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I/UX

다크 패턴, 이제 디자인이 아닌 불법행위?

UI·UX 디자인의 암흑진화, 다크 패턴

“최저가 검색 후 배송료를 누르니 10만원이 추가됐다” “계정 탈퇴를 하려고 10페이지나 넘겼다”

인터넷 쇼핑을 하다 보면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이야기다. 나쁘게 말하면 사용자를 기만하는 사기, 좋게 말해도 교묘한 상술이라 할 수 있는 이런 UI·UX 디자인에도 명칭이 존재한다. 바로 ‘다크 패턴(dark pattern)’이다. 얼핏 넛지*와 비슷해 보이지만, 강요나 압박 없이 소비 심리만을 슬쩍 자극하는 넛지 마케팅과 다르게 다크 패턴은 교묘하게 소비자를 기만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결국 날로 다양해지던 다크 패턴에 대해 국내외에서 규제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이미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여러 법률제정 및 행정 조치를 취하고 있다. 또한 국내서도 이러한 국제적 추세에 발맞춰 공정거래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등 유관 기관이 규제 도입 작업에 착수하고 있는 추세다.

그렇다면 과연 다크 패턴이란 어떤 디자인을 말하는 것일까. 정부의 규제 움직임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어떨까. 이번 글에서는 UI·UX 디자인의 어두운 뒷면인 다크 패턴을 조명해본다.

?넛지란?

강요나 압박 등의 강제적인 방법이나 속임수 없이 부드러운 방식으로 사용자의 선택을 유도하는 행위. 2017년 노벨 경제학을 수상한 행동경제학자 리처스 세일러가 법류가 캐스 선스타인과 공동 집필한 서적으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다크 패턴이란?

(자료=http://nehabalthazar.com/)

소비자를 속이거나 기만하는 유형의 디자인은 마케팅의 시작과 함께 했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됐다. 하지만 다크 패턴이라는 용어 자체는 2010년 영국의 UX 디자이너 해리 브링널(Harry Brignull)에 의해 정립됐다.

그는 당시 소비자를 기만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밝혀 부끄러움을 주는 것이 목적인 저장소로 darkpatterns.org를 등록하면서 12개의 다크 패턴 유형을 제시했다. 이후 해당 사이트를 기점으로 다크 패턴이라는 신조어가 영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2024년 현재 공정위는 다크 패턴을 ‘사업자가 소비자의 착각과 부주의를 유발해 불필요한 지출을 유도하는 행위 또는 디자인’으로 정의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다크 패턴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게 하거나, 반복 청구서에 동의하게 만드는 등 수익 창출을 위해 사용자를 호도하거나 속이기 위해 교묘하게 설계돼 있다.

대부분의 UI·UX 교육 과정은 모름지기 디자이너란 사용자 친화적이고 윤리적인 디자인으로 사회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하지만 세상은 교과서처럼 굴러가지 않는 법이다. 지금도 많은 디자이너가 클라이언트와 고용주로부터 수익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을 강요 받고 있다. 그 결과 윤리적이지 못한 작업물이 시장에 나오고 있고, 다크 패턴 역시 그런 결과물 중 하나다.

일상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다크 패턴 UI·UX

한국소비자 보호원은 지난 2021년 국내 100여 개의 전자상거래 모바일 앱 중 97%에서 최소 1개 이상의 다크 패턴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요컨대 현재 국내 시장에서는 다크패턴이 광범위하게 은밀히 숨어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다크 패턴은 일상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숨어 있는 것일까? 공정위가 4개의 범주 와 19개의 세부 유형으로 구분한 다크 패턴 중 일상에서 찾아볼 수 있는 사례는 다음과 같다.

편취형

공정위가 첫 번째로 제시한 다크 패턴 범주는 ‘편취형’이다. 편취란 남을 속여 이득을 취한다는 말이다. 이처럼 편취형 다크 패턴은 동의 없이 제품 구독 기간을 갱신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최종 금액을 숨기는 등 소비자가 알아채기 어려운 UI를 내세우며 작은 조작 실수나 부주의만으로도 예상치 못한 지출을 유도한다.

대표적인 편취형 다크 패턴으로는 OTT 등의 구독형 상품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전에 자동 결제 안내를 하지 않거나, 고의적으로 안내 문구를 작게 숨긴 후 첫 달 무료 체험을 제공한 뒤 아무런 고지 없이 유료로 전환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시다.

실제로 과거 2020년 방통위는 제대로 된 결제 금액이나, 결제 시기, 해지 방법 등을 안내하지 않고 유튜브 프리미엄 유료 전환을 진행한 유튜브에 과징금 8억원을 부과했다.

오도형

공정위가 두 번째로 꼽은 다크 패턴 범주인 ‘오도형’은 좀 더 본격적으로 범죄에 한 발자국 다가선다. 작정하고 소비자에게 거짓 할인이나 추천, 위장 광고 등의 정보를 제공하거나, 통상적인 기대와 전혀 다른 UI 디자인이나 UX 라이팅을 통해 고의적으로 사용자의 착각과 실수를 유도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런 오도형 다크 패턴 디자인의 경우 과징금을 부과받을 위험이 크다.

공정거래위원회에게 제재를 받았던 발란(자료=KBS)

실제로 작년 4월 유명 명품 판매 플랫폼 ‘발란’이 공정위의 제재를 받았다. 유명 브랜드의 운동화를 30만원 대에 판매한다는 광고를 클릭하면 특정 치수의 제품 1개만 해당 가격을 적용하고 다른 치수의 제품은 2배 이상 비싼 70만~80만원대 가격으로 판매했기 때문이다. 이후 발란은 관련 시스템 전면 개편으로 이러한 유인판매 근절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같은 해 3월에는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체인 ‘한국생활건강’과 광고대행 업체 ‘감성닷컴’이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해 네이버 온라인쇼핑몰 후기를 조작하는 마케팅을 진행해 공정위로부터 시정 명령 및 과징금 1억4000만원을 부과받았다. 두 사례 모두 오도형 다크 패턴 중 하나인 ‘거짓 추천·할인’에 해당하는 케이스다.

방해형

세 번째 다크 패턴 범주인 ‘방해형’은 사용자에게 노골적으로 훼방을 놓는다. 방해형 다크 패턴은 정보를 숨기거나, 가격 비교를 방해하거나, 고의적으로 피로감을 유도해 사용자가 합리적인 선택을 포기하게끔 유도한다.

이러한 방해형 다크 패턴의 대표적인 예시로는 ‘쿠팡 와우 멤버십‘이 있다. 실제로 쿠팡 와우 멤버십을 모바일에서 해지하기 위해선 메인 화면 가장 하단에 위치한 ‘마이쿠팡’ 버튼을 눌러 바뀐 화면에서 또다시 가장 하단으로 내려 ‘해지하기’ 버튼을 찾아 클릭해야 한다.

쿠팡 와우 멤버십 해지 신청 화면(자료=디지털 인사이트)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시 한번 가장 하단까지 이동해 ‘내가 받고 있는 혜택 포기하기’ 버튼을 누르고, 또다시 이동한 화면에서 해지 사유를 골라 ‘해지하기’ 버튼을 누르고, 마지막으로 ‘해지 신청하기’ 버튼까지 눌러야 최종적으로 멤버십을 해지할 수 있다.

해지 버튼을 찾아 계속해서 화면을 이동하고 스크롤을 내려야 하는 것은 물론, 해지 버튼만 4번이나 눌러야 한다. 버튼의 문구가 주기적으로 바뀌는 것은 덤이다. 전형적인 방해형 다크 패턴 중 피로감 유발에 해당하는 UI 디자인이다.

실제로 소비자주권시민회는 이러한 쿠팡의 다크 패턴에 대해 “소비자에게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고객 이탈을 막으려는 쿠팡의 꼼수”라 말하면서 “쿠팡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위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 다크 패턴 규제를 빠른 시일 내 입법화해 소비자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쿠팡을 비판함과 동시에 입법의 필요성을 토로했다.

압박형

마지막 다크패턴 범주인 압박형은 방해형과 유사한 면이 있다. 반복적으로 간섭하거나, 시간을 제한하거나, 낮은 재고 상황을 알리거나, 다른 소비자의 활동을 알리면서 소비자가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아 특정 행위를 하지 못하거나, 합리적인 선택을 못하게끔 방해하기 때문이다.

소비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는 마케팅도 다크패턴의 예로 볼 수 있다(자료=부킹닷컴 캡처)

압박형 다크 패턴은 주로 숙박 예약 서비스를 이용할 때 자주 만나볼 수 있다. 실제로 유명 호텔 예약 앱인 아고다나 부킹닷컴 등을 사용해보면 ‘이 요금 객실 3개 남음’ ‘우리 사이트에 이 요금으로 남은 옵션 단 1개’ ‘1시간 전에 예약됨’ 등의 낮은 재고 상황이나 다른 소비자의 활동을 알리면서 지금 예약하지 않으면 방이 없을 것이라는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을 찾아볼 수 있다.

국내외 다크 패턴 규제 움직임

이쯤되면 도대체 왜 이렇게 악의적인 디자인을 규제 및 금지하지 않는지 의문이 들기도 할 것이다. 실제로 공정위의 가이드라인 공개 이후 많은 사용자가 다크 패턴 디자인 의심 사례를 제보하고 있는 추세다.

그 결과 마케팅 디자인 기법 일환이라는 명목으로 온라인 마케팅의 역사와 함께하던 다크 패턴에도 마침내 끝이 다가오고 있다. 다크 패턴에 대한 피해가 점점 축적되면서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다크 패턴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소비자 개인정보법으로 사생활 보호 동의와 관련된 다크 패턴을 정의하고 규제 및 금제하는 법안이 2020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으며, 유럽 연합(EU) 역시 2023년부터 다크 패턴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디지털 서비스법(DSA)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 역시 공정위가 작년 7월 온라인 다크 패턴 디자인을 유형별로 정리해 상세한 설명과 함께 사업자 관리사항 및 소비자 유의사항을 담은 ‘온라인 다크 패턴 자율관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것에 이어, 12월 다크 패턴 규율을 골자로 하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법사위에 상정하는 등 다크 패턴 규제 입법이 가시화된 상태다.

업계

이처럼 다크 패턴은 앞으로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디자인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법적인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국내 마케팅 업계의 반응은 크게 크게 둘로 나뉘고 있다. 다크 패턴 가이드라인과 규제를 받아들이는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쪽과 과도한 규제라며 반발하는 의견이 맞붙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다크 패턴 규제를 받아들이는 측은 포털 업체인 네이버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네이버 이용자보호 및 자율규제위원회’ 2차 정기회의에서 다크패턴 노출이 탐지되면 노출을 즉시 중단하는 시스템 도입과 다크 패턴 모니터링 체계 구축 등 다크 패턴 배제 계획을 설명하며 사용자 보호에 앞장서고 서비스 품질 개선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규제를 받아들이며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업체도 존재한다. 실제로 한 이커머스 스타트업 관계자는 “다크패턴 규제에 맞게 소비자와 기업 마케팅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최적화된 로직을 설계할 수 있도록 기술 고도화에 힘쓸 계획이다”며 다크 패턴 규제에 따른 업계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근황을 <디지털 인사이트>에 전했다.

명품 유통 플랫폼 ‘구하다(GUHADA)’는 “시스템 및 운영 부분에서 다크 패턴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업 설립 초기부터 신경 쓰고 있다”며 실시간 API 데이터 연동 시스템, 카테고리 분류 AI 시스템 등 소비자 친화적인 시스템을 통해 다크 패턴을 배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그동안 다크 패턴이 온라인 마케팅과 오랜 시간 함께 해온 만큼 반발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나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이러한 다크패턴 규제에 앞장서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로 작년 7월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주최한 다크패턴 토론회에서 박정은 이화여대 교수는 “기업이 소비자 선택을 유도하는 것은 본질적인 비즈니스 행위인데, 일반적인 마케팅까지 규제에 포함될 우려가 크다”며 다크 패턴이 본질적인 비즈니스 행위와 맞닿아 있음을 이야기함과 동시에 규제에 우려를 표했다.

마치며

각종 법적 리스크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도 다크 패턴을 마케팅 업계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다크 패턴의 특징에 맞닿아 있다. 사용자를 속이기에 정공법보다 비교적 쉽고 빠르게 눈에 띄는 실적을 낼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를 속인다는 본질적인 문제점으로 인해 다크 패턴은 장기적으로, 그리고 결과적으로 볼 때 브랜드의 평판과 충성도를 깎아내리는 행위가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MIT 디자인 연구소 출신 UI·UX 디자이너 타나이 비라는 “사용자와 신뢰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것은 성공적인 비즈니스의 가장 기본요소다. 그러나 다크 패턴을 사용하면 장기간에 걸쳐 이러한 신뢰를 잃을 위협이 된다”며 법적 윤리 문제뿐만 아니라 다크 패턴 사용에 따른 신뢰성 및 고객 이탈의 문제를 꼬집었다.

앞선 구하다의 관계자 역시 “다크패턴이 단기적으로 지표가 상승하는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단기적인 성과가 장기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소비자가 특정 수준 이상의 불쾌감을 느끼게 되면 어느 순간 말 없이 서비스에서 이탈할 수 있다”며 다크 패턴의 부작용을 경고했다.

소탐대실. 작은 것을 탐하다가 큰 것을 놓치게 된다는 사자성어이다. 다크 패턴이 바로 이런 소탐대실의 대표적인 예시다. 꾸준히 사랑받고 싶은 브랜드와 기업의 UI·UX 디자이너, 마케터들은 이제 다크 패턴에서 눈을 돌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용자의 신뢰를 얻어야 할 때다.

  • 에디터김동욱 (jkkims@ditoday.com)
디자인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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