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도 ‘논리’와 ‘근거’로 실력 겨뤄야” 편석훈 티티서울 대표이사
국내 최초 ‘디자이너 오디션’ 개최한 까닭

AI 시대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오늘날, 디자인 작업물과 디자이너 모두 크게 달라지고 있지만, 디자이너를 발굴하고 평가하는 방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수많은 공모전과 프레젠테이션, 포트폴리오는 겉보기엔 화려한 시각 자료와 연출로 무장하고 있건만, 정작 그 안에 담겨야 할 ‘왜?(Why)’에 대한 논리는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업계의 구조적 모순과 문제점을 지적하며 디자인 및 디자이너 발굴 생태계의 근본적인 혁신을 선언한 인물이 있다. 바로 크리에이티브 그룹 티티서울을 이끌고 있는 편석훈 대표이사다. 윤디자인그룹의 전 대표이기도 한 그는 국내 타이포 브랜딩 산업의 ‘대부’로 불린다.
특히 편석훈 대표이사는 디자인을 시각적 산출물을 만드는 행위가 아닌 브랜드의 의도와 감정까지 설계하는 맥락의 구축이라고 정의하며, 더 나아가 디자이너가 자신의 문제 해결 역량과 사고방식을 입증할 수 있는 새로운 무대를 준비 중에 있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기존 평가 방식의 한계와 문제점은 무엇일까? 또, AI 시대에 그가 제안하는 ‘디자인 서바이벌 오디션’은 어떻게 디자이너와 기업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디지털 인사이트>가 편석훈 대표이사를 만나, 국내 디자인 업계의 구조적 문제점과 그가 꿈꾸는 디자인 경영의 청사진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티티서울이 생각하는 디자인의 본질

편석훈 대표이사가 설립한 티티서울은 디자인을 시각적 산출물로만 한정 짓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디자인을 ‘엔터테인먼트화’해 대중과 더 깊이 소통하는 ‘디자인 솔루션’ 그룹을 지향한다. 단순히 아름다운 결과물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작업물이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과정 자체를 흥미로운 경험으로 기획해 내는 것, 이것이 편석훈 대표이사가 말하는 디자인의 본질이다.
안녕하세요!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독자분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편석훈이라고 합니다. 윤디자인그룹 대표로 오랜 시간 서체와 타이포 브랜딩 생태계를 구축해 오다가, 최근엔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그룹 ‘티티서울(TT SEOUL)’을 설립해 이끌고 있죠.
현재 이끌고 계신 티티서울은 어떤 조직인가요?
저희 티티서울은 단순히 시각적인 디자인만 하는 곳이 아닙니다. 우리는 ‘Design Solution’을 지향하며, 디지털 환경에서 브랜드와 사용자가 만나는 모든 접점을 혁신적으로 설계하는 크리에이티브 그룹입니다. 디자인이 사용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언어라면, 기술은 그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는 도구이고, 비즈니스는 이 과정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동력입니다. 유행을 따라가기보다 변하지 않는 사용자 경험의 가치를 붙잡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윤디자인을 이끌어 오셨는데요. 새롭게 티티서울을 설립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윤디자인이 서체를 만들고 타이포 브랜딩에 집중했다면, 티티서울은 디자인을 ‘엔터테인먼트화’하기 위해 설립된 전문 기업입니다. 기존 업계가 변화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늘 제자리에 머무는 ‘관습’에 갇혀 있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이젠 디자이너도 디자인만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다재다능한 기획자가 되어야 합니다. 기획한 작업물이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되려면 대중과 소통하는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필수적이죠. 티티서울은 “디자인도 이제 엔터테인먼트다”라는 비전 아래, 오디션과 같은 새로운 방식을 실질적으로 기획하고 창출해 내는 ‘행동하는 회사’입니다.

오랫동안 업계에 몸담아 오셨는데요. 최근 가장 크게 체감 중이신 변화나 트렌드는 무엇인가요?
요즘 세대는 거창한 CI나 BI 같은 무거운 브랜딩에만 얽매이지 않습니다. 저는 이를 ‘스몰 브랜딩’ 또는 ‘미니 엔터테인먼트 브랜딩’이라고 부릅니다. 아주 작은 그래픽, 레터링, SNS에서의 작은 불씨 하나가 거대한 브랜드 이미지를 역으로 만들어내죠.
때문에 과거엔 기업이 브랜드를 일방적으로 제공했다면, 이제는 소비자가 스스로 참여하고 창작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율성이 부여될 때 훨씬 더 자연스럽고 파급력 있는 결과물이 나옵니다.
요즘 AI시대인 만큼 디자인 결과물에 대한 시각도 변화하고 있다는 것 같아요.
네, 아무래도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평균적인 미학을 순식간에 구현해내기 때문이죠. 하지만 AI가 만든 결과물은 화려하지만, 대개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함에 머무릅니다. 지금 시대에 잘 만든 결과물이란 단순히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넘어, 명확한 의도와 맥락이 살아있는 디자인입니다.
왜 이 컬러를 썼는지, 선택에 대한 설계자의 치열한 고민과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그 고민의 밀도가 결여된 디자인은 금방 휘발되지만, 의도가 분명한 디자인은 사용자의 기억 속에 잔상을 남기고, 10년, 20년 뒤에도 브랜드의 자산으로 남을 수 있는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Timeless Design)’이 되죠.
기존 디자인 평가 시스템의 한계

편석훈 대표이사는 수십 년째 변하지 않는 디자인 프레젠테이션과 공모전, 포트폴리오 방식이 국내 디자인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벽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행사의 네임밸류나 발표팀의 화려한 발표 자료 등에 가려진 ‘진짜 실력’을 검증하기에, 기존의 방식들은 너무나 한계와 단점이 명확하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특히 그는 데이터와 논리라는 근거가 부재한 기존 현장의 관습을 개편해야 한다고 말한다.
디자인 결과물도 디자이너도 변화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평가하는 방식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기존 공모전이나 프레젠테이션, 포트폴리오 등의 문제는 철저히 최종 결과물의 미감에만 집중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AI가 이미지를 순식간에 뽑아내는 시대에, 정지된 한 장의 이미지만으로 역량을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해졌습니다. 결과물이 나오기까지의 전략적 사고와 문제 해결 과정은 가려진 채 잔뜩 ‘치장된 결과’만 보게 되죠. 특히 기존 PT의 가장 큰 문제는 실무 환경과의 괴리입니다.
실무 환경과의 괴리요?
네, 실제 프로젝트는 예산, 일정, 클라이언트의 요구, 기술적 제약 등 수많은 변수 속에서 최선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하지만 많은 포트폴리오가 실제 시장의 반응이나 데이터 기반의 피드백 없이 디자이너 개인의 취향을 나열하는 데 그칩니다. 쉽게 말해 ‘근거 있는 설득’이 부재하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 걸까요?
디자이너나 디자인 대행사는 근거 없이 결과물만 보여주니 비전문가인 클라이언트는 “여기가 좀 두꺼운데 얇게 해달라”며 억지스럽고 불명확한 지적을 하게 됩니다. 마치 오래된 고택을 볼 때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면 시각이 달라지듯, 디자인도 확실한 데이터와 근거, 논리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게다가 과거의 평가 방식은 특정 트렌드나 심사위원의 취향에 부합하는 정답을 상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디자이너들의 개성을 죽이고, 어디서 본 듯한 유사한 스타일의 포트폴리오를 양산하는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또한 점수화하기 쉬운 시각적 완성도에만 치중하다 보니, 실험적인 시도나 본질적인 탐구보다는 잔기술이 더 높은 점수를 받는 왜곡이 발생합니다. 이런 환경에선 세상을 바꿀 파격적인 혁신가가 나타날 수 없고, 시스템에 최적화된 우수한 기능공만 길러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평가의 기준은 어떻게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평가는 ‘어떤 질문을 던졌고, 그 답을 찾기 위해 어떤 논리적 여정을 거쳤는가’를 보는 것이어야 합니다. 단순한 결과물 나열이 아닌, 프로젝트의 가설 설정부터 실패의 기록, 수정 보완의 과정이 담기에 기획 서사가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문제 해결 과정을 실시간으로 증명하거나 다양한 기술을 어떻게 도구적으로 활용했는지를 평가하는 입체적인 방식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 서바이벌 오디션 ‘DA in SEOUL’

편석훈 대표이사 티티서울이 준비 중인 ‘DA in SEOUL’은 디자인 생태계의 평가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려는 파격적인 시도다. 단순히 잘 디자인된 작업물만을 제출받는 것이 아니라, 매 라운드 주어지는 과제를 디자이너가 어떻게 해석하고 논리적으로 관철시키는지를 대중과 전문가 앞에 투명하게 공개한다.
그는 이를 통해 그동안 결과물 파일 뒤에 숨겨져 있던 디자이너의 ‘생각의 근육’을 실시간으로 검증하고, 참가자에게는 실전형 트레이닝을, 기업에는 검증된 인재를 제공하는 게이트웨이를 구축하고자 한다.
짚어주신 점들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 바로 최근 준비 중이신 디자인 서바이벌 오디션인 것 같습니다.
네, 이젠 단순히 제출된 작업물만으로는 그 디자이너의 진짜 실력을 100% 알 수 없는 시대가 됐습니다. 서바이벌 오디션이라는 새로운 형식이 필요한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단순히 잘 그려진 그림을 뽑는 것이 아니라, 매 라운드 주어지는 과제를 어떻게 해석하고, 예기치 못한 변수에 어떻게 대응하며, 자신의 논리를 어떻게 관철시키는지를 대중과 전문가 앞에 투명하게 선보이는 겁니다.
확실히 기존 방식들과 차이가 크겠네요
DA in SEOUL은 크게 세 가지가 다릅니다. 첫째, AI가 대신할 수 없는 영역인 즉석 아이디어 발상과 논리적 스케치 과정을 직접 지켜봅니다. 둘째, 탈락을 위한 경쟁이 아니라 멘토단들이 시안을 고도화하는 ‘실전 트레이닝’을 제공합니다. 셋째, 실제 기업의 현안을 과제로 제시해 참가자의 아이디어가 실제 브랜드 자산으로 채택될 기회를 열어줍니다. 디자인이 비즈니스를 어떻게 바꾸는지 실증해 보이는 무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개인적으론 실제 브랜드 과제를 기반으로 진행된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많은 디자이너가 학교나 개인 작업실이라는 깨끗한 환경에서 디자인을 합니다. 하지만 실무 현장은 수많은 제약과 변수가 뒤섞인 거친 현장입니다. 기업 과제를 기반으로 삼는 이유는 디자이너들이 실질적인 데이터 위에서 날카로운 전략을 도출하는 ‘현장의 무게감’을 체감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전문가 멘토링과 피드백으로 디자인을 고도화하는 실전형 구조도 같은 결에서 이뤄진 건가요?
네, 특히 전문가 멘토링과 피드백 과정은 본인의 작업에 매몰되어 보지 못했던 빈틈을 발견하고, “이게 더 예뻐서요”라는 주관적 확신을 객관적인 설득력으로 치환하는 실질적인 훈련이 됩니다. 오늘날의 거대하고 복잡한 프로젝트는 결코 혼자 완성할 수 없습니다. 멘토링은 전문가와 협업하며 아이디어를 빌드 업하고 자신의 논리를 방어하거나 더 나은 대안을 찾아가는 실무의 핵심 경험을 제공합니다.
특히 실제 시장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는 과제를 다룸으로써 자신의 디자인이 브랜드 매출이나 이미지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는 직업적 책임감을 배우게 되는데, 이러한 치열한 과정과 책임감이 담긴 설계야말로 DA in SEOUL가 추구하는 디자인의 본질입니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형태는 기업과 디자이너에게 어떤 메리트를 제공할 수 있을까요?
기업에는 혁신을, 디자이너에게는 기회를 연결합니다. 기업은 내부 조직에서 나오기 힘든 편견 없는 신진 디자이너들의 과감한 아이디어를 확인하고 기획력이 검증된 인재를 찾는 확실한 방법이 됩니다.
디자이너에게도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기존 구조에서는 아무리 훌륭한 작업물을 만들어도 발표하는 임원이나 팀장의 성과로 포장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오디션은 대행사라는 간판 뒤에 숨지 않고 철저히 ‘나의 이름’을 걸고 설득하는 자리입니다. 자본이나 배경에 상관없이 오직 실력만으로 주목받을 수 있는 가장 공정한 무대를 얻게 되는 것이죠.
‘데이터’와 ‘논리’로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그러면 이렇게 AI 시대에 새로운 업계 평가 패러다임을 바꾸려고 하는 편석훈 대표이사 말하는 AI 시대의 뛰어난 디자이너란 무엇일까? 그는 AI 시대에 디자이너의 역할은 ‘툴의 숙련가’에서 비판적 시각을 가진 ‘결정권자(Decider)’로 진화해야 한다는 지론을 내세운다.
수만 가지의 AI 결과물 중 브랜드 철학에 부합하는 단 하나를 골라낼 수 있는 안목, 그리고 ‘왜 이 디자인인가’를 데이터와 논리로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 곧 디자이너의 생존 무기라는 것이다. 그는 기술을 경쟁 상대가 아닌 상상력을 확장할 조력자로 삼고, 인문학적 소양을 통해 ‘맥락’이라는 근육을 키워 자신의 직무에 자부심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AI 시대에 디자이너들의 우려가 많습니다. 지금 갖춰야 할 역량은 무엇일까요?
단연코 ‘기획력’과 ‘통찰력’입니다. 이제 툴의 숙련도는 AI가 대체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는 실행자(Executor)를 넘어 결정권자(Decider)가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근본적으로 ‘인문학’을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 계산인 ‘산수’를 넘어 논리적으로 머리를 쓰는 ‘수학’을 배우듯, 인문학을 통해 생각의 틀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죠. 아직 AI는 도구일 뿐 주체가 될 수 없습니다. AI가 만든 파편들을 인간의 통찰력으로 꿰어내어 하나의 완성된 스토리로 만들어낼 때 진짜 디자인이 탄생합니다.

그럼 이번 오디션에 도전하게 될 수많은 디자이너는 어떤 점에 집중해야 할까요?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건 예쁜 시각 결과물이 아니라, ‘왜 이 디자인인가’에 대한 견고한 논리입니다. 기업이 제시한 과제는 그들이 직면한 실제 비즈니스 문제입니다. 단순히 감각에 의존하지 않고, 타깃층이 누구인지,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데이터와 현상을 바탕으로 분석한 흔적이 보여야 합니다.
도전자분들은 자신의 디자인이 비즈니스 지표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설득하는 언어를 준비해주세요. 브랜드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해 어떤 타이포그래피 전략을 썼는지 보여주십시오. 화려한 그래픽에만 집중하기보다, 실제 사용자가 정보를 접할 때의 편안함과 브랜드의 고유한 미학이 어떻게 공존하는지 고민한 흔적을 담아주세요.
DA in SEOUL을 통해 궁극적으로 만나고 싶은 디자이너는 어떤 모습인가요?
이 오디션의 끝에서 마주하고 싶은 것은 단순히 1등 상장을 든 디자이너가 아니라. 어떤 난관 앞에서도 디자인적 사고로 해답을 찾아낼 수 있는 강인한 크리에이터 입니다. 포트폴리오라는 예쁜 포장지를 벗겨내고, 디자이너가 가진 본연의 가치를 날 것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무대. 그 파격적인 과정 속에서 우리는 대한민국 디자인의 새로운 기준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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