해, 주변 기기 하위호환성과 사용자 경험의 연속성을 고려한 결과라고 밝혔다. 뉴욕에서 열린 스위치2 시연 기자회견에서, 사사키 테츠야(tetsuya sasaki) 닌텐도 기술 프로듀서는 “스위치2는 ‘직접적인 연속성’ 경험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으며, 대부분의 기존 컨트롤러를 지원한다”고 설명하며, 조이콘과 프로콘을 포함한 주변 기기 호환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DX 유지에 기반한 게임 개발 리소스 절감

닌텐도 스위치2의 사용자 경험을 염두에 둔 디자인 유지는 일반 게임 사용자뿐만 아니라 게임 개발자 및 콘텐츠 제작자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게임 업계 관계자들은 스위치2가 전작과 거의 동일한 UX 구조를 유지한 것은 개발자 경험(DX)을 고려한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과거 닌텐도 DS와 Wii처럼 핵심 콘셉트와 디자인을 크게 변경할 경우 새로운 조작 구조를 비롯한 사용 경험 변화가 추가적인 학습 및 개발 자원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번 닌텐도 스위치2는 핵심 콘셉트와 조작 방식을 유지함으로써, 게임 개발자들은 개발 환경을 유지할 수 있으며, 기존 자산과 노하우를 활용해 빠르게 신규 닌텐도 스위치2용 타이틀을 제작할 수 있고, 게임 소프트웨어 이식 호환성, 개발 리소스 절감이라는 실질적인 장점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과거 닌텐도 WiiU에서 닌텐도는 게임 패드에 터치 스크린과 TV 화면을 동시에 사용하는 혁신을 선보였지만, 혁신에만 집중한 나머지 기기 퍼포먼스 및 서드파티 게임 개발사 지원에 미흡했다. 그 결과 새로운 혁신 기능은 난해한 기능일 뿐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고, 개발자들에게 외면받은 WiiU의 지원 게임 소프트웨어 부족은 WiiU의 주요 흥행 실패 원인 중 하나가 됐다.

하지만 이번 닌텐도 스위치2에서 닌텐도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닌텐도 기술진은 “기존 개발 자산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도록 환경을 유지할 것”과 “어떤 소프트웨어도 구동할 수 있는 기기”를 목표로 삼았으며, 이는 개발자들에게 새로운 기기로의 전환 장벽을 크게 낮추는 결과를 가져왔다.
실제 호그와트 레거시 게임의 개발사인 아발란체 스튜디오의 지미 넬슨(Jimmie Nelson) 수석 프로듀서는 “우리는 원래 이전 스위치 버전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정말 쉽고 빠르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며 닌텐도 스위치2의 개발 편의성을 강조했다.
‘변화를 위한 변화’를 거부한 닌텐도
카와모토 코이치 닌텐도 기획제작부 프로듀서는 사내 인터뷰 중 이번 닌텐도 스위치2에 혁신이 없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다양한 새로운 것을 생각했지만, 역시 닌텐도 스위치의 스타일을 바꾸지 않고, ‘변화를 위한 변화’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닌텐도 스위치2의 디자인 유지는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급격한 변화를 선택하기보다는, 기존 사용자 경험과 자산을 존중하며 개발 플랫폼 생태계를 자연스럽게 확장해 나가겠다는 닌텐도의 의지가 읽히는 설계 전략이라 할 수 있다.
2015년 <Never Alone> 게임의 개발을 주도해 영국 아카데미 영화상 BAFTA에서 올해의 게임상을 수상하고, 현재 통합 게임 개발 솔루션 및 인사이트 플랫폼 Live Aware의 CEO를 맡고 있는 숀 베스체(Sean Vesce)는 “닌텐도 스위치2의 익숙한 디자인이 처음엔 보수적이고 지루해 보일 수 있지만, 닌텐도는 진정한 혁신은 재창조가 아닌 개선과 재구성에서 비롯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업계에 따르면 닌텐도가 이로 인해 궁극적으로 꾀하는 것은 “콘솔 비디오 게임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다. 요컨대 전작 닌텐도 스위치가 뛰어난 콘셉트와 사용성 혁신에도 불구하고, 기기 자체 성능에 발목을 잡혀 비교적 서드 파티 게임 게임들에서 약세를 보였기 때문에, 닌텐도 스위치2에선 혁신 보단 사용성 개선과 하드웨어 성능 향상에 힘써 본격적으로 서드 파티 게임들의 시장 파이를 확보하려는 것이란 분석이다.
완전히 새롭지는 않지만, 친숙함과 일관성·연속성을 앞세운 닌텐도의 전략은 스위치2의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출시 이후, 닌텐도의 디자인 철학과 선택이 시장과 사용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업계의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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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김동욱 (jkkims@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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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아서 안바꾼것이 아닌 요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군요. 잘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