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파이브가 XR 전시에서 화려함 대신 찾은 디테일 [ICT어워드코리아 2026]
나인파이브가 제안하는 새로운 전시 경험
ICT어워드코리아는 치열한 고민과 전문성으로 국내 디지털 산업의 혁신을 이끄는 디지털 에이전시의 노고를 조명하는 자리입니다. 올해도 211개의 ICT 서비스가 출품됐는데요. 그 중 최고 영예인 GRAND PRIX를 수상한 주인공들을 만나 그들의 성공 비결과 노하우를 물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전시장에서 작품을 감상한다고 하면 떠올리는 환경은 대체로 정해져 있다. 유리와 로프 등으로 정해진 동선, 서로 거리를 두며 작품에 집중하는 사람들, 벽에 걸린 작품과 아래 짤막하게 붙어있는 캡션. 전시장마다 작품이 가장 잘 보이는 거리와 작품의 크기, 조명 환경 등은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전시장 관람은 이런 형태라고 사람들은 상상한다.
하지만 이 고정관념을 깨고, 작품을 감상하는 방식부터 전시장이란 공간부터 재구축에 나선 앱이 있다. 바로 나인파이브가 자체 프로젝트로 만든 몰입형 전시 앱 ‘ART REACT XR’이다. ‘ART REACT XR’은 다양한 작품을 유리 너머 감상하는 것이 아닌 작품이 가진 시공간 안에서 작품을 체험하는 경험을 사용자에게 선사한다.
사용자는 밝고 개방된 갤러리 공간을 자유롭게 거닐며 다양한 작품과 마주하고, 확장된 몰입 공간으로 설계된 각각의 작품 세계에서 진입할 수 있다. 그 결과 오는 11월 배포를 앞둔 이 앱은 ICT어워드코리아 2026에서 그랑프리를 받았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 가상공간에서 무작정 화려함으로 사용자의 눈길을 사로잡기보단 오히려 불필요한 요소를 덜어냈다는 것이다. 이런 나인파이브는 XR 이라는 낯선 무대에서 어떤 새로운 관람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을까? 이번 프로젝트를 이끈 조영희 나인파이브 대표와 참여 팀원들에게 그 과정과 노하우를 물었다.

1. 프로젝트명: ART REACT XR – Exhibition Application
2. 클라이언트사: 나인파이브
3. 대행사(제작사): 나인파이브
4. 오픈일: 2026년 11월
5. URL: https://ninefive.co.kr/project/art-react-xr
ICT어워드코리아란?
웹·앱, 디지털 플랫폼 등 ICT 서비스를 대상으로 열리는 국내 최대 어워드다. 디지털 트렌드 미디어 <디지털 인사이트>가 주관하고 사단법인 한국정보과학진흥협회가 주최하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경기도, 전자신문이 후원한다. 👉 수상작 보러 가기
Q. 그랑프리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ART REACT XR을 소개해 주시고, 수상 소감도 들려주세요.
나인파이브 조영희 대표: 감사합니다. 이번 ART REACT XR은 가상공간에서 작품을 새로운 방식으로 감상하는 몰입형 전시 애플리케이션입니다. 작품을 유리 너머로 보는 게 아니라, 작품이 가진 시공간 안에서 경험하도록 설계했습니다. 관람자는 밝고 열린 갤러리를 자유롭게 거닐며 작품과 마주하고, 상호작용을 통해 작품 세계가 확장된 몰입 공간으로 들어갑니다.
수상 소식에 팀에서 가장 먼저 나온 말은 “잘 보이지 않는 것을 알아봐 주셨다”였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더한 것보다 덜어낸 것이 많았습니다. 작품을 화려하게 재해석하는 대신 원형 그대로 두고, 관람자가 더 깊이 들어갈 조건을 다듬었습니다. 트랜지션 몇 초, 작품과의 거리 몇 미터, 밝기 한 단계, 안내자가 물러나는 타이밍 같은 것들입니다. 잘 드러나지 않는 이런 선택의 총합을 평가해 주셔서 더 기쁩니다.

Q. 이번 심사에서 특히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하시는 지점은 어디인가요?
나인파이브 조영희 대표: 기술 사양이 아니라 경험의 구조로 봐주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내세운 건 새 기술이 아니라 세 가지 축이 맞물리는 방식이었습니다. 공간 전환(몰입 모드)은 작품을 재구성하지 않고 관람자의 주의를 작품 쪽으로 모으는 환경을 만듭니다. AI 큐레이터는 무엇을 말할지보다 언제 말하고 언제 물러날지를 먼저 설계했습니다.
시선과 손짓이 그대로 인터페이스가 되는 상호작용은 따로 배우지 않아도 누구나 전시를 거닐게 합니다. 특히 AI 큐레이터를 ‘많이 아는 존재’가 아니라 ‘설명할 순간을 아는 존재’로 정의한 점이 차별점으로 읽힌 것 같습니다. LLM을 붙여 말을 잘하게 만드는 일은 이제 어렵지 않습니다. 어려운 건 말하지 않아야 할 순간을 판단하게 하는 일이고, 저희는 그 판단을 시선, 체류 시간, 질문 입력, 관람 동선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시간으로 하도록 설계했습니다. XR에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기 때문에, 하지 않기로 한 것도 중요한 설계입니다.

Q. 기획 초기에 가장 먼저 세운 목표는 무엇이었고, 그 방향은 끝까지 유지됐나요?
나인파이브 조영희 대표: 첫 회의에서 정리한 질문은 “가상공간에서 작품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가 아니라 “관람자가 작품과 어떻게 관계를 맺게 할 것인가”였습니다. 감상의 질은 작품과 관람자 사이의 거리와 스케일, 시선의 흐름, 주변 환경, 안내자의 개입 정도를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방향은 끝까지 유지됐지만 순탄하지는 않았습니다.
제작 내내 “작품을 입체로 재구성해 보자”, “작품 안으로 들어가 걸어 다니게 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기술적으로도 충분히 가능했습니다. 그때마다 이 장치가 관람자를 작품 쪽으로 데려가는지, 작품에서 멀어지게 하는지를 따졌습니다. 이 질문을 통과하지 못한 아이디어는 아무리 인상적이어도 덜어냈습니다. 검증을 반복하면서 방향은 오히려 더 또렷해졌습니다.

Q. 이번 프로젝트에서 나인파이브만의 강점이나 노하우가 발휘된 부분이 있다면요?
나인파이브 조영희 대표: 세 가지를 꼽고 싶습니다. 첫째, 여러 XR 애플리케이션을 디렉팅하며 쌓은 ‘보이지 않는 설계’의 기준값입니다. 트랜지션 속도, 감상 거리, 밝기 단계, 사운드 밀도처럼 사양표에는 없지만 몰입을 좌우하는 변수를 팀이 공통 언어로 다룹니다.
둘째, 공간 경험을 정량·정성적으로 측정하는 멀티모달 분석 연구를 병행해 왔다는 점입니다. 감각의 문제를 취향 논쟁으로 끝내지 않고 검증할 수 있었습니다. 앞서 진행한 XR 앱에서 ‘추상적이고 비어 있는 공간보다 사실적인 환경에서 더 깊이 몰입한다’는 걸 확인했고, 이 결과가 이번 전시 공간의 환경 품질 기준에 반영됐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기획과 디자인, 개발이 한 팀에서 움직인다는 점입니다. XR에서는 렌더링 성능과 발열, 프레임 안정성이 곧장 몰입을 깎습니다. 디자인 단계부터 유니티의 실행 제약을 함께 놓고 판단해, 구현 단계에서 품질을 크게 깎는 일을 줄였습니다.

Q. 전시라고 하면 보통 현실의 작품을 마주하는 장면을 떠올립니다. XR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나인파이브 조영희 대표: 실물 전시를 대체하려는 시도는 아닙니다. 실물 전시에서 바꾸기 어려운 것을 바꾸려고 XR을 택했습니다. 현실의 전시장은 작품마다 가장 잘 보이는 거리와 스케일, 빛이 달라도 대체로 하나의 조건만 줍니다. XR은 작품마다 감상 조건을 다르게 설계할 수 있는, 지금으로서는 거의 유일한 매체입니다.
어떤 작품 앞에서는 한 걸음 물러서게 하고, 어떤 작품 앞에서는 시야를 채울 만큼 다가가게 하고, 주변의 밝기와 소리를 그 작품에 맞출 수 있습니다. 여기에 AI 큐레이터가 더해지면 현실 전시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조건이 하나 더 생깁니다. 관람자 한 사람마다 다른 깊이의 해설이 붙는 1:1 도슨트입니다.
Q. 작품이 가진 시공간 안에서 감상하게 한다는 건 어려운 도전이었을 것 같습니다. 가장 큰 난관은 무엇이었나요?
나인파이브 조영희 대표: 가장 오래 붙잡고 있던 문제는 안내자(NPC)의 형태였습니다. 실사 인간형이나 캐릭터형처럼 구체적인 형상을 갖춘 NPC는 존재감을 주지만, 완성도가 조금만 부족해도 어색함과 거리감을 만듭니다. 추상형 NPC는 전시 환경에 잘 스며들지만 실체감이 옅어 교감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해법은 형태를 하나로 고정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반투명한 구 형태를 기본으로 삼고 색과 재질은 주변 환경에 맞췄습니다. 물러나야 할 때는 더 작고 투명하게, 다가가 도와야 할 때는 형상을 갖춘 안내자로 바뀝니다. 두 번째는 몰입 모드 전환과 성능의 균형이었습니다. 장면이 갑자기 바뀌면 관람자는 놀라고 몰입이 끊깁니다.

Q. 그렇다면 해당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나인파이브 조영희 대표: 사실감과 실행 안정성 사이의 균형점을 작품마다 다시 찾았죠. 관람자가 선 바닥에서 공간 전체로 천천히 번지는 트랜지션을 두고, 거리는 가장 보기 좋은 감상 거리로, 스케일은 작품에 맞게 키우고, 밝기는 한 단계 낮추고, 작품 분위기에 맞는 앰비언트 사운드를 깔았습니다. 이 모든 게 프레임 안정성과 발열 안에서 돌아가야 했기 때문입니다.
Q. 고된 작업이었을 텐데요. 이번 프로젝트로 팀이나 나인파이브가 얻은 성장이나 변화가 있다면요?
나인파이브 조영희 대표: 경험 설계를 감이 아니라 기준으로 다루게 됐습니다. ‘이 정도면 자연스럽다’는 말이 트랜지션 몇 초, 감상 거리 몇 미터, 밝기 몇 단계, 개입까지 몇 초라는 합의된 수치로 바뀌었습니다. AI를 기능이 아니라 태도로 다루는 법도 배웠습니다. 이번 AI 설계의 핵심은 무엇을 말하게 할지가 아니라 언제 말하지 않을지였고, 앞으로 AI 기반 경험을 설계할 때도 계속 쓸 관점입니다. 공간 전환, AI 큐레이션, 직관적 상호작용이라는 세 축은 전시뿐 아니라 나인파이브의 XR 프로젝트 전반에 적용할 설계 틀로 남았습니다.

Q. 프로젝트에 참여한 팀원들의 소회도 듣고 싶습니다.
나인파이브 최수지 그룹장: 질문에 답하는 AI를 넘어, 관람자가 어떤 상황에서 질문했는지까지 고려하는 안내자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시선과 체류 시간, 작품과의 거리, 가리키는 위치 같은 상호작용 데이터를 질문과 작품 정보에 연결해 LLM이 참고할 맥락으로 구성했습니다. 데이터를 많이 넘기는 것보다 관람자의 행동에서 안내에 필요한 정보를 어떻게 읽어낼지를 가장 고민했습니다. 말로 한 질문뿐 아니라 공간 안의 행동까지 AI 응답에 반영하는 구조를 만들며 XR과 AI를 하나의 감상 경험으로 연결한 점이 가장 보람 있었습니다.
나인파이브 김주하 PM: 작품을 얼마나 보여줄지보다 관람자가 작품을 어떻게 경험하게 할지를 함께 고민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작품과 관람자의 거리, 공간의 분위기, 인터랙션 방식처럼 작아 보이는 요소를 여러 번 테스트하고 조정하면서, 이런 작은 선택들이 전체 관람 경험을 만든다는 걸 체감했습니다. XR로 작품을 감상하는 또 하나의 방식을 제안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프로젝트였습니다.

Q. 이번 프로젝트가 사용자와 시장에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나인파이브 조영희 대표: 가장 화려한 XR 전시가 아니라 작품을 가장 오래 바라보게 만든 전시로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성공은 관람자가 기술에 감탄하는 게 아니라 기술을 잊고 작품 안에 머무는 것입니다.
시장엔 XR 전시가 실물 전시의 축소판이나 일회성 홍보 체험물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감상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사례로 남았으면 합니다. 나인파이브는 ART REACT XR을 한 편의 콘텐츠로 끝내지 않고 XR·웹 전시 플랫폼 사업으로 이어갈 계획입니다. 미술관과 갤러리, 작가가 각자의 전시를 이 구조 위에 올리게 하는 것이 다음 단계입니다.

Q. 나인파이브가 앞으로 지향하는 방향이 있다면요?
나인파이브 조영희 대표: 지금까지 공간 경험은 대부분 미리 짜여 있었습니다. 설계자가 장면을 만들어 두면 사용자는 그 공간을 통과할 뿐이었죠. AI는 이 전제를 바꿉니다. 앞으로의 공간은 시선이 어디에 머무는지,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따라 다르게 펼쳐질 겁니다. 사용자가 UI를 조작하는 게 아니라 공간이 사용자를 이해하고 응답하는 방향입니다. ART REACT XR의 AI 큐레이터는 그 변화의 아주 초기 형태라고 봅니다.
설계자의 역할도 정해진 장면을 그리는 사람에서 반응의 규칙과 의도를 설계하는 사람으로 옮겨갑니다. 그래서 반응하고 개인화되는 공간 인터페이스를 실제 제품으로 만드는 일과, 공간 경험을 측정하는 멀티 모달 연구를 함께 끌고 가려 합니다. AI가 좋은 경험을 만들려면 무엇이 좋은 경험인지에 대한 모델이 먼저 있어야 하니까요. 한 문장으로 줄이면, 더 강한 몰입이 아니라 더 정확하게 설계된 몰입을 만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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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REACT XR 등으로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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